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93화 (193/205)

천재로 돌아왔다 193화

136. 미드스쿨 슈퍼스타(2)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가지 세부 일정을 진행시켰다.

서연이 미들스쿨 입학 수속 마친 뒤 등교시키고 실내 정원 공간을 살짝 개조해서 연습실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상관없다.

그 이상으로 벌고 있으니까!

세 사람 모두 대본과 세부 촬영 기획이 이미 나왔고 트레이닝 일정까지 잡혔기에 조금 서둘렀다.

서연이의 경우, 미드스쿨 슈퍼스타 촬영이 가까워진 상황이었다. 로렌 감독님이 올리비아 메리와 둘이 같이 연습을 봐주기로 하셨기에 학교가 끝나면 바로 사무실로 이동해야 한다.

다니엘과 샬럿은 각각 <갤럭시 오디세이>와 <티아라> 촬영을 위해 메일 같이 제임스 런 감독, 가이 피어스 감독 사무실을 방문한다.

현재 피지컬 트레이닝은 연습실에 설치된 빔 프로젝트를 통해 존로 아카데미 트레이너와 화상으로 진행 중이다.

샬럿과 서연이의 춤, 보컬 트레이닝의 경우 내가 봐주는 게 베스트지만 계속 붙어서 가르칠 수가 없는 입장이라 과외 선생님을 구했다.

정해진 시간에 집에 방문해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건 임시 조치일 뿐이고, 회사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그곳으로 장소를 변경할 예정이다.

그리고…… 또 해줘야 할 게 뭐가 있을까?

나는 이곳에서 오래 있을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일하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가만, 얘네들 운전면허가 있었던가?"

그래서 물어봤다.

"난 면허 없는데……."

"나도……."

둘 다 없군.

아직 면허 취득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나?

난 입맛을 다셨다.

"조금 아쉽군. 운전이 가능했다면 차라도 한 대 사놓을까 했더니."

"차? 우리 승합차 있잖아."

"그건 업무용 차량이잖아. 개인 승용차. 너희도 프라이버시가 있을 거 아니니. 따로 시간 내서 가고 싶은 곳도 있을 테고."

"아……."

고개를 끄덕이는 샬럿과 다니엘.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매니저들 신세를 좀 져야겠네."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당부했다.

"노파심에 말하는 건데, 사람 너무 믿고 신뢰하지 마. 경계하고 선을 분명히 그어. 특히 매니저들, 행동이 수상하거나 성격이 좀 별로다 싶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다른 사람 구해줄 테니까. 알았어?"

"응."

"알았어 걱정 마."

두 사람은 딱히 걱정이 안 되는데…….

"서연이 너. 상대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오빠나 이 두 사람에게 말해. 절대 참고 넘기지 마. 널 케어할 목적으로 고용한 사람일 뿐이라는 걸 명심해. 돈 받고 일 제대로 못 하는데 사정 따위 봐줄 필요가 없어. 알겠어?"

"응! 걱정 마! 나 굉장히 야무진 거 오빠도 잘 알잖아!"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몇 번이나 물어봤는데 딱히 필요한 게 없단다.

나중에 말하라고 한 뒤 잠시 일정을 검토해 본다.

사옥 리모델링은 완료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그동안 뉴욕에 넘어가서 곡 작업 좀 하고 있어야겠군.'

* * *

켈리포니아도 충분히 좋은 곳이지만 아무래도 곡 작업을 하기에는 뉴욕만 한 곳이 없었다.

레이나가 만든 허드슨 야드 녹음실은 미국 전체를 따져서도 손꼽힐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장비도 모두 최신형이고 내부 설계도 최고의 전문가들이 담당했다. 결정적으로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인맥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있으려니 쓸쓸하네."

이 넓은 집에 나 혼자뿐이라니!

그래도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겠지?

지금이야 동생, 친구들과 같이 살지만 노아가 개봉하는 시점부터 따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 거다.

각자 활동 때문에 바빠질 테니까.

자, 정신 차리고!

일단 이메일부터 확인했다.

현재 이노센트와 유니크의 데뷔 앨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니 앨범 데뷔 예정이고, 각각 4, 5트랙 정도로 채워질 예정인데 타이틀곡은 내 음악이고 나머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급하기로 했다.

