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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권 - 7화 (319/513)

《319》16권 - 7화

최금식을 배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깡패로 살며 경찰에 신고하지 싶지 않다.

강성태는 박배근을 상대했던 덩치의 속마음을 본 것 같았다. 짐작하는데 최금식이 데리고 있는 소위 동생들 중에 충일이라는 덩치와 그쪽 숙소 식구들이 가장 악착같이 대들었을 거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입구에서 박배근에게 붙들렸다.

빨리 끝내고 올라간다.

계단을 내려서자 먼저 널따란 홀이 나왔다.

“뭐야!”

홀의 한쪽에 앉아 있던 덩치들이 몸을 일으키고는 복도를 막아섰다.

“시간 없다. 최금식이 거기 있지?”

“뭐냐고!”

강성태는 곧장 배트와 쇠파이프를 들고 있던 덩치들에게 달려들었다.

부으응! 쩌어억! 쩌억!

한 방에 한 명씩, 강성태는 막아선 덩치들을 쓰러트렸다.

천안에서 광주까지, 또 직전에 세 개 조직을 상대하며 지친 탓인지 확실히 움직임이 둔해졌고, 그만큼 주먹의 위력도 떨어져 있었다.

이리저리 휘두르는 쇠파이프가 비록 촌스럽지만 제 모습을 갖추고 있던 복도의 장식들을 부쉈고,

퍼윽!

머리를 뒤로 뺀 강성태의 팔뚝을 때렸다.

쩌억! 쩌어억!

이를 악문 강성태가 앞을 막아선 두 명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는 순간이었다.

퍼억! 퍼윽! 퍽!

급하게 뒤튼 강성태의 목덜미로 쇠파이프가 떨어졌고, 휘청이는 틈을 파고든 배트가 왼쪽 팔뚝과 어깨를 세차게 때렸다.

왼팔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하는 상태였다. 겨우 한 놈을 쓰러트린 강성태는 이를 악물며 양손 엄지를 뾰족하게 세웠다.

부으응! 퍽! 퍼벅! 퍼벅!

기회를 노리며 배트를 휘둘렀던 놈이 강성태의 엄지에 옆구리, 겨드랑이, 목덜미를 찍히자, 송곳에 찔린 놈처럼 몸을 비틀며 한쪽으로 밀려났다.

퍼버벅! 퍽! 퍼벅!

명치를 찔린 놈은 숨을 쉬지 못하는 고통에 눈을 부릅떴고, 갈비뼈를 찍힌 놈은 옆구리를 끌어안으며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쪼그려 앉은 놈,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고통에 몸을 비틀어대는 놈,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벽에 기댄 상태에서 꼼짝 못 하는 놈, 십여 명을 무너트리고 나자 남은 다섯 놈이 복도 입구로 밀려나 주춤거렸다.

시간을 끌수록 바깥의 상황이 악해질 테고, 자칫하다가는 경찰이 달려올 수 있었다. 물론, 고강준이나 소신영을 이용하면 어떡해서든 넘어가겠으나 번거로운 일인 건 변함이 없었다.

지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앞으로 신강남파를 노리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고, 부산의 깡치를 주저앉히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후.”

짧게 숨을 뱉은 강성태는 몰려 있는 다섯을 향해 뛰어들었다.

붕! 쩌어억! 퍼벅! 퍼버벅!

얼굴을 얻어맞아 바닥에 널브러지는 놈 곁에서 다른 놈이 옆구리를 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쩌어억! 쩌억!

남은 셋이 좁은 복도 안쪽을 향해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강성태가 편하게 때리라고 머리를 가져다줘도 휘두르기 힘들 정도로 긴 파이프를 들고 복도에 들어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쩌어억! 쩌어억!

겨우 힘이 들어가는 왼팔까지 휘두른 강성태가 단숨에 두 놈을 해결하자 마지막 남은 놈은 주춤대며 뒤로 밀렸다.

“최금식 어디 있어?”

“이런 씨발!”

쩌어어어억!

그냥 달려들었으면 그나마 적당하게 끝냈을 텐데, 괜히 욕을 뱉는 바람에 마지막 놈은 좀 더 강하게 맞았다.

쇠파이프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얻어맞았던 덩치가 뻣뻣하게 뒤로 넘어갔다.

“허억. 헉.”

상체를 기울여 무릎을 짚은 자세에서 강성태는 거친 숨을 토해냈다.

이럴 때 외롭다.

최치곤과 이병렬이 없었다면, 조태완과 박노익과 마음을 통하지 못했다면 커피 알리고로 돌아가고 싶었을지 모른다.

뜬금없지만, 강성태는 이모 장숙경이 문득 보고 싶었다.

