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94화 (194/205)

천재로 돌아왔다 194화

136. 미드스쿨 슈퍼스타(3)

장진영이 직접 개최한 JJ 엔터테인먼트, 첫 송 캠프가 끝났다.

"이봐, 장. 약속했던 거 보여줘야지!"

"맞아. Min의 음악으로 만든 뮤직비디오 보여줘!"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더니…….'

프로듀서들, 특히 외국 프로듀서들의 거센 요구에 장진영은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겉으로는 웃었다.

"물론 그래야지!"

일주일 동안의 여정으로 꽤나 친분을 쌓았다.

더불어 평상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말 창의적이면서 좋은 곡들을 몇 개 건져낼 수 있었다.

'그래. 서비스하는 셈 치자.'

스무 명의 프로듀서에 더해.

"두 신인팀 뮤직비디오 가편집본 시사회 합니다! 멀티미디어실로 모여주세요!"

직원들까지 모아 놓고 아예 시사회를 벌였다.

이노센트의 '피어나다'와 유니크의 'We are'.

팀원들의 연령대, 데뷔곡이라는 특수성에 걸맞은 상큼함, 신선함. 이외에 하이틴이라는 단어에 녹아들어 있는 다양한 매력들이 에너제틱하게 묻어나 있었다.

여기에 각 그룹의 특징이 담겨 있다.

걸그룹 이노센트는 펀치감이 더해진 비트에 화려하면서도 난이도 있는 격렬한 군무를.

보이그룹 유니크는 바람과 같은 자유분방함을!

이노센트의 뮤직비디오 배경은 강남과 송도 등, 화려한 대도시였다.

여기에 90년대, 미국 드라마 여주인공 패션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비주얼 아트가 더해지니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오감이 즐거워진다.

유니크의 뮤직비디오 배경은 숲과 백사장, 그리고 청량한 바다!

대놓고 여름을 저격한 시원한 비주얼과 자유로운 구성이 미소년들의 매력을 한껏 끌어낸다.

마지막으로 소년들은 배를 타고 어디론가로 떠나는데, 이는 데뷔 신호탄이 되어줄 섬 예능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참고로 두 편의 뮤직비디오 감독이 무려 대한민국 예능의 왕, 나영웅 PD와 그의 사단이었다.

"어떻습니까?"

두 편의 가편집본 공개가 끝났다.

장진영은 내심 조마조마한 얼굴로 반응을 지켜본다.

"어우…… 굉장한데?"

"음악, 비주얼, 뮤직비디오, 안무…… 모든 부분이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했던 방향과 많이 달라. 그러니까 훨씬 더 고급지고 좋다는 뜻이지!"

내부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히 스무 명의 프로듀서들은 강렬한 요청으로 뮤직비디오를 몇 번 더 반복해 감상했는데 특히 곡과 컨셉에 푹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악기 구성도 그렇고 비트, 멜로디도 그렇고…… 이런 음악이라면 정말 질리지 않고 오래 들을 수 있겠어. 역시 천재소년 Min은 생각부터가 남다르군."

"그것보다 곡도, 비주얼도 모든 게 저 소년, 소녀들과 놀랍도록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 전율스러워."

장진영은 이 같은 반응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신인 팀은 정말 대박이다!'

이건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어.

타이틀곡도 좋지만 송 캠프로 만든 음악들도 끝내주게 좋으니까!

이 같은 확신 속에 내심 뉴욕, 김민의 송 캠프를 떠올렸다.

'그쪽 멤버가 아무리 굉장해도 우리를 능가하는 곡과 컨셉을 뽑기는 어려울 거야.'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 * *

"오……."

"이야……."

음악이 재생되는 동안 모두가 기묘한 탄성을 터뜨린다. 얼굴은 심히 복잡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이 곡에 참여한 나 역시 마찬가지.

……뭐 이런 짬뽕이 다 있냐?

곡이 끝나자 잭이 찡그린 얼굴을 감싸 쥔다.