다름 아닌 송 캠프를 통해서!

송 캠프.

간단히 말해 아티스트들을 초청해서 같이 합숙을 하며 특정 주제를 가지고 곡을 만드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JJ 엔터테인먼트는 이걸 해본 적이 없었다.

아시아 최고의 음악 프로듀서, 장진영 대표님을 중심으로 한 프로세스가 명확했으니까.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송 캠프가 시작된단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초청, 팀을 여러 개로 나눠 조직한 뒤 <하이틴> 컨셉으로 곡을 만들도록 한다.

먼저 조직한 팀으로 3일 동안 작업.

이후 팀을 해체, 다시 조합한 팀으로 또 3일간 작업한 뒤 결과물들을 모두 모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정리된 문서가 이메일로 도착한 것.

KM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고 이미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 JJ와 LK는 메인 프로듀서가 워낙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서 안 하고 있었다.

그걸 내 제안으로 이번에 최초로 시도하게 된 것이다.

굉장히 기대가 된다.

우리 대표님이 주최한 송 캠프에서 어떤 곡이 나올지.

문서를 모두 보고 난 소감은 다음과 같았다.

이거, 나도 한 번 해볼까?

* * *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일본.

무려 다섯 개의 국가에서 열 명의 프로듀서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JJ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장진영의 초청을 받고.

첫날에는 호텔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한 이들은 다음 날 아침 일찍 JJ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방문했다.

그리고 같은 시기, 국내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열 명의 작곡가들이 사옥을 찾았다.

총 스무 명을 대회의실에 모아 놓은 장진영이 인사를 시작한다.

"이렇게 모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곳은 JJ 엔터테인먼트고, 전 대표이자 작곡가인 장진영입니다."

터져 나오는 손뼉.

"이메일과 전화 통화로 오늘 모임의 목적을 설명드리긴 했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다시 한번 설명드리겠습니다."

장진영은 한국어로, 이정연 팀장이 영어를 통해 가벼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주제는 하이틴. 회사에서 준비 중인 남녀 신인 그룹 두 팀의 데뷔 앨범 제작을 위한 목적으로……."

티저 이미지와 두 팀의 과제 연습 영상을 공개했다. 스무 명의 국내외 프로듀서들은 진지하게, 때로는 감탄을 아끼지 않으며 끝까지 몰입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팀을 짜려는데 미국 출신 작곡가가 질문을 던졌다.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이번 송 캠프에 Min은 참석하지 않습니까?"

가수로서는 갈 길이 멀다지만, 작곡가, 프로듀서들 세계에서 김민은 누구보다도 핫한 라이징 스타였다.

어린 나이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의 곡을 한 개도 아니고 여러 개나 뽑아내지 않았나?

뿐만 아니라 트랩, 드릴 등의 힙합을 크게 유행시키는 등, 전 세계 대중음악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도 했다.

이곳에 모인 작곡가, 프로듀서 대다수는 김민을 보고 싶어 했다.

"죄송하지만 김민은 송 캠프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아……!"

터져 나오는 아쉬운 탄성.

실망감이 맴도는 가운데 이번에는 영국인 프로듀서가 질문한다.

"Min이 두 신인 팀의 총괄 프로듀서라고 들었는데, 혹시 그들을 위한 곡을 만든 게 있습니까?"

쏟아지는 관심.

장진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곡을 우리도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곡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면 한 번 들어보고 싶은데……."

"비밀 유지 서약서 같은 거 얼마든지 쓸 테니 들려주시면 안 됩니까?"

"궁금합니다!"

터져 나오는 요구.

고민하던 장진영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원하신다면 들려드리죠. 단, 지금은 말고 송 캠프가 끝났을 때."

"아……."

"왜냐면, 그때 두 팀의 뮤직비디오 가편집본이 나오거든요. 그냥 음악만 듣는 것보다는 컨셉, 안무를 포함한 종합적인 부분들을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이번 한 번만 볼 것도 아닌데."

마지막 말이 꽤나 의미심장했다.

앞으로 이런 송 캠프를 자주 개최할 거라는 뜻이었으니.

잠깐 시선을 교환한 스무 명의 프로듀서들은 일제히 수긍했다.

"자, 그러면 송 캠프를 시작하겠습니다!"