화난 얼굴로 등짝을 세게 때려주면 덜컥 힘이 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옅게 웃었다.

‘한계를 느낄 때 말이다. 이 고통을 넘어 돌아갈 곳을 떠올려. 그 간단한 희망을 놓치면 죽는다.’

고개를 좌우로 꺾은 강성태는 구부리고 있던 몸을 천천히 세웠다.

돌아갈 곳이 두 곳이나 있습니다, 아저씨.

하나는 이모네 빌라, 그리고 커피전문점.

아저씨는 놓쳤지만, 나는 안다미라는 사람도 있고요.

숨을 짧게 내쉰 강성태는 가장 안쪽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 다른 놈들도 그랬지만, 최금식만큼은 반드시 특실에 있으리라는 짐작에서였다.

특실은 공간을 넓게 사용한다.

복도를 타고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문이 왼쪽 복도 안쪽에서 하나 부족했다. 일반실 두 개의 공간을 하나로 사용한다는 증거였다.

문고리를 잡은 강성태가 안으로 밀치는 순간이었다.

홱, 문이 열리며 덩치 한 명이 강성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번득이며 날아드는 회칼의 손잡이를 움켜쥔 강성태는 놈의 미간을 이마로 들이받았다.

콰작.

눈이 풀리는 놈의 멱살을 움켜쥔 강성태는 안쪽으로 힘껏 밀었다.

털썩, 룸 안쪽으로 널브러지는 놈을 피해 세 놈이 안쪽으로 밀려났다.

안으로 들어선 강성태를 피해 세 놈이 테이블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눌러 놓아서 이마와 코, 입술이 편평하게 보이는 남자가 안쪽에 서 있었다.

“야, 이 개새끼야! 내가 신고했어! 너는 이제 끝이라고!”

테이블을 막아선 세 놈의 뒤에서 최금식이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일반적인 직장이라면 인맥을 이용해 낙하산 대표가 되었다고나 생각할 텐데, 어떻게 저런 놈이 광주의 4대 조직 중 하나의 대가리가 되었을까 궁금할 지경이었다.

“해 봐, 이 새끼야!”

심지어 최금식은 스마트폰을 들고 강성태를 찍어대고 있었다.

**

유충일은 오래 걸리지 않아 정신을 찾았다.

고개를 털며 일어선 그는 가장 먼저 입구를 막아선 박배근을 보았다.

차량 건너편에서는 조덕진부터 정영권, 그리고 신강남파 덩치들이 무거운 얼굴로 박배근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숫자로는 정말이지 상대가 되질 않았다.

거기에 조덕진은 대전에서 호남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조직 단단하게 키운 인물이었고, 정영권은 강남의 클럽을 책임질 정도의 능력을 지닌 신강남파의 중간 간부였다.

비록 지금은 지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유충일이 박배근에게 달려드는 순간, 최근 서울의 주인이라고 불리는 신강남파가 일제히 몰고 들어온다.

짧은 침묵이 흐른 뒤였다.

“비키십시오, 형님.”

마음을 굳혔는지 유충일은 홀로 입구를 막고 있는 박배근에게 단호한 요구를 내놓았다.

“야, 인마. 네가 뭐라고 해도 이 싸움은 끝났어.”

“비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더는 참지 않겠다는 투로 유충일이 허리춤에 손을 돌렸다.

회칼을 꺼내겠다는 의미였다.

저렇게 뽑지 않았다는 건, 뽑는 순간 바로 박배근을 담그겠다는 확실한 의지였다.

다른 놈은 몰라도 유충일은 박배근을 담근다. 비록 개차반 같은 인간이지만, 최금식을 모시는 동안 유충일은 늘 이런 식이었다.

박배근은 먼저 건너편에 있는 조덕진과 정영권을 향해 손을 들었다.

아직 달려오지 말라는 확실한 지시였다.

“야, 유충일. 우리 보스께서 기회를 주셨다는 걸 모르겠어? 너한테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고, 뒤에 있는 동생들도 한 번쯤 생각해 봐.”

“비키시라고 했습니다.”

박배근은 갑갑한 얼굴로 유충일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럼 나한테 칼 주라. 나는 그렇게 우리 보스를 지킨 거고, 너는 또 칼까지 줘가면서 금식 형님 지키려 애쓴 거다. 이거로 네가 학교에서 나 수발들어준 거, 그 뒤에 밖에서 얼굴 봤던 정도 모두 끊자. 그동안 고마웠다. 이런 말 이상하지만, 이상하게 너는 밉지 않다.”

말을 마친 박배근이 각오한 얼굴로 볼을 씰룩였다.

