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199화 (199/205)

천재로 돌아왔다 199화

137. 뉴욕의 왕 프로젝트

추가 촬영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 달 후에 완성본이 나올 거야. 언론, 배급사 시사회는 그 이후에 하게 될 테고."

"그리고 영화 상영 일자가 잡히는 건가요?"

"그렇지. 그때부터 너도 정신없이 바빠질 거야. 홍보 때문에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할 테니까."

"그렇군요. 아무튼…… 멋진 영화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저 정말 감동받아서 울 뻔했어요."

난 나름대로 최고의 극찬을 한 거였는데…….

"안 울었어? 흠, 아직 뭔가 부족한가?"

혼자 또 심각해지신다.

"아니예요! 사실 울었어요."

"……."

"진짜에요! 특히 제가 등장하는 씬에서 너무 감격스러워 저도 모르게 그만……!"

* * *

감독님,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눈 뒤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스튜디오에서 곡 작업에 들어갔다.

"이거 내 곡 맞지?"

"……."

"나도 슬슬 활동하고 싶단 말이야. 친구들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나도 가끔은 신경 좀 써줘라."

요즘 아이작이 특별히 할 일이 없나보다.

공항까지 직접 날 마중 나오더니, 허드슨 야드 스튜디오에서 내 옆을 떠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말한다.

이번에는 어떤 노래가 하고 싶다느니…….

재즈 힙합의 틀을 약간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느니…….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무슨 소리예요? 아이작은 무조건 재즈 힙합이죠. 설마 아이작만 바라보고 있는 팬들하고 동종 장르 뮤지션들의 기대를 저버릴 셈이에요?"

"어? 아니,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나도 가끔은 다른 시도를 좀……."

"아니에요. 아이작은 무조건 재즈 힙합!"

"야, 그건 좀 너무한 것 같은데……."

"생각해 봐요. 아이작이 좋아하는 쉑쉑 버거에서 갑자기 버거는 안 팔고 할랄 푸드 팔겠다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그거랑 좀 다른……."

"아이작이 쉑쉑 버거예요. 언제 들어도 귀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고급스럽고 자유로운 재즈 힙합의 거장!"

"……네 마음대로 해라."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요."

새로운 시도는 무슨.

수많은 이들이 아이작에게 기대하는 재즈 힙합이지, 다른 뮤지션들이 많이 하는 그런 음악들이 아니다.

아이작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팬들에게는 굳이 본인만의 특수한 강점을 버리고 대세를 따라가는 실망스러운 행보로 비춰질 수 있다.

그걸 압도할 히트곡을 내면 상관없겠지만…… 그런 곡 만드는 게 쉽나?

항상 느끼지만 맨해튼 드리밍은 아이작뿐만 아니라 내게도 인생곡이다. 내가 만든 최고의 곡을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맨해튼 드리밍. 내 최고의 뮤지션은 바로 아이작 이스트였다.

"……."

그런데 너무 실망한 눈치다.

그래서 나름 타협안을 내놓았다.

"타이틀 말고 수록곡으로 살짝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죠?"

"그렇지?"

아아, 해맑은 나의 미국 아버지여!

"어떤 음악이 하고 싶었는데요?"

"응. 내가 사실 예전부터 좋아했던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뭐나면……."

일주일 만에 두 곡을 완성시켰다.

하나는 'Art Of New York'.

블루지한 재즈 밴드 사운드에 힙합 요소를 가미한 앨범으로,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동경하며 모여드는 화려한 뉴욕의 이미지를 아이작 이스트만의 감성으로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오랜만에 맨해튼 드리밍 이상으로 좋고, 전율이 흐르는 곡이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모든 건 까봐야 아는 거지.

두 번째는…… 이게 참 나도 예상치 못했던 장르인데 바로 신스웨이브라는 뉴트로 계열 장르였다.

이건 아직 80% 정도밖에 완성하지 못했다.

제목도 없다.

가장 중요한 컨셉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신스웨이브.

