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로 돌아왔다 190화
135. 김민의 프로듀싱(2)
KM과 달리, LK와 JJ는 수시로 곡을 무한정 쌓아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대체로 메인 프로듀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 그들이 곡을 쓰지 못하면 가수들 역시 활동을 못 한다.
"이런 건 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봐요. KM을 본받도록 하죠."
"그게 바로 제가 항상 주창하던 거였는데 그때마다 누군가 반대해서……."
이정연 팀장님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대표님께 쏠린다. 대표님은 당당히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난 그거 좀 별로야."
"이유가 뭔데요?"
"그러면 무슨 가수 만드는 음악 공장 같잖아!"
"그게 바로 LK와 JJ가 항상 KM에게 뒤처지는 이유라는 건 생각 안 해보셨나 봐요?"
"우리의 매니지먼트는 아티스트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거든?"
"KM은 아닌 줄 아세요? 다만 다른 점은 아예 처음부터 선택의 폭을 굉장히 넓혀놓는다는 거죠."
"야, 그렇게 안 해도 지금은 우리가 더 잘나가잖아! 뭐가 문제야?"
"지금은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전반적인 가치 평가로만 따지면 KM의 입지를 무시 못 해요. 당장 봐요. 아이돌 그룹들의 세대 변화 중심이 KM 신인 그룹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거요."
2세대 아이돌, 3세대 아이돌…….
KPOP에서의 이런 기준은 철저히 KM 중심으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KM이 신인 아이돌 그룹을 내면 그 순간 세대가 넘어가는 식이다
"이게 왜 그러겠어요? KM은 꾸준하거든요. 그 회사는 대중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분석하고 미리 준비해놓는 프로세스를 정착시켰어요. 우리나 LK가 일부 프로듀서들의 그때그때 감성에 의존하는 것과 다르단 말이죠."
"음……."
"이런 방식은 한계가 올 수밖에 없어요. 기업이면 기업답게, 모든 집단이 하나가 되어 분주히 움직여야죠. KM처럼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대표님은 여전히 굴하지 않는다.
"네 말 중에 틀린 게 있어."
"뭔데요?"
"실패하는 법을 모른다고 했지? 천만에! 스타더스트, 지금 망하고 있잖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침음성.
확실히 스타더스트는 지금 당장 상황만 보면 무척 부진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들은 결국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할 것이다.
……내가 어떻게든 방해하겠지만!
하지만 그건 별개의 이야기고.
"스타더스트, 뜨긴 뜰 거예요."
"뭐?"
"글쎄, 지금 상황 보면 전혀……."
회의실이 살짝 소란스러워졌다.
모두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대표님은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KM에서 그렇게 만들 테니까요.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팀이잖아요. 멤버들이 잠재력이 있는 편이긴 하고."
내가 싫은 것과 별개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야지.
그래야 제대로 상대해서 밟아줄 수 있을 것 아닌가?
"처음부터 성공하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스타더스트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착실히 성장 중인 팀이에요. 조만간 포텐이 터질 거예요."
"음……."
"아무튼 KM 곡 수급 방식을 우리도 좀 배울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아티스트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거,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그치? 네가 봐도 괜찮은 아이디어지?"
대표님의 표정이 바뀐다.
칭찬에 목말라 하는 고릴라의 얼굴로 변했다!
"네. 곡을 분석하게 하고, 정리해서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획을 제안하도록 하는 거. 그리고 냉정한 평가와 수정을 거쳐 완성된 기획을 실제로 구현시켜 주는 거. 아주 좋았어요. 누구 아이디어였어요?"
"바로 나!"
당당하게 자신을 가리킨다.
"위험성이 있지만 스무 명 애들 역량이 워낙 뛰어나고 무엇보다 리더를 중심으로 단합이 잘되는 거 보고 질러 본 거지."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그 선택이 저 친구들, 이노센트와 유니크를 정말 훨훨 날아오르게 만들 거예요."
여기서 건의!
"그런 방식을 다른 팀에게도 적용시켰으면 좋겠어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아무튼, KM 곡 수급 방식을 모방하자…… 음, 이건 좀 고민 좀 해볼게."
* * *
녹음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워낙 실력이 좋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거친 곡이라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어디서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어, 피디님. 이 부분은 이렇게 한 번 불러볼까요?
심지어 녹음 중, 본인들이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하더라.
새삼 내 선택이 옮았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만든 곡을 손대게 하면 저작권도 찢어지고, 곡이 성공하더라도 여러모로 이득이 덜해지겠지만…… 성장의 발판이 된다면 못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 효과는 지금 나타나고 있었다.
