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돌아왔다-202화 (202/205)

천재로 돌아왔다 202화

138. 한국 활동(3)

이른 새벽.

아침 운동에 나선 사람은 나와 박소문 두 사람뿐이었다.

"괜찮겠어요?"

"저는 원래 이 시간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씩씩한 대답.

새벽 네 시.

굉장히 이른 시간이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쉴 수는 없다.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고, 액션 캠을 손에 쥔 뒤 런닝을 시작한다.

언덕을 내려가 마을을 가로질러 바다를 찍고 오는 것이 목표였다.

"시…… 작!"

"훅! 훅!"

런닝을 하면서 거금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브이로그를 많이 촬영해 본 경험이 여기서 도움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에 도착!

"땀 식기 전에 몇 가지 운동 좀 더 해볼까요?"

"운동이라면…… 아, 그렇군요!"

역시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는다.

잠시 후, 지금 환경에 잘 어울리는 시원하고 신나는 트로피컬 팝 댄스 음악이 울려 퍼진다.

유니크의 데뷔곡 We are!

바다를 배경으로 나와 박소문은 최선을 다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아니, 왜 이렇게 잘하세요? 혹시 우리 따로 연습이라도 하셨어요?"

"소문 군은 실력이 더 늘었네요. 그렇게 춤을 추면서도 노래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프로듀서로서 굉장히 뿌듯하네요."

"감사합니다. 사실 진짜 노력 많이 했어요!"

그렇게 하이틴 드라마 한 편을 찍고 돌아와 아침 식사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 아침은 부담 없이 맛좋은 쇠고기뭇국과 계란말이입니다. 이번에는 총괄 정도만 할 테니 여러분의 힘으로 직접 준비해 보도록 하죠."

청소도 하고 멍멍이들 밥도 주고.

그러는 동안 촬영팀은 나와 박소문이 새벽에 촬영해 온 분량을 확인하고 있었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나를 피디님이 손짓하며 부른다.

"민아!"

"네?"

"잠시만 이쪽으로……."

다가가니 스태프들이 모두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본다.

"이거 새벽에 네가 촬영해 온 거 맞지? 액션 캠은 또 언제 준비했어?"

"이런 일에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챙겨온 거죠."

그래. 새벽에 썼던 그 액션 캠은 내가 가져온 거다.

내가 예전에 뮤튜브 촬영할 때 썼던 것들.

액션 캠이라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퀄리티 좋은 샷도 충분히 뽑을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좋다.

그래서 내 모든 노하우를 다해 인설트 컷을 포함, 최대한 다양한 장면을 연출까지 곁들여서 담아왔다!

"마음에 들어요?"

"들다마다! 야, 그냥 프로듀서 때려치우고 우리 촬영 팀에 합류해라. 요즘 카감이 본인 후계자가 없다고 난린데…… 네가 하면 되겠네!"

뉴욕에서 함께 지낸 덕에 굉장히 친근해진 카메라 감독님이 내게 손짓한다.

여기에 더해 음향 감독님도 한 말씀 하신다.

"야, 액션캠 이렇게 잘 쓰는 거 쉽지 않은데…… 연출도 좋다. 숨소리, 바람 소리 최대한 방지하고 필요한 소리만 딱딱 집어넣는 것도 아주 잘했어. 무음 처리도 좋아."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나영웅 피디님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씀하신다.

"너희들 민이 뮤튜브 못 봤지? 그거 다 민이가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서 만든 영상들이야. 준 프로급이라 영상 편집을 잘 알아!"

"오호, 어쩐지……."

"그래서 편집하기 좋게 컷을 잘 따왔구나."

나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모습이 보이기에 슬쩍 한마디 했다.

"이번 프로그램 반응 좋으면 나중에 해외 유명 휴양지에 나가서 식당 운영하는 프로그램 같은 거 해보면 어때요?"

"오, 그거 좋은데?"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와이, 스페인, 이탈리아 유명 휴양 섬에서 연예인들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프로그램!

