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80화 (180/205)

< 180화. 김민의 맨해튼 드리밍 (1) >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민 씨.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에...민망해요.”

“이유가 뭐죠?”

“이렇게 촬영 팀이 함께 하니 사람들이 다 저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요.”

나 혼자가 아닌 나영웅 피디 사단과.

맨해튼 드리밍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촬영 팀이 최소한의 인원만 따라붙었다는 것.

카메라 감독님과 나영웅 피디님.

이렇게 두 명이었다.

심지어 작가님도 없었는데, 본래 나영웅 피디님 예능 각본과 시나리오는 본인이 직접 만들고 수정하신다고 하더라.

... 역시 능력자!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카메라를 돌아간다.

뭔가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노트북을 꺼내 곡 작업을 시작한다. 비트메이킹 콘텐츠라도 찍어볼 셈이었다.

정작 카메라 감독님과 피디님은 잠들어 계시지만... 내 이름이 걸린 방송이 아닌가?

안하기로 했다면 모를까, 하기로 했으면 뭔가 보여줘야지!

마침내 뉴욕 공항에 도착!

블랙 로즈 매니저님이 대형 승합차를 끌고 마중 나와 주셨다.

“김민 씨. 제일 먼저 가보게 되는 곳이 블랙 로즈 매니지먼트 사옥인가요?”

“네. 가서 미드스쿨 슈퍼스타 작업, 출연 논의 문제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오, 저 그거 뭔지 알아요! 동생 김서연 양이 출연한다는 디즈니 채널 뮤지컬 시트콤이죠?”

“맞아요. 로렌 감독님과 올리비아 메리가 방문할 예정이죠.”

나 역시 기대가 된다.

향후 십 수 년간 전 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할 최고의 스타와의 첫 만남이기 때문이었다.

올리비아 메리.

아직 십대 소녀인 그녀는 어떤 모습,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또 뵙네요. 로렌 감독님!”

킴벌리 집무실에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로렌 감독, 서연이, 그리고 올리비아 메리!

감독님과 먼저 반갑게 인사하고 서연이에게는 검지로 이마를 콕 찍어 보였다. 나만의 애정 표현법이랄까?

“키 안자라면 오빠가 책임져!”

서연이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이마를 어루만지며 쏘아 붙인다. 난 피식 웃으며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청순함과 섹시함을 모두 갖춘 빼어난 미모!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차분하게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리고, 요즘 미국인들이 환장하는 구릿빛 피부는 건강미와 섹시미를 동시에 드러낸다.

10대라고 믿을 수 없는 성숙미를 갖춘 그녀였다.

“와....”

“미모가 굉장하네요.”

뒤에서 카메라 감독님, 나영웅 피디님이 감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심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드러내지 않고 비즈니스 미소로 악수를 권했다.

왜냐면....

“반가워요. 제 이름은 민이에요.”

“바, 반가워요! 와우, 이렇게 민, 당신을 만나게 되다니... 정말 믿을 수 없어요! 저 당신 팬이에요!”

마주친 시점부터 아주 온 몸으로 내 팬임을 어필하고 있는데 도저히 호들갑을 떨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체면을 지켜야지!

“지금까지 만들고 발표한 노래 모두 외우고 있어요! 노아, 1980 브로드웨이도 엄청 기대하고 있고요. 또....!”

“아하하... 그랬군요.”

이전 삶에서는 그야말로 하늘 위에 가장 높이 쓴 슈퍼스타였다.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존재였다.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워너비이자 남자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녀.

그랬던 그녀가....

“올리비아, 시간은 아직 많으니 지금은 좀 진정해. 우리 아직 제대로 된 대화는 시작도 하지 못했어!”

보다 못한 로렌 감독이 나서서 만류할 만큼, 나를 향한 팬심을 주체 못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일 아닌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본격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려 하자 나영웅 피디님, 카메라 감독님이 눈치껏 철수하신다.

우리는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

로렌 감독님이 올리비아 메리를 데리고 이곳까지 건너온 목적은 세 가지.

내가 음악을 맡아주기로 했으니 그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함이고, 작중 주인공 격인 올리비아 메리가 어떤 인물인지 알려주기 위함이며, 서연이의 현재 상황을 상세히 체크하기 위함이다.

“9월에 시즌 1 촬영이 모두 끝날 예정이니 넉넉하게 12월 말일까지 작업을 끝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번에 관련 자료 넘겨 드린 거 모두 확인해 보셨나요?”

