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81화 (181/205)

< 181화. 김민의 맨해튼 드리밍 (2) >

“우, 우와...!”

“레, 레이나다!”

“내가.. 내가 레이나와 만나게 되는 날이 오다니...!”

나영웅 피디, 카메라 감독님. 그리고 올리비아 메리는 최고의 팝스타 앞에서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서연이는 언제나처럼 와락 가서 안기며 인사한다.

그나저나....

“아니, 내가 손님 온다고 분명히 말했는데...옷 좀 입고 다니라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어? 아, 미안. 섬에서 수영복만 입고 지내다보니 습관이....”

“거짓말하지 말아요! 원래 그랬잖아요!”

남들이 볼세라, 재빨리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셔츠를 입히고 단추까지 꼭꼭 잠가준다.

레이나가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답답한데.”

“우리만 있을 때라면 모르겠는데 지금 손님 있잖아요!”

“그래도.”

“뭐가 그래도예요?! 아무튼....”

난 헛기침을 하고, 손님들에게 방긋 웃으며 말했다.

“허드슨 음악 공방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먹자!”

“일부터 하면 안 될까요?”

“먹고 일하면 안 될까?”

“......”

“서연이는 어쩌고 싶니?”

“먹고 합시다!”

아오... 무슨 모녀도 아니고.

두 사람은 원래도 뺀질거리긴 했지만 지금은 정도가 더 심해졌다. 이상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었다.

“먹고 늘어지기만 해봐.”

음식을 세팅하려는데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무슨... 아하.

“저기, 김민 씨. 아까 말했던 그거....”

“먹방 말하는 거죠? 물어볼게요.”

레이나는 굉장히 순순히 허락했다.

“난 상관없어!”

“그렇다네요.”

기뻐하는 피디님과 감독님.

“사실 설득 과정이 좀 험난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레이나는 굉장히 도도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하잖아요.”

“역시 사람은 직접 봐야 아는 거야. 굉장히 깐깐한 여왕 타입인 줄 알았는데 털털하다 못해 칠칠한 매력도 있잖아!”

“.......?”

피디님과 감독님의 말을 전달하니 레이나는 웃음이 빵 터졌다. 올리비아 메리는 두 분 말에 공감하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서연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신나서 먹방 세팅을 하고 있었다.

난 피식 웃었다.

원래 그런 성격이 맞기 때문이다.

내가 앞에 있고, 또 내가 데려온 손님들이 최대한 편하게 대해주고 배려해주는 것뿐이지.

뭐, 한국 팬들에게 좋은 이미지 남기면 좋은 거지 뭐.

“자, 먹방 시작합시다!”

레이나, 서연이, 나, 올리비아 메리.

이렇게 네 명이 카메라 앞에 나란히 앉아 먹방을 시작했다.

“와, 정말 잘 드시네.

“정말 한두 번 먹어본 솜씨가 아닌데?”

감탄하는 피디님과 감독님.

이 양반들이 속고만 살았나?

레이나 잘 먹는다고 그렇게 말해줬더니....

먹방 촬영이 굉장히 만족스럽게 된 모양이다. 카메라를 돌려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두 분을 뒤로하고 나는 레이나에게 말했다.

“섬 이야기 좀 해봐요. 어땠어요?”

“음,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어! 그치? 서연아?”

“맞아! 풍경도 아름다웠고 음식도 맛있었고 날씨도 좋았고... 아,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것도 처음 해봤는데 진짜 재미있었어! 오빠 못 해봤지?”

정말 재미있게 보내고 온 모양이다.

둘이 아주 신이 나서 자랑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배가 아플 정도였다.

난 여기저기 다니며 생고생만 하다 왔는데!

“다음에는 저도 가요. 듣다 보니 휴가 가고 싶어지네.”

“그러면 몰디브 가볼까? 그곳이 진짜 아름답다고 하더라!”

잡담은 여기까지.

자연스레 일 이야기로 넘어갔다.

“시디 샘플 받아왔는데 한 번 봐봐.”

올리비아 메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도 보고 싶은데... 괜찮나요?”

“응. 봐.”

시원하게 대답하는 레이나.

올리비아 메리는 크게 기뻐하며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샘플 시디를 바라본다. 훅 들어오는 향기에 깜짝 놀라 바라보니.

“빨리 열어봐요. 궁금해요!”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웃는다.

어려서 그런가?

경계심이 너무 없는 것 같은데....

무려 내가 아트디렉팅을 했던 시디였다.

금방 내 모든 이목은 패키지 디자인에 쏠렸다.

“우와, 사진 정말 자연스럽고 예쁘게 잘 나왔어요!”

