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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로 돌아왔다-189화 (189/205)

천재로 돌아왔다 189화

135. 김민의 프로듀싱(1)

-김민이 온다!

이를 악물고 데뷔 싱글을 연습하던 스무 명의 데뷔조에게 비상이 걸린 순간이었다.

"인사 제대로 하고……."

"절대 흐트러진 모습 보이지 마. 우리가 잠깐의 시간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거야!"

연습 기간 동안 자연스레 리더로 부각된 인원들은 팀원들의 복장 상태를 손수 점검했다.

'허술하게 보일 수는 없어.'

'우리가 그동안 준비를 열심히 해왔다는 걸 보여줘야 해.'

잠시 후.

"피디님 도착!"

누군가로부터의 외침에 연습실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과 오를 맞춰선 채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연습생들의 모습은 잘 훈련된 군인과 같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한 사람씩, 회사 최고 인력들이 들어온다.

팀장들, 디렉터들, 장진영 대표.

그리고.

'피디님이다!'

'김민 피디님……!'

김민!

잠깐 사이 키가 더 크고 몸이 더 성장한 것 같다.

특히 어깨와 등판이…….

연습생들이 한껏 긴장하는 동안 들어온 이들은 하나같이 당황한 얼굴들이었다.

"야, 내가 안 시켰어! 저거 지들끼리 저러는 거야!"

"……."

"정말이야. 와 진짜 억울하네!"

회사 내에서 장진영 대표를 저렇게 몰아세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김민의 위엄을 체감하게 된 데뷔조였다.

자신들로 인해 장진영이 연습생 군기나 잡는 대표라는 인식이 박혔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한 채.

"흐음……."

시선이 닿는 순간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

엄청난 긴장감이 밀려온다.

스무 명의 소년, 소녀들은 침만 꼴깍 삼킨 채 긴장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침에 잠은 잘 잤어요?"

부드러운 음성.

그러나 소년들에게는 천둥의 음성처럼 들려온다.

"네!"

"아니, 이곳이 무슨 군대도 아닌데……."

이번에는 신인 개발 팀장이 한 소리를 듣는다.

"넌 인마! 애들한테 평소에 어떻게 대했으면 무슨 신병교육대 입소한 애들처럼 저래?"

"맞아. 팀장님 너무 하셨네."

"아, 아니…… 난 아무것도 안 했……."

평소에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던 신인개발 팀장이 사제지간의 공격 앞에 진땀만 흘린다.

"푸웃!"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고 곧 살벌한 정적이 일었다.

실수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소년, 소녀들을 김민이 자상한 음성으로 다독인다.

"쓸데없이 군기 잡혀 있는 것보다 훨씬 낫네. 힘 빼고 편하게 있어요. 우리가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맞아. 잡아먹지는 않고 마음에 안 들면 집에 가라고 하겠지."

"……!"

힘을 풀…… 뻔했는데 이어진 장진영의 말에 다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농담이야. 얘들아.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하지 마."

"농담처럼 안 들리니까 그렇죠. 하여튼 대표님이나 팀장님들이나……."

"우린 왜?!"

"우린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자자. 다치면 안 되니까 테스트 전에 스트레칭부터 해봅시다."

* * *

생각 이상으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몸 상태가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이 큰 것 같다.

그리고 그 원인은 아마도 나겠지?

'따지고 보면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도 않는데…….'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연습생도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을 하늘처럼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심정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도 스타더스트 데뷔 때 그랬으니까.'

프로듀서, 대표, 팀장들을 보면 얼어붙어 버렸던 그 시절.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먹히지 않겠지.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였다.

'뭐, 이런 관계도 나쁘지는 않아. 어쨌든 내 말은 잘 들을 테니까.'

지금이야 간이고 쓸개고 다 빼서 충성을 바칠 듯 그러지.

연차 쌓이고 인기 생겨 봐라.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가는 순간부터 본성이 나올 거고, 저 중 몇몇은 제어 불능의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대표님 말에 의하면 이건 필연적인 수순이라더라.

'그런 면에서 에버가든이 여러모로 특이하다고…….'

신인 소리 들을 단계가 지났고, 데뷔부터 크게 성공해서 팬덤 규모도 무지막지하다.

그럼에도 분열이나, 쓸데없이 으스대고 다니는 친구들이 없다고…….

'반지희와 주세아의 활약이 크다고 했지?'

그룹 중심이 되는 이들이 확고히 자리를 잡아주면 다른 멤버들도 엇나갈 생각 자체를 못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매니저나 소속사 어른들보다는 같은 멤버들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

'두 팀의 경우에는…….'