"망했어. 사이먼 저 녀석 욕심 때문에 명작이 희대의 괴작으로 변해 버렸다고!"

"그게 왜 나 때문…….!"

"이번 곡 마무리는 네가 맡기로 했었잖아!"

"붐뱀과 지펑크, 팝 스타일의 조합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나마스테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 요상한 카레 비트는 대체 뭐야?!"

잭과 레이지의 폭풍 비난에 사이먼은 억울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변호 좀 해달라는 것 같은데…….

"아, 이건 나도 모르겠다. 감이 안 잡혀. 아무리 KPOP 음악 장르가 복합성이 강하다지만 이건 좀……."

"Min! 너마저……!"

사이먼은 배신감을 크게 느끼는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그때 문이 열리며 레이나와 사라 굿이 들어온다.

양손 가득 먹을 것을 가득 들고.

"뭐하고 있었어?"

"분위기가 왜 이래요?"

단번에 녹음실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두 사람이다.

잭이 얼굴을 쓸며 중얼거렸다.

"사이먼이 사고를 쳐서 괴상한 곡을 만들어냈다.

"그래? 어디 들어보자."

"욕이나 하지 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희들이 모여서 괴상한 곡을 만들었으면 욕을 먹어야지."

"맞아요! 리스너를 괴롭게 만드는 곡은 이상한 불량 식품만큼이나 해로운 거라고요!"

레이나야 그렇다 쳐도 사라 굿의 대담함은 이곳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뭐…… 우리가 예뻐해 주는 것도 한몫했겠지만…….

아무튼 사이먼이 만든 괴상한 음악을 다시 한번 재생했다.

레이지와 잭은 듣는 내내 한숨만 푹푹 내쉬었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차마 레이나와 사라 굿, 두 독설 자매의 욕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어, 이거 좋은데?"

"그러게요. 괜찮은데요?"

"……?!"

평가가…… 예상과 많이 달랐다.

우리 모두 당황해서 눈만 끔뻑거리는 가운데 레이나가 극찬을 한다.

"라틴 팝에 발리우드 사운드의 조합도 새롭고 중간중간 지펑크, 붐뱀 비트로 올드스쿨한 변화를 주는 것도 좋아. 다만 랩이 조금……."

"뭐? 내 랩이 어때서?!"

랩 가이드를 담당했던 잭이 발끈한다.

"이런 건 정박으로 강렬하게 때려 박아줘야 맛이 사는데, 무슨 한 달 동안 밥 대신 약을 처먹은 놈처럼 힘이 없잖아."

"……."

"노래는 그럭저럭……."

"야! 솔직히 노래가 더 별로였는데…… 너 남편이 불렀다고 편드는 거야?!"

"편드는 게 아니라 깔 것도, 칭찬할 것도 없는 무난 그 자체의 보컬이라서…… 그 부분은 오히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음색으로 불러줬어야 했어."

단번에 우리 네 사람을 제압해 버리는 레이나를, 사라 굿은 존경심이 가득한 얼굴로 바라본다.

"가이드만 다시 하자. 사라 굿 투입!"

"투입!"

레이나의 명령에 사라 굿은 씩씩하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성기 시절 로린 힐의 재림에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레이나가 으스댔다.

"어때, 내 말이 맞지?"

* * *

어쩌다 3주 동안 하게 됐는데…… 이번 송 캠프를 통해 우리는 총 네 개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우리 네 사람이 각자 한 곡씩 마무리를 담당하기로 했기 때문.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우리 네 사람 외에 다양한 이들의 솜씨가 녹아들었다.

아이작, 레이나, 심지어 사라 굿까지.

결과적으로 네 개 곡의 작사, 작곡, 편곡 참여자는 총 일곱 명이 되는 셈이다.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다 함께 끝내고 다시 모여서 최종 청음회를 가졌다.

"좋은데?"

"재미있는 곡이 나왔군."

"아주 마음에 들어."