“레이나 예쁘다!”

올리비아 메리와 서연이가 감탄하다. 그런데 멀리서 감독님과 피디님이 뻘쭘하게 서 계시기에 손짓했다.

“와서 같이 봐요.”

“그, 그래도 되나요?”

“촬영은 안 되지만 보는 건 문제없죠.”

카메라를 두고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함께 패키지 구성품을 확인해본다.

“와, 무슨 KPOP 앨범 같아요.”

“원래 미국은 정규 앨범이라도 이런 식으로 안 만들지 않나? 그냥 시디에 케이스 정도가 전부였던 것 같은데....”

역시 방송가에 오래 몸담은 두 분은 차이점을 금방 알아보신다.

서연이와 올리비아 메리는 예쁘다고 감탄하기 바빴는데.

“제가 아트디렉팅 한 거라 그렇게 만들자고 건의한 거예요. 어디까지나 샘플이라 어떤 식으로 발매할지 정하지는 않았어요.”

“아, 그래서 시디가 두 장 준비되어 있었구나.”

“난 A,B버전으로 같이 발매하는 줄 알았는데 하나만 발매하는 거였어?”

카메라 감독님의 말에 번뜩이는 게 있었다.

“그것도 좋겠네요. 라이트 버전과 KPOP 패키지 버전으로 동시에 발매하는 거. 가격 따로 책정하는 식으로....”

난 레이나를 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KPOP 패키지 버전은 예약 주문을 받아서 구매한 사람에 한해서만 배포하는 거죠. 예약 특전으로 프리즘 포토카드 세트. 대형 브로마이드 이런 것도 끼워주고.”

그 말에 레이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어?”

“있죠. 왜냐면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발매하는 시디 음반은 보통 10달러 정도에 구매 가능하잖아요. 하지만 이건 두툼한 포토북에 포토카드에 엽서에... 구성품이 굉장히 풍부하잖아요. 10달러 수준으로 판매하기는 어렵죠.”

“흐음.”

“그렇다고 무작정 찍어 내는 건 위험성이 크니 예약 구매 한정으로 발매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그 안에 정품 코드를 끼워 넣어서 무작위 추첨 당첨자에 한해 레이나 팬 사인회에 올 수 있는 티켓을 주는 거죠.”

“팬 사인회 추첨 코드를 넣자고? KPOP은 그런 식이야?”

“네. 이것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어떻게든 팬 사인회에 가보겠다고 앨범을 수백 장에서 수천 장 이상 구매하는 사람도 있고....”

레이나는 딱 잘라 말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그런 건 내 스타일과 안 맞아. 난 내 음악을 정말 소장하고 싶은 사람만 시디를 구매해줬으면 좋겠거든.”

“아....”

“그래도 패키지 버전은 예약 구매자에 한해서만 판매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아.”

그녀가 테이블 위에 널려진 것들을 보며 말했다.

“구성품이 생각 이상으로 예쁘게 뽑혀 나온 것도 마음에 들어. 특히 포토북!”

커버뿐만 아니라 미니 포토북 역시 전체가 내가 아트디렉팅한 결과물이다.

레이나가 가진 일상에서의 매력이 듬뿍 담겨 있는 화보들은 내가 봐도 소장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여러분 소감은 어때요? 괜찮아 보여요?”

“네! 저 이거 발매하면 몇 개씩 구매할 거예요! 그리고 저도 나중에 이런 식으로 앨범을 발매해보고 싶어요!”

올리비아 메리는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

“그러면 미드스쿨 슈퍼스타 음반 제작을 이런 식으로 추진해 봅시다. 멤버들 포토 카드, 엽서 같은 것도 모두 동봉해서.”

랜덤 전략도 생각해봤지만... 그렇게 하면 상처 받는 사람 분명히 나온다.

인기 멤버 앨범만 팔려나가고 안 그런 사람들 쪽은 재고가 쌓일 테니.

불필요하게 상처와 갈등을 유발하는 전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야 패키지를 푸짐하게 추가해주는 게 낫겠지.

“와아! 그거 좋다!”

“나도 좋아!”

올리비아 메리와 서연이가 마주보고 웃으며 기뻐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마디 더 했다.

“두 사람 나중에 가수로서 솔로 앨범 발매하면 그때도 그런 식으로 해보는 것도 좋겠네.”

@

다음 날은 이른 아침부터 촬영이 시작됐다.

다니엘, 샬럿, 서연이와 가볍게 조깅하고,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각자 할 일을 위해 흩어진다.

서연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 준 다음 존로 아카데미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다니엘이 웃통을 벗고 극한의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와...!”