"마치 자기들이 만든 곡처럼 잘 이해하고 있어서 좋네."
녹음 분위기가 굉장히 좋고, 그래서 생각 이상으로 결과물도 좋게 뽑히고 있다.
난 우려를 담아 말했다.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 되고, 최종적으로는 멤버 전원이 온전한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당연히 그래야지. 야, 솔직한 말로 저런 초짜들에게 자신의 대작을 마음껏 헤집어도 좋다고 말할 프로듀서가 어디 있냐? 대부분은 내가 그러겠다고 해도 질색해. 네가 특이한 거야."
난 말없이 웃었다.
두 팀의 녹음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소고깃집에 데려갔다.
"눈치 볼 거 없이 마음껏 먹어요. 돈 걱정 따위 하지 말고."
"우와아아!"
"피디님 만세!"
어쨌든 내가 뽑아 육성하는 그룹이라 그런 걸까?
연령대는 나와 큰 차이도 안 나지만, 이상하게 아들딸을 보는 기분이 든다. 맛있는 게 먹는 모습도 굉장히 뿌듯하게 다가오고.
그래도 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대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인원수가 많은 팀이고 다들 나이가 어리다 보니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면 서로가 어렵게 느껴지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
* * *
믹싱과 마스터링을 끝으로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끝난 셈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되겠지.
끝나고 나면 예능 촬영 이전에 미국으로 넘어와서 일주일 동안 관광을 즐기게 될 거고.
난 그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이번에는 문 라이트 멤버 전원과 만날 수 없었다.
에버가든에 소속된 주세아와 반지희는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미친 듯이 바쁘다.
네오크루와 LK에 소속된 친구들도 데뷔를 앞둔 시점!
명중이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도 각자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면 친구들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더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뉴욕으로 이동했다.
* * *
레이나의 앨범 판매량이 400만 장을 돌파했단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서 감흥이 사라져 버리네요."
"500만 장도 금방 돌파할 거야! 우리 다 같이 인증샷 찍자!"
"무슨 인증샷이요?"
"400만 장 돌파 기념!"
"아……."
"팬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빨리 모여. 사진 찍게!"
그래서 SNS용 400만 장 돌파 기념 및 감사 인증샷과 함께 짧은 영상을 촬영했다.
앨범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 다 함께!
그걸 사라 굿이 굉장히 부러워하더라.
"나도 저런 거 하고 싶다."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내가 400만을 어떻게 팔아요?!"
"벌써부터 그런 걸 노리면 안 되지! 일단 백만 장부터 노리고, 달성하면 찍어서 올리면 되잖아."
"어? 그런가? 헤헤."
민망한 듯 배시시 웃던 사라 굿이 대뜸 묻는다.
"그러면 저 데뷔 앨범은 어느 정도나 팔릴까요?"
"흠."
잠시 고민해 본다.
현재까지 뮤직비디오가 세 편이 공개됐다.
이제 마지막 타이틀곡 의 공개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 그 직후 음원이 공개되고, 또한 미니 앨범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추측해 보자면…… 넉넉하게 잡아서 10만 장?!'
사실 이것도 굉장히 많은 거다.
현재까지 공개된 뮤직비디오 세 편 보다 천만 뷰를 거뜬히 넘길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되고 있었다.
특히 흑인 사회에서 열기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자신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을 만한, 현시대에 걸맞은 '아이돌 스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물론 오히려 아이돌 스타라는 점에 비꼬는 이들도 많다지만 이슈가 긍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걸 감안한 수치다.
"10만 장 내외 정도로 팔리지 않을까?
"……겨우?"
"겨우라니, 신인 때 그 정도 팔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아니 그래도…… 방금 전까지 400만 장, 100만 장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10만 장은 너무 낮게 느껴지잖아요!"
그건 그렇다.
하지만 사라 굿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정규도 아니고 미니 앨범이잖아. 트랙이 네 개밖에 들어 있지 않은……."
"그래도 선생님이 바로 전에 만든 레이나 곡은 400만 장 팔았고 500만 장 팔지도 모른다면서요?!"
"그건 레이나니까. 그녀가 많은 시간에 걸쳐 쌓아온 인지도가 이제야 대폭발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
"너에게 필요한 게 바로 그거야. 인지도. 네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수록 많은 사람들이 널 응원해 줄 거야. 현시대에 앨범 구매는 그 사람의 열렬한 지지자였을 때나 가능한 행위거든."
"흐음……."
수긍은 하는 듯 보이지만 역시 성에는 차지 않는 듯 보인다.