삼돌이는 흡족한 표정.

아이작과 레이나는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개개인이 작업했다면 이런 구성의 곡이 나오지 않았겠지."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죠. 일단 주제부터가 걸그룹 음악이었잖아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사이에 사라 굿이 끼어든다.

"궁금한 게 있는데 이런 곡들을 정말 한국 걸그룹이 부를 수 있어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쏟아진다.

사라 굿은 어쩌면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말을 굉장히 해맑게 꺼내 들었다.

"KPOP 걸그룹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을 많이 봤는데…… 그쪽과는 좀 안 맞을 것 같던데요. 노래야 그렇다 치고 랩은 특히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네 곡 모두 랩 디자인이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지게 완성됐다. 문제는 난이도가 높고 특히 맛을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

특히 마지막, 사이먼이 믹싱, 마스터링한 괴작은 사라 굿이 어마어마하게 가이드를 해놔서 나조차도 기가 질릴 정도였다.

난 담담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의도한 그대로 살리지는 못하겠지. 그래도 각자 특색에 맞게 소화하는 것까지는 가능할 거야."

말을 하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주세아.

춤, 비주얼, 가창력, 랩…….

그녀는 특기가 어느 한 곳에만 편중되어 있지 않은 전천후 스타일로, 무엇을 구사하든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재능이 있었다.

지금은 성장을 시작한 단계에 있기에 내가 기억하는 전성기 기량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녀 스스로의 기량은 이전 삶, 전성기 기량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팀원 수준은 훨씬 뛰어나고 팀워크도 굉장히 잘 맞으니까.

혼자서 안 되면 팀과 함께 부담을 나눠지면 되는 것이다.

……이런 걸 혼자 월드 클래스로 소화해 버리는 사라 굿이 말도 안 되는 괴물이지.

"아무튼 네 곡 모두 개성 있고 멋진 곡이에요. 아이작이 말한 대로 우리가 각자 작업했다면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난 힘차게 말했다.

"N. W. O 첫 번째 송 캠프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완성된 네 개의 곡을 회사에 보내고 LA로 넘어갔다.

[공사가 끝났습니다.]

사옥 리모델링이 완료 됐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베벌리 힐스 사옥으로 향했다.

대형 기획사들과 비교하면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고급 내장재를 아끼지 않고 쓴 덕분에 굉장히 세련되게 마무리됐다.

외부는 처음 매매했을 때 그대로 브라운 톤 벽돌 외관이다.

그런데 내부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련된 갤러리풍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안타깝게도 멋진 구내식당은 없지만…… 무려 베벌리 힐스 인프라였다. 주위에 명품샵을 포함해 없는 가계가 없다. 식당 대신 카페테리아를 정성 들여 꾸몄고 바리스타들까지 고용했으니 음식을 사서 이곳에서 먹으면 된다.

무려 베벌리 힐스 뷰였다.

보는 재미도 풍부하다!

녹음실, 연습실은 우드톤의 아늑한 분위기로 꾸몄다.

나를 포함 샬럿, 서연이, 다니엘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장소라 정말 공들여 꾸몄다.

이 외에 직원들의 사무 공간, 휴게실, 화장실, 개인 집무실까지!

무려 반나절을 전문가를 대동해 꼼꼼히 확인했다.

"마음에 드네요. 고맙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어서 보너스도 빵빵하게 줬다.

실력과 신용을 모두 갖춘 업체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두려는 심산이었다.

다음 날, 샬럿, 다니엘, 서연이를 데리고 회사를 구경시켜줬다.

"와아, 여기가 이제부터 우리 회사야?"

"정말 예쁘다. 마음에 들어!"

"나도! 나도 좋아!

세 사람 모두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뿌듯하다. 돈 들인 보람이 있다.

샬럿이 물었다.

"회사는 언제부터 정상 운영이야?"

"다음 주 월요일부터 직원들이 모두 출근할 거야. 참고로 토, 일요일에 오픈 축하 파티를 열 생각이니 미리 일정 비워둬."

