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로 돌아왔다 191화
135. 김민의 프로듀싱(3)
[거칠지만 순수하다!]
[화려한 비주얼과 엄청난 잠재력을 갖춘 무서운 신인의 등장! 사라 굿에 북미가 들썩거린다!]
뮤튜브 국뽕을 연상케 하는 이 제목은 놀랍게도 메이저 일간지의 타이틀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타이틀이 과장된 허위 사실이 아니라는 것!
메이저 일간지가 이런 타이틀을 내보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굿모닝 아메리카를 시작으로, 메이저 TV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서 매력과 실력을 뽐내기 시작한 사라 굿에게 진정으로 북미가 열광하는 듯 보인다.
특히 흑인 사회에서 놀라운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는 다른 부분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라 굿 데뷔 앨범, 본격 데뷔 일주일 만에 백만 장 주문 돌파!?]
초동 백만 장 돌파!
아니, 이게 말이 되나?
이제 데뷔한 애…… 심지어 정규도 아니고 미니 앨범인데…….
"선생님. 저 백만 장 돌파했다는 소리 들었죠?"
상큼발랄하게 회의실에 들어온 사라 굿이 의자를 끌어다 내 옆에 붙어 앉으며 슥 묻는다.
눈동자가 기분 나쁜 반달을 그리고 있었다.
자식이…….
딱!
"아야! 왜 때려요!"
"눈깔 착하게 하고 다녀."
"제가 뭐 어쨌다고요!"
어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내 제자가 데뷔 앨범 백만 장을 팔아치울 정도로 성공했다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하냐."
"저 그 이유 알아요."
"음? 네가?"
"네. 왜냐면 선생님은 아직 실물 음반도 못 냈고 당연히 백만 장도 못 팔아봤는데 제가 그걸 해내 버렸잖아요! 심지어 처음부터."
"……."
"으하하하!"
저, 저…… 기고만장한 거 보소!
하지만 팩트였기에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게 뒤이어 들어온 킴벌리 씨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너도 곡 써서 앨범 제대로 발매해 보지 그러니?"
"미국에서요? 전 안 돼요. 아직 그 정도 파괴력도 없고 인지도가 쌓인 것도 아니라……."
"선생님이 어때서요?!"
큰 소리로 웃던 사라 굿이 갑자기 정색한다.
오, 그래도 제자라고 날 생각해서……?
"아 맞다. 본인 노래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해본 적 없죠? 아이고, 이를 어쩌나. 난 해봤는데? 깔깔깔!"
"……."
"아하하하!"
쟤 아무래도 좀 미친 게 아닐까?
킴벌리 씨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브레스를 뿜었다.
"죽고 싶다고 환장을 하는데, 죽여주마!"
사라 굿이 성공해서 슈퍼스타가 될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활동 전략 수정은 불가피했다.
"광고, 드라마, 영화…… 온갖 제안이 쏟아지고 있어."
"벌써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캐릭터가 워낙 독특하면서도 좋잖아.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그러던데, 거칠지만 순수하다고. 사실 메인 스트림에서 이 두 가지 부분을 모두 완벽히 갖춘 스타가 드물거든. 너도 이젠 잘 알지 않니?"
"그렇긴 한데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다니엘과 샬럿이…… 아, 걔들은 순수하긴 한데 거친 면은 없구나."
"순수하거나 거친 친구들은 많지. 혹은 본래는 순수한데 거친 척, 거칠면서 사실은 순수한 면도 있는 척 꾸미는 경우는 많지만…… 대중과 언론이 바보가 아니거든."
"맞아요. 굉장히 예리하죠."
"그들은 꿰뚫어 본 거야. 사라 굿이 워낙 험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거친 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세상 순수하고 착한 아이라는 사실을."
"음……."
"톱스타로서의 잠재력도 충만하고 포텐셜이 벌써부터 폭발할 기미를 보이는데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제작자는 없지. 너 그거 알고 있니? 미국이 인재가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는 거. 어디든 정말 좋은 인재는 귀한 법이란다."
킴벌리 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즈니에서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편 사라 굿은 본인을 앞에 두고 우리 두 사람이 화려하고 순수하니…… 별소리를 다 하자 민망해 죽으려고 한다.
킴벌리 씨는 부드럽고 자상한 미소로 그녀를 보며 말한다.
"아직은 이른 시기라는 걸 알지만 본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어떻게 생각하니? 혹시 배우로서도 활약할 의향이 있니?"
"으음,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인데……."
판단이 어려웠는지 도움을 청하는 얼굴로 날 바라본다.
"전 서두를 필요 없다고 봐요. 연기에 대한 부분은 일주일에 한두 시간 정도, 시간을 비워서 트레이닝을 시켜보며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하죠. 지금은 적응 기간이 필요해요."
"적응 기간?"
"마이클 잭슨도 그렇고, 어린 시절부터 디즈니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나요?:
난 어리둥절해하는 사라 굿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이 아이는 아직 어려요. 가족이 주는 애정, 그로 인한 안정감이 아직은 필요한 시기에요. 주위에서 부추긴다고 벌써부터 바쁘게 만들면 정신 건강이 크게 무너질 텐데……."
난 고개를 저었다.
"이 아이는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사실 지금 인기도 너무 과해요."
어려서 스타가 되고, 이른 나이부터 바쁜 시기를 보내야 했던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 건강에 문제를 경험했다.
