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권 - 1화 (333/513)

《333》17권 - 1화

제1장. 나 진짜 살인마 된다!

주차장으로 내려간 강성태의 앞으로 아르윈과 키란이 다가왔다.

이병렬에게 인사한 뒤였다.

“형님.”

키란이 보자기에 쌓인 쿠크리를 두 손으로 내밀었다.

단순히 칼이라고 하기에는 쿠크리가 지닌 의미가 워낙 강렬해서 강성태를 지키기 위해 둘러싼 덩치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 왔어?”

“너무 늦게 도착해서 새벽에 인사드릴 생각으로 키란에게 갔던 참이었습니다.”

강성태가 건넨 질문에 아르윈이 바로 답을 내놓았다.

뭔가 심부름을 보냈었다고 했었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모르지만, 아르윈의 얼굴에 감추지 못하는 피곤이 묻어 있었다.

“운전할 수 있겠어?”

“모시겠습니다, 형님.”

그 얼굴을 보고도 강성태는 아르윈에게 운전을 맡겼다.

다 이유가 있을 거다.

궁금함을 삼킨 이병렬은 무거운 얼굴로 강성태를 따랐다.

덩치들이 다가와 양쪽 뒷문을 열었고, 강성태와 이병렬이 타자 문을 닫았다.

아르윈이 운전석, 키란이 조수석에 앉은 다음이었다.

“우선 부산으로 출발해. 정확한 위치는 가면서 알려줄게.”

강성태의 지시에 따라 아르윈이 차를 움직였다.

서열에 따라 허리 숙이는 덩치들을 지나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다음이었다.

“아르윈은 필리핀과 마카오를 거쳐서 돌아왔어.”

먼동이 터오는 도로를 배경으로 강성태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마카오에서 삼합회 부두목을 제거할 계획이어서 필리핀 가디언스 조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했어.”

그사이에 마카오에서의 싸움을 준비했었다고?

이병렬은 아예 존경한다는 심정으로 강성태를 보고 있었다.

“보리스 파리오라고, 멕시코 건설 공사를 가로채고 싶어 하는 거부가 있어. 그 회장이 삼합회와 손을 잡았거든. 마카오는 삼합회가 대놓고 드나들 수 있어서 얼마든지 숫자를 늘릴 수 있고, 거기에 권총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

“어떻게 하려고?”

이병렬의 질문을 받은 강성태는 시선으로 조수석에 앉은 키란을 가리켰다.

“달려드는 놈들은 무조건 지옥으로 보내줘야지.”

지금껏 강성태가 이렇게 독한 표현을 한 적은 없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마카오에서의 싸움을 통해 강성태가 삼합회와의 일을 아예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느낌만은 분명하게 받았다.

“권총도 사용한다면서?”

이병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건넨 뒤였다.

“아르윈?”

강성태가 불렀고,

“필리핀에서 히트맨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형님.”

아르윈이 곧바로 답을 내놓았다.

“맨입으로 그런 걸 받아줄 리는 없을 거고, 대가는?”

“멕시코 건설 현장에 필리핀 인부를 고용해주기로 했습니다. 멕시코 현지의 임금 수준이면 필리핀 건설 현장 임금의 여섯 배입니다, 형님.”

“그래서 그동안 안 보였던 거야?”

“그렇습니다, 형님.”

아르윈의 답을 들은 이병렬이 기가 찬다는 얼굴로 강성태를 돌아보았다.

“언제 이런 걸 계산해서 아르윈을 보낸 거야?”

“천안에 있는 병원에 곤잘레스 회장과 함께 다녀왔다고 했었지?”

“나를 구하러 온 핑계를 만들려고 함께 온 게 아니었어?”

“의논은 해야겠고, 천안도 가야 하고. 그래서 함께 갔다고 분명하게 말했었다.”

기가 막힌 웃음을 토해낸 이병렬이 생각난 게 있는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삼합회와의 싸움을 앞뒀는데 조강치, 이 개만도 못한 양반이 등장한 거구나.”

“부산까지 정리하고 가면 그만큼 속이 편하지.”

강성태의 답을 들은 이병렬이 눈가를 좁혔다.

“나도 간다.”

이병렬이 다짐처럼 말을 내놓았을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성태의 스마트폰이 울었다.

이병렬에게 눈짓을 건넨 강성태는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부산이라는 도시에 있던 타깃이 서울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바르지오 만시니가 다급하게 변동 사항을 알려주었다.