나영웅 피디님 작품이고,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나도 팬이었고. 슬쩍 발을 담가볼 생각에 제안해 본 것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항상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

'나도 저곳에 함께 있었으면.'

그래서 당시 촬영 멤버들을 슬쩍 흘렸다.

이런 멤버들이라면 더 재미있으면서 의외의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뭐 이런 식으로.

2020년 이후 더 유명해지지만 지금도 이미 충무로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배우들!

본래 그 멤버에 더해 내가 포함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림이었다.

나영웅 피디님이 진지하게 받아주신다.

"의외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네. 좋아. 이번 촬영 끝나면 진지하게 논의 한 번 해볼게."

그러는 동안 아침 식사가 끝났다!

"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그나마 요리 잘하는 멤버 덕분에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온 것 같다.

난 아쉬움 대신, 아침 준비를 위해 노력한 멤버들.

특히 요리를 주도한 멤버, '김재원'을 크게 칭찬했다.

"재원 군은 푸드테이너로서 가능성이 보여요."

"푸드테이너요?"

"제가 어제 방송 진행하듯이 요리한 거 봤죠?"

"아, 네!"

모두의 시선 속에 난 담담히 미래를 예측한다.

"오래전부터 요리는 성별과 세대를 초월한 최고의 오락거리였어요. 제 생각에는 몇 년 내에 요리가 예능의 핫이슈로 떠오를 거예요."

나영웅 피디님이 질문하신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우리 어머니 지인분 중에 이 분야 끝판왕 격인 분이 계신데, 그분이 조만간 M본부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우리 어머니와 백설현 선생님은 리모델링 이후 친구가 되셨다. 서로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우리 식당에도 자주 출몰하곤 하셨고, 혹은 두 분이 따로 여행을 다니며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셨다.

"제가 장담하는데, 그분이 이번에 방송 출연을 하시는 순간 요리가 방송 트렌드가 될 거예요."

"오오!"

자신감을 넘어선 확신에 다들 관심을 보이는 눈치다.

"아무튼 김재원 군은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주특기이기도 하니 미리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유니크의 요리 담당. 유니크의 엄마! 뭐, 그런 포지션도 괜찮지 않겠어요?"

다들 기발한 생각이라며 박수를 치는 상황 속에, 당사자인 김재원은 심상치 않은 얼굴에 상념에 잠겼다.

"푸드테이너…… 요리……!"

아침을 먹고 나니 점심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뭘 해서 먹지?

'어쨌든 섬인데, 계속 제작진이 주는 식량만 축내는 건 조금 그렇지?'

낚시라도 해야겠군.

휴대폰을 검색해 보니 낚싯대, 어망 같은 것을 대여해 주는 작은 업소가 있었다. 돈을 더 내면 낚싯배 서비스도 해준다니…….

'이거다!'

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같이 낚시하러 갈 사람?

다들 우르르 따라오려고 하기에 임무를 주기로 했다.

"여기 과수원하고 농장이 있더라고요. 몇 명은 가서 일을 돕는 조건으로 먹을 것을 구해오도록 하세요. 최대한 정중하면서 간절하게 부탁하면 들어줄지도 몰라요."

말은 그렇게 하고 미리 전화해서 과수원, 농장주인분에게 따로 부탁을 했다.

곧 어린 애들이 갈 텐데 적당히 고민하는 척, 협상을 수락해 주시고 마음껏 부려 먹어 달라고.

촬영 끝나면 찾아가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노라고.

내 정중한 부탁에 시원히 승낙해 주시더라.

그래서 청소팀은 과수원, 요리 보조팀은 농장에 보냈고 요리팀과 나는 낚시를 하러 이동했다.

원래 물고기는 하늘이 점지해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늘이 우리를 굉장히 좋게 봐준 모양이다.

"어? 어어어?!"

"뭐야, 또야? 건져! 건져!"

"으아아아! 월척이다!"

계속 뭔가가 걸린다.

다양한 물고기를 낚싯대 하나로 퍽퍽 낚아 올리는 모습에 촬영팀과 주변 낚시꾼들이 황당해한다.

