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86화 (186/205)

천재로 돌아왔다 186화

134. 천재의 등장(1)

크고 화려한 연습실에 음악과 열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뒷문으로 들어가서 구석에 앉는다.

사라 굿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댄스 트레이너가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 온다. 나 역시 가볍게 화답해 주고 사라 굿의 춤에 집중했다.

백색의 레깅스와 브라탑.

긴 머리를 잘근 동여매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 춤에 몰입하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 아마추어의 수준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볼수록, 정말 대단한 원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주얼, 실력, 무언가에 몰입할 때 외부로 뿜어내는 아우라 등등. 모든 면에서.

음악이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사라 굿이 나를 발견했다.

단숨에 표정이 밝아진다.

"맛있는 거 사왔어요?!"

"내가 너 맛있는 거나 사주는 사람이니?"

물론 사가지고 오긴 했지만…….

타오르는 열정만큼이나 연습량이 굉장해서 에너지를 제때 공급해 줄 필요가 있었다. 식단 관리 해주는 영영사로부터 추천을 받은, 적당히 맛도 있고 영영가도 높은 간식들을 풀어 놓자 박수까지 치며 좋아한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

애가 참 복스럽게 잘 먹는다.

난 가만히 지켜보다가 툭 말을 던졌다.

"너 미니 앨범 곡 다 나왔다."

"……!"

순간 사라 굿의 행동이 그대로 정지됐다.

커다란 눈만 깜빡거리며 날 바라보던 그녀는.

"꺄아악!"

"……!"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비명을 질러댄다.

음식물을 브레스로 뿜어내는 수준이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동안 사라 굿은 연습실을 방방 뛰어다니며 기쁨을 표출했다.

"데뷔! 데뷔한다! 데뷔! 데뷔!"

저렇게 기뻐하니 내가 다 당황스럽다.

아니, 저렇게 데뷔하고 싶었어?

물론 평상시 데뷔데뷔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곡 가지고 왔죠? 들려줘요!"

후다닥 달려와 내 옆에 쪼그려 앉으며 콕콕 찌른다. 재촉하는 모습이 귀엽다.

그 전에…….

"연습 끝났으면 샤워부터 하고 와라. 땀 냄새 난다."

"괜찮아요. 저는 땀에서 이상한 냄새 안 나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서 샤워해."

"괜찮은데……."

"쓰읍……!"

내가 눈을 부릅뜨고서야 투덜투덜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라 굿.

사실 이런 식으로 행동거지에 대한 내 나름의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세공은 안 좋다고 했으면서, 생각과 행동이 다르지 않냐고?

아니…… 사람이 좀 씻고 다녀야 할 거 아니야?!

사라 쟤는 씻지도 않고 자기 꾸미는 법도 전혀 모른다.

빈민가에서 워낙 험하게, 없이 자라다 보니 안 좋고 거친 습관들만 온몸에 가득하다. 결정적으로 애가 세상 무서운 걸 너무나도 모른다.

경계심이라는 게 없다.

본인의 아름다움이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자각을 못 한다.

그래서 하나하나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다 씻었으니 빨리 음악 들려줘요!"

잠시 후, 대충 물만 끼얹고 제대로 닦지도 않은 모습으로, 땀에 젖은 브라 탑과 레깅스를 그대로 입은 채 등장한다.

내가 저럴 줄 알았다.

난 쇼핑백을 하나 꺼내 내용물을 던지며 말했다.

"이걸로 갈아입어. 그리고 앞으로 땀 흘리고 씻은 뒤에는 꼭 새 옷으로 갈아입어. 수건으로 물기도 제대로 닦고. 알았어?"

"……에이, 잔소리꾼."

"어허!"

"알았어요. 알았다니까?!"

……말 더럽게 안 듣는다 정말.

청바지와 티셔츠, 재킷을 제대로 걸친 걸 확인하고서야 음악을 들려줬다. "

"미니 앨범은 총 네 곡으로 이루어질 예정이야. 우선 첫곡은……."

"그냥 음악이나 들려줘요! 제가 들으면서 판단할 테니까요!"

"……에휴."

한숨을 쉬며 첫 번째 트랙을 재생했다.