하여튼 욕심만 앞서서…….
난 강하게 당부했다.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바라지마. 처음부터 잘되는 경우는 없으니까!"
……난 이때의 발언을 크게 후회하게 된다.
* * *
마침내 타이틀곡 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동시에 데뷔 미니 앨범이 발매됐다.
스트리밍 사이트와 온·오프라인 샵에서 동시에.
그와 함께 본격적인 데뷔 프로모션이 가동되었는데, 첫 스케줄이 무려 ABC 굿모닝 아메리카였다.
일주일에 걸쳐 한 편씩, 네 개의 뮤직비디오를 차례로 공개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한 달 동안 사라 굿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인이었다.
"요 근래, 한 달 동안 가장 주목받은 신인이죠? 마침내 그녀가 데뷔했습니다. 사라 굿입니다!"
아무래도 안심이 안 돼서 스케줄에 따라갔다.
애가 너무 떨어서 긴장할까 봐?
천만에!
"브롱스 출신이라고요?"
"네. 왜요? 혹시 그 동네에 편견 같은 거 있으세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워낙 험하기로 소문난 지역이라 깜짝 놀라서……."
"거기도 그냥 사람 사는 동네에요! 뭐, 하루에 총질, 칼질로 몇 명 죽어나가고 마약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멋도 모르고 흘러 들어와서 노숙하다가 맞아 죽는 노숙자들이 좀 있긴 하지만……."
"……!"
"나만 보면 강간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머저리 병신 같은 갱들이 몇 명 존재하긴 하지만…… 뭐, 그런 거 잘 피해 다니면 살 만해요! 좋은 친구들도 있고! 하하하!"
……바로 저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픽업해와서 말실수 조심하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결국 사고를 쳐버렸다!
"아…… 위험하지 않나요? 설마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는 건가요?"
"아, 그건 아니에요. 우리 선생님이 계약하자마자 저와 가족들 좋은 곳에 집 구해줬거든요!"
"오, 정말요?"
"네! 진짜 끝내주는 곳이에요! 거리도 깨끗하고 총소리도 안 들려요! 제일 마음에 드는 게 뭐냐면 저만 보면 눈깔 뒤집어져서 달려드는 발정 난 개새끼가 없다는 점이에요!"
"어어…… 그, 그런데 사라 굿이 말하는 선생님은 누구……?"
"저기 있어요!"
"아, 민……."
스텝들 사이에 서 있던 나를 보고 해맑게 손을 흔든다. 난 웃지도, 울지도 못한 얼굴로 계속 옆에 서 있는 사람의 눈치를 봐야 했다.
굿모닝 아메리카 피디님이 혀를 차며 한마디 하신다.
"쯧, 스타성만큼이나 성격도 엄청난 신인이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거 있나. 자네가 고생이 많겠어."
"교육 똑바로 시키겠습니다."
이후 진행된 무대에서 사라 굿은 말 그대로 무대를 뒤집어엎는 수준을 넘어 쫙쫙 찢어버렸지만…….
으득!
난 이를 갈아야만 했다.
내가 그렇게 입조심을 당부했는데…….
끝나기만 해봐라.
아주 혼구멍을 내버릴 테니까!
그러나 이후 전달된 놀라운 소식 앞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주요 음원 차트 싹쓸이!
SNS 전 세계 실시간 트렌드 1위!
뮤직비디오 조회 수, 댓글 수가 방송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상승을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지금 음반 판매 상황이 심상치 않아. 대형 스트리밍 사이트 세일즈 기록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주문량이 마구 쏟아지고 있어!
"……."
가장 중요한 데뷔 미니 앨범 성적 지표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발매 시점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굿모닝 아메리카 생방송 출연 기점으로 폭발을 시작했단다.
포텐셜이 우리 모두의 예상보다 너무 일찍 폭발해 버린 것이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라 굿……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을까?
앨범 타이틀 이 어떤 노래인가?
누가 뭐래도 내 개성대로 세상을 살겠다는 메시지를 담지 않았나? 이런 노래를 쓴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통제하겠다니, 이 무슨…….
마음을 고쳐먹은 순간, 방송을 끝낸 사라 굿이 다가왔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묻는다.
"선생님. 저 잘했어요?"
스스로는 굉장히 만족한 모양이다.
난 고민을 마치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주 잘했어. 이렇게만 하자고. Good Girl!"
……절대 성적 때문에 태도를 바꾼 게 아니다.
통제 대신 성격과 컨셉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쪽이 맞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냥…… 우리가 고생 좀 하면 되지 뭐.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