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로 돌아왔다 200화
138. 한국 활동(1)
팬들을 향해 활짝 웃던 주세아는 차에 탑승하자마자 무표정으로 돌변했다.
그 모습을 룸미러로 지켜본 운전석의 매니저가 물었다.
"세아 표정 또 왜 그렇게 우울하니?"
"저 안 우울해요."
"그래?"
"네. 잘못 보신 거예요."
그렇게 대답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주세아.
순간 차 안의 모두가 생각했다.
'아닌데.'
'기분 굉장히 안 좋아 보이는데.'
원래 사석에서 표정이 잘 없는 편이지만 자세히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저녁에 중요한 예능 스케줄 있는데…….'
특히 운동과 관련된 거라 주세아의 활약이 필요한 방송이었다. 고민 끝에 매니저가 반지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희야, 세아 기분이 왜 안 좋은 지 알아?]
[요 며칠 동안 민이에게 아무 연락이 없어서 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는 매니저.
사실 그렇지 않을까 예상은 했었다.
'기분을 어떻게 풀어주지? 좋아하는 소고기 짬뽕이라도 사주면 나아지려나?'
바로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재민이니?
"네! 피디님."
장진영 대표였다.
카오디오와 핸즈프리로 연결했기에 음성이 크게 울렸다.
-에버가든 오늘 저녁 일정까지 시간 좀 남았지?
"네!"
-그러면 급히 인천 공항에 가서 민이 픽업 좀 해올래?
순간 차 안에 있던 멤버 전원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매니저 김재민은 룸미러로 주세아의 표정을 살폈다.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명규 형은요?"
-명규 오늘 아침에 해외 출장 간 거 깜빡했어. 네가 픽업 좀 해서 저녁 식사도 좀 먹이고 그래 주면 안 될까?
압박이 밀려온다.
주세아가 빨리 수락하라며 매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김재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민이 제가 가서 픽업하겠습니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워 재민아.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하하하!"
통화를 마치고 다시 룸미러를 확인한다.
주세아가 거울을 보고 몸단장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굉장히 들뜨고 설레어 보인다.
'팬들이 저 모습 보면 가슴 치며 속상해할 거야.'
매니저로서는 말려야 할 일이지만 재민은 그녀가 굉장한 숙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김민은 미국에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엮일 일도 없다!
'사실 세아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잘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긴 하지만……. 과연 그 날이 올까 모르겠네.'
김재민은 크게 소리쳤다.
"인천 공항 들러야 하니 좀 세게 밟는다!"
부우웅!
* * *
공항에 에버가든 매니저 김재민이 마중 나왔다.
따라가며 혹시나 싶었는데.
"야! 너 며칠 동안 우리 문자 씹었던 이유가 뭐야?!"
"안녕하세요 피디님!"
"안녕하세요!"
승합차 안에 에버가든 멤버들이 탑승 중이었다.
"아이작 음반 준비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어. 다들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눈빛으로 날 보고 있는 주세아를 보고 씩 웃었다.
"어이구 깜짝이야. 세아 너는 볼 때마다 리즈를 갱신하는구나! 어떻게 볼 때마다 예뻐질 수 있니? 하하하."
"……."
차에 탑승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주로 멤버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내가 대답을 해주는 식이었다.
"피디님! 미드스쿨 슈퍼스타 촬영 시작했다면서요? 어땠어요?"
"아이작 이스트 신규 앨범 나오는 거예요?"
"사라 굿은 한국 안 와요? 보고 싶은데……."
멤버들도 이제 나를 편하게 대한다.
이게 다 내 노력의 결과였다.
"야! 너 회사 차렸다면서 우리는 초대도 안 하고……. 이 나쁜 놈!"
지희 얘는 나를 너무 편하게 대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넌 궁금한 거 없어?"
"으, 으응?"
날 멍하니 바라보던 세아가 화들짝 놀란다.
방송에서는 그렇게 걸크러시하던 애가 사석에서는 그렇게 귀엽고 순진무구할 수가 없다.
