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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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야구는 꽤 닮아있다.
수 없이 실패하면서도 한 번의 스윙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고, 막힘 없이 성공 가도를 걷다가도 잘못된 결정 하나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나는 야구판에서 체스로 치자면 퀸이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으며, 이 바닥에서 가장 중요한.
하지만 야구판을 벗어나는 순간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신인왕, 사이 영 상, 리그 MVP,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몇 개나 있다. 하지만 정작 지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건 전 부인이 오래전에 내게 준 싸구려 반지다.
우리는 소꿉친구였고, 내가 중학생일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었다. 이건 아마 고등학교에 다닐 때 생일 선물로 받았던 물건이었던 것 같다.
후회하고 있다.
그냥, 시발. 모르겠다.
새카맣게 변색된 반지를 끼고 잠자리에 들었다.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것조차 못 하는 내가 너무나도 한심해서, 스스로를 욕하면서.
야구만 잘하면 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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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를 끼고 잠든 것 때문인지, 전 부인이 꿈에 나왔다.
“야. 강건우. 생일 축하한다.”
어릴 때의 유리다.
나보다 두 살 많은데, 난 죽어도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다.
유리는 내게 반지를 내밀었다.
“반지?”
“그냥 반지가 아니야.”
“그럼?”
“강건우가 아주 큰 실수를 했을 때 여기에 대고 유리 누나 한 번만 봐주세요 라고 하면 실수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의 반지?”
코웃음을 쳤다가 한 대 맞았다.
음. 이런 일도 있었지.
잠에서 깬 나는, 나도 모르게 반지에 대고 중얼거렸다.
“유리 누나 한 번만 봐주세요.”
......그런데, 이게 뭔 마법의 반지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고 눈을 떴을 때.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의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강건우 선수. 메이저리그가 아닌 오션스를 선택해주신다면 구단은 최고의 대우를 해드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뛰고, 추후에 메이저리그로 갈 수 있게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아니. 진짜 마법의 반지인가?
실수하기 전으로? 메이저리그로 간 게 실수였단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