“제발 비키십시오.”

“칼 줘.”

눈과 입술에 힘을 꾹 주고도 유충일은 손을 내밀지 못했다.

박배근이 손짓만 하면 건너편에 있던 신강남파 조덕진, 정영권이 덩치들을 이끌고 줄줄이 달려온다는 걸 유충일이 왜 모르겠나.

그런데도 박배근은 칼을 맞겠다며 길을 막고 있었다.

강성태가 한 방 날려서 기회를 줬던 것처럼 박배근은 연장을 맞아가면서라도 유충일에게 명분을 주려고 서 있었다.

무엇이 이기적이던 박배근을 이렇게 변화시켰을까.

유충일은 문득 박배근이 부러웠다.

광주에서 또래 덩치들 중 일빳다로 불릴 정도로 악착같이 최금식을 모셨지만, 돌아오는 건 버릇이 된 듯한 따귀였다.

유충일의 흔들리는 마음을 본 모양이었다.

“너한테 받는 칼은 무섭지 않다. 하지만 충일아. 뒤를 돌아봐. 네 숙소 동생들, 너 하나 바라보며 온갖 잡일 하며 버텼는데 그건 눈에 안 들어오냐?”

박배근은 유충일의 가장 아픈 구석을 들춰냈다.

그 직후였다.

“후! 후! 앞에 비키세요!”

우리 지금 가고 있어요, 라는 신호를 요란하게 울리며 순찰차 세 대가 골목에 들어섰다.

붉고 파랗게 번쩍이는 경광등이 천천히, 그리고 느릿하게 다가온 뒤에 입구를 막아둔 승용차들 가까이 멈췄다.

순찰차에서 정복 경찰이 내리는 순간이었다.

“깡패 자존심이 있지, 형사과도 아니고, 112에 전화한 거야? 에이, 밸도 없는 새끼.”

박배근이 참지 못하고 욕을 뱉었다.

아닌 게 아니라, 유충일의 숙소 덩치들이 참담한 표정으로 볼을 씰룩였고, 그중에는 치욕을 견디기 어려운지 고개를 떨구는 놈도 있었다.

경찰은 천천히 입구로 다가왔다.

“신고 들어왔어요. 무슨 일입니까?”

관할지구대 경찰이어서 유충일과 몇몇 숙소 덩치들을 익히 아는 눈치였다.

‘서울에서 신강남파가 내려와서 우리 큰형님이 신고한 겁니다.’

유충일이 내놓을 답은 그랬는데 그 전에 그는 박배근을 분명하게 보았다.

이대로 신고해서 오늘 하루 조직을 지킨다고 해도 내일이면 이병렬이 내려올지 모른다. 이병렬의 지시라면 물불을 안 가린다는 김진용과 함께 말이다.

유충일은 김진용도 부러웠었다.

강서구 호텔에 단둘이 들어가 이광준의 머리를 부쉈다는 말을 들었던 날은 얼마나 부러웠던지 혼자서 아침까지 술을 부어 넣기도 했었다.

“신고자 번호가….”

번호를 확인하는 경찰 앞에서 유충일은 숙소 동생들을 돌아보았다.

‘형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순간인 데도 숙소 동생들은 꿋꿋한 시선으로 유충일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신고로 처리하며 하루쯤 넘기겠다. 그러나 이 일로 저 동생들은 앞으로 어느 자리에 가도 왕따나 놀림감으로 전락한다.

혹여 시비라도 붙으면, “저 새끼들은 불리하면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니까 그냥 졌다고 해줘라.” 하는 비아냥이나 듣는다.

“이 번호 알아요?”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입구에서 마주한 덩치들의 분위기를 모르겠나. 그런데도 경찰은 유충일에게 번호를 불러주며 확인을 요청했다.

비참하게도 최금식이 사용하는 번호였다.

건너편에 서 있는 조덕진과 정영권, 그쪽 숙소 덩치들이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야 하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면 전화 걸겠습니다.”

경찰이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가세요.”

볼을 씰룩인 유충일이 독약을 삼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경찰은 순간, 박배근과 유충일의 뒤에 선 덩치들, 건너편에서 무섭게 이쪽을 지켜보는 신강남파를 돌아보았다.

“정말 확인 안 해도 되겠어요?”

“알아서 한다니까 그래요. 내일 오후에 들를 테니까 그때 말씀하십시다. 내가 언제 실수한 적 있어요?”

“알지요. 그래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고. 그럼 나는 우리 유 상무만 믿고 갑니다.”

“그래요.”

어쩐지 울기 직전의 얼굴로 답하는 유충일을 피하듯 경찰이 물러났다.