"궁금한 거……. 궁금한 거……."
커다란 눈동자를 빙글 빙글 돌리며 당황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가볍게 물음을 던져본다.
"연습은 좀 잘 되가?"
"……!"
멤버들의 표정이 어색해진다.
주세아만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열심히 하고 있어."
"어려울 거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새 영역에 도전해서 실력과 경험 쌓는다는 생각으로 도전해."
멤버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반지희가 한숨을 내쉰다.
"사실 주세아는 이미 잘해. 우리가 문제지. 안 그래도 난이도 높은 곡인데 가이드가 너무 빡세!"
"사라 굿이 좀 그래. 남들이 부르면 쉬운 노래도 그 아이가 부르면 괜히 어렵고 대단한 곡처럼 들리더라고. 그런데……."
슥 세아를 떠본다.
"세아는 본인 파트 마스터 했나 보다?"
"아직은……. 그래도 곧 맞출 수 있을 거야."
"다시 말하지만 세아는 잘해. 우리가 문제라고. 우리가."
얼굴 표정을 보니 스트레스에 짓눌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일 특별한 일정 없지?"
"어? 없나?"
"내일 일정 뭐지?"
다들 김재민 매니저님을 바라본다.
휴대폰으로 일정을 확인해 본 매니저님이 대답한다.
"음……. 없네!"
"없을 거예요. 왜냐면 제가 내일하고 모래, 에버가든과 엔플라워 일정을 하루씩 비워달라고 했거든요."
"……?"
그러니까 내일은 원래 에버가든과 함께 시간을 보낼 날이었다는 거다.
"곡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래서 하루 비워서 연습 봐주고 오후에는 좋은 곳 데려가서 릴렉스도 좀 시켜줄 생각이었어요."
채찍질만 해서는 안 된다.
내 아티스트의 피로감을 살피고 적절할 때 풀어 줄 수 있어야 좋은 프로듀서지!
"오전만 살짝 연습하고, 점심 소고기, 오후에는 쇼핑도 좀 하고 맛난 디저트도 먹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몇 곡 부르고……. 그럽시다!"
"……!"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렇다.
내 한국에서의 첫 스케줄은…… 바로 아티스트 케어였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연습실에서 모여 연습 생태를 점검했다.
내 친구, 사이먼 블랙이 프로듀싱한 크립토나이트!
"그러면…… 시작할게!"
반지희의 신호에 맞춰 결연한 얼굴로 공연을 시작하는 멤버들.
'음…….'
나쁘지는 않은데……. 사라 굿이 남긴 임팩트가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내 성에 차지는 않는다.
'지희와 멤버들은 아직 가야 할 길이 좀 멀군.'
하지만.
"……!"
와우.
역시 주세아!
벌써 재능이 발현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한 최전성기 시절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정확한 딕션과 매력적인 중저음.'
압도적인 미모와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춤 실력도 많이 늘었어.'
크고 정확한 동작.
특히 놀라운 것은 강약 조절로 비트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부분이다.
안무 실력만 놓고 보면 전문 댄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멋진 표정으로 이상한 춤을 추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리고…….'
반지희.
가사를 세련되게 잘 다듬었다.
요 근래 느낀 게 있는데, 내 가사가 한국 십 대들의 감성, 어법과 살짝 동떨어진 느낌이 좀 있는 것 같더라.
몸은 십 대인데 정신은 삼십 대에 가까워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반지희가 다듬은 크립토나이트 가사를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
얘가 제 나이대에 맞는 감성을 잘 표현하는 재주가 있다.
걸크러시한 소녀의 소심한 짝사랑 이야기.
얼핏 보면 유치할 수 있는데 이걸 요즘 세대 감성으로 귀엽고 재미있게 재구성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 위풍당당 소녀지만 짝사랑하는 남자 한정으로는 한없이 약해진다는 식으로.
