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2부 24권 - 15화
강성태는 바르지오 만시니의 객실에 들어섰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나?”
강성태의 목덜미와 손등을 확인한 그가 걱정되는 얼굴로 질문을 건넸다.
“이 정도야 늘 있었잖아?”
“그거야 용병 생활을 할 때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강성태를 걱정하던 바르지오가 힐끔 최치곤에게 시선을 던졌다.
컴퓨터가 잔뜩 설치된 그의 객실에 외부인을 데려와도 되냐는 의문이었다.
“인사해. 혹시 나 대신 이 친구가 찾아오면 안심하고 정보를 건네주면 돼. 은선곤 대표 이상으로 신뢰하는 내 친구.”
그렇게까지 믿는 사람이라고?
의외라는 투로 시선을 주었던 바르지오가 최치곤의 우락부락한 인상과 잔인한 눈매에 눌린 것처럼 손을 내밀었다.
‘하우두유두’와 ‘나이스미츄’ 따위의 초급 영어가 오간 뒤였다.
문 앞으로 움직인 최치곤이 거실을 향해 선 뒤에 양손을 앞으로 마주 잡았다.
‘뭐하는 거야?’
바르지오가 시선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경호원으로 손꼽는 강성태 앞에서 저럴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처럼 보였다.
강성태는 어깨를 들썩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후, 의자에 앉았다.
마카오 회의에서 복도에 홀로 서 있다가 곤잘레스 이두안을 맞이하는 강성태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제 딴에는 사명감을 지닌 표정으로 서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민망할 정도로 어색한 자세였다.
어쩌겠나.
하고 싶어서 저러는 건데.
하필 오후에 방문했던 연순동의 객실에서 그가 조심스러운 눈길로 보는 바람에 당장은 헛바람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모처럼 강성태와 함께 다니는 터라 보스를 지킨다는 사명감도 최치곤의 어깨에 힘을 불어넣는 느낌이었다.
“일본에서는 엄청났더구만.”
혼자 지내던 참에 강성태를 만나자 바르지오 특유의 수다가 터지는 모양이었다. 어지간하면 적당하게 맞춰줬겠으나 남은 약속이 하나 더 있어서 지금은 시간을 길게 끌기 어려웠다.
가볍게 웃어준 강성태는 재킷 안쪽에서 접어놓은 A4 용지를 꺼내 바르지오에게 건넸다. 강성태가 영어로 바꿔 적어놓은 자료 목록이었다.
“미안하지만 여기 있는 자료를 찾아줄 수 있을까?”
“뭐야, 이게? 혹시 연백국 회원들을 조사하는 건가?”
목록을 확인한 바르지오가 궁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강성태의 표정을 확인한 그가 나직하게 숨을 토해냈다.
“이건 시간이 좀 걸려.”
“얼마나?”
“일주일 정도는 필요해.”
“그 정도면 된다.”
답을 한 강성태는 바로 몸을 세웠다.
“미스터 강?”
그런 강성태를 바르지오가 부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하려던 말인데 이번에 일본에서 카르텔 조직원들이 모두 사망한 건 때문에 가페와 카르텔의 관계가 심각한 수준으로 틀어졌어. 알겠지만, 가페와 카르텔은 공생 관계야. 여차하면 미스터 강을 제거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어.”
“일본에서의 일이 없었다면 카르텔과 가페가 내게 협조했을까?”
“그야 뭐….”
뒷말을 흐렸던 바르지오가 최치곤을 슬쩍 살핀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아카시 마오를 멕시코로 보내지 않았고, 일을 마쳤는데도 약속한 돈을 송금하지 않았다며 가페가 몹시 분노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나? 마오를 한국에 데려온 지 벌써 나흘 째야.”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료가 필요해.”
“뭐?”
고개를 돌려 책상에 올려놓은 A4 용지를 재차 확인한 바르지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서둘러야겠군.”
“그래 주면 좋지.”
“어째 점점 더 내가 닿지 못할 곳에 올라서는 느낌이라 기분이 별로 안 좋은데?”
특유의 넉살을 담아 바르지오가 던진 농담이었다.