"다들 저렇게 잘하는데 민이 너는 뭐하냐?"

"……그러게요."

나만 빼고.

으아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저 초짜들은 저렇게 잘 낚는데 정작 낚시 경험자인 나만 어째서……!

한쪽은 신나서 춤을 추고, 나는 축 처져 낚싯대와 잔잔한 물가만 노려보고.

이놈의 물고기들.

지금 사람 차별하는 거야 뭐야?!

결국 나는 송사리, 혹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물고기 몇 개만 낚았다. 그조차도 풀어주고 나니 남은 게 없더라.

반면.

"으하하! 낚시 진짜 재미있다!"

"나 앞으로 낚시에 취미 붙여 볼까봐."

"이걸로 생선구이랑 매운탕이랑…… 아무튼 해먹을 수 있는 건 다 해먹자!"

저쪽은 아주 신이 났다.

심지어 엉덩이춤을 추기까지…….!

"큽."

내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 * *

매운탕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며 나영웅 피디가 촬영팀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그러게요."

"이게 왜 재미있나…… 싶은데 재미있네."

그 이유는 분명했다.

"민이가 방송을 잘 알아."

김민의 맨해튼 드리밍 촬영 때 느꼈던 사실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할 줄 알더라.

보통 일상 다큐 형태의 근접 촬영하면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나중에는 정말 본인의 일에만 몰입하는 것이 정해진 흐름이다.

그런데 김민은 어색해하면서도 '방송'을 진행하려고 했다.

익숙해졌을 때쯤에는 본인이 주도해서 촬영 아이디어를 내고 현장에서 어떻게든 분량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부분에 재미있어 할지를 알고 움직이는 듯했다.

'지금만 해도 그렇고.'

첫 촬영 때의 말이 떠오른다.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정말 힐링을 하려고 하면 콘텐츠가 망한다고 했지?'

시청자가 원하는 최적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한다고 했다.

지금도 그렇다.

생선 대가리를 치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다듬는 과정에서 소년들은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그 모습과 대조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요리를 해 나가는 민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그림이다.

심지어 본인이 다 하는 게 아니라 멤버들에게 생선을 다듬어 보도록 가르쳐서 더 재미있는 그림을 연출한다.

'좋은데? 재미있어.'

"빨리 해봐요. 사정 봐주지 말고 제가 가르쳐 준 것처럼 대가리를 박 쳐요!"

"으으……!"

"왜요? 못하겠어요?"

"모, 못하겠어요!"

"왜요?"

"저 방금 생선하고 눈이 마주쳤단 말이에요! 제발 살려달라고, 자기가 사실은 용왕의 딸이라고 막…….!"

"뭐라는 거야? 그냥 이리 줘요. 답답해서 내가 해야지."

퍽!

"……?"

"꺄아아아악!"

난리도 아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촌극에 스태프들은 웃음을 터뜨리기 바빴다. 씩씩한 리더 박소문마저도 이 순간만큼은 다른 소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으으으……!"

칼을 쥔 채 하얗게 질려 벌벌 떠는 모습에 그냥 웃음만 나온다.

그나마…….

"이, 이렇게……?"

퍽!

김재원이 제일 낫다.

하지만 이쪽은 다른 문제가 조금 있었다.

"어? 왜 안 죽지? 죽어라. 죽어라!"

퍽! 퍽! 퍽!

"아, 죽었다. 선생님! 저 죽였어요!"

"어디…… 오. 잘했는데 조금 더 깔끔하게 목을 쳤으면 훨씬 좋았을 거예요."

"다음에는 더 잘 죽여 볼게요. 헤헤헤."

나영웅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저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도 되나?'

그래도 그림 자체는 재미있으니 일단 넣어보고 문제가 되면 삭제하는 쪽으로……?

다음 날, 아침 일찍 손님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엔 플라워입니다!"

"우리 후배들 격려해 주려고 먹을 거 잔뜩 싸들고 왔어요!"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이자 소속사 선배.

바로 엔 플라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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