“네. 확인 끝냈고 BGM과 뮤지컬 넘버를 어떤 식으로 만들지도 이미 구상 끝냈어요.”

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전 삶에서 이미 미드스쿨 슈퍼스타를 모두 봤고 내용이 머릿속에 생생했다. 자료 내용도 대부분 일치했는데 변한 게 있다면 바로 서연이의 존재.

가족 사정으로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 출신 소녀 ‘케이티’ 역할을 맡게 됐다.

이민 온지 얼마 안 된 터라 영어도 어설프고, 적응을 잘 못 해서 은따 비슷한 처지였는데 주인공 올리비아 메리와의 만남으로 학교 적응은 물론, 본인 적성까지 알게 되어 뮤지컬에 입문한다는 설정이다.

상당한 활약이 기대된다.

“피아노로 스케치 정도만 했는데, 들려드릴까요?”

“물론이죠. 들려주세요!”

말 그대로 스케치.

사전에 음악 작업을 위한 자료를 넘겨받았을 때, 어떤 내용을 어떤 식으로 작업해 달라고 요구한 부분들이 있었다.

해당 부분들에 대해 떠오르는 내용을 내 나름 방식으로 스케치한 것이다.

이 작업에 1980 브로드웨이가 정말 크게 도움됐다.

헨리 윌리엄스 작곡가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것을 토대로 쌓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퍼붓고 있는 중이다.

“.......!”

킴벌리 씨, 로렌 감독, 올리비아 메리는 온 몸을 들썩이며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흥겹게 감상 중이다.

반면 서연이는 이런 분위기가 통 적응이 안 되는지, 자기도 한 번 들썩 들썩... 따라 해보려다 한숨을 쉬며 포기해 버렸다.

음악 재생이 모두 끝나자 로렌 감독님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장르가 굉장히 다양하네요!”

“좀 잡스러웠나요?”

“아니요! 아주 좋아요! 정통 뮤지컬이 아니라 어린 세대를 겨냥한 시트콤이잖아요! 굉장히 트렌디하고 좋아요. 올리비아는 어떻게 들었나요?

“저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어요. 브로드웨이 스타일 뮤지컬 음악부터 팝, 힙합, R&B. 재즈, EDM... 다양한 장르를 요즘 스타일에 맞게 뮤지컬로 녹여낸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이후 모두의 시선이 서연이에게 쏠린다.

“음? 나도 한 마디 해야 하는 거야?”

잠깐 고민하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우리나라 댄스곡도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 왜냐면 신나고 듣기 좋잖아!”

서연이 다운 단순한 감상!

그런데 내 머리에 번뜩임을 안겨준다.

KPOP 댄스곡이라. 그건 생각지 못했는데.

어디 한 번 해봐?

서연이하고 올리비아 메리가 듀엣으로 부르는 것으로 해서?

이후로는 올리비아 메리, 서연이를 향한 실력 체크가 시작됐다.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가 먼저 할 게요!”

어색해하는 올리비아와 달리 서연이는 굉장히 당당하게 나선다.

임전무퇴 김서연!

자세 좋아. 칭찬해!

서연이는 레이나에게 배운 것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조마조마하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 보는 것이 아닌가?

“굉장하다!”

“정말 잘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반응이 좋다.

아니, 좋은 수준을 넘어 경악을 하는 모습이다!

그래. 내가 기대했던 반응이야!

저래야지!

“다 했어요! 헤헤.”

다 하고 나서 귀엽게 웃는 서연이에게 모두 박수를 보낸다.

“오빠, 나 잘했어?”

“응! 아주 잘했어!”

다시 생각해도 서연이는 정말 천재가 맞는 것 같다.

나는 그냥 천재 흉내를 내는 것뿐이지.

이전 삶에서 얻은 경험과 정보, 약간의 재능가지고.

그에 비하면 서연이는 나이도 한참 어리고, 재능도 충만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한다.

로렌 감독님이 감탄했다.

“오디션으로 봤을 때도 놀랐는데 지금은... 아니,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서연이가 천재인 것도 있고... 일단 레이나가 하루 종일 붙어서 열심히, 아주 잘 가르친 덕분이죠!”

“레이나라면... 제가 아는 그 빌보드의 여왕이요? 그 분에게 배우고 있는 거예요?!”

사실을 몰랐던 올리비아 메리는 크게 놀란다.

“이제 보니 빌보드의 여왕은 가르치는 기술도 대단하군요!”

