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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지애-331화 (331/472)

<천검지애 331화>

331화. 소금 대란(1)

제갈우명이 자신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자, 현기수사는 기분 나쁘다는 듯 다시 물었다.

“신비 조직에 대해 물었는데 왜 답을 안 주시는 겁니까?”

“아직 그들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은 점이 좀 있습니다. 지금 군사전에서 분석하고 있으니, 정리가 되면 맹주님께 보고드릴 것입니다.”

“군사전에서 분석한다고요? 아니 그럼 왜 부군사인 제게 숨기신 겁니까?”

“부군사, 모든 정보는 군사전에 가면 다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숨긴 것이 아니라, 부군사께서 맹의 일보다 다른 일에 신경을 썼던 것뿐이외다.”

둘의 설전을 보고 있던 우문상일이 안 되겠는지 일어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우문 총책.”

“예, 군사님.”

“맹주님껜 내가 허락을 받을 것이니, 장로회의를 연다고 공지해 주게.”

“알겠습니다.”

우문상일이 급히 나가자 현기수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장로회의를 열면 당장 혈교와 신비 조직인지 뭐지에 대해 질문이 쏟아질 텐데, 아무것도 준비된 것도 없이 장로회의를 열어 어쩌시겠다는 겁니까?”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니 부군사께서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천호방의 안하무인격인 지금 행태는 그냥 두실 겁니까?”

“부군사, 지금 무림맹 차원에서 천호방에게 경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십니까?”

“못할 것은 또 뭡니까?”

“지금 맹주님께서는 황상과의 관계 때문에 무척이나 고심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황상과 친분이 있는 천호무적검을 건드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욱이 소금 대란까지 막는 공을 세웠습니다.”

“소금을 푼다고 공표는 했다지만, 고작 천호방만의 힘으로 소금 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난 그가 그렇게 많은 소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믿지 않지만, 만약 가지고 있다면 그 많은 소금을 어떻게 비축했는지도 알아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부군사께서 개인적으로 알아보십시오. 하지만 군사로서 지금 천호방을 자극하는 행동은 불가하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현기수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군사로서의 판단이라고 말한 이상, 지위가 낮은 그로서는 더 이상 반박할 수는 없었다.

“제갈 군사, 천호방에 왜 이렇게 우호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후회할 것입니다.”

현기수사는 화가 난 듯 한마디 내뱉고는 나가 버렸다.

‘슬슬 이 자리를 물러날 때가 된 것인가…….’

현기수사가 그와 수시로 이견을 보여 왔지만 오늘처럼 무례한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다.

제갈우명은 천무제황의 최측근 심복이자 천무성궁의 군사인 현기수사의 행동에서, 곧 자신이 내쳐질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 * *

“아가씨께서 말씀하신 대로 공표는 했지만, 신중하던 계획을 갑자기 바꾸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왜? 소군은 내 생각이 마음에 안 들었어?”

“그건 아닙니다. 다만 탕마회나 제갈 대협과 의논을 한 번 하고 공표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혈교와 신비 조직에 대해 공표하고 자세한 설명을 소걸아를 통해 각 문파로 보낸 것은 담수련의 계획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모두 우리를 말렸을 거야.”

“혈교와 신비 조직의 상세한 정보가 우리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그분들도 그들을 잡으려고 지금껏 애쓴 것 같은데, 협조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이번 그들이 보내온 정보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어.”

그녀는 처음에는 탕마회와 협조 체제를 갖춘 후 혈교와 신비 조직을 따로 공략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두 조직에서 보내온 그들의 전력을 본 후, 의아함을 느꼈다. 예상보다 너무 방대했기 때문이었다.

혈교는 세워진 기간이 원나라가 지배할 때와 겹치기 때문에 무림에서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비 조직은 달랐다. 최소 수백 년 전부터 존재했는데 무림에서 근래에야 발견했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더욱이 그들의 간세가 두려워 소수만이 정보를 공유하며 그들의 뒤를 추적한다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이었다.

“무슨 의미신지요?”

“신비 조직에 암묵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비호한 자들이 분명히 있어. 그들은 타초경사의 우를 강조하면서 은밀하게 추적하자고 했을 거야. 그리고 누군가가 단서를 찾아내면 제거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감춰 줬겠지.”

담수련은 마치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듯 말했다.

“탕마회 어르신들도 그들의 간세가 천하에 퍼져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인정했지. 하지만 그 간세는 간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탕마회 어르신들은 물론 현명하다는 제갈 대협까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간세라고 할 수 있을까?”

“아가씨, 사실 전 거기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악불군의 말에 담수련의 눈에 이채가 나타났다.

“설마 소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의심의 범위가 너무 터무니없이 넓어지더군요. 무엇보다 그들을 조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 그런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를 의심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반격을 당하기 십상일 거야. 그래서 터뜨리자고 한 거야.”

그런 세력이 있다는 것이 완전히 공론화된다면, 아무리 영향력이 큰 자라 해도 대놓고 조사를 방해하거나 추적하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터였다.

“어쩌면 우리에 대한 공격이 더 거세지겠군요?”

“아마도……. 하지만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느낄걸? 우리 뒤에는 황상이라는 커다란 뒷배가 있잖아.”

“황상이 어떤 상황에서도 저희 편을 들까요?”