그저 지나가는 농담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혼자서 너무 많은 부담을 지닌 게 아니냐는 걱정도 담겨 있어서 강성태는 고맙다는 의미로 가볍게 웃어주었다.
“바이, 미스터 초이.”
“씨 유 어게인.”
바르지오와 최치곤이 받아쓰기가 가능한 영어 인사를 나눈 뒤에 강성태는 그의 객실을 나섰다. 그런 뒤에 최치곤과 함께 곧장 로페즈의 객실로 향했다.
강성태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벨을 누르기 무섭게 대원 한 명이 문을 열어주었다.
안쪽 소파에서 몸을 세운 로페즈가 급한 걸음으로 강성태에게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보스.”
“고생했어. 우선 인사부터 하자. 이쪽은 앞으로 나와 함께 움직일 최치곤.”
“만나서 반갑소, 로페즈요.”
“최치곤입니다.”
바르지오 객실에서보다는 좀 더 능숙한, 그러나 여전히 받아쓰기용이라고 느껴질 영어 인사가 오갔다.
밀항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사흘이 지났는데도 로페즈와 대원 둘은 움푹 팬 볼에 피곤을 두껍게 바른 얼굴이었다. 하기는 목숨을 내놓은 싸움이 끝나기 무섭게 어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으니 피곤이 쉽게 풀린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인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강성태는 소파로 가서 로페즈와 마주 앉았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가 봅니다?”
“외국에 나가면 밥을 사 먹을 정도?”
그럴 줄 알았다는 투로 시선을 주었던 로페즈가 최치곤이 건네는 미소를 보고는 얼른 시선을 가져왔다.
“멕시코에서 온 동료들은?”
“당분간 푹 쉬라고 말해두었습니다. 솔직히 나와 대원 두 명도 아직 체력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멕시코에서 일본으로 바로 날아왔던 후안 리카르도와 그의 대원들을 옆의 객실에 넣어두어서 그런지, 로페즈는 그나마 여유를 되찾은 얼굴이었다.
“카르텔 조직원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야쿠자들이 모조리 살해했다.”
“흐음.”
갑갑한 표정으로 로페즈가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오늘만 해도 후안 리카르도가 언제 송금되는지, 그리고 마오와 멕시코에 언제 갈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송금은 내일 중으로 처리할 거다.”
워낙 큰 금액이라 강성태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며 염려했던 모양이었다.
답을 들은 그가 나직하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몇 가지 정리할 일이 있다. 그거와 상관없이 공사 진행에 따라 시에라마드레 산맥으로 넘어갈 테고. 혹시 마음이 바뀌었다면 지금이라도 편하게 말해.”
“이미 보스라고 불렀습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후안 리카르도가 하는 꼴을 보고 나자 잠시나마 가페로 돌아갈까 싶었던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모습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부패한 데다 탐욕에 가득 찬 가페 대원을 보며 느낀 환멸쯤은 강성태도 어느 정도 이해했다.
“제가 할 역할이 있습니까?”
“멕시코 사정을 잘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카르텔의 속성과 시에라마드레 주변의 사정을 잘 알고 카르텔 조직원들의 협박에 눌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강성태의 답을 들은 로페즈가 맡겨달라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 담긴 피곤을 확인한 강성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머지는 천천히 이야기하자. 호텔에만 있기 불편하면 동료들과 관광이라도 해. 호텔 로비에 이야기하면 차량과 가이드를 제공해 줄 거다.”
“내일 의논해 보고 혹시 관광을 나가게 된다면 따로 문자를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큰 도움을 줬어. 고마워.”
“보스와 함께한 첫 번째 외출에서 목표를 이뤘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이 마주 서서 나눈 대화였다.
신강남파 덩치들의 태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로페즈와 그의 대원 두 명 모두 강성태를 보스로 대하고 있어서 서 있는 자세와 말투가 이전과 확실히 달랐다.
“참, 보스. 멕시코로 향할 때까지 시간 여유가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무료하게 호텔에서 지내느니 그 기간을 이용해서 멕시코에 함께 갈 조직원들을 훈련시키면 어떻습니까?”
