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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로 돌아왔다-182화 (182/205)

< 182화. 김민의 맨해튼 드리밍 (3) >

오후에 샬럿이 합세했고, 세 시까지 죽어라 운동했다.

“샬럿은 힘드니까 집에 가. 우리는 어디 좀 들렸다가 갈 테니까.”

“... 나 빼놓고 두 사람만 어디가려고?”

또, 또 저런다.

“샬럿 눈이 오우거처럼 무섭게 변했어.”

괜히 한 마디 했다가 등짝을 얻어맞고 온 몸을 비비꼬는 다니엘. 나는 으쓱거렸다.

“피곤할 텐데.”

“나도 같이 갈 거야!”

“어디 갈 줄 알고?”

“몰라. 아무튼 같이 갈래!”

“사이먼 공연장에 갈 건데?”

“.......”

고집 부리던 샬럿이 입을 다물었다.

난 슥 웃으며 말했다.

“서연이 데리고 레이나 사무실에 놀러가는 게 낫지 않겠어?”

“...  그럴까?”

그렇게 샬럿이 떨어져 나가고, 차안에서 피디님이 물어왔다.

“샬럿 양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가 뭐예요?”

“아, 그거...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Fucking!”

“당장 튀어 나와라! 내 귀가 썩는 것 같아!”

“누가 저 빌어먹을 자식 좀 끌어내! 다신 무대 위에 올리지 마!”

폭동의 현장을 보는 듯한 살벌한 공연장.

관객들이 무대를 향해 험악한 욕설을 터트리고 있고 무대 위 어린 흑인 소년은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울음을 터트린다.

“.......”

“.......”

피디님과 감독님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다니엘이 씩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이런 곳이라 싫어하는 거예요. 샬럿은 동화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애거든요.”

“아아....”

잠시 후 진행자가 나와 사태를 수습하기 시작했지만 소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때 나를 발견하고 소리친다.

“민! 구경만 하지 말고 좀 도와줘!”

“......?”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당장이라도 쿠데타를 일으킨 분위기였던 관객들이.

“민이다!”“민! 민! 민!”:

내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다니엘이 내 등을 떠밀었다.

“빨리 올라가 봐. 다들 너 찾잖아. 난 가서 저 아이 좀 달래줄게. 상처 많이 받았겠네.”

이 녀석, 몸집만 그런 게 아니라 성격도 캡틴 아메리카처럼 변했다. 쓸데없이 정의롭고 따뜻해져서....

나는 홍해처럼 갈라진 객석을 지나 무대 위로 올라갔고 다니엘은 카메라 감독님과 함께 무대 뒤편으로 이동한다. 나영웅 피디님이 객석 한편에 서서 작은 캠코더를 들고 나를 촬영한다.

나는 마이크를 받아들고 말했다.

“막 무대 경험 시작한 친구 같던데, 응원은 못해 줄망정 왜 이렇게 욕을 하는 거야? 칭찬 좀 해주고, 응? 따뜻하게 보듬어주면 얼마나 보기 좋아!”

“닥치고 노래나 좀 불러 봐!”

“귀 좀 씻어야겠어. 오랜만에 맨해튼 드리밍 한 번 가자!”

“와아아아!”

무슨 말이 안 통하는 인간들이다.

엔지니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맨해튼 드리밍 반주가 흘러나온다.

“그래. 그거지!”

“우오오오!”

열광하는 사람들.

랩과 노래를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따라한다.

내가 목청을 높일수록 관객들의 노래 소리 역시 덩달아 커진다.

볼륨이 점점 높아지며 스피커가 찢어질 듯 강렬한 비트를 쏟아낸다.

그래.

이곳이 바로 뉴욕에서 가장 빡세기로 유명한 브룩클린 라이브 클럽!

준 프로급이 아니면 야유 받고 강제로 끌어 내려지게 되는 무시무시한 장소였다.

덧붙여 미국에서 흑인 음악으로 먹고 살기 위해 모여든 이들의 마지막 시험 무대 같은 곳이기도 하다.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내려와 백 스테이지로 향했다.

다니엘이 욕을 먹고 훌쩍이던 흑인 소년 옆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 감독님과 피디님이 그 광경을 촬영 중이고.

내가 다가가 흑인 소년에게 물었다.

“이봐, 어쩌다가 이런 곳에 오게 된 거야?”