1980년대 신스 팝에 영향을 받은 일렉트로닉 뮤직 장르의 한 장르인데 갑자기 이걸 해보고 싶다며 본인 음성 녹음 파일을 들고 오더라.

'2020년경, 캐나다의 어떤 뮤지션이 이 장르로 초대박을 쳤었지?'

사실 처음에는 고심을 좀 했다.

그의 성공을 내가 가로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그런데 곧 생각을 바꿨다.

내가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니고, 아이작 이스트 본인이 신스웨이브 장르의 음악 샘플과 본인의 영감으로 녹음한 후렴구 멜로디를 녹음해서 가져왔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고 사실 그 캐나다 뮤지션은 그 신스웨이브 장르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대박치고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물어보고 싶었다.

"갑자기 이 장르에 꽂히게 된 계기가 뭐예요?"

순간 아이작이 날 보고 웃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대답을 했다.

"1980 브로드웨이 제작 과정을 지켜보던 중 생각했지. 나 그 시절에 뭐하고 있었더라? 세 가지 단어가 떠오르더라고. 클럽과 전자 음악! 그리고 허비 행콕."

"허비 행콕……."

"알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뮤지션이야. 그가 198년도에 발표한 'Rockit'은 정말 혁신적인 음악이었어. 그 음악에 미쳐가지고 내가……."

그 시절의 아이작이라.

허비 행콕의 'Rockit'는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뮤지션뿐만 아니라 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영감을 줬고, 그로 인해 위대한 댄서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사운드, 춤, 패션, 보컬 스타일…….'

이 모든 것은 아이작 이스트의 레트로 감성으로 녹여낸다면…….?

"그래서……."

"잠깐, 잠깐만요."

말을 듣다 말고 황급히 키보드로 이동.

그 시절 많이 사용된 신다 사이저 음원 소스를 불러 무작정 연주를 시작해본다.

'이걸 그대로 쓰면 너무 올드하니까 조금 트렌디하게 깎고 다듬어서…….'

지금은 방망이가 아니라 사운드를 깎는 장인이 되어야 할 시간.

신스웨이브라는 장르는 문자 그대로 메인이 될 리드 신디 사이저 사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Rockit에서 쓰였던 신디 사이저 정보를 찾아내, 해당 악기 소스를 불러 연주를 해본다.

"어? 이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무시하고.

연주를 하며 실시간으로 사운드를 다듬는다.

'이것만으로는 안 되겠는데?'

소리가 조금 더 풍성하고 부드러웠으면 좋겠는데…….

미세한 입자가 흩뿌려지는 듯한 느낌으로…….

얼마나 씨름을 했을까?

마침내 내가 원하던 것에 가장 가까운 리드 신디 사이저 소스가 완성됐다.

이것을 80% 만들어 놓은 미디 위에 얹어 본다.

"오오, 바로 그거야! 내가 원했던 음악이야!"

하지만 난 만족할 수가 없다.

너무 잡스러워.

그래서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모든 소스를 날려 버렸다. 심지어 드럼 소스조차도.

"뭐, 뭐야? 왜 그래?

"아 좀 조용히 있어 봐요!"

"어, 어어…… 미안하다."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소파에 앉는 아이작.

그래도 몸이 들썩거리는 건 참지 못하겠던지, 곡 작업을 하는 내내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아주 참견을 하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최대한 심플하게.

완성한 리드 신디 사이저 소스를 살리는 방향으로 편곡을 진행한 뒤 멜로디를 불렀다.

아이작에게 배운 알앤비 창법으로.

……내가 해서 그런지 느낌이 영 안 사는데?

"아이고! 그걸 그런 식으로 부르면 노래 다 버려! 비켜 봐! 내가 보여줄게!"

결국 아이작이 등판!

나를 밀어내더니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 버린다.

원래 아이작의 창법은 진한 에스프레소를 연상시키는…… 알맹이가 꽉 차고 묵직한 보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맑은 천연 광천수를 연상시킨다. 목소리가 두껍지 않고 매우 얇은데 깊고 넓게 퍼진다.

"바로 이거야."

