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74화 (174/205)

< 174화. 데뷔조 오디션 (1) >

잭이 뮤직 비디오와 음원을 발매했다.

비행기 안에서 휴대폰에 받아 놓은 영상을 보고 있으려니 새삼,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전 삶에서 그 유명했던 래퍼, 레드 트라이브가 내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있다니....

배경은 뉴욕 할렘가.

어둑하고 음침한 분위기에서 붉은색 해골 마스크를 착용한 녀석은 광기가 가득한 눈으로 총을 들고 설친다.

정말이지.

저 녀석만큼 드릴 힙합에 어울리는 놈도 없을 거다.

본토 시카고 갱들도 광기를 철철 뿜어내는 녀석의 얼굴을 보면 오줌을 지릴 게 분명했다.

[ 와우... 트랩 같기도 하고... 이게 대체 무슨 곡이야? ]

┗ 트랩하고는 많이 달라. 이건... 개쩌는 곡이라고!

┗ 완벽한 내 취향의 곡이 등장했다! 난 이 곡을 듣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있었던 거라고!

공개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

시대를 반 보 앞선 스타일의 드릴 힙합.

잭 녀석의 미치고 정신 나간 이미지를 한껏 부스팅해주는 분위기가 힙합 마니아들을 열광시킨 것이다.

그래. 난 이럴 줄 알았다고.

정말이야!

곡 작업을 마치고 한껏 늘어져 있다가 안내 방송에 깨어났다. 반가운 나의 고국!

대한민국 땅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

[ 꺄아아악! ]

“.......!”

옴마, 깜짝이야!

공항이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 팬들의 마중을 기대하긴 했는데... 설마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는데.

“마스크 벗고 손 좀 흔들어 주세요!”

“후드 좀 벗어주세요!”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온갖 요구 사항을 쏟아내며 플래시 세례를 퍼부어댄다.

“안녕하세요! 김민 씨! 저는 연예가 핫 타임의 리포터 김주형입니다! 혹시 저 누군지 아시나요?”

코가 대빵크고 청색 빵모자를 비스듬히 쓴 연예인의 등장.난 깍듯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김주형 선배님!”

“어? 이, 이런 반응을 원한 게 아닌데....”

내심 뿌듯해하지만 주변 눈치가 보여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김주형.

그렇다. 그는 리포터 이전에 솔로 가수였다.

망하고 개그와 예능에서 더 성공했지만 어쨌든 선배는 선배 아닌가?

“잠깐 인터뷰 괜찮죠?”

“네. 잠깐 정도라면... 저도 기다려 주신 팬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어서요.”

“아, 물론 그래야죠! 자, 그러면 빨리....”

인터뷰와 팬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휩쓸리듯 빠져 나와 차에 탑승했다.

난 혼란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니, 최근에 무슨 일 있었어요? 갑자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저를....”

“있었죠.”

최명규 매니저님이 미소 짓는 얼굴로 운전하며 나와 관련된 국내 분위기를 말씀해 주신다.

“일단 사이먼 블랙의 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UK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죠.”

그건 사이먼이 잘한 거 아닌가?

“1980 브로드웨이에 대한 관심도 뜨거 워요. 촬영 유출 샷이 많이 퍼지고 그랬거든요.”

어, 이건 좋아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동생인 서연 양을 미국에 진출시켰잖아요. 미드스쿨 슈퍼스타! 지금 한국에서 예비 디즈니 프렌차이즈 스타가 나오게 생겼다며 기대감이 굉장해요!”

그건 내가 아니라 서연이가 대단한 건데....

“아! 그리고 바로 어제 나르시시즘 티저 영상이 떴는데 기대감이 굉장해요! 특히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엔 플라워가....

어쨌든 말뜻은 알겠다.

내가 이슈메이커... 조금 다르게 말하면 관종짓을 잘 하고 다닌 영향이라는 뜻 아닌가?

“아니, 그거하고는 조금 다른데... 하,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위로는 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 이 정도로 실망하고 그러지 않으니까요!”

“그게 아니라... 아!”

@

회사 사옥에 도착했다.

주위에서 어떻게 알고, 내 팬들이 모여 있기에 앞에서 내려서 팬 서비스를 해주고 들어갔다.

