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화. 나르시시즘의 시작. >
[ 엔 플라워. 나르시시즘 공개! ]
[ 나르시시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를 위한 음악! ]
[ 김민 프로듀싱. 그래미 수상자 아이작 이스트가 보컬 디렉팅! 화려한 제작진이 돋보이는 다크 모던 팝! ]
오후 여섯시. 엔 플라워의 새로운 싱글이 발매됐다.
제목은 나르시시즘.
내가 만들어서 선물한 곡이고 무려 아이작이 보컬 디렉팅을 봐준 곡이다.
다들 흥행을 자신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나는 언제나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확신이 서지 않았다.
과연 대중들은 이 음악을 어떻게 들어줄까?
적어도 내일, 음원 차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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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플라워가 올해 첫 활동을 시작했다.
정말 색다른 댄스 음악, 컨셉, 안무를 가지고.
엔 플라워 팬클럽의 반응은 굉장히 열광적이었다.
[ 뮤직 비디오 겁나 화려하네. 세트장하고 소품 만드는데 돈 엄청 쏟아부었을 것 같음;; ]
┗ 7억을 썼다던데... 역대 최고 제작비라고 함.
┗ 7억?? 헐, 굉장하네;;;
┗ 그런데 그 정도 돈을 쓴 티가 확 보임. 일단 촬영 팀도 국내 최고의 팀이고 미술팀도 일본하고 미국 메이저 가수들과 일 많이 하는 팀을 불렀다고 하더라.
┗ JJ가 이제야 좀 엔 플라워를 제대로 대접해주는 것 같음. 진작 이렇게 했었다면 하락세도 없었을 텐데....
┗ 내 말이, 엔 플라워가 회사에 해준 게 얼만데...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대접해주니 기분 좋음.
이런 팬들의 열성적인 서포터에 힘입어 나르시시즘 뮤직 비디오는 공개 한 시간 만에 천만 뷰를 돌파했다.
[ 조회 수 상승 속도가 시크릿 가든 때와 비슷하네. ]
┗ 시크릿 가든보다 더 잘 나오는 걸 기대했는데... 모든 면에서 훨씬 좋지 않음?
┗ ㅇㅇ 이번에도 김민이 프로듀싱 다 해줬다던데... 실력과 센스가 나날이 좋아지는 것 같음.
┗ 내가 보기에도 시크릿 가든 때보다 더 잘나올 것 같은데... 외국 친구들이 많아서 뮤비 보여줬는데 반응이 진짜 좋았거든. 일단은 지켜봐야 할 듯.
시크릿 가든의 성적은 엔 플라워 커리어 하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리콘, UK, 빌보드.
세계 3대 차트에 족적을 강하게 남겼기 때문이었다. 차트 성적뿐만이 아니라 체감 인기 역시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팬들은 이번 나르시시즘이라면 그 이상의 성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었다.
단순히 팬심에서 우러난 과도한 자신감일까?
[ 운 좋아서 어쩌다 한 번 UK, 빌보드 차트에까지 올라봤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나대는구나. ]
┗ 엔 플라워 팬들 정신이 나간 듯....
┗ 저쪽 동네 요즘 가관임. 자기네들이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암. 엔 플라워는 무슨 세계 최고의 걸그룹이고....
타 아이돌 팬덤, 혹은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비꼬는 글도 많이 올라온다.
[ 딱 시크릿 가든까지였음. 이번 노래하고 컨셉, 내가 듣기에 너무 과함. 조금 듣다 보면 금방 질려서 반짝하고 사라질 거다. ]
과연 누구의 의견이 맞을 지는 지켜봐야 할 일.
하루가 지났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 나르시시즘 뮤직 비디오. 뮤튜브 사상 최단 시간 1억뷰 달성! ]
시크릿 가든 때는 일주일이 걸렸던 1억뷰 돌파를, 이번에는 불과 24시간 만에 이뤄낸 것이다.
그리고.