사라 굿은 아직 성장기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미성년자이기도 하니 최대한 보호하며, 조금씩 방송 경험을 쌓게 해주고 정신적으로 거대한 방벽을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그리고 사라 굿은 서두를 필요가 없어요. 공들여 갈고닦을수록 더 찬란해질 아이라…… 시간이 가면 더 많은 이들이, 지금보다 더더욱 안달해서 달려들게 될 거거든요."
사라 굿은 몸만 큰 아이다.
난 계약 당시 녀석과 부모님에게 분명히 약속했다.
세상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내가 사라를 제자라고 생각하며 날 스승으로, 혹은 선생으로 여기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존재로 처음부터 점찍었기 때문.
킴벌리 씨는 내 의견을 전폭 지지해줬다.
내 입에서 때가 됐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는 가수 활동에만 전념하기로 한 것. 심지어 스케줄을 컨펌하는 것도 최종적으로는 내 결정을 통하도록 해줬다.
난 사라 굿에게 색다른 것을 가르치기로 했다,
"멘탈이 무너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이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그게 뭘까?"
"뭘까요?"
"……고민하는 시늉이라도 해봐라. 네 부모님은 널 키울 때 무엇 때문에 가장 힘들어했지?"
"돈!"
바로 대답이 나온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야. 많은 이들이 돈을 좋아하고 또 그것을 필요로 하는데 정작 돈의 특성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난 이제부터 돈에서 너를 가르쳐 줄 거야."
험난한 인생을 살며 돈에 대해 느낀 게 많았다.
그리고 지금.
웬만한 억만장자로 뺨을 때릴 수 있을 정도로 벌었고, 또 그것을 나름의 목적에 맞춰 사용하게 된 지금은 돈에 대해 기본은 깨우쳤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기본을 차근차근 가르쳐 주려는 것이다.
"너는 네 용돈은 스스로 벌고 싶은 마음에 공연을 시작하게 된 거지.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을 거야. 안 그래?"
"맞아요! 짜증 나고 화나는 일도 많았어요. 죽어라 공연했는데도 정작 벌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았고."
"바로 그 돈에 대해 가르쳐 줄 거야. 돈은 무엇인지, 어떻게 벌고 써야 하는지, 관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돈은 이 사회에 네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 돈이라는 놈이 알고 싶어서 나도 부단히 공부했다.
사실 말처럼 거창한 걸 가르치려는 게 아니다.
그런 거라면 공부하는 걸 질색하는 이 단순무식한 아이에게 가르칠 엄두조차 못 냈겠지.
내가 가르칠 건 이론보다는 실존 위주.
"지금부터 너에게 만 달러를 줄 거야. 넌 스스로 그것을 쪼개 관리하는 법을 익히면서 돈의 개념에 알아가게 될 거야."
이게 가장 실전적인 사회 교육이 아니겠나?
이론이 어쩌고저쩌고…… 그런 건 아무리 배워봐야 머릿속에 잘 남지도 않더라.
덧붙여 이건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어떻게 검증됐냐고?
다니엘. 샬럿, 서연이에게 똑같이 해주고 있거든.
얘네들이 경제관념이 너무 없어서 시작한 건데 효과가 참 좋더라고!
그리고 휴대폰에 다양한 금융 앱을 설치해주고, 기본적인 사용법을 교육시켰다.
"복잡해요."
"그래도 기본적인 거니 숙지해 둬. 그래야 네 피 같은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거든."
* * *
은행과 그들이 제공하는 필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법.
돈을 쓰고, 아끼며 잔액을 관리하는 법.
심지어 주식에 대한 부분까지.
어떤 의미로는 노래, 춤 연습 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가르쳤다.
서두를 필요가 있냐고?
있지.
얘가 처음부터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곧 엄청난 돈을 손에 쥘 예정이다.
그때를 대비하게 하려는 것이다.
누군가를 통해서 아니라 본인이 직접 관리하며 운용할 수 있도록.
* * *
사라 굿은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 나누는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아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면……!"
요 근래, 사라 굿의 주된 대화 내용은 바로 스승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에 대한 것.
근래에는 돈에 대해 배우고 있었기에 배운 내용을 기억해 뒀다가 그대로 알려줬다.
'스타가 되면 얼굴 보기도 힘들어질 줄 알았는데…….'
'내 딸에게 이렇게까지 베풀어 주다니…….'
그야말로 감격적인 일이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서 꿈만 같았다.
심지어 그 어린 동양인 프로듀서는 딸만 챙겨주는 게 아니라 부부의 일자리와 아들에게도 신경을 써줬다.
요 근래 부부는 원래 브롱스 마을 주변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소호, 블랙 로즈 사옥에 취직해서 카페테리아 관리 등, 색다른 일을 즐기고 있었다.
신이 나서 한참 떠들어대는 딸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물었다.
"사라, 그 선생님이 좋니?"
"응!"
"어떤 부분에서?"
"학교 선생님들과 달리 실전적으로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을 가르쳐줘! 이래라저래라 잔소리가 심한 건 똑같지만 정말 날 위해 해주는 조언이야. 그래서 좋아."
"그래. 그렇다면 너도 그 선생님과의 만남이 네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잘 알고 있겠구나."
아버지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 인연을 꼭 붙잡고 절대 놔주지 말고. 내가 보기에는 수백만 달러보다 가치가 있어!"
사라 굿이 해맑게 대답한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내가 징글징글하다고 진절머리를 쳐도 찰싹 붙어서 절대 안 떨어질 거야!"
김민이 들었다면 질겁했을 대화를 나누며, 사라 굿과 가족들은 행복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