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검지애-335화 (335/472)

<천검지애 335화>

335화. 미끼(1)

“흑 호법, 호위는 어떻게 정비했습니까?”

악불군의 질문에 흑석영이 보고를 했다.

“방주 호법들 각각에게 천호사기단 단원 열 명과 천호특수단 열 명을 배정했습니다. 총 팔십 명이 호위하게 됩니다.”

“팔십 명이면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담 군사님께서 주군을 노리는 세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악불군은 담수련이 이번 외유가 상당히 위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흑 호법.”

“예.”

“담 군사님의 예측이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경계를 삼중으로 할 생각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수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상대를 하게 될 경우 모든 호위는 담 군사님의 신변을 보호하는 것으로 바꾸십시오.”

“알겠습니다.”

* * *

“오늘 장로회의에서 제갈 군사의 발언이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올지 짐작은 했었나?”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제무황의 검미가 살짝 좁아졌다.

“맹의 안정에 대해 가장 책임이 있는 군사가 그런 책임 없는 말을 한다는 말인가? 내게 얘기할 때는 개요만 말하겠다고 한 것 같은데?”

“맹주님, 장로님들의 질문을 들으셨지 않습니까? 만약 거기서 제가 대충 얼버무렸다면 오히려 믿음을 잃을 수 있었습니다. 무림맹 같은 연맹체에서 지휘부가 맹원들에게 믿음을 잃는다면 안정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 자체가 와해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히 조사해서 다음에 보고하겠다고 했으면 혼란은 방지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듣고 있던 현기수사가 끼어들었다.

“그건 장로님들이 몰랐을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이미 천호방에서 그렇게 상세히 공표했는데 무림맹의 군사전에서 아직 더 조사해야 한다고 미룬다면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제갈 군사.”

“예, 맹주님.”

“천호무적검이 그런 공표를 한 이유는 알아냈느냐?”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럼 갑작스러운 공표란 말인가?”

“예.”

“군사께서는 천호무적검이 혈교는 물론 신비 조직까지 그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습니까?”

현기수사는 여전히 악불군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것도 알아볼 생각입니다.”

“제갈 군사, 다음 장로회의까지 천호무적검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알아내고, 혈교와 신비 조직에 대해 장로들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내게. 만약 못한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네.”

다음 장로회의는 열흘 후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매우 시간이 촉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갈우명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 보게.”

제갈우명이 나가자 현기수사가 급히 말했다.

“주군, 아무래도 제갈 군사는 주군의 뜻을 따를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냥 내치시지, 왜 기회를 주셨습니까?”

“내가 이미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제갈우명은 영웅회 때부터 군사였다. 거기다 구파일방은 물론 오대세가에게도 신망이 두텁다. 그런 그를 이런 정도로 내친다면 저의를 의심받을 수 있음을 왜 몰라?”

“제갈 군사는 여러 차례 위기를 벗어난 자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더욱 내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천제무황은 뒷짐을 진 채 창가로 가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기수사의 말도 일리는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명분 없이 내치는 것은 안 된다.”

그때 거대한 몸집의 태웅왕이 안으로 들어섰다.

“주군,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말해 보거라.”

“천호무적검이 외유를 떠난다고 합니다.”

태웅왕의 보고에 천제무황은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천호무적검이 외유 나가는 것조차 화제가 될 정도로 대단한 자가 된 것이냐?”

“죄송합니다. 그래서가 아니라 이번 공표로 그의 행적을 주시해야 할 것 같아서 감시를 좀 강화했을 뿐입니다.”

“보고해 봐라.”

“천호무적검이 외유의 첫 목적지로 남궁세가로 정했다고 합니다.”

“남궁세가로 간다고? 이유는?”

“이번 공표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마진격.”

“예! 주군.”

현기수사는 급히 답했다.

“천학이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

“강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학이에게 남궁세가로 가라고 전해라. 직접 천호무적검을 만나 보고 그에 대해 느낀 바를 자세히 써서 보고하라고 해라.”

“굳이 지금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소궁주님을 호출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제가 직접 가 보겠습니다.”

“파금왕조차 위세에 밀렸다고 했다. 무공이 약한 네가 천호무적검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이래 봬도 주군을 지근거리에서 수십 년을 모셔 왔습니다. 그자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제게는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좋다. 그럼 네게 맡기마. 태웅왕.”

“예! 주군.”

“네가 사마진격을 보필해서 다녀오거라.”

“존명!”

* * *

긴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있는 두 남녀.

철무정과 금잔화였다.

금잔화의 뒤에는 금령사자 한 명만 서 있었지만 철무정의 뒤에는 열 명이 넘는 태양전사가 서 있었다. 그동안 금잔화에게 밀려 자신의 의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던 철무정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금령군주, 천주님께서 중원의 모든 조직을 내 지휘하에 맡기셨소이다.”

“저도 명은 받았어요.”

“그런데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대령하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준비를 안 하는 것이오?”

금잔화는 대령(待令)이라는 말에 아미가 꿈틀했다. 그 단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만 하는 단어였기 때문이었다.

“단어를 좀 골라서 사용하시지요. 전 태양천의 소속이 아니며, 지위상으로 소천주님보다 높습니다.”

“지금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라고 보는데? 이미 황실이 무너졌소. 이제 군주가 아니라 태양천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오.”

“황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무너졌다는 표현은 매우 무례한 것입니다. 후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군주와 쓸데없는 것을 가지고 입씨름하고 싶지 않소이다. 당장 천륭검보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오시오.”

“가지고 올 필요도 없어요. 너무 간결하니까요.”

“그럼 말해 보시오.”