[ 총 80개국 차트 1위 달성! ]
[ 나르시시즘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
줄줄이, 새로운 기록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엔 플라워와 그 커뮤니티를 강하게 비난했던 커뮤니티의 글들이 줄줄이 지워졌다.
그리고 찬양하는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 이렇게 될 줄 알았음. ]
[ 이번 노래하고 컨셉 진짜 좋잖아. ]
[ 이번에는 정말 뭔가가 터질 것 같다. 기대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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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놀라울 정도로 결과가 좋았다.
물론 기분은 좋지!
내가 만든 작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데.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단계였다.
마냥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이런 폭발력이 단기간에 끝나 버리면 그것만큼 허무한 게 없지.’
이 분위기가 최대한 길게 이어져야 한다.
음,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국내 차트, 음방에서 1위를 차지하고 뮤직 비디오 조회 수가 최소 2,3억 정도를 찍어줘야 조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 너무 욕심이 큰가?
아무튼 나르시시즘의 스타트가 좋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다른 일에 신경 써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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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녹음실에 대표님과 에버가든 멤버 전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 민아! 내 사랑하는 제자야!”
대표님이 거짓말처럼 활짝 웃으며 날 맞아준다. 고릴라처럼 긴 양 팔로 나를 와락 끌어안고 등짝을 팡팡팡! 두드려주신다.
“나르시시즘 대박난 거 봤지? 내가 뭐랬냐! 그 곡은 무조건 터질 거라고 했잖아! 으흐흐.”
루나리스 Kiss Me more 건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모양이다.
어색하게 웃어주고 에버가든 멤버들을 바라본다.
다들 동경이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데 두 사람만은 반가움을 담고 있다.
주세아와 반지희.
대놓고 아는 척을 하고 싶지만 공적인 자리니까....
“연습 충분히 잘 해왔죠?”
“네!”
“제가 지적한 부분들, 확실히 교정 했어요?”
“네!”
우렁찬 대답.
지금은 프로듀서와 가수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두 친구 역시 태도가 공손하다.
“목도 충분히 풀었고요?”
“네!”
“좋아요. 그러면 바로 녹음 들어갑시다.”
에버가든의 두 번째 미니 앨범 작업이 시작됐다.
이것이 내가 한국에 온 또 다른 이유.
일전에 선물했던 세 곡을 포함. 대표님과 외부 작곡가들이 각각 한 곡씩, 총 여섯 곡이 실릴 예정이다.
다른 곡들은 이미 녹음이 끝났다.
내가 만든 세 곡을 3일에 걸쳐 녹음하면 앨범 작업은 모두 끝!
작업이 이렇게 늦어진 건 1980 브로드웨이 촬영이 제일 크다. 그 시간 동안은 정말 촬영에만 몰입했었으니까.
또 하나는 기존에 선물한 곡을 재편곡한 것도 있었다.
원래 에버가든에게 주려고 했던 시크릿 가든이 너무 성공했다. 그에 반해 <눈 내리는 밤> 기대했던 것보다는 성적이 아쉬웠다.
그래서 보상의 의미로 정말 열심히 재 편곡했다.
이런 이유로 앨범 작업 기간이 길어졌는데, 장점도 분명히 있었다.
“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
[ 헤헤. 그 동안 노래 연습 죽자고 했어요! ]
멤버 전원, 보컬 실력이 굉장히 늘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싱글로 다시 한 번 화음 위주의 보컬 곡을 질러 봐도 승산이 있을 정도였다.
사실 현 시점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발라더와 보컬 그룹들이 꽤나 활동하는 편이지만 2020년을 넘어가면 메인 스트림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음방도 그렇고 국. 내외 모든 이슈를 아이돌 그룹들이 싹 쓸어 버리기 때문이다.
곡 하나를 만드는데 수십의 작곡가들이 달라붙고, 앨범을 발매하고 홍보하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백 명의 인력들이 총동원된다.
말 그대로 아이돌 전성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
다들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돈과 노력을 쏟아 붓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화음 위주의 보컬 음악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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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플라워의 기세가 무서웠지만 대다수 전문가와 아이돌 팬들은 금방 가라앉으리라 생각했다.