황민섭이 데리고 온다는 민병련의 주머니 어딘가에 스마트폰이 담겨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리 조직원들이 그를 데리고 오는 중이다. 미리 말하지 못한 점은 미안하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이병렬이 갑갑한 얼굴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 미스터 강. 잠시 통화가 가능한가? 10분쯤이면 된다.

“말해.”

- 신께 맹세코 곤잘레스 회장을 배신할 마음은 없었다. 다만, 자네를 경호팀장으로 소개해달라는 말이 있고 나서, 마카오 회담을 추진했는데 본인이 곤잘레스 회장에게 직접 말할 때까지 비밀을 지켜달라는 청을 받았다.

“화이트 테일. 너를 고용한 사람은 보리스 파리오가 아니라 곤잘레스 이두안 회장이다. 내가 곤잘레스 회장의 경호팀장이었다면 자네를 해고하라고 제안했을 거고, 만에 하나 자네가 내 동선 안에 들어왔다면 머리에 구멍을 뚫어줬을 거다.”

말을 알아듣는 아르윈과 키란이 긴장한 표정을 시선을 마주쳤을 만큼 다부진 대꾸였다.

바르지오 만시니는 이병렬을 흉내 내듯 침묵하며 대꾸를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가 보리스 파리오의 요청에 따라 마카오 회담에 관해 입 다물었고, 그런 내용을 짐작한 존 보스만이 내게 경호팀장을 권유한 이유를 말해. 이게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몰라, 화이트 테일. 이번에도 솔직하지 못하면 나와 너는 여기까지다.”

다시 건너간 강성태의 말에도 바르지오 만시니는 여전히 침묵했다.

이렇게 끝나나.

결국, 그 빌어먹을 탐욕이 가장 기본적인 신뢰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로 바르지오 만시니를 망쳐버린 건가?

강성태가 옅게 웃었을 때였다.

- 자네가 나를 구해줬을 때.

마지막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바르지오 만시니가 엉뚱한 말을 꺼냈다.

자동차의 라이트 불빛이 사치로 느껴질 만큼 주변이 훤하게 밝아진 시간이었다.

-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불편해했던 건 기억하지?

“그런 건 상관없어.”

- 자네가 동원하는 구르카의 힘을 부담스러워 했었지. 동양인이 설치는 걸 싫어하는 놈들도 있었고.

“내가 원하는 답을 해, 바르지오.”

- 보리스 파리오 회장이 중국몽에 올라탔다.

범죄자가 죄를 털어놓는 듯한 느낌의 대꾸였다.

-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투자에 거의 모든 재산을 쏟아부었어. 사회시설 건설, 투자한 항만과 철도의 백 년 관리 권한, 뜻대로만 된다면 수익은 말할 것 없지.

“화이트 테일. 보리스 파리오 회장의 투자 따위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어. 자네와 존 보스만이 곤잘레스 회장에게 신뢰를 지키지 않은 이유, 그것만 말해.”

- 아까 말했듯이 곤잘레스 회장을 배신할 마음은 없었다. 다만, 일이 제대로 성사될 경우, 시설 경호와 통제를 위한 용병 회사의 운영권 정도는 제안받았었다.

강성태의 대꾸가 없자, 바르지오 만시니의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었다.

- 곤잘레스 회장에게 멕시코 건설의 통제를 자네에게 맡기라고 강력하게 추천했던 사람이 바로 존 보스만이었어. 그와 내가 배신하기로 했다면 가장 먼저 미스터 강을 멀리 내치지 않았겠나?

“그 뒤에 보리스 파리오 회장과 나눈 대화는?”

- 자네가 마카오 회담에 동행할 것 같다는 정도였다. 미안하다, 미스터 강.

뭐라고 해도 강성태의 동선을 알려준 일이었다. 말을 해놓고 걸렸는지 뒤에 달라붙은 것처럼 바르지오 만시니의 사과가 건너왔다.

“혹시 그가 원한 정보가 있었나? 어나니머스의 힘을 이용했다거나?”

- 곤잘레스 회장의 통화 기록을 원했었는데 거절했다. 중국의 해커들을 동원해 알아낸 정보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통화로 봐서 바르지오 만시니를 적으로 삼아야 할 만큼은 아니었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배신의 폭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용병들은 사업가의 치밀한 계산과 이익에 따라 변하는 판단을 이기지 못해.”