“노아 배우 몸이 저렇게 훌륭했어?”

감탄하는 피디님과 감독님을 뒤로하고 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아침 운동을 하긴 했지만 이제부터는 극한의 단련이 시작될 거라 충분히 몸을 풀어 둘 필요가 있었다.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뭘 하려는 거죠? 단순히 운동 배우려고 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오면서 듣긴 했는데, 존로 아카데미라고....”

“존로 아카데미는 세계최고의 액션 연출가들이 모인 곳이에요. 맨손 격투부터 각종 무기술, 스턴트 액션까지... 모든 부분에 세계적인 트레이너, 배우 분들이 모인 곳이죠.”

미래에 더 유명해질 곳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 각종 영화에 액션을 전담하고 있었다.

“저기 있는 다니엘에게 어쩌다 여기서 훈련 받게 된 건지 물어보세요. 재미있을 거예요.”

대화는 여기까지.

“민! 언제까지 게으름 피울 거야? 빨리 안 와!”

액션 트레이너의 호통 소리가 울려 퍼진 것.

“네! 지금 갑니다!”

촬영을 뒤로하고 후다닥 달려간다.

지금부터는 바짝 긴장하고 이를 악물어야 할 시간이다.

“늦어! Push-up 10회. 몇 회?”

“10회!”

“9회. 시작!”

군대 못지않은 기강!

실제 여기 계신 분들 대다수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미국 특수부대 출신들이라 그들이 현역 시절 받았고 개량해서 더 강화시킨 훈련도 체득하는 중이었다.

여기 들어와서 알았는데, 그들의 명성에 혹해서, 아니면 액션 배우가 되고 싶어서 입문한 이들 중 절반이 테스트에서 나가 떨어져 버리고, 힘들게 입문을 허락받은 이들도 극한의 훈련과 관리를 견디지 못해 뛰쳐나간다더라.

일반적인 트레이닝 과정도 그렇게 힘든데 특별 관리를 받는 나와 다니엘은 정말 죽을 맛이다.

“쉬는 동안 운동 안 했어? 상태가 이게 뭐야? 장난하는 거야?”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 새 밸런스가 엉망이 됐는데... 엎드려! push-up 10회!”

이게 괜히 트집 잡는 게 아니다.

내 신체 상태를 나보다 잘 알고 계신 분들이다. 그분들이 이렇게 호통을 칠 정도면 내가 잠깐 동안 흐트러졌던 게 맞는 거다.

어느 새 나는 촬영이고 뭐고 다 잊고, 이를 악물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

“아니....”

“와....”

나영웅 피디와 카메라가 감독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훈련 받으러 간다기에 연예인들이 흔히 받는 피트니스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슨 특전사 훈련을 받는 것 같네.”

지켜보는 입장에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강도 높고 난이도도 높은 훈련이었다.

“명훈아. 네가 보기에는 어때? 너 특전사 출신이잖아. 운동도 좀 했고.”

“흠....”

대한민국 특전사 출신인 카메라 감독은 격투, 단검술 같은 것을 유심히 보다가 말했다.

“저 친구들 델타 출신인 것 같은데요?”

“델타라면... 델타포스 말하는 거야? 세계 최고의 특수 부대라는 그곳?”

“네. 현역 시절 때 연합 훈련 몇 번 같이 했었는데... 맞네! 피디님. 저 친구들 델타 출신 맞아요!”

그리고 카메라 감독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무슨 10대 애들에게 델타 훈련법을... 인간 병기로라도 만들 생각인가?”

더 기가 막힌 것은 바로 두 소년이었다.

김민과 다니엘.

땀을 비 오듯 쏟고,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훈련을 소화하는 게 아닌가?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는 거죠. 큰 그림을 그리고 꾸준히, 굉장히 열심히 해왔을 거예요.”

“내가 봐도 그래 보인다.”

두 사람은 카메라로 두 사람의 훈련 광경을 상세히 담았다.

나영웅 피디가 중얼거렸다.

“김민은 이소룡 같고 다니엘 저 친구는 캡틴 아메리카 같네.”

몸뿐만 아니라 격투 타입 역시 그랬다.

김민이 다양한 기술을 날렵하게 구사하며 치고 빠지는 타입이라면, 다니엘은 근육질 체구에서 비롯된 무게감을 바탕으로 파괴력을 뽐낸다.

두 사람이 어떤 타입의 액션 연기를 완성해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노아와 이드라실의 특징이기도 했다.

“여기 오기 잘했다. 이거 공개하면 난리 나겠는데?”

“그러게요.”

나영웅 피디의 말에 동의하며 카메라 감독은 최선을 다해 훈련 광경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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