“위정자들은 자신에게 손해가 나거나 불리해질 것 같으면 일거에 표변한다고 하더라. 다행히 황상은 무림맹이나 구천마성 같은 거대 무림 조직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니까, 우리가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우리를 도울 거야. 물론 우리가 커지면 우리를 견제하시겠지. 하지만 그것은 다음 일이니까 그때 대처하면 되고.”

“그렇다 해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간세 색출만 끝나면 우군을 만들러 떠나야지. 그런데 간세들의 색출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어?”

집법당에서는 간세로 추정되는 자들을 체포하면 담수련이 적어 준 대로 심문을 하고 있었다.

“아가씨께서 적어 준 질문에 어긋난 답을 한 자들만 따로 분류해서 뇌옥에 가두고 있다고 하는데, 그 수가 이미 오십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하더군요.”

“간부들 중에서도 간세가 있을지 몰라.”

“하지만 간부들까지 조사에 들어간다면 저항이 있을 겁니다.”

“당장은 하면 안 되지. 우리가 외유를 나가면 분명 움직이는 자들이 있을 거야. 그때 잡아내도록 해야지.”

악불군은 그녀에게 또 다른 계획이 있음을 느끼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담수련은 그런 악불군을 보며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그녀가 행한 계획이 얼마나 큰 위험을 불러들일지는 상관이 없었다.

악불군만 옆에 있으면 그녀는 어떠한 것도 겁나지 않았다.

* * *

“절강 분타가 완전히 초토화됐다는 말이냐?”

천마종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의 앞에 두 줄로 시립해 있던 간부들은 겁을 먹은 듯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왜 아무도 말이 없어!”

천마종이 다시 외치자 장로인 봉미독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번 기습은 정말 갑작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천호방에 잠입한 간세조차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갔다고 합니다. 오익선으로서는 대비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나채현!”

“예! 전주님.”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느냐?”

“죄송합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인지라 아직 분석하지 못했습니다.”

“천호방에서 본 교와 함께 언급한 신비 조직이 바로 그 계집년들 맞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본 전의 분타와 함께 공격했다는 곳은 그 계집들의 세력일 확률이 크겠구나?”

“그렇게 사료됩니다.”

“천호무적검 이놈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천마종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천호무적검의 발표는 그 두 세력을 적으로 삼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었다.

무림맹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그 세력도 한 성을 대표할 정보밖에 안 되는 천호방이 굳이 먼저 매를 맞을 짓을 벌이는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주님.”

생각하던 천마종은 나채현이 갑자기 무릎을 꿇자 검미를 찌푸리며 물었다.

“또 무슨 일이 있느냐?”

“만물상단 총수에게서 급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고해라.”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소금값이 폭락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입을 것 같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냐! 절대 손해는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천호무적검이 소금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풀면서 전 중원의 소금 가격이 하루에 절반씩 떨어지고 있다 합니다.”

“……그놈이 천호방을 세운 지 일 년도 안 되었는데 그 정도로 많은 소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가 비축하고 있던 소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상관이 없었다고 합니다.”

“왜?”

“이미 양민들에게 신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자가 소금을 원가로 풀겠다고 하면서, 아무도 비싼 값에 소금을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족한 대로 소금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지요.”

“놈의 영향력이 그 정도로 크단 말이냐?”

“그런 변수가 생길 것을 전혀 예상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용서하십시오.”

의연한 척했지만 나채현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기분이 좋을 때 보고를 해도 불안한 판국에 절강 분타가 몰살하는 참사까지 벌어졌으니, 잘못하면 오늘 제삿날이 될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손해액이 얼마나 되느냐?”

“금자 만 냥 정도만이 회수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합니다.”

금자 오만 냥을 투자했는데 만 냥이라면 실로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그놈이 아무리 소금이 많다 해도 천하의 부족분을 모두 채울 수는 없을 터. 좀 버티면 다시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

“그, 그게…….”

“안 된다는 것이냐?”

“군소 염상들이 겁에 질려서 가지고 있던 소금들을 풀기 시작했기 때문에 반등은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거기다 한 달 후면 우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보관하는 소금을 지금이라도 처분하지 않으면 반 이상은 못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

당장 길길이 뛸 것이라는 예상과는 뜻밖에도 천마종은 차분했다. 태사의에 등을 댄 그는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매번 예상과 다른 행동을 하는 악불군에게서 강력한 위험 신호를 느낀 것이다.

“삼불귀마!”

“예! 전주님.”

“총단의 혈뇌에게 지금 일어난 상황을 모두 보고하고, 우리가 어찌해야 하는 것이 좋을지 물어보도록 해라. 그리고 내가 천호무적검을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는 말을 꼭 적어라.”

“존명!”

삼불귀마가 나가자 천마종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나 군사만 남고 모두 나가라.”

모두 나가자 천마종은 나채현을 보며 말했다.

“만물상단에 연락해서 천호상단과 거래를 시작하라고 해라.”

“어떤 거래를 하라고 할까요?”

“천호상단을 단번에 망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떤 거래든 상관이 없다.”

* * *

“그 밀지, 전부 다는 아니지만 반은 해독했어.”

담수련의 집무실에 들어선 악불군은 그녀가 환호하듯 말하자 미소를 지며 말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던데 어떻게 알아내셨습니까?”

“파자(破字)를 행과 열을 이용해 규칙적으로 퍼뜨려 놓았더라고. 아직 의미 모를 문자들은 해독을 못했지만, 지금 해석한 내용을 이용하면 그것도 곧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것이 많아.”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까?”

언제나 차분히 이야기하던 그녀의 입에서 경악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악불군도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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