"이거지? 흐흐흐!"

아이작이 저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참고로 저 아저씨는 맨해튼 드리밍으로 초대박을 쳤을 때도 저렇게까지 신나고 들뜬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었는데…….

그렇게 음악을 완성했다.

제목은…….

"1980 New York으로 하자!"

"……네?"

왜 하필?

"너의 1980 브로드웨이에 영향을 받은 곡이기도 하고,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기도 했잖아."

"그건 그렇지만……."

"아, 반박은 받지 않아. 난 이게 마음에 들어. 이대로 할 거야."

엄근진하시기는…….

"누가 반대라도 한 대요? 원하면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할 거야!"

"그러면 곡은 됐고, 우리 잠시 외출 좀 할까요?"

"어? 갑자기?"

"백화점 좀 들르려고요."

"백화점은 왜?"

"이번 곡, 스타일 컨셉이 떠올랐어요."

유명 테일러 샵에 들려 굉장히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정장들을 구매했다.

올 버건디, 올 블루, 올 화이트, 올 블랙…….

주문을 마친 뒤 곧바로 명품 매장으로 이동.

선글라스와 드레스 워치, 구두와 시계 같은 것들을 구매했다.

내가 보기에 가장 트렌디하면서 고급스러운 녀석들로!

올 버건디, 샘플용 정장 세트를 작업실로 가져와 풀 창작을 시켜봤다.

"와우."

절로 탄성이 나온다.

그야말로 완벽한 플랙스!

"굉장히 멋있어요. 최고야!"

절로 박수가 터져온다.

반면 아이작은 스스로가 굉장히 어색하게 비춰진 모양이다.

"이, 이거 이대로 괜찮은 거냐? 난 이런 스타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스러운데."

"이 음악으로, 그 패션으로 출격하면 세상이 뒤집힐 걸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 조합은 무조건 성공해요."

정장과 악세서리를 올 커스텀으로, 더 화려하게 꾸밀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이작 명품 엠버서더 한 번 만들어줘야지.'

아이작으로 인해 특정 브랜드의 명품 소비가 크게 촉진된다면 수혜를 본 브랜드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제가 반드시 아이작을 뉴욕의 왕으로 만들어줄게요!"

내 결심이 아이작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건 좀 부담스러운데……."

본인의 의사 따위는 상관없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 * *

블랙 로즈 총괄 프로듀서 권한으로 대대적인 프로젝트 회의를 열었다.

"먼저 첫 번째 곡, 의 뮤직비디오 배경은 뉴욕에서 가장 화려하고 상징적이며 또 유명한 장소들을 배경으로 구성하도록 합시다. 모든 컷씬이 예술적으로 구성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두 번째.

"1980 New York의 컨셉은 '사이버 펑크 뉴욕'이에요."

"사이버 펑크?"

난 인터넷에서 찾은 참고 자료를 보여줬다.

도시에 사이버 펑크한 색감을 입혀 연출한 사진과 일러스트 자료들이었다.

"무슨 가상의 미래 도시를 만들자는 건 아니고, 일상에 숨겨진 사이버 펑크한 느낌을 색다르게 부각시켜 보자는 거죠."

1980브로드웨이 때 만들었던 비주얼 스트립트 일부를 꺼내 보여준다.

"레트로 브로드웨이, 재즈 바, 클럽 스타일을 바탕으로요."

"아하."

"재미있네요."

"거 참, 이런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난 씩 웃으며 말했다.

"1980 브로드웨이 때 만들었던 이미지 자료도 모두 넘겨 드릴 테니 그거 포함해서 비주얼 이미지 자료를 최대한 만들어 보세요.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화보, 무대 아트 등 여러 방면에 써먹어야 하니까요."

* * *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을 최대한 마무리하고 곧장 한국으로 넘어갔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이노센트, 유니크의 데뷔 미니 앨범이 완성된 것이다.

엔 플라워, 에버가든 차기작 진행 상황도 확인해야 하고…….

영화 노아의 언론, 배급사 시사회 전까지 최대한 일정을 쳐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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