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부 22권 - 20화 (453/513)

《453》2부 22권 - 20화

아카시 마오는 편하게 앉을 자리를 두고도 굳이 창가에 붙여둔 1인용 소파의 등받이 위에 걸터앉아 창틀에 발을 걸쳤다.

아카시 조직을 이끌 보스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양아치 같은 자세였는데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찰칵.

“후우.”

아버지, 아카시 미키야토?

가정이라고는 개뿔, 단 한 번도 따뜻한 식사나 대화를 나눈 적 없던 인간이었다.

도대체 왜 결혼했고, 무엇 때문에 마오를 낳았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아카시 미키야토는 늘 눈매와 인상을 매섭게 뜨고 아내와 딸을 항상 무릎 꿇려야 할 정도로 권위적이었다. 그래놓고는 딸인 아카시 마오보다 두 살이나 어린 레이나라는 어린 여자아이와 놀아나다가 마카오에서 비참하게 죽었다.

그런 아버지가 죽었다고 슬퍼해?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국에 이름을 떨친 양아치 아카시 마오가?

정치나 야쿠자 조직까지 직계가 받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일본의 제도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죽을 고비에 놓일 게 뻔한 아카시 조직의 보스 자리를 절대 받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다고, 아무리 싫다고 해도 관동 연합은 이미 마오를 아카시 조직의 수장으로 정해버려서 달리 방법도 없었다.

눈의 윤곽이 짙게 보이도록 아이라인을 강렬하게 그린 아카시 마오는 서울의 밤을 향해 픽 웃었다.

강성태를 찾아온 건 일종의 도박이었다.

아카시 조직을 욕심낸 그가 일본에 진출했다가 관동 연합의 손에 죽으면 좋고, 만에 하나 강성태가 관동 연합을 누르면 깔끔하게 조직을 그에게 넘기고 물러날 생각이었다.

삶에 미련 따위 없지만, 엉뚱하게 물려받은 아카시 조직을 지키기 위해 죽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정말 미련 같은 거 없이 한국에 왔는데,

‘젠장.’

강성태는 그녀의 심장을 처음으로 두근대게 한 진짜 남자였고, 진정한 야쿠자였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아버지 아카시 미키야토의 앞을 제외하고 그녀가 꼬았던 다리를 푼 적은 처음이었다.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고등학교 이후로 아버지란 존재를 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지금 아카시 미키야토가 앞에 있다 해도 마오는 절대 꼬았던 다리를 풀지 않았으리라 확신했다.

“후우.”

담배 연기를 엷게, 그리고 이마 쪽 위로 뿜어낸 마오가 또다시 웃었다.

최근 몇 년간 그녀를 흥분시켰던 두 가지, 한국 드라마, 매운 음식 외에 그녀의 심장이 두근거릴 줄은 정말 몰랐다.

한 방에 한 명, 아카시 조직원들을 고꾸라트리는 그 박력이라니, 혼이 쑥 빠질 정도로 잘생긴 얼굴과 눈빛은 또 어떻고?

아카시 마오는 야쿠자를 경멸했었다.

사무라이에게 목이 베이던 시절부터 유전자에 깊숙하게 박혀 내려온 ‘강약약강’의 태도가 역겨웠을뿐더러, 아카시 조직에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매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양아치들뿐이었다.

양아치 두목의 딸은 양아치답게.

아카시 마오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국에 이름을 떨친 이유였다. 그런 그녀에게 강성태는 처음 한국 드라마를 보던 순간을 떠올릴 정도로 충격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정한 보스를 보았는데 그가 내린 지시는 내일 정오 전에 한국을 뜨라는 경고였다.

이대로 가면 관동 연합의 손에 죽을 게 뻔하고, 버티자니 강성태란 남자는 한 번 뱉은 말을 바꿀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탓에 아카시 마오에게는 묘수가 필요했다.

‘진짜 보스니까.’

관동 연합이니, 아카시 조직이니 하는 되지도 않는 미끼를 내놓을 게 아니라 진심을 전해야 할 순간이었다.

“지금껏 양아치로 살았지만, 죽을 때는 야쿠자로.”

마음을 정한 아카시 마오가 왼손을 펼친 뒤, 손바닥에 피우던 담배를 비볐다.