“프로가 되고 싶다면 이곳에서 인정받아야 된다고 해서....”

“누가 그런 말을 해?”

“인터넷에서요. 주위에서도 다들 그랬고...전 공연장에서 절 챙겨주던 매니저님이 추천해주셨어요.”

“어떤 공연장을 말하는 건데?”

“레드 마이크라고....”

“아, 거기에서 공연했었어? 실력이 상당하다는 뜻인데....”

“알아요?”

“잘 알지. 짹짹이가 오너로 있는 곳이잖아.”

“........?”

“이렇게 말하면 모르는 구나. 잭 말하는 거야. 레드 트라이브. Bang!”

“아, 아아...!”

“지금 존이 운영하고 있지? 가계 이름 딴 붉은 마이크 들고 다니는 친구.”

“마, 맞아요! 절 이곳에 추천해줬어요!”

“존 정도 되어야 이 무대에 올려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어디 출신이야?”

“푸에트리코요. 저 어린 시절에 이민 왔어요.”

자연스럽게 소년의 사연이 흘러나온다.

힘들게 살다가 이민 와서, 고생하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공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행히 랩에 재능이 있었고, 친구들과 비트를 만들며 작은 공연장을 전전하고 핸드 메이드로 음반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는 모양.

“친구들하고 할리우드 거리로 가서 시디 팔다가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욕먹고 쫓겨난 적도 있어요.”

“그런 곳은 이미 선점한 사람들이 있어서... 외부인은 허락 받기도 힘들어.”

“그렇다더라고요. 아무튼 거리에서 시디 파는 것도 굉장히 치열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레이블에 보내 보지 그랬어.”

“그랬는데 아무리 보내도 답변이 없어서....”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뭐, 나보고 도와 달라고?

소년의 눈에도 기대감이 담긴다.

“저 꿈이 블랙 로즈 크루가 되는 거였어요!”

난 어깨를 으쓱거렸다.

“여기에 공연하는 사람 대부분이 나만 보면 그런 소리를 하더라.”

“아....”

“일단 실력을 키우고 이곳 관객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봐. 그게 우선이야.”

금방 시무룩해지는 얼굴.

“여기 관객들이 굉장히 단순해서 실력이 그저 그런 사람 얼굴과 이름은 금방 잊어 버려. 그리고 이곳 관계자들이 야박한 사람들이 아니라 몇 번이고 기회를 줄 거야. 네가 발전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난 멀찍이서 지켜보던 스텝 한 명에게 물었다.

“안 그래?”

“맞아!”

“거 봐.”

비로소 소년의 얼굴이 희망이 떠오른다.

다시 이 무대를 밟지 못할 까봐. 그게 가장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무대 지켜봐. 지금 공연하는 사람들이 왜 인정받는지 분석해서 네 스킬로 만들어.”

“... 네! 고마워요!”

금방 힘을 내서 객석으로 돌아가는 흑인 소년.

다니엘이 다가와 감탄하듯 말한다.

“대단하다. 난 아무리 해도 안 되던데....”

“너야 아무 공감대가 없으니까 그런 거지. 반대로 여기가 촬영장이고 저 소년이 조연, 단역 출연자였다면 나보다는 네가 더 힘이 되었을 거야.”

“그런가?”

다니엘의 태평양처럼 넓은 가슴을 주먹을 툭 치고 나영웅 피디님에게 말했다.

“이제 아셨겠지만 이곳에 공연하러 온 사람 대부분이 음악으로 성공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제가 기회를 마련해 줄 테니 인터뷰 한 번 해보세요.”

난 씩 웃었다.

“맨해튼 드리밍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실 테니까요.”

굳이 친구들의 업장이 아니라도, 난 주기적으로 뉴욕의 이름난 공연장을 돌아다녔다. 무대 경험을 쌓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좋은 인재를 발굴해서 스카웃하기 위함이다.

“어떻게 그런 걸 하게 된 거예요?”

“킴벌리 씨가 제안하더라고요. 직책 하나 줄 테니까 공연 하러 다니다가 좋은 인재 발견하면 회사로 좀 보내 달래요. 오디션 보고 괜찮으면 정식으로 계약하겠다고.”

“킴벌리 씨라면 저번에 뵌 블랙 로즈의 여자 대표님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요. 아이작이 저에게 있어서 미국 아빠라면, 킴벌리 씨는 미국 엄마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직책이고뭐고... 그냥 돕는 셈치고 하는 거죠.”