“아,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연습 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나를 보고 각을 세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저기 계신다!”

“김민 선배님! 프로듀서님 안녕하세요!”

어디선가 우르르 나타나 날 삥 둘러싸고 단채 인사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뭐, 뭐야.

회사 분위기는 갑자기 또 왜 이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잖아?!

“민이 씨!”

때마침 구세주 등장!

“대표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맹수 무리 속에서 홀로 두려움에 떨고 있던 나를 건져주시는 우리 정연 팀장님!

난 가까이 따라붙으며 급히 속삭였다.

“이게 또 무슨 일이에요?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아....”

왠지 어색한 미소로 말끝을 흐리신다.

“대표님이 말해주실 거예요!”

“민아! 내 사랑하는 제자!”

“.......”

겁나 수상한데?

날 끌어안고 굉장히 반가워하는 대표님!

난 가늘게 뜬 눈으로 물었다.

“뭐예요. 또 뭐 시킬 일 있죠?”

“야! 너는 날 어떻게 보고....”

“이상하니까 그렇죠! 회사 분위기도 그렇고... 혹시 연습생하고 관련된 일이에요?”

대표님이 정연 팀장님을 바라보신다.

“전 바쁜 일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어어?!”

정연 팀장은 떠넘기기라는 얕은 수작에 당할 분이 아니시다. 냉큼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다.

곤란한 얼굴을 뺨을 긁적거리며 말씀하신다.

“일단 소파에 좀 앉아 봐. 내가 마실 것 줄게.”

“.......”

“내 말 대로 해. 내 이야기 들으면 시원한 생수가 마시고 싶어질 테니까.”

내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말씀하신다.

“연습생들이 가장 바라는 게 뭘까?”

“... 지금 질문하신 거예요?”

“응. 맞춰봐. 뭘까?”

“그야 데뷔죠.”

“그리고 또 하나는?”

“음, 데뷔해서 성공하는 것?”

“역시. 똑똑한 내 제자!”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면 안 돼요?”

“여기까지 말해줬으면 눈치 채야지! 남녀, 신인 걸그룹 한 팀씩 뽑겠다고 말했어.”

“아하. 그거라면 뭐....”

“네가.”

“......?”

뇌기능 정지.

내가 화를 내기도 전에 대표님이 먼저 선수를 쳤다.

“야! 왜 처음 듣는 척 해? 네가 지난 번 전화로 말했잖아. 저도 내년에 그룹이나 한 팀 키워볼까요? 이런 식으로!”

어, 분명....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긴 하네요.”

“그렇지? 거 봐!”

“그런데 저는 남자 그룹을 한 팀 키워보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남녀 한 팀씩이라뇨?”

“너 혹시 여자들 차별하니?”

“말이 왜 또 그런 식으로... 제가 왜 여자들을 차별해요?!”

“남자 그룹만 뽑겠다면 여자 연습생들은 뭐가 되냐? 애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널 원망하겠어. 응?”

“왜 저를 원망해요? 그리고 언제부터 회사가 남녀 신인 그룹 같이 데뷔 시켰다고....”

“데뷔는 같이 안 시켰지만 데뷔조는 같이 뽑았지.”

“아.....”

그건 또 생각 못 했네.

내 표정을 본 대표님은 이 때다 싶었던지 자세를 고쳐 앉고 본격적인 설득을 시작했다.

“너 그거 알아? 대한민국 모든 기획사 중에 연습생 규모와 퀄리티로 따지면 우리 회사가 제일이야. 심지어 KM도 압도했어!”

“그, 그래요?”

“빌보드 1위를 밥 먹듯이 하고 전 세계 대중음악 트렌드를 선도하며 영화, 뮤지컬 제작까지 손을 대는 천재 김민 프로듀서님 덕분이지!”

“........”

“내가 아부 하는 게 아니라 이게 사실이야! 지금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아이돌, 혹은 가수 연습생들의 꿈과 목표가 바로 너야! 요즘 10대 애들 꿈이 너처럼 되는 거래! 이거 진짜 뉴스에 나온 거야! 보여줘?”

“아니, 그건 됐고...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남녀 그룹 프로듀싱 하라는 거잖아요.”

“그렇지! 네 입맛에 맞는 인재들을 뽑아서!”