슈퍼걸을 표현하듯, 귀엽고 씩씩하게 힘자랑을 하는 포인트 안무도 반지희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패션에서도 크립토나이트와 슈퍼걸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이번 곡에 반지희의 숨은 지분이 상당한 셈이다.
난 그것을 적극 부각시킬 셈이다.
당연히 작사에도 반지희 이름을 올려놓을 것이고.
오전에 연습을 봐주고 점심 식사로 소고기를 사줬다.
그리고 수고의 의미로 쇼핑로 데려가서 이것저것 선물을 사줬다.
멤버 모두에게.
아무거나 고르라고 하면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고, 나 생각해 준다고 저렴한 물품으로 고를 게 뻔하다.
"내가 좋은 가방 하나씩 선물할게요."
그래서 그냥 명품백 하나씩 선물해 줬다.
스케줄 할 때, 혹은 사석에서 하나씩 들고 다니라고.
"어, 어어……. 너무 과한데……."
"이거 굉장히 비싼 거 아니에요?"
"받으면 안 될 것 같은데……."
특히 나를 피디라고 부르며 따르는 멤버들이 당황했다.
"저 잘 따라줘서 고마워서 해주는 선물이에요. 그리고 명색이 인기 아이돌 그룹인데, 이런 거 한두 개 정도는 들고 다녀야죠. 본인이 직접 구매한 거 말고 지인이 선물해 준 녀석으로!"
그래야 폼이 살지!
이후 소소하게 선글라스, 시계 같은 것들을 사주고 노래방으로 가서 재미있게 놀다가 함께 치킨 파티를 하고 헤어졌다.
틈을 내서 주세아가 반지희에게 따로 한 마디씩 해줬다.
"지희, 너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어. 가사뿐만 아니라 곡, 시, 수필 같은 창작도 계속 해봐."
"세아 너는 뭐 실력에 대해 내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필요는 없겠지. 다만 딱 한 가지. 다이어트에 너무 하지 마. 너는 살이 적당히 오른 편이 백만 배는 더 보기 좋고 예뻐!"
"……!"
새하얀 얼굴이 빨개진 모습이 예쁘고 귀여워 보인다.
그 모습이 예쁘고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머릿결을 쓱쓱 쓰다듬어줬다가 황급히 손을 뗀다.
"아, 여자들 누가 자기 머리 만지는 거 싫어하지?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
그 말에 세아가 살짝 인상을 쓴다.
"그게 아니야."
그리고 내 손을 잡아 다시 자기 머리 위에 얹어 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뭔가 하다 마는 게 더 싫어."
그러니까 계속해!
난 크게 웃고 말았다.
세아 왜 이렇게 귀엽지?
* * *
다음 날에는 엔 플라워 누나들과 만나 똑같이 연습을 봐주고, 쇼핑을 하는 등 시간을 보낸다.
사실 이 누나들은 워낙 스타들이라 돈이 충분히 많아서 비싼 선물까지는 필요 없다. 본인들도 그걸 바라지 않고.
그래서 팔찌,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 소품을 위주로……. 사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그냥 함께 돌아다니며 떠들고 노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하며 즐기더라.
주아 누나가 물었다.
"너 국내 활동 좀 해야 하지 않아? 가끔 네 팬 카페 들어가는데 팬들이 너 엄청 보고 싶어 하던데……."
"맞아. 너무 미국 활동만 하지 말고 국내 활동도 좀 하고 그래."
"방송도 출연하고 음원도 좀 내고!"
잔소리하는 누나들에게 난 씩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이번에 다 하고 가려고요. 곧 영화 시사회하고 개봉하면 올해는 정말 시간이 없을 것 같거든요."
예능 녹화, 방송 출연, 음원 발매, 팬 사인회와 팬 미팅.
이번에 다 하고 갈 거다!
"그래? 그러면 우리도 좀 도와줄까?"
"맞아! 우리도 도와줄래!"
"뭔가 하나는 같이 하자!"
그 말에 난 씩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요. 뭐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