**

곤잘레스 이두안이 챙겨준 선물은 ‘바쩨른’이라는 한 쌍의 시계였다. 그런데도 안다미는 강성태가 직접 사 온 향수에 감동했다.

손목에 뿌린 향수 냄새를 맡은 안다미는 행복한 미소를 얼굴에 올렸다.

마카오에서 감당해야 했던 힘겨움이 안다미의 품에서 녹아내렸고, 그녀의 온기가 강성태의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었다.

안타깝지만, 시간은 흐르게 마련이고, 끝내 새벽이 다가왔다.

“민정 씨가 염려하는 게 뭔지 알죠?”

마지막에 강성태를 일깨워준 안다미가 부드럽게 품에 안겼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다독이며, 강성태는 신이 내린 가장 큰 축복이 품에 있음을 깨달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얻은 가장 큰 행운과 행복, 안다미가 없는 삶은 상상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다.

“사랑해요.”

뻔한 그 한마디가 전하는 진실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이제 알았다.

아쉬움과 고마움을 안고 그녀를 배웅한 강성태는 빌라로 올라와 커피를 내렸다.

뿌옇게 밝아온 거실 창이 새로운 하루를 알리는 시간이었다.

갓 내린 커피 향을 맡으며 안다미의 체온을 가슴에 느끼는 이 순간이 참 행복….

우우우웅. 우우우웅.

강성태의 감정을 뚝 자르는 듯 방에 두었던 스마트폰이 울었다.

서라대학병원이 워낙 가깝기도 했지만, 안다미의 성격으로 봐서 가는 길에 전화할 거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뭔가 일이 터졌다는 연락일 확률이 높았다.

방으로 간 강성태는 스마트폰을 들어 액정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일단 받고 본다.

“여보세요?”

-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아카시 마오입니다.

어젯밤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깍듯하고 공손한 음성이었다.

- 정오까지라고 하셔서 시간 여유가 없어 일찍 전화 드렸습니다.

지금은 아예 조직원의 말투를 흉내 내는 느낌마저 풍겼다.

“무슨 일인데?”

- 아침 식사를 모시고 싶습니다.

“내가 분명 정오까지 출국하라고 경고했는데, 이 새벽에 아침을 먹자고 전화를 해?”

- 언짢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직과 제 목숨이 달린 일이고, 말씀드렸듯이 여유가 없어서 이렇게 일찍 부탁드립니다.

참 귀찮게 하네.

강성태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 일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따르겠습니다. 대신 아침 식사를 모시게 해주십시오.

“장소는?”

- 어제 뵀던 호텔 객실로 오시면 됩니다.

강성태가 어처구니없는 심정을 웃음으로 쏟아낸 다음이었다.

- 식당에서는 모시기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원하시면 어제 불렀던 조직원들을 모두 데려오셔도 됩니다.

조직원의 말투지만, 확실히 간곡하게 들리는 아카시 마오의 청이 있었다.

다 좋다. 그런데 약속이 너무 이른 아침이었다.

그것도 마카오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고, 지금은 새벽 6시밖에 안 된 시간이었다.

어설프게 움직였다가 아카시 마오의 함정에 당한다면 멍청이로 끝나는 거고, 그렇다고 아침 식사를 위해 이병렬이나 아르윈에게 연락하기조차 미안한 새벽이었다.

“할 말이 있으면 전화로 해.”

- 전화로는 제 진심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그렇습니다. 식사를 모신 뒤에 미련 없이 떠나겠습니다.

“하나만 묻자. 비행편은 예약했나?”

- 물론입니다.

“식사 시간은?”

- 오전 8시에 모시고 싶습니다.

요청인지, 요구인지 모를 아카시 마오의 답이 있었다.

이게 어젯밤에는 사람을 가지고 놀았었나?

어찌 된 일인지 아카시 마오는 하룻밤 사이에 우리말이 부쩍 는 사람처럼 완벽한 발음과 어휘를 구사하고 있었다.

“마카오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다. 괜히 허튼짓해서 아침부터 피 보게 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

- 아카시 조직의 명예와 마오라는 이름을 걸겠습니다.