대표님이 씩 웃으신다.

“세상에서 네 취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굴까? 바로....”

“이정연 팀장님이요.”

“... 나... 야!”

서운해서 소리치는 대표님에게 난 코웃음을 치며 반문했다.

“제가 데려온 인재 두 명 빼고 모두 떨어뜨린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죠!”

“야, 너 그거 가지고 평생 우려먹을 거야?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애초 그런 결정 내린 사람이 정연이야! 네가 여신처럼 숭배하는 이정연 팀장!”

“최종 결정권자는 대표님이시죠.”

“그....”

말문이 막힌 대표님.

손을 내저으며 황급히 화제는 전환하신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하자. 아무튼 이번에 기깔 나는 연습생 진짜 많이 모아 놨어.”

굉장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신다.

“그 중에 네가 최고의 인재라고 칭하는 주세아 못지  않은 애들도 있단 말이야!”

“... 정말요?”

“야, 인재 보는 눈은 내가 너보다 한 수 위야. 인정하지?”

“.......”

“야! 문 라이트 건은 어쩔 수 없었다니까? 솔직히 그 상황 되면 누구라도 주세아 한 명만 보이지! 난 처음에는 주세아만 뽑으려고 했었어! 그 한 명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그건... 인정!

“좋아요. 그래서, 대표님이 보기에 세아 못지않은 인재가 몇 명 있었다는 거죠?”

“그렇다니까! 너 진짜 보면 깜짝 놀랄 거야! 특히 그 친구 보면... 아니다. 이건 직접 봐야지. 음.”

그 친구?

누구?

@

대표님과 함께 지하층 연습실로 내려갔다.

정식 데뷔한 아티스트들만이 내려올 수 있는 공간이었다.

먼저 엔 플라워 연습실에 방문했다.

“어?”

“민이다!”

“우와!”

방금 전까지 나르시시즘 라이브 퍼포먼스 연습 중이었던 그녀들이다. 날 발견하고는.

“민이다!”

“우와아!”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몰려와 끌어안고 볼을 잡아  당기고... 난리도 아니었다.

“야, 너희들... 어떻게 민이만 반겨주고 나는....”

떠밀려 난 대표님은 한 편에서 굉장히 서운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정작 나는 땀 냄새에 질식사할 지경이었지만.

한바탕 소란이 지나니 조금 진이 빠진다.

벌써 기가 쭉 빨린 느낌이다.

“나르시시즘... 일단 한 번 봅시다.”

큐 사인에 돌변하는 누나들.

방금 전까지 날 짓궂게 괴롭히던 개구쟁이들 맞나 의심이 될 정도의 반전이었다.

곧 라이브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그것을 모두 관람한 내 감상은.....

“굿! 완벽해요!”

벌떡 일어서서 기립 박수를 보냈다.

벌써부터 좋은 예감이 들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JJ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 사이에 긴장감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바로 오늘부터 데뷔조를 뽑는 오디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계적인 아티스트 김민이 직접 프로듀싱하는...!

‘반드시....’

‘내가...!’

어제까지만 해도 하하호호, 서로 웃으며 대화하던 연습생들조차도 살벌한 눈빛으로 서로를 경계한다.

오늘 이 순간만큼은 동료가 아닌 경쟁자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장진영을 필두로 팀장급 인력줄지어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김민이 들어서자 공기가 변했다.

‘김민 프로듀서님!’

‘선배님이다!’

이목이 김민을 향해서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파악한 장진영과 팀장님이 웃었다.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지극히 당연했고, 이걸 의도해서 마지막에 입장시킨 것이기 때문.

오늘, 데뷔조 오디션의 중심인물은 바로 김민이었기에.

심사위원석에 모두 착석한 것을 확인한 장진영이 김민을 바라본다.

모두가 보란 듯이 처음부터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다.

테이블 앞에 놓인 무선 마이크를 집어 들고.

“.......”

말없이 연습생들을 훑는 김민의 시선에 긴장감이 더욱 커진다.

잠시 후, 김민이 묘한 미소를 짓는다.

연습생들 뿐만 아니라 자리에 함께 한 모든 이들이 그 의미를 분석하려는 찰나.

“그....”

김민이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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