사실 월급, 성과급 같은 것도 받기로 되어 있긴 한데 내 수익에 비하면 신경 쓸 금액은 아니다.

말 그대로 의리로 도와주는 거다.

미국에 와서 흑인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된 다니엘과 나란히 서서 무대를 감상한다.

“저기 저 사람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긴 한데... 흠, 색이 좀 애매하네.”

잠시 카메라는 무시하고 일에 전념한다.

모처럼 왔으니 뭐라도 하나는 건져가야 하지 않겠나?

“오, 저 여성 래퍼 진짜 멋진데?”

“나도 같은 생각이야.:

마침내 한 명 나왔다!

굉장한 비주얼을 가진 흑인 여성 래퍼!

무대 오르자마자 비주얼로 엄청난 환호성을 자아낸 그녀는 랩으로 사람들을 녹다운 시켜 버렸다.

모처럼 좋은 인재가 나왔구나!

백 스테이지로 가서 기다렸다가 그녀가 내려오자마자 다가가 명함을 건네려 했다.

“와우! 민! 맞죠? 저 팬이에요!”

그런데 그녀가 먼저 날 알아보고 소녀처럼 기뻐하더라.

굉장히 성숙한 미녀로 봤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어린 티가 난다.

“혹시 나이가...?”

“저 열 여섯 살이에요!”

“........”

미성년자였네.

야, 솔직히 이거 반칙 아니냐?

무슨 미성년자에게 이런 성숙미가....

커흠!

“혹시 괜찮으면 블랙 로즈에서 오디션을 볼 생각이...?”

“있어요! 대신 제 오디션은 민, 당신이 직접 주관해주세요! 합격하면 프로듀싱도 해주세요!”

... 바라는 것도 많다.

그런데 그녀 정도의 인재라면 나도 나쁠 것 없지.

“좋아요. 이름이 뭐죠?”

“사라 굿이에요!”

“오, 이름 예쁘고 멋져요.”

“사라라고 부르셔도 되요. 굿도 나쁘지 않아요!”

사라 굿,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사고뭉치 슈퍼스타.

엄청난 실력과 스타성으로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워너비가 되지만,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성격으로 내 골머리를 썩게 만든... 평생의 원수와의 첫 만남이었다.

난 오늘을 두고 평생 땅을 치며 후회하게 한다.

못 본 척 외면했어야 했는데!

아니, 아예 이곳에 오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

사라 굿과의 오디션 약속을 잡아 놓고 블랙 로즈로 이동했다.

내일 아침 로렌 감독님과 올리비아 메리가 LA로 떠나는데, 마지막으로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나영웅 피디님과 카메라 감독님은 숙소로 돌아가셨다.

킴벌리 씨와 아이작도 참석한 그 자리에서 사라 굿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비주얼도 실력도... 곡만 잘 만난다면 단숨에 데뷔해서 스타가 될 제목이에요.”

“맞아요. 무대에서 보고 전율을 느낄 정도였어요!”

나와 다니엘의 호언장담에 다들 관심을 보인다.

킴벌리 씨가 특히 관심을 갖았다.

“네가 그렇게 칭찬할 정도라니... 어디 좀 보자. 사진, 영상 촬영은 해놨겠지?”“물론이죠!”

사진과 무대 공연 영상을 보여줬다.

모두 한 번씩 돌려본 뒤 감상은 다음과 같았다.

“어머나 예뻐라!”

“이렇게 예쁜 소녀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프랑스 출신 모델 코라 엠마누엘 보는 것 같아요!”

올리비아 메리의 말에 모두가 그 이름을 찾아 검색해본다. 그리고 감탄했다.

진짜 닮았다!

“그러게. 닮았네. 우와....”

정확히 말하면 사라 굿 쪽이 키도 더 크고 훨씬 볼륨감이 있다.

“이 아이는 곡만 잘 뽑히면 무조건 성공하겠다.”

“끼도 충분한 것 같으니 연기도 가르쳐보는 게 어때요? 성공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이는데....”

오죽하면 그 까다로운 아이작, 그리고 로렌 감독님까지도 이런 말을 할 지경이니....

내심 운이 좋았다 생각하며 뿌듯하게 웃었다.

... 내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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