**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최금식을 보며 강성태는 먼저 픽 웃었다. 저런 놈에게 고강준이나 소신영의 이름을 떠들어서 뭐하겠나.

“못 하겠지? 이 새끼야?”

“세 대.”

“뭐?”

말을 마친 강성태는 이를 악물며 마지막 힘을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테이블 앞을 막고 있던 세 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쩌어어억! 쩌어억! 쩌어어억!

섬뜩한 소리가 세 번 연달아 울린 뒤였다.

맞은 순서를 증명하듯 뻣뻣하게 뒤로 넘어간 세 놈이 테이블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섬뜩한 정적이 룸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이었다.

“너, 이 새끼! 여기 광주야, 광주!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후.”

고개를 좌우로 꺾은 강성태가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직후에 바깥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하이고, 어쩌냐, 이 개새끼야! 이제 경찰도 때릴래?”

강성태는 먼저 대가리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이 추하다 못해 불쌍하게 여겨졌다. 다음으로 이런 놈 밑에 있는 덩치들은 얼마나 속이 썩었을까 하는 동정심마저 들었다.

짧은 생각의 뒤였다.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박배근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그가 인사하는 사이에 조덕진, 정영권, 그리고 충일이라는 덩치가 뒤따랐다.

“경찰은 벌써 돌려보냈으니까, 얼른 끝냅시다.”

“뭐?”

놀란 최금식이 짐작하는 게 있다는 투로 충일이라는 덩치를 돌아보았다.

“유충일, 너, 이 새끼?”

“우리가 먼저 신강남파 뒤빡 친 거고, 이렇게 깨끗하게 졌습니다, 형님.”

“야, 이 개새끼야? 네가 경찰 돌려보냈어?”

“경찰에 신고하면 지금까지 형님 모셨던 동생들 평생 얼굴 못 들고 삽니다. 제가 형님 모시고 생활 접겠습니다. 동생들이라도 살게 해주십시오, 형님.”

유충일이 간곡하게 청을 한 다음이었다.

“너, 이리 와. 이리 오라고, 이 개새끼야!”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최금식이 회칼을 뽑아 들고는 유충일을 향해 끄떡였다.

고개를 반쯤 숙이고 볼을 씰룩인 유충일이 결심한 얼굴로 시선을 들었다. 이렇게 대들었던 벌로 회칼을 맞는 게 차라리 속이 편하다고 여기는 눈치였다.

“그대로 있어.”

짧게 말한 강성태는 훌쩍, 테이블을 뛰어올랐다.

“어?”

실제로 최금식이 낸 놀란 소리였다. 비겁하기 그지없게도 그는 그 짧은 순간에 유충일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해놓고도 도움을 받고 싶냐?

강성태는 테이블 앞에 서 있는 최금식의 얼굴을 세차게 걷어찼다.

퍼어어어억! 땡강.

얼굴을 얻어맞은 것과 동시에 그가 놓친 회칼이 테이블 위에서 광주에서의 싸움이 끝났음을 증명하듯 청명하게 울었다.

털썩, 소리가 나도록 소파에 처박힌 최금식을 향해 강성태는 테이블에서 내려섰다.

왼손을 뻗은 강성태는 그의 멱살을 붙들어서 일으켜 세웠다.

“앞으로 내 앞에서 욕하지 마라.”

대답 대신 놈은 버릇처럼 유충일을 향해 눈알을 돌렸다.

퍼억. 퍽. 퍼억.

강성태는 먼저 기절하지 않을 수준에서 세 번의 주먹을 꽂아넣었다.

“신강남파를 노렸다면 대가도 각오했어야지. 한 가지 더. 너는 양아치다. 그러니까 이후로 이쪽에 얼굴 들이밀면 죽음을 각오한 거로 알겠다.”

구둣발에 터진 눈두덩이, 찢어진 볼을 하고 최금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입으로 해.”

쩌어어어어억! 철퍼덕.

마지막 주먹에 흐물거리던 최금식이 바닥에 무너지며 깡패 생활을 마쳤다.

끝났다. 길었던 밤이.

깡치, 다음은 네 차례니까 각오하고 있어.

강성태는 긴 숨을 내쉬며 널브러진 최금식을 내려다볼 때였다.

“형님….”

쓰러진 최금식만 보이는지 유충일이 나직하지만 비통하기 그지없는 음성으로 최금식을 불렀다.

“박배근.”

“예, 형님.”

“광주는 이제 신강남파 관리한다. 이쪽 조직에 적당한 식구 정해서 밀어줘.”

“감사합니다, 형님.”

고개 숙여 답한 박배근이 확인하듯 유충일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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