사실은 안다미의 체온을 가슴에 품은 채 피를 보고 싶지 않아서 건넨 지시였다. 그러나 한 조직의 수장이 출국하기 전에 이 정도로 청한다면 식사 정도는 함께 할 만하지 않을까?

“8시에 보자.”

-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친 강성태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침 6시를 지나고 있었다.

짜증이 불쑥 올라왔지만, 이미 약속한 일이었고,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어젯밤에도 셋이서 올라갔으니까 오늘도 셋이 가는 게 좋겠다. 정말 미안하지만, 일본의 조직 대가리가 청한 일이니 신강남파를 대신해서 고생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던 강성태는 이병렬의 번호를 눌렀다.

이럴 때 최치곤이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성태가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을 때였다.

-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늦게 받거나 안 받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듯이 바로 이병렬의 대꾸가 건너왔다.

“아침 일찍 미안한데….”

강성태는 조금 전에 있었던 통화를 이병렬에게 들려주었다.

- 보스가 이런 일을 미안해하면 어떻게 해? 어떨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제대로 된 보스의 모습을 보여서 사람 놀라게 하다가 또 이럴 때 보면 아주 샌님 나셨어? 내가 진용이랑 7시까지 빌라 앞으로 갈 테니까 준비하고, 강남 식구들과 조성호더러 호텔에 가 있으라고 할 테니까 그렇게 움직이자.

“강남 숙소를 굳이 부를 필요가 있어?”

- 신강남파도 체면 좀 세웁시다. 클럽이 새벽까지 영업해서 지금 한창 뒷정리 중일 거야. 신월동과 강서구 나이트도 마찬가지고.

이병렬의 말을 들은 강성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그럼 신월동 나이트 영업 챙기느라 여태 안 잤어?”

- 그냥. 어차피 강남이나 신월동, 또 강서구 나이트가 밤새 영업하는데 한 명은 사무실에서 비상 대기해야지.

지금껏 조직에서 거들먹거리던 소위 형님이란 인간들이 돈이나 거둬갔다면, 강성태가 금지한 마약과 헛짓을 막기 위해 이병렬은 저렇게 밤을 새우고 있었다.

변명 같은 이병렬의 대꾸를 들으며 강성태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 보스가 지금껏 없던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말 안 했다면 아무리 머리가 깨져도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너무 마음 쓸 거 없어. 7시에 도착할 테니까 그때 봐.

강성태의 심정을 알아차린 모양으로 이병렬이 통화를 마쳤다.

샤워를 마친 강성태는 셔츠와 정장을 갖춰 입었고 시간에 맞춰 도착한 이병렬, 조봉진, 김진용과 함께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일본 놈들은 강한 사람에게 비굴해 보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지만, 잠시라도 틈이나 약점을 보이면 바로 비수를 꽂아. 절대 방심하지 마.”

가는 길에 이병렬은 몇 가지 당부를 전했다.

“저것들이 작정하고 수작을 피운 거면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하게 한 걸 테니까 여차하면 바로 연장 사용할 거다.”

그러면서도 그는 장기봉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강성태가 모르는 일로 처리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런다고 아무렴 이병렬에게 모든 걸 미뤄둘까.

“그건 그거고, 눈깔만 새카맣게 칠한 계집애가 더럽게 질척거리네, 진짜.”

이병렬이 툴툴거릴 때 호텔에 도착했다.

오전 7시 50분이었다.

강성태가 이병렬, 김진용과 함께 로비로 들어서자 먼저 조성호가 덩치들과 다가와 인사했고, 이어서 정소국이, 마지막으로 야쿠자로 보이는 남자 둘이 다가와 고개 숙였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외우고 있다가 하는 듯 야쿠자 놈이 내놓은 어색한 우리말이었다.

“소국이 너는 아래 지키고, 성호 네가 동생들 데리고 함께 가자.”

“알겠습니다, 형님. 다녀오십시오, 형님.”

강성태를 대신해 이병렬이 지시했고, 정소국의 인사를 받으며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움직였다.

무슨 아침을 얼마나 먹자고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야쿠자 두 명의 안내를 받으며 움직였다.

엘리베이터에 한계가 있어서 조성호가 다섯 명을 추렸다. 그렇게 아카시 마오의 객실에 도착할 때까지 특별한 일은 없었다.