묵직하고 어택감이 강한 킥과 베이스 리듬을 위주로 미니멀하게 구성된 팝 댄스.

리드, 퍼커션 같은 것들이 들어가지만 후추 수준의 비중이고 중점은 베이스와 사라 굿의 목소리, 그리고 댄스였다.

비트가 나오고 5초 만에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마구잡이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와우, 이 곡 좋다! 나 이거 할래!"

그냥 생각 없이 막추는 춤인데 굉장히 멋있다.

……원래 안무를 짜두긴 했는데 그냥 폐기해야 할 것 같다. 음악만 던져주고 무대 위에서 알아서 놀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으니까.

노래가 끝나자 신이 나서 묻는다.

"제목이 뭐예요?"

"Good Girl. 사람들이 말하는 통상적인 '좋은 여자'를 거부하고 내 개성대로 살아가겠다는 내용을 담아봤어."

난 씩 웃었다.

"너하고 딱 맞지?"

"맞아요! 그게 제 성격이잖아요!"

말하자면 사라 굿은 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정체성과 자기 스타일이 확고히 잡혀 있다.

주위에서 뭐라고 자기 자신이 옮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간다.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참 힘들다.

"두 번째 음악은 뭐…… 이것도 듣고 판단해 봐."

사라 굿은 내가 준비한 네 개의 트랙을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다.

"딱 일주일 줄 테니까 알아서 연습해 와. 그리고 바로 녹음 들어갈 거야."

"오오!"

"연습, 체력 단련, 관리는 빼놓지 말고 해. 조금이라도 상태 이상해져 봐. 데뷔고 나발이고 끝장인 줄 알아."

"에헤헤.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믿어 봐요. 저 믿죠?"

"아니."

곡을 던져주고 연습실을 벗어나 킴벌리 씨 집무실로 향했다.

그녀는 내가 바로 전날 건네준 사라 굿 데뷔 미니 앨범을 감상 중이었다.

앉은 상태로 즐겁게 리듬을 타며 그녀가 인사한다.

"왔니? 사라 굿 보고 오는 거야?"

"네. 곡 던져주고 왔어요. 다음 주에 녹음하기로 했는데…… 애가 제 말을 잘 지킬지는 모르겠네요."

"통제되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사라 굿의 매력 아니겠니?"

"그냥 저대로 놔두면 야수가 따로 없어서 어느 정도 길은 들여놓을 필요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사라 굿의 데뷔 프로모션으로 이어간다.

"제 생각인데, 굳이 티저니 뭐니…… 이런 방식의 홍보 전략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트랙이 네 개잖아요. 시간을 두고 뮤직비디오를 하나씩 공개하는 거죠."

"네 개 트랙 모두 뮤직비디오를 만들자는 거지?"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가 민망하긴 한데, 트랙 전부 타이틀곡 수준이에요. 레이나에게 들려줬으면 시간 두고 전부 본인 싱글로 발매했을 걸요?"

"음,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구나. 내가 듣기에도 하나같이 곡이 워낙 좋아서……."

"그리고 한 순간에, 정말 어느 날 갑자기 강렬한 임팩트를 주고 싶어요. 티저니 뭐니…… 찔끔찔끔 간을 보면서 이미지를 적응시키는 게 아니라……."

이 부분은 고민이 많았다.

현시점에서 나는 미국 음반 시장에서 손꼽히는 슈퍼 프로듀서로 자리 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세 명의 랩 스타들을 발굴했고, 빌보드 및 주요 차트 1위를 휩쓰는 메가 히트곡을 만들었으며 레이나의 앨범은 300만 장을 넘어 400만 장을 향해 치닫는 시점이다.

한국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에서는 엔 플라워와 에버가든을 크게 성공시켰고.

김민의 신인 가수.

이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거기에 사라 굿이 가진 엄청난 스타성이 함께한다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거예요. 잔잔하던 이 연못에 엄청난 크기의 돌이 쾅! 던져지는 순간인 거죠."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구나. 재미있겠네. 그러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킴벌리 씨가 내 의견에 관심을 보인다.

나는 내가 생각한, 사라 굿만의 데뷔 전략을 하나 늘어놓았다.