“들으면 소천주님 화만 날 텐데,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군주답지 않게 너무 뜸 들이는 것 같구려.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면 각설하고 본론만 말해 보시오.”

“좋아요. 전대 천주께서 무황들을 모두 꺾고 무림을 평정했다는 말은 들으셨겠지요?”

“전대 천주님의 무용담은 칭기즈 칸 태태황과 함께 우리 모두에게 자긍심을 준 쾌거인데 어찌 모르겠소?”

“하지만 한 가지는 모르시는 것이 있을 거예요. 전대 천주님께서는 한 사람에게 패하셨어요.”

“그게 무슨 황망한 소리를!”

“태양천 최고의 비밀이지요.”

“도대체 누구에게 패하셨다는 말이오?”

“천륭검가의 가주인 검황이에요. 이후 대공 전하께서는 평생의 원이 천륭검보를 습득하는 것이었어요.”

“천륭검가를 멸문시킨 것이 언제인데, 대공 전하께서 왜 천륭검보를 취득하지 못한 것이오?”

“누군가가 그것을 훔쳐 갔어요.”

“누가 감히 대공 전하께서 원하는 것을 훔쳐 갔다……. 설마 잠룡가주?”

“그 범인을 찾는 데 정말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확실한 증거를 찾아냈지요.”

“지금 천륭검보가 어디에 있다는 말이오?”

“누가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누가 익혔는지는 알아요.”

“누가 익힌 것이오?”

“강호에 나온 지 일 년도 안 되어 무황과 맞먹는 명성을 얻은 자가 누구인가 생각해 보세요.”

“악불군, 그놈이란 말이오!”

철무정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그가 가장 미운 자가 바로 악불군이었다. 그가 원하는 담수련을 지금 가지고 있고, 자신이 얻어야 할 명성을 다 가져간 그였다.

악불군에 대한 말만 들어도 질투와 열등감으로 반드시 만나면 찢어 죽일 거라고 몇 번이나 저주해 왔다. 그런 악불군이 그렇게 강해진 이유가 천륭검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의 마음에 가장 강력한 욕망이 생겼다.

‘반드시 천륭검보만은 내가 차지하리라…….’

철무정의 표정을 보던 금잔화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철무정, 너는 내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다.’

* * *

구슬로 만들어진 주렴(珠簾) 앞.

네 명의 가면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요즘, 너희들 하는 일들이 영 시원찮은 이유가 뭐냐?”

주렴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가면인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이제 내 질문에 답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언성이 높아지자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던 가면인이 입을 열었다.

“악불군이 천화궁의 분타 위치를 알려 달라고 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도화각주.”

“예, 천후님.”

“천화궁의 분타는 우리에게도 아주 중요한 정보망이다. 그걸 악불군이 알려 달라고 한다 해서 알려 주겠다는 거냐? 뻔한 것을 왜 보고해?”

“악불군이 본 궁의 중대한 비밀을 알고 뭔가를 탐색하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천화궁 분타를 연락망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하니,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도화각주는 매우 조심스럽게 부언을 했다.

“도화전주의 의견이냐?”

“천화궁주가 직접 의견을 냈다 합니다.”

“예서령이 직접 말했다는 것이냐?”

“예.”

“그래? 예서령은 상당히 신중하고 똑똑한 애지. 한번 검토해 보고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운우각주.”

또 한 명의 가면인이 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천후님.”

“밀지는 회수했느냐?”

“아, 아직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그럼 회수할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냐?”

천후의 반문에 운우각주는 머리를 바닥에 대며 소리쳤다.

“천후님, 용서하십시오. 밀지를 훔친 적동마수가 천호방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밀지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천호방을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미, 공격하지 않았더냐?”

“예에?”

반문하던 운우각주의 몸이 그대로 튕겨나가더니 벽에 그대로 부딪혔다.

쿵!

운우각주는 급히 몸을 일으키더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더니 다시 머리를 바닥에 댔다. 가면으로 가려진 그녀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 그녀의 목을 타고 흐르는 것으로 보아 내상을 입은 듯했다.

“감히 궁주님의 명을 어기고 천호방의 총단까지 쳐들어가서 오히려 모두 전멸을 당했다는 것을 안다. 거기다 운우루주까지 죽었다지?”

“요, 용서하십시오.”

“운우루의 미숙한 대처로 인해 본 궁은 커다란 손해를 입게 됐다. 운우루에 대한 감찰이 시작될 것이니 협조하도록 해라.”

“존명!”

“천미각주.”

“예! 천후님.”

“운우루주가 천미단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던데, 맞느냐?”

“그랬다는 보고는 들었습니다.”

“어떻게 대처했느냐?”

“천미단주가 거절한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그럼 천호방에서 천미단이 있는 곳을 어떻게 알고 공격한 것이냐?”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너희들이 이리 미욱하게 일을 처리한다면 궁주님을 내 무슨 면목으로 만나 뵙는단 말이냐!”

“천후님.”

천미각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냐?”

“항주 분타에는 천미단주와 천미단원 사십여 명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악불군은 가지도 않고 그 수하들만으로 반 시진도 안 되어 전멸했다고 합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천호방 전력에 대한 정보와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천호방에 속은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래서 대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돌리겠다는 것이냐?”

“그, 그게 아니오라 악불군과 천호방을 제거하는 것이 후환을 남기지 않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말씀드린 것뿐이옵니다.”

“제거라……. 하긴, 그놈이 나타난 후에 계속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있긴 하지.”

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태후의 황궁 공략도 지금 상당히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생각지 않은 일이 동시에 벌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거늘…….’

천후는 천호방이 생긴 이후에 자꾸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몹시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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