남자팀은 박소문이 눈에 띈다.

나서서 데뷔조들의 스트레칭을 주도하는데 굉장히 당당하고 기세도 좋다. 연습생들도 그 말을 굉장히 잘 따른다.

'엘리트 체육인 출신이라 그런지 역시 뭔가 다르군.'

여자팀 중에는 주세아의 사촌 여동생 주세연이 눈에 띈다.

단체로 스트레칭을 마치고 남녀 팀이 각자 떨어져 테스트를 준비하는데, 여자팀은 주세연이 나서서 리드 중이다.

'외모는 완전 주세아 미니미인데 성격은 많이 다르네.'

밝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모두를 대하는데 허울이 전혀 없어 보인다.

비주얼과 역량도 에이스급이라 자연스럽게 여자팀 리더로 자리 잡은 케이스로 보인다.

신인개발팀장님 리포트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준비됐으면 여자팀부터 보여주세요."

앞으로 나와 대열을 갖추는 여자팀, 이노센트.

곧 데뷔 싱글 <피어나다(come into bloom)>가 재생된다.

'시작 부분부터 편곡이 바뀌었네?'

원래 내 버전은 힘을 빼고 부드러우면서 유연하게, 그리고 청량한 하이틴 컨셉으로 구성이 펼쳐졌었다. 최대한 자극적인 요소를 덜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시작 부분이 꽤나 에너제틱하게 바뀌었다.

일렉트릭 피아노 대신 파워 넘치는 그랜드 피아노가 화사하게 펼쳐지고 묵직하고 펀치감 있는 베이스 기타, 드럼 셋이 기운차게 포문을 연다.

다 함께 빙글, 턴을 하며 파워 넘치는 안무를 선보인다.

내가 짠 안무를 기반으로 이것저것 손을 본 것이다.

발차기도 날리고 허리가 부서지도록 빙금 돌리고 꺾고…….

'어우, 난이도가 확 높아졌는데?'

그런데…….

'나쁘지 않아.'

에너제틱한 하이틴!

내가 설계한 느낌과 확실히 살라졌는데 청량하고 순수한 느낌은 또 그대로 살아 있다.

노래도 그냥 부르지 않고 가사, 반주 분위기에 맞춰서 애처롭고, 순수하고, 귀엽고, 상큼하고…… 각자 다른 캐릭터를 연출한다.

-쿵!

"하아, 하아!"

"후우, 후우."

그렇게 곡이 끝났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이노센트 멤버들의 이목은 날 향해 빛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쏟아진다.

내 평가를 기다리는 것.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짝짝짝짝!

난 힘껏 손뼉을 쳤다.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굉장히 흡족스러운 얼굴로.

"……!"

소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일부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아니, 이미 울고 있잖아?!

아무튼, 다들 기쁨을 주체 못 하는 느낌이다.

대표님도 덩달아 들떠서 외친다.

"바로 남자팀 보자!"

"네!"

우르르 몰려나와 순식간에 대열을 갖추는 유니크 멤버들.

트로피컬 댄스 팝이 흘러나오는데…… 이번에도 편곡과 구성이 바뀌었다.

We are.

나는 분명 청량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로피컬 댄스 팝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는 이비자 섬 클럽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까부터 내 눈치만 살피는 대표님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누가 적극적으로 협조했는지 충분히 알 만했다.

아직은 어린 청춘들이 말 그대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그런데 신기한 건 절대 각개전투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대열을 맞춰 함께 춤을 추면서 그런다는 거다.

우리는 누가 정해준 대로만 하는 팀이 아니라고 시위라도 하듯이.

그래서 굉장히 흥겹고 새롭다.

눈이 즐겁다.

처음에는 분명 크게 긴장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를 보고 웃으며 즐기는 모습에 나조차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곡이 끝나고.

짝짝짝짝!

다시 한번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어? 고개 안 끄덕이셨어."

"미소도 안 지으셔……."

뭐? 그것도 해줘야 하는 거였어?!

냉큼 바라는 대로 해줬더니.

"우와! 감사합니다!"

그제야 뿌듯해하는 게 아닌가?

……참 별걸 가지고 그러네.

이후로 모두 모여 가벼운 회의를 진행했다.

"바로 뮤직비디오, 비주얼 작업 들어가시면 될 것 같고 그냥 싱글 하나씩만 덜렁 내는 건 조금 그러니까 리드 띄워서 컨셉에 맞는 좋은 곡 수집 좀 해보죠. 외국에도 곡을 받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회의는 프로듀서는 내가 주도했다.