얼핏 듣기에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렇다고 눈에 피곤이 가득한 로페즈를 붙들고 의논할 만큼 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며칠이라도 쉬어. 관광도 하고. 그 뒤에 의논해.”
로페즈를 다독인 강성태는 최치곤과 함께 객실을 나섰다.
“우아, 씨….”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는 복도에서 최치곤은 가벼운 탄성을 뱉어냈다.
“나 입원해 있는 동안, 너 이렇게 살았었냐? 이건 뭐 조직의 보스가 아니라 스케줄이 꽉 차서 숨 돌릴 틈도 없는 사업가 같잖아? 아니, 그거보다 더 심한 건가?”
질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면서도 최치곤은 한 걸음 앞서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이제 어디로 가냐?”
“집으로 가야지.”
둘이서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느긋하게 로비에 도착했다.
“차 찾아놓을 테니까 잠깐 기다려.”
“발레파킹인데 굳이 안에서 기다릴 거 뭐 있어? 같이 나가.”
앞서 나가려는 최치곤을 만류한 강성태가 걸음을 옮길 때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이 울었다.
“어? 민재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통화하고 나와.”
차를 찾기 위해 먼저 나가는 최치곤의 뒤에서 강성태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통화돼? 중요한 일 하는 거 아냐?
“이 시간에 걸었으면 급한 거잖아? 무슨 일이야?”
- 아버지 돈 빌려서 필리핀으로 도망갔다는 김삼문 사장 있잖아? 아버지 돈 떼먹은 사장.
“왜? 그 양반 찾았어?”
- 아니, 너 정말 몰라?
김민재의 질문을 들은 강성태는 호텔 입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 한 시간 전에 그분이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통장 확인하고 가져간 돈 전부 입금했어.
“나는 또 뭐라고? 잘됐네! 진짜 잘됐다. 그건 그거고, 너 술 마셨어?”
- 아버지 위로해 드리려고 소주 어떠시냐고 물었었거든. 억지로 한잔 드신다고 하셔서 엄마가 찌개 끓이는데 김 사장에게서 전화가 온 거야. 통장에 입금된 거 확인하는 바람에 느닷없이 축하주가 됐지.
“찌개 맛있었겠다.”
확실히 김민재는 장숙경과 김민정에 비해 눈치가 떨어졌다. 만약 그 두 사람이었다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며 날카롭게 강성태를 몰아세웠을….
- 고마워, 성태야.
널널하게 매긴 강성태의 평가를 뚝 자르는 김민재의 음성이 그 순간에 넘어왔다.
- 아버지 어깨가 무너진 거 나 처음 봤어. 돈은 다 필요 없고, 그냥 아버지가 예전처럼 어깨 펴고 지내셨으면 싶었어. 이번 일 부탁해서 미안하고, 돈 찾은 거보다 아버지 어깨 펴실 수 있게 해준 게 더 고마워. 내가 이 은혜 잊지 않을게.
“아이고, 은혜를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우리 민재 선생, 많이 취했네.”
- 아버지가 오늘 많이 드셨거든. 술자리 끝에서 성태 너 보고 싶다고 우시더라. 엉엉 우신 건 아니고, 손으로 눈을 가리셨어. 이런 날 함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김민재의 말이 가슴에 턱 걸려서 강성태는 농담을 내놓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이모부. 고마워요, 이모.
고맙다, 민재야, 민정아.
홀로 남은 내게 가정을 베풀어줘서.
- 내가 내일 돈 보낼게.
“안 급해.”
- 잘난 척이냐?
술이 어지간히 취한 모양인지 김민재의 말이 들쭉날쭉 튀었다.
- 이번 일로 너 다치거나 하는 거 아니지?
그 와중에도 느닷없이 날카로운 질문을 날려서 말문을 막는 재주도 부렸다.
“쓸데없는 소리 할래?”
- 알았어. 고맙다는 말 하려고 전화한 거야. 시간 좀 내주라. 내가 포장마차에서 원하는 건 전부 사줄게.
“너, 지금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기분 좋게 웃은 강성태는 그렇게 김민재와의 통화를 마쳤다.
잘됐다.