* * *

나도 세 친구들과 함께 송 캠프를 시작했다.

숙식이 모두 완비되어 있는 우리의 아지트! 허드슨 야드 스튜디오였다.

"나 예전부터 이런 거 정말 해보고 싶었어!"

"나도 마찬가지야."

"난 과거 몇 번 제안 받긴 했는데 가수도 그렇고 모인다는 아티스트들도 영 탐탁지 않아서 거절했었는데……."

세 명 모두 아이처럼 들떴다.

기분은 이해가 된다.

친한 친구들과 처음으로 합숙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것을 하고 논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겠나?

그래도 분위기를 마냥 풀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냥 놀자고 모인 것은 아니니까.

"자자, 주목!"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첫 송 캠프는 크게 보면 우리 N. W. O의 역사에 있어 위대한 첫 시작이 될 거야."

"오오……!"

"N. W. O? 너 그거 하기 싫어했었잖아! 마음 바꾼 거야?"

"그럴 줄 알았어. 뭔가 계획이 있었군!"

가장 얌전한 레이지 조차도 잔뜩 흥분하며 기대한다.

난 이왕 할 거,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기로 했다.

"모임 자체를 싫어한 건 아니야. 팀 네임이 오글거리는 것 때문에 정색했던 거지. New World Order (신세계 질서)가 뭐야? 우리가 무슨 비밀 결사 집단이냐?"

"맞아. 그건 좀 심했지."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구려."

레이지와 잭이 수긍하자 입안자인 사이먼 블랙이 발끈한다.

"그게 뭐 어때서? 멋지잖아?!"

"아무튼, 모임은 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같이 협업해 본 적은 없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연습하는 셈 치고 여러 가지로 곡을 만들어보자고."

모두가 수긍했다.

레이지가 묻는다.

"무슨 곡을 만들 거야?"

"KPOP 걸그룹 음악을 만들 건데…… 굳이 힙합 장르에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좀 더 멀리 보자. 너희들 팝, 컨트리, 재즈…… 이런 거 다 할 줄 알잖아?"

힙합 뮤지션이지만 워낙 천재성이 특출난 터라 장르에 딱히 제약받는 이들은 아니다.

"내가 프로듀싱 하는 그룹 중 엔 플라워, 에버가든이라고 있거든. 잘 알지? 그 두 팀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모든 수익은 공평하게 분배하고 주제, 장르 제약 없이 자유롭게 곡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대부분 송 캠프는 비트부터 만들고 나중에 멜로디, 가사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그 작업 방식조차도 제약을 두지 않았다.

왜냐면.

"나 방금 대화하다가 떠오른 멜로디가 있어. 이런 노래 어때? 음~ 흠흠~."

"오, 그거 약간 스웨디시 팝 스타일 같다. 그런데 비트가 루즈해. 지펑크를 붙여보는 게 어때? 이런 식으로 말이지."

혼돈 속에서 뭔가 범상치 않은 결과물이 마구 나오기 때문.

친구들의 재능과 캐릭터를 고려해서 택한 작업 방식이었는데 아무래도 이게 정답이었던 것 같다.

안 그래도 미친놈들이 더더욱 미쳐 날뛰고 있다.

그런데.

"와, 그거 끝내준다!"

"그치? 내가 만들고도 전율이 흘렀다니까!"

"탑 라이닝을 레이나 특유의 알앤비 리듬을 붙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애들이 어느 때보다도 즐거워 보인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민! 이거 어때?"

"멍청아! 방금 라인은 표절이야! 잭 네 첫 번째 믹스 테이프 4번 트랙이잖아!"

"……어?"

"으하하하!"

나 역시 마찬가지.

어느새 나도 바보들과 어울려 미친 듯이 웃고 즐기며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왜 진작 이런 걸 안 하고 있었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정보가 유출된 모양이다.

"나 빼놓고 재미있는 거 하고 있었다며?"

레이나.

"선생님! 나 왔어요!"

"나도 왔다!"

사라 굿과 아이작.

모두들 작업실로 모여들더니 굉장히 당연하다는 듯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세 사람 모두 지금이 한창 바쁠 시기였기에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정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 쪽으로 합류해서 같이 곡을 만들고 떠들고, 맛있는 걸 먹으며 함께 있는 것을 즐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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