* * *

휴일.

회사 오픈 파티에 많은 이들이 찾아줬다.

크리스토퍼 잭슨 감독님, 헨리 윌리엄스 작곡가님, 올리비아 퀸 작가님.

스승이자 창작 동지인 세 분은 물론.

디즈니 본사에서 프로듀서님이 방문해 주셨고 드라마, 영화감독님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먼 곳에서 찾아와 축하해주셨다.

그중에는 샬럿과 다니엘의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분을 떠나 이곳까지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내게는 모두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대접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했기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

파티가 끝날 때쯤에는 축 처져 당장에라도 쓰러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힘들었다.

미리 불러 놓은 차를 이용해 방문객들을 예약해 둔 호텔로 보내드렸다.

그리고 샬럿, 다니엘의 부모님을 모시고 집으로 이동하려는데.

"우리가 할 테니 넌 여기서 좀 쉬어."

"맞아. 넌 할 만큼 했어.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겨."

샬럿이 다니엘이 나를 만류하는 게 아닌가?

다니엘이 말했다.

"애써 태연한 척해도 우리 눈은 못 속이지. 너 지금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잖아."

"지금 얼굴이 말이 아니야. 너 이렇게 힘들어 보이는 거 오랜만이야."

샬럿의 얼굴에도 걱정이 가득하다.

"그래. 그러면 부탁할게."

그렇게 모두 떠나고 회사에 남은 사람은 올리비아 퀸 작가님뿐!

"나 사실 부탁이 하나 있어."

"부탁은요 무슨 우리 사이에……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부 같은 게 아니라 부탁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을 만큼 가까워진 작가님과 내 관계였다.

"나 당분간 이곳에 머물며 글을 쓰고 싶은데, 괜찮을까?"

머리가 핑핑 돌아간다.

정리를 마치고 확인차 질문했다.

"아이들 데리고 베벌리 힐스로 건너와서 생활하겠다는 말씀이지요?"

"맞아. 근처에 집을 두고 이곳 사옥에 출퇴근하면서 글 쓰면 좋을 것 같아. 나 사실 예전부터 베벌리 힐스 특유의 분위기를 굉장히 동경했거든! 나와 가까운 영화사도 많고 미국 현지 출판사도 이쪽 근처에 있기도 하고……."

집무실을 내 것을 내주면 된다.

전망도 좋고 내부 인테리어도 신경 써서 했으니 작가님의 집필 사무실로 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

"그러면 일단 집부터 구해야겠네요. 사무실은 제 것을 사용하면 될 것 같고…… 아,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혹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 예정이면 학교도 제가 알아봐 드릴 수 있어요."

"그런 것도 가능하니?"

"제 동생 입학 수속 알아본다고 발로 뛰다 보니 그쪽 방면에 전문가가 되어 버렸거든요."

"어머나 든든해라! 잠깐, 그러면 이럴 게 아니라 나도 이곳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을까? 따지고 보면 <천재적인 마법사들! (Genius Sorcerers)> 결성에 나도 한몫했으니 남이 아니잖아!"

아니…… 올리비아 퀸 작가님이 우리와 계약을 해주시겠다고?

"너라면 내 일을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어떻게 생각하냐니.

물론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주시면 저야 기쁘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소설가가 아닌가?

그녀 정도 되면 전 세계 메이저 스튜디오와 출판 업체에서 원고 좀 달라고 굽실거리며 찾아오고, 방송가에서는 자기들 프로그램에 출연 좀 해달라고 읍소한다. 기업, 대학교 같은 곳에서 강연 요청도 쏟아질 것이고.

그런 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다.

출판사가 해줄 만한 업무도 아니다.

매니지먼트가 해줘야 한다!

바로 우리 회사 같은 곳 말이다.

"천재적인 마법사들!(Genius Sorcerers)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 날.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판매한 슈퍼스타 작가님이 우리 회사의 식구가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