-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그 점에 관해서도 사과한다, 미스터 강.

대강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또 다른 걱정을 품었다.

“가장 빠른 비행기 편을 이용해서 한국으로 들어와. 그리고 마카오 회담이 끝날 때까지 곤잘레스 회장과 함께 움직여. 가능하겠어?”

- 그 방법밖에 없겠지?

“그래도 자네를 신뢰할지 아닐지에 대한 판단은 곤잘레스 회장의 몫이다. 하지만, 그 정도 노력은 보여야 하지 않겠나? 또 하나, 자네의 안전도 생각해야지?”

- 흐음.

“한국으로 올지 아닐지에 대한 결정은 또 너의 몫이다.”

이만 통화를 마치려는 순간이었다.

- 바로 출발하겠다.

힘 빠진 바르지오 만시니의 답이 건너왔다.

- 출발하기 전에 혹시 필요한 정보는 없나? 곤잘레스 회장에게 좋게 말해달라는 의미의 뇌물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지.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거 같은데.

“이제야 내가 알던 화이트 테일인 거 같네.”

- 필요한 정보는?

잠시 창밖을 보았던 강성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번호를 하나 보낼 테니까 앞으로 네 시간 동안의 위치를 알려줘.”

- 혹시 그 사람을 추적하는 건가?

“비슷해.”

스마트폰을 내린 강성태는 새벽에 통화했던 조강치의 번호를 문자로 보냈다.

- 확인했다, 미스터 강. 멋진 정보를 보내주지. 내가 한국으로 출발하고 나서도 변동된 사항이 있다면 계속 문자로 갈 거다. 그렇게 알고 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한국에서 보자.

통화를 마친 강성태가 스마트폰을 내렸을 때는 이미 훤하게 밝은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아르윈과 키란은 알아들은 내용이었다.

홀로 갑갑해하는 이병렬에게 곤잘레스 회장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했고, 이어 바르지오 만시니와의 통화에 대해서도 알아듣기 쉽게 전해주었다.

“여기나 저기나 모사가 판을 치네. 그나마 완벽하게 배신한 게 아니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굳이 우리나라로 오라고 할 필요가 있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지금 통화를 보리스 파리오가 알게 된다면 바르지오 만시니가 위험해.”

“염병.”

투덜거린 이병렬이 상체를 등받이에 기댔다.

출근 시간 전에 혼잡한 구간을 빠져나가겠다는 듯 승용차와 승합차, 트럭들이 고속도로를 무섭게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차량보다 아르윈이 무서운 속도로 부산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통화가 끝나자 잠시 차창 밖으로 밀어두었던 현실이 아침 햇살과 함께 강성태에게 달려들었다.

고급 승용차 뒷좌석이었다.

문틀, 손잡이, 팔걸이에 담긴 여러 가지 스위치,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걸린 모니터까지, 더할 수 없이 편해야 할 뒷좌석에 앉았는데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갑갑하고, 불편했다.

강성태는 다리에 올려두었던 쿠크리에 왼손을 올리고 천천히 매만졌다. 그리고는 차창 저 멀리에 펼쳐진 하늘을 향해 시선을 들었다.

저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사경을 헤매는 최치곤과 유충일이 서울을 향하고 있을 테고, 유헌우와 안다미, 안호상 원장이 강성태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최소 두 시간은 지나야 치료가 시작될 텐데.

‘제발. 부탁이다, 치곤아.’

견뎌라. 견뎌주라.

간절한 바람을 전하듯 강성태는 쿠크리의 손잡이를 꾹 움켜쥐었다.

**

최치곤은 사명감을 지니고 걸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른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기괴한 길을 걸어서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명감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붉은 용암 속에서 흐르는 검은 돌덩이, 중간중간 불길이 치솟는 왼편, 그리고 길 오른쪽은 시커먼 물이 가득했다.

자욱한 안개가 앞을 가려서 정작 길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반걸음 앞에서 유충일이 걷고 있었다.

목덜미 아래, 어깻죽지, 팔과 허리, 허벅지까지 온통 칼에 찔리고 갈라진 자리가 생생하게 드러났는데 신기하게도 유충일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우직하게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최치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감각마저 비현실적일 만큼 둔탁해서 지옥의 불구덩이 같은 용암이 흐르는데 한 점 열기도 피부에 닿지 않았다.

이상했다.