“그것 참. 볼수록 신기하네. 내가 아는 레이나는 누구 가르치는 일에 그렇게까지 열정을 보일 타입이 아닌데....”

로렌 감독님과 킴벌리 씨의 감상은 조금씩 다르다.

모두 공감은 된다.

마이웨이로 살아가던 레이나가 내 동생을 무슨 친 혈육 마냥, 그렇게 아끼며 잘 가르쳐 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이번에는 올리비아의 실력을 확인해보자. 한 번 보여줘!”

아무래도 로렌 감독님, 꽤나 흥이 오른 모양이다.

이해는 간다. 본인이 캐스팅한 서연이의 성장세가 그야말로 무시무시할 정도라는 걸 확인했으니.

“네, 네에.”

한편 올리비아 메리는 크게 긴장한 모습이다.

앞서 서연이가 각인시킨 임팩트가 그만큼 강렬했기에 부담스러웠던 모양.

결국 그녀는....

“...히끅!”

노래를 부르다가 음이탈이라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날 바라보는 모습이...에구.

“사람이 실수할 지도 있지. 지금 오디션 보는 게 아니니 그냥 편하게 해요.”

“가, 감사합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승부욕을 느끼는 듯, 결연한 얼굴로 서연이를 힐끔대는 모습을 보자니 웃음만 나온다. 서연이는 테이블 위의 쿠키와 음료수를 집어 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연이와 올리비아 메리의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

용건이 끝나고 서연이와 올리비아 메리를 데리고 회사를 나섰다.

킴벌리 씨와 로렌 감독님은 비즈니스 관련 협의를 진행 할 예정.

그 동안 올리비아 메리에게 뉴욕 구경이라도 시켜줄 생각이었다.

나영웅 피디님이 신이 나셨다.

“자, 한국 팬들에게 인사 한 번씩 부탁드릴게요!”

무려 디즈니가 차세대 프렌차이즈 스타로 낙점한 어린 인재들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분량을 뽑아내겠다는 생각이 얼굴에 가득하다.

피디님이 두 사람을 상대로 미니 토크쇼를 진행하는 동안 나는 레이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어디야? ]

“미팅 끝나고 가는 중이에요. 그러는 레이나는 어디에요?”

[ 난 이미 작업실에 있지. ]

“혼자 있어요? 저녁 식사는 했고요? 안 했으면 제가 뭣 좀 사갈까요?”

[ 음, 그러면.... ]

통화를 마치고 나니 차 안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다들 하던 걸 멈추고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영웅 피디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하신다.

“김민 씨. 혹시 지금 레이나하고 통화한 건가요? 그 팝스타 레이나 맞아요?"

“그런데요?”

“그, 그러면 혹시 지금 레이나를 만나러 가는 건가요?”

“뭐... 그렇죠? 이것저것 확인해야 할 게 좀 있어서....”

“우와아아!”

“꺄아악!”

“.......!”

아이고 놀래라!

나와 서연이는 크게 놀라 귀를 틀어막았다.

세 사람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다.

특히 올리비아 메리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을 꽉 틀어막고 있었다.

... 그렇게 좋나?

아니, 나 처음 봤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잖아?

코리아 타운에 들려 간식을 구매했다.

고추장버거와 불고기 소스 감자튀김.

도깨비 방망이 핫도그 뭐 이런 것들.

“아니, 레이나가 이런 걸 즐겨 먹어요?”

“제가 소개해줬는데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레이나가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니... 뭔가 신기하네요!”

“이거 말고도 한국식 순살 양념 치킨을 특히 좋아해요. 차돌박이에는 아주 환장하고요.”

그 말에 피디님의 눈이 번뜩였다.

뭐, 뭐야. 이 양반 또 왜 이래?

이후 내뱉은 말이 가관이다.

“그러면 레이나 포함해서 다 같이 먹방 촬영 가능할까요?”

“........?”

먹...방?

잠시 그림을 떠올려봤다.

허드슨 강을 배경으로 최고의 팝스타 레이나.

차세대 디즈니 프렌차이즈 스타인 올리비아 메리와 서연이.

그리고 내가 함께 한국 음식으로 먹방을 한다?

이거 국뽕 유튜버들이 환장할 소재 아닌가?

[ 미국이 열광하고 최고의 팝스타마저 감동한 자랑스러운 K 푸드! ]

재미있겠는데?

난 씩 웃으며 말했다.

“한 번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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