이모부 김진규의 어깨가 다시 펴졌다는 김민재의 말이 정말 좋아서 강성태는 모처럼 흐뭇하게 웃었다.
스마트폰을 든 상태에서 밖으로 나간 강성태는 기다리고 있던 승용차의 조수석에 올랐다.
“뒤로 타, 좀!”
“둘이서 가는데 그걸 뭐하러 따져? 얼른 가자.”
“말도 징그럽게 안 듣네, 진짜.”
툴툴댄 최치곤이 승용차를 움직여 도로에 들어선 다음이었다.
강성태는 아르윈에게 전화를 넣었다.
- 아르윈입니다, 형님.
“조금 전에 전화를 받았는데….”
강성태는 김민재와의 통화를 알려주고, 이어서 필리핀 보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는 당부를 부탁했다.
- 저기, 형님. 김삼문 씨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피해자들의 돈을 모두 돌려준 게 확실하다면 필리핀에 맡기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하루만 고민하자.”
- 알겠습니다, 형님.
통화를 마친 강성태를 최치곤이 힐끔 보았다.
“뭐냐?”
“전에 말했던 거. 필리핀에서 잡힌 인간이 돈을 보냈대.”
올림픽 도로를 향해 움직이는 승용차 안에서 강성태는 김민재, 아르윈과의 통화 내용을 느긋하게 전해주었다.
“돈 찾았으면 어디 적당한 데 묻어버리라고 하지 하루를 고민할 게 뭐 있어?”
“한 푼도 안 내놓고 버텼다면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가져간 돈을 모두 내놨는데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싶어서 그래. 우리나라로 보내라고 해서 연순동이나 강선영에게 맡기는 건 어떨까 싶어서 하루를 달라고 했어.”
“우리 보스는 참 정의로워요.”
최치곤의 말투가 웃겨서 강성태는 실없는 웃음을 토해냈다.
돈이 뭔지 참.
인간적인 신뢰를 모두 저버리고, 자신을 믿어준 사람과 그의 가족이 망가질 걸 빤히 알면서도 생명줄 같은 돈을 긁어서 필리핀으로 튀었다.
잡혔기에 망정이지, 필리핀 가디언스파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김민재와 김민정의 미래까지 송두리째 날아갈 뻔했던 사건이었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의 올림픽 도로는 대부분의 차량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일본 놈들 돈에 넘어가 인간성, 민족성, 학자의 양심까지 모조리 팔아먹은 인간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망가질 걸 빤히 알면서 깡그리 들고 필리핀으로 튄 놈하고, 누가 더 나쁜 거지?”
한강 너머의 건물을 바라보던 강성태는 예상치 못했던 최치곤의 질문을 받고 시선을 돌렸다.
“이건 뭐 누가 개새끼고 누가 씨발 새끼인지를 구별해야 하는 거보다 어려운 문제 아니냐?”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나한테 맡겨준다면야 두 새끼 모두 산에 데려가서 목까지 묻어놓고 시작하겠지. 그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핸들에 오른손을 올린 최치곤이 심오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잘못한 게 없다고 버티면 대가리를 쇠파이프로 때려주면 되고, 만약 잘못했다고 매달리면….”
고개를 갸웃했던 최치곤이 답을 떠올렸는지 바로 입을 열었다.
“잘못을 반성했으니까 삽으로 대가리를 때려주면 되겠다.”
그럼 그렇지.
철학적인 질문으로 시작했던 대화가 최치곤다운 마무리로 끝났다.
“오늘은 쉬는 거지?”
“그러려고.”
“상처만 아니면 시원하게 한잔 마셔주는 건데, 우리 이러다가 한 잔만 마셔도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몰라. 참! 다미 씨는 안 만나냐?”
“내가 더 미치겠다. 지금이 경력과 실력을 쌓는 중요한 시기인 모양인데 무슨 수술이 그렇게 줄줄이 있는지 당최 짬이 안 나. 응급실에 불쑥 들러보고 싶어도 상처 때문에 가기도 그렇고.”
입술을 내민 최치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양화대교가 보이는 거로 봐서 15분이면 빌라에 들어서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