강성태를 떠올려도 덤덤한 건.

가슴 저 안쪽이 저릿저릿한 것 같기는 한데, 마치 수백 년 전에 알던 사람을 떠올리는 것처럼 심장은 차분했다.

내가 죽었나?

그때 처음으로 최치곤은 현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직후에 이 길의 끝에 당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불쑥 솟구쳤다.

나머지는 그 뒤에 생각하자.

최치곤이 묵묵하게 걸음을 옮길 때였다.

한줄기 후끈한 바람이 불며 눈 앞을 가렸던 안개를 밀쳐냈다.

염병.

뱃머리가 곡선으로 이뤄진 배가 보였고, 이어서 도포에 갓을 쓴 남자 둘이 긴 장대를 들고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저걸 타야 끝나는구나.

배에 올라타야 한다는 사실을 최치곤은 숙명처럼 깨달았다.

반걸음 앞선 유충일도 최치곤과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묵묵하게 걸은 그가 배를 향해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배에 있던 남자 둘이 훌쩍 길 위로 뛰어내렸다.

“이 새끼야! 여길 왜 와?”

새하얀 낯빛에 핏물을 머금은 듯 시뻘건 눈과 입술을 한 남자가 버럭 욕설을 뱉었다.

“형님?”

최치곤은 멍한 눈으로 배에서 내린 남자를 보았다.

도포에 갓을 쓴 남자는 분명 김정훈이었다.

콰악!

그렇게 달려든 김정훈이 왼손으로 최치곤의 목을 움켜쥐었다.

“끄윽.”

최치곤이 어쩌지 못하는 엄청난 힘이었다.

이게 도대체?

김정훈의 어깨너머에서 유충일의 목을 움켜쥔 사람은 서달수였다.

“끄아악.”

심지어 서달수는 귀에 닿을 정도로 눈 끝을 길게 찢어가며 양팔로 붙잡은 유충일의 목을 위로 들었다.

“가서 병렬이 형님께 말씀드려! 이 서달수가 여길 지키는 대가로 너를 보내주는 거라고! 그러니까 가서 성태 형님과 병렬이 형님을 악착같이 모셔!”

천천히 걸음을 옮긴 서달수가 숨 막히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충일을 용암으로 거칠게 던졌다.

“커흑. 형…님.”

용암에 빠지는 유충일을 보며 최치곤이 겨우 외친 직후였다.

핏빛 입술과 눈 끝을 귀까지 뻗은 서달수가 목을 잡혀 버둥대는 최치곤에게 다가왔다.

“끄으윽.”

“이 개새끼!”

양팔로 김정훈의 손목을 잡고 버티는 최치곤의 심장을 향해 서달수가 매섭게 주먹을 날렸다.

퍼윽.

“커흑!”

퍼윽.

“끄으윽.”

끔찍한 고통에 손목을 놓친 최치곤이 축 늘어졌을 때였다.

“잘 가라.”

용암에 던지려고?

놀라 바라보는 최치곤을 향해 목을 잡고 있던 김정훈이 묘한 느낌의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그가 남은 한 손으로 최치곤의 심장 부위를 세차게 때렸다.

“커흐윽!”

주먹은 매서웠다.

얼마나 힘이 강했는지 가슴이 움푹 뒤로 밀린 자세로 최치곤은 용암을 향해 날았다.

허공에 뜬 최치곤의 시선에 서달수와 김정훈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분명 울음 묻은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형님?’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왜요?

놀라 바라보던 최치곤은 곧바로 용암 속에 떨어졌다. 그 직후였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끔찍한 고통이 최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끄으윽.”

피를 토해내는 것처럼 최치곤이 비명을 지른 직후였다.

“치곤 씨!”

다급한 음성이 귀를 파고들었다.

눈에 들어오는 건 하얀 조명뿐이었다.

“잘 견뎠어요! 치곤 씨! 조금만 더 힘내요! 제발요!”

그 뒤에 익숙한 음성이 최치곤을 불렀다.

“개새끼야! 제발 좀 버텨주라! 안 그러면 나 진짜 살인마 된다! 성태 씨가 이 말을 전해 달래요!”

그럼 안 되지.

“끄으윽.”

이를 악무는 최치곤의 손을 누군가 꽉 잡아주었다.

“나, 안다미예요! 치곤 씨! 제발 지금처럼 버텨요! 제발요!”

손의 주인이 안다미라는 건 그 직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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