비트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요소가 매우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타입은 잠깐의 임팩트를 강하지만 지구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 나르시시즘 오피셜 뮤직 비디오, 일주일 만에 3억뷰 돌파! ]
[ 안무 영상도 인기. 공개 하루만에 1000만 뷰! ]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기세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올라가는 게 아닌가?
마치 지금까지는 준비 운동에 불과했다는 듯.
이는 당장 이웃 국가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중국 QO 뮤직 차트 1위! ]
[ 일본 레일 뮤직, 빌보드 재팬 1위 등극! ]
[ 일본 톱 배우, 아오이 유우타. 난 엔 플라워의 광팬! 시크릿 가든과 나르시시즘을 사랑한다! 댄스 영상 공개! ]
아시아 수많은 국가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세계적인 문화 강국, 일본에서는 유명 인사들을 포함, 수많은 이들이 팬을 자처하며 춤과 노래를 즐기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유명 프로그램에서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폭풍!
이는 당사자인 엔 플라워와 JJ 엔터테인먼트조차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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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셋이 함께 강릉 바다에 다녀왔다.
“서연이가 없어서 아쉽다.”
“서연이도 있었다면....”
모처럼의 가족 여행에 행복해 하면서도 막내의 부재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부모님.
난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미국에 넘어와서 같이 살 생각은 없어?”
“없다.”
“없어.”
이럴 때는 마음이 정말 잘 맞으신단 말이지.
“너희들은 미국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잘 살아라. 나와 네 엄마는 한국에서 잘 살 테니까.”
서울로 돌아와 도산대로 건물로 향했다.
반지희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구매했고 지금은 아버지가 관리중인 곳이다.
위치가 대한민국에서도 최상급지로 꼽히는 곳이기에 그 큰 건물에 공실이 하나도 없었다.
외벽에는 전광판이 달려 있었는데... 저거 광고 한 번 넣는데 얼마라고 했더라?
“요즘 사방에서 난리다.”
“왜?”
“한 번만 만나 달라고.”
“.......”
“좋은 투자처가 있다느니, 돈 좀 빌려 달라느니, 애가 아프다느니....”
“아빠. 그거....”
“이미 다 차단했다.”
아빠는 날 보며 씩 웃으신다.
엄마가 덧붙이셨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 양반이 보기보다 단호한 면이 있어. 만에 하나라도 사기 당할 걱정 같은 건 안 해도 돼.”
엄마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걱정 덜어도 되겠지?
“뭐, 그렇다면야....”
이렇게 직접 건물을 둘러보는 건 처음이다.
1층에 스타벅스가 크게 자리 잡고 있고 2층부터 각종 병원, 고급 가구점 같은 곳들이 입점해 있었다.
연식도 얼마 안 됐고 워낙 잘 지어진 건물이라 관리만 잘해주면 된다.
안 그래도 아빠가 굉장히 꼼꼼하게 관리하고 계신다더라.
만족스럽게 집에 돌아와서 나르시시즘의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 했다.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는데 출연하는 것 마다 엄청나게 이슈가 되고 있었다.
사실 나한테도 출연 제의가 오긴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내가 주목 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만든 곡이라지만 주인공은 엔 플라워가 아닌가?
만약 대표님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옮다구나 싶어 열심히 방송 출연을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본인이 주목 받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
실제 이런 부분 때문에 정작 가수 팬들에게 너무 나댄다고 욕을 먹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다행히도 그럴 일이 없을 것....
“응?”
이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이상한 영상을 발견했다.토크쇼였는데, 엔 플라워와 대표님이 같이 출연한 것이다.
“아니, 이건 또 뭐야?”
깜짝 놀라 영상을 재생했다.
[ 사실 민이가 처음 이 곡을 들고 왔었을 때 제가 깜짝 놀란 게 어떤 부분이냐면.... ]
“.......”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저 관종끼는 어디 안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