"참고로 두 팀은 나영웅 피디님 예능으로 첫 데뷔를 하게 될 거예요."

"……!"

"……!"

두 팀이 깜짝 놀랐다.

"이노센트는 일반 손님들을 대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거고, 유니크는 작은 마을이 있는 섬에 표류해서 삼시 세끼 챙겨 먹는 예능을 하게 될 겁니다."

웅성거리는 두 팀.

걱정부터 되는 모양이다.

"야, 그것도 말해줘야지."

대표님이 옆에서 툭툭 친다.

난 슥 웃었다.

"두 프로그램에 저도 참여할 거예요. 아무래도 여러분들만으로는 인지도도 부족하고 방송 분량도 좀 걱정되니까……."

"다행이다!"

"휴우."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린 뒤 한껏 기뻐한다.

내가 함께한다면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두 팀 모두 역할 몰입에 앞서 필수 교육들을 받을 예정이고, 그 시점부터 촬영에 돌입할 거예요. 뭐, 그건 때 되면 알아서 진행할 테니 알고만 있으면 될 것 같고……."

여기서 잠시 고민.

"갑자기 이런 임무를 주면 팀워크가 잘 맞을 리도 없고, 모두들 적응이 안 돼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 그 전체 팀끼리 여행 한 번 갑시다. 두 팀 리더."

"네!"

박소문은 당당히 나섰지만

여자팀은 서로 눈치만 본다.

정확히는 주세연을 보고 있었다.

"왜 나를 봐?"

"네가 리더잖아."

"내가?!"

"놀라기는…… 지금까지 리더 역할 잘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맞아. 그냥 네가 리더 해!"

등 떠밀려서 리더로 결정!

난 주세연과 박소문에게 말했다.

"뮤직비디오 촬영 끝나면 시간이 좀 남을 거예요. 그때 팀끼리 여행을 떠날 예정인데, 데뷔곡 포함해서 라이브 퍼포먼스 패턴을 좀 넉넉하게 만들어뒀으면 좋겠어요."

다들 날 의아한 듯 본다.

대표님과 팀장님들, 디렉터분들까지 포함해서.

"뭐 할 생각인데?"

"우리 친구들, 뉴욕 구경 좀 시켜주려고요."

"……!"

휘둥그레진 눈으로 헛숨을 들이키는 두 팀.

난 슥 웃으며 말했다.

"데뷔하면 여행할 시간이 없을 거예요. 에버가든처럼요."

"하긴……."

"그리고 말씀드렸지만 아무리 내가 있다고 하지만…… 첫 활동이라 팀워크도 안 맞고, 우왕좌왕할 거예요. 그 전에 서로를 잘 파악할 수 있고, 친분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거죠."

난 설렘으로 가득한 두 팀을 보며 말했다.

"본바탕이 워낙 선하고 배려심도 많은 친구들이니, 계기만 줘도 알아서 잘 해낼 거예요. 그쵸?"

"네!"

우렁찬 대답.

"타임스 스퀘어, 브로드웨이 뮤지컬……."

"우와아……!"

"뉴욕의 소문난 맛집과 멋진 카페들……."

"꺄아악!"

"한 번쯤 경험해 보면 좋잖아요. 안 그래요?"

"우와아아아!"

세찬 함성이 터져 나온다.

"겸사겸사 브이로그도 촬영하고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뭔가 떠오른 게 있었는지, 이정연 팀장님이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기록한다.

"좋은 경험도 좀 시켜줘야죠. 제 친구들을 소개해 줄게요. 레이나, 사이먼 블랙 뭐 이런……."

"꺄아악!"

처음의 엄격한 군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얼마나 기쁜지, 하나같이 자지러지는 중이었다.

대표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귓속말한다.

"이러면 예산이 너무 커져서 재정 팀에서 안 좋아할 것 같은데…… 나 설득할 자신 없어."

알고 보면 우리 회사에서 가장 권력이 센 팀이 총무 팀이라더라.

난 담담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사비로 쓸 생각이었어요."

"……너 돈 많냐?"

"네."

처음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감당이 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너무 불어나서 주체를 못 할 지경이다.

요즘은 곡 작업 이상으로 돈 굴릴 고민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 정도 써 봐야 티도 안 나요."

"와…… 너 진짜 재수 없다."

"제가 누구를 보고 배웠겠어요?"

"웃기네. 나 그런 건 안 가르쳐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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