* * *

늦은 밤.

집에 돌아와서 다 함께 저녁 식사를 먹은 뒤 이메일 업무를 시작했다.

회사 메일 계정으로 여러 개의 동영상 파일이 도착해 있었다.

내가 육성하는 남녀 데뷔조의 노래와 춤 연습 영상이었다.

영상을 하나씩 주의 깊게 보며 코멘트를 길게 남긴다.

칭찬할 건 칭찬하고,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세밀하게 방향성을 지시하고.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 보며 지도를 할 수 없으니 이런 식의 방법을 채택한 것.

그런데 이게 꽤나 효과가 좋았다.

지면으로 피드백을 하게 되니 딱 해야 할 말만 하고, 쓸데없는 잔소리 같은 건 안 하게 된다.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며 점점 프로의 모습을 갖추는 게 보인다.

……물론 애들 역량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도 있겠지만.

피드백 업무를 마치고 미디 작업을 시작했다.

대표님의 말대로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청량하고 싱그러우며 자연스러운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있다.

안무 역시 각이 딱딱 맞고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군무 타입보다는, 어느 정도 동작을 맞추긴 하지만 자유분방하게 즐기는 방향으로 구성 중이다.

2020년 이후에나 나올 법한 청량한 하이틴, 청순 컨셉을 남녀 두 팀에 똑같이 적용할 생각이다.

근본적인 컨셉이 비슷하다고 해도 두 팀 인원들이 타고난 개성이나 성별 같은 조건부터가 차이가 있으니 이는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아침이 밝아 오기 전에 데뷔 싱글과 비주얼, 안무 컨셉을 완성할 것이다.

* * *

이른 아침.

장진영은 출근하자마자 이메일부터 확인했다.

"왔구나!"

뉴욕에서 김민이 보내온 이메일이 있었다.

과연 이 녀석이 또 어떤 곡과 컨셉을 만들었을까?

이 생각 때문에 며칠 동안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작업에 방해될까봐 연락도 못 한 채 계속 이메일과 휴대폰만 만지작거렸으니…….

"빨리 확인해 보자!"

두 개의 압축 파일이 있는데 하나같이 용량이 크다.

그런데 압축 파일의 이름들이 의미심장하다.

[이노센트/유니크]

'그룹 이름인가?'

이노센트는 순수와 결백, 유니크는 특별함과 독특함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어디 이노센트 파일 압축부터 풀어볼까?'

이노센트.

10인조 여자 신인 걸그룹.

데뷔 싱글 타이틀곡은 피어나다(come into bloom).

"오오……."

엑셀 파일은 비주얼 컨셉으로 꾸며져 있었다.

90년대 미국 드라마 여자 주인공들의 패션을 현대적인 액세서리와 색감 등의 조합으로 재해석했다.

"좋아. 아주 좋아!"

바로 음악을 들어본다.

일렉트릭 피아노와 기타, 신디 사이저의 화음이 청량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전 곡들과 달리 드럼, 베이스 사운드가 약하고 부드럽게 조율된 편인데 퍼커션과 하이햇이 트렌디한 비트를 만들어주고 있다.

곡이 끝나자 장진영은 환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와아, 노래 좋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청량하고 하이틴스러워!"

이어 영상을 본다.

김민이 집 옥상 정원을 배경으로 촬영한 안무 영상이었다.

곡 스타일과 비주얼 컨셉을 의식했는지, 하이틴 패션으로 옷을 차려입었다.

살짝 데미지가 있고 물이 빠진 청바지에 감각적인 프린팅의 티셔츠. 줄 팔찌와 귀걸이, 목걸이 등등.

'얘도 이런 컨셉으로 한 번 하면 좋겠는데…….'

춤이 가볍고 자유분방하게 구성되어 있다.

조금 연습하면 누구나 따라 하며 멋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방의 임팩트는 없지만 청량한 하이틴 컨셉과 굉장히 조화를 잘 이루는 구성이야.'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이 순간, 장진영은 수제자의 경이로운 성장 앞에 뿌듯함을 보였다.

'이건 합격! 이제 '유니크' 파일을 살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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