어차피 얌전히 물러갈 게 아니라면 뒤에서 달려들 수도 있는 놈들이었다. 그럴 바에는 아예 오늘 박살 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독한 생각을 품고 객실 안으로 들어간 강성태는 심오한 표정으로 스위트룸의 거실 정면을 바라보았다.

소파나 테이블을 모두 방으로 넣었는지 가구를 치운 거실은 널찍했다.

정면이 창이었다.

그 아래에 일본의 전통 의상 기모노에 머리를 위로 감아올린 아카시 마오가 양손을 바닥에 대고 고개를 처박은 채 납작 엎드려 있었다.

저런 옷을 가지고 온 걸까, 아니면 밤새 구한 걸까?

“어서 오십시오, 보스.”

그녀의 좌우로 어제 깨진 야쿠자 놈들과 객실로 안내했던 두 놈이 서서 아카시 마오를 따라 상체를 깊게 숙였다.

기가 찬 모양인지 이병렬이 뱉은 나직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원하는 게 뭐야?”

“아침을 모시겠습니다.”

답을 한 아카시 마오가 고개를 들었다.

새하얗게 분을 바른 데다 눈의 윤곽을 따라 진하게 마스카라를 발랐으며, 입술을 붉게 칠한 탓에 마치 죽은 아카시 마오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상체를 세운 야쿠자 조직원 한 놈이 방으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너무도 궁금한 상을 들고 와 아카시 마오 앞에 놓았다.

일본의 풍습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보기에는 죽은 강성태가 귀신이 된 아카시 마오에게 제삿밥을 얻어먹으러 온 모양새였다.

“아침은 먹은 거로 치겠다. 하고 싶은 말을 해.”

“저를 거둬 주십시오.”

“정오까지 출국해.”

“아카시 조직과 함께 보스를 따르겠습니다.”

“정오까지다.”

“일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만약 제가 그곳에서 죽지 않는다면 조직원들을 데리고 돌아와 보스를 모시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만 오간 대화였다. 그 끝에서 아카시 마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것들은 사전에 연습이라도 했나?

어젯밤에 맞아서 눈가가 벌겋게 올라온 야쿠자 놈이 서류를 가지고 강성태에게 다가왔다.

멋지다, 이병렬.

내내 지켜보던 이병렬이 앞으로 나가 야쿠자 놈을 멈추게 한 뒤에 서류를 받아 강성태에게 건네주었다.

“한국에 있는 아카시 조직의 재산입니다. 협조하는 조직과 명단도 있습니다. 이제 저는 한국에서 협조받을 조직과 인원까지 보스께 모두 드렸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가면 죽을 일밖에 없지만, 살아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는 미천한 저를 거둬 주십시오.”

강성태가 빤히 바라보는 앞이었다.

소매에서 비수와 하얀 천을 꺼낸 아카시 마오가 두 가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로 손가락을 바치겠습니다, 보스.”

“이러는 진짜 이유를 말해.”

“거둬 주십시오, 보스.”

해적, 카르텔, 삼합회, 참 여러 종류의 인간들을 겪었지만, 구질구질하게 질긴 거로는 아카시 마오가 원탑이었다.

툭, 강성태는 받았던 서류를 거실의 중간으로 던졌다.

“얼마나 많은 재산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너를 받아들이면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한다. 그건 또 내 식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일이고. 나는 돈에 내 식구들을 팔지 않아. 근거지도 지키지 못하고 도망쳐 올 너와 조직원들을 받아들일 정도로 한가하지도 않고.”

새카맣게 그려놓은 눈화장 속에서 아카시 마오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관동 연합이니 뭐니 내가 알 바는 아닌데 너든, 그쪽이든,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엉뚱한 짓을 하는 순간, 죽어서 돌아간다는 것만 명심해.”

말을 마친 강성태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문을 나서기 전이었다.

생각난 게 있는 것처럼 강성태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정오까지다.”

강성태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은 아카시 마오가 더는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시선을 떨궜다.

고작 이 꼴을 보자고 아침 일찍 호텔에 왔다니, 강성태는 더없이 차가운 심정으로 객실을 나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