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플랜 B(3)
“여기에 리듬악기랑 현악기, 효과음이 들어 있어요. 웨이브 파일로 만들어 왔으니까 그대로 트랙에 붙여 주시면 돼요.”
수철이 엔지니어에게 외장 하드를 건넸다.
엔지니어는 받으며 갸웃했다.
“이렇게 주시면 싱크(Sync, 소리 간의 타이밍)가 안 맞을 텐데요?”“제가 맞춰서 연주한 거니까 그대로 붙이시면 될 거예요.”
“네? 진심이세요?”
엔지니어는 당황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떻게 싱크가 맞아? 그럼 여기에 맞춰서 악기들을 연주했다는 거야? 그게 말이 돼?’
오류가 발생한 듯 엔지니어의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굳은 얼굴로 외장 하드를 연결했다.
파일을 열었다.
“트랙이 많네요?”
“네, 모두 필요한 것들이에요.”
“우주 사운드?”
파일명을 보던 엔지니어가 물었다.
“효과음이에요. 맨 앞에 붙여 주세요. 그러니까 드럼 시작하기 전 8마디, 32박자 앞에요. 그리고 캐스터네츠는 4마디 후에 붙여 주세요. 드럼 바로 앞에서 끝나게요.”
“여기요?”
엔지니어가 모니터 화면의 악기 트랙을 가리켰다.
“네, 거기 맞아요. 길이를 맞춰서 드럼 앞에서 딱 끝나게 해 주세요. 캐스터네츠가 끝나면 바로 드럼이 시작되게요.”
“네.”
“그리고 피치카토(Pizzicato,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음을 내는 방법) 콘트라베이스는 17마디째에 붙여 주세요.”
수철의 요구대로 엔지니어는 프로그램에 새로운 트랙을 만들고 계속 파일을 끌어다 붙였다.
“연주는 일렉베이스로 하셨는데 여기는 콘트라베이스를 붙이는 건가요?”“네, 섹션 변화만 주는 거라서요.”
“그렇군요.”
“팀파니와 소고는 피치카토 끝나는 부분에 바로 붙여 주세요.”“소고는 국악기인가요?”
“네.”
엔지니어는 파일을 가져다 붙이면서도 싱크가 맞을지 의문이었다.
이렇게 음악을 붙일 거면 적어도 드럼은 웨이브 파일로 만들어 와야 하는데.
수철은 드럼을 리얼로 연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싱크가 맞을 수 없다.
녹음을 이렇게 거꾸로 하는 경우도 처음이다.
엔지니어가 의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한번 들어 보고 계속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말에 수철이 모니터에서 엔지니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려다가 엔지니어가 걱정하는 부분을 알기에 끄덕였다.
“궁금하시면 앞부분만 한번 들어 보세요.”
“네.”
엔지니어는 망설임 없이 헤드폰을 썼다.
‘음……?’
싱크에 집중하며 귀를 기울이던 엔지니어의 얼굴이 조금씩 변해 갔다.
하얘졌다.
잠시 후, 머리라도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로 음악을 멈췄다.
헤드폰을 벗고 심호흡을 하더니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바이올린은 어디에 붙일까요?”
더는 의심을 품지 않았다.
“마지막 후렴 반복에서 보컬과 섞일 거니까. 끝나기 32마디 전에 붙여 주세요.”
“여기요?”
“네, 거기요.”
“바이올린을 연주가 아니라 웨이브 파일로 하는 거예요?”“네, 톤만 쓸 거라서요.”
엔지니어는 수철의 주문에 맞춰 계속 새로운 트랙을 열어서 웨이브 파일을 끌어다 붙였다.
“바닷가에서 휘휘 부는 바람 소리? 이건 어디에 넣을 건가요?”“보컬이 다시 시작되는 B섹션에 붙여 주세요. 그리고 양쪽으로 팬(Pan)을 벌려 주시면 좋겠어요.”“그건 나중에 믹싱할 때…….”“공간감을 한번 체크해 보려고요.”
“네.”
엔지니어는 마지막 파일을 끌어다 붙이고 팬을 열어 소리를 양쪽으로 벌리며 좌우의 밸런스를 조절했다.
“다 끝난 건가요?”
“네, 보컬이랑 악기 트랙을 다 켜서 전체 모니터링해 볼게요.”
수철의 말에 엔지니어는 뮤트(Mute)된 트랙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럼 들어 볼까요?”
“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엔지니어가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탈깍!
우웅― 우우웅―
딱딱. 따다닥.
츄르르르. 쿵. 칙. 팍. 칙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자 모두의 눈이 반짝였다.
박 대표와 이 실장은 지난번에 들어 봤지만, 여기서 다시 들으면 어떨지 기대됐다.
게다가 사운드를 더 붙였다고 하니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했다.
‘지금도 충분히 좋지만.’
기대에 차올랐다.
A섹션부터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 이 실장의 입은 B섹션으로 넘어가자 쩍 벌어졌다.
지난번엔 듣지 못한 소리였다.
“화!”
B섹션에 들어가자 음악이 무슨 스토리텔링을 하듯 휘휘 부는 바람 소리가 등장했다.
바람 소리가 양쪽으로 벌어지자 그사이로 가녀리고 맑은 소녀, 지우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오호!”
이번엔 박 대표와 다혜까지 탄성을 내질렀다.
“공간감이 진짜 쩌네요.”
엔지니어의 말처럼 공간감이 극대화되며 보컬의 가녀린 소리에 입체감이 붙었다.
그리고 곧이어 바람 소리가 페이드 아웃(fade out, 소리가 점차 줄어들다가 사라지는 것)되면서 이번에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가 나타났다.
보컬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시작했다.
이 실장은 이제 놀라기도 힘든지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환상적이네요.”
엔지니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연극 무대에서 뛰어놀던 음악들이 순식간에 최신 영화관의 스크린으로 옮겨갔다.
수철이 만들어 온 사운드가 붙기 전과 붙은 후는 천차만별이었다.
듣기 전에는 과유불급이 아닐까 걱정도 했었는데, 음악은 생동감이 꿈틀거리며 소리가 스피커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있던 음악이 눈을 떴다.
‘기특한 녀석!’
수철을 보는 박 대표의 눈빛이 깊어졌다.
지난번엔 없던 부분을 듣다 보니, 수철이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게 느껴졌다.
고마웠다.
“이제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났네. 하하.”
기분 좋게 웃으며 수철이 들으라고 칭찬했다.
수철도 뒤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그 말뜻을 알기 때문이다.
늦어서 가야겠다던 지우도 한편에 앉아 있었다.
음악을 듣고 신이 나서 연신 싱글거렸다.
“세션맨들은 왜 부른 거야?”
음악이 끝나자 엔지니어가 중얼거렸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어떠세요?”
수철이 의자를 뒤로 돌리며 물었다.
사람들은 대답 대신 멈췄던 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가 느낀 극찬들을 한마디씩 쏟아냈다.
해피엔딩이었다.
대박 필(feel)이 온다며 양손을 불끈 쥐던 이 실장은 시간이 늦어지자 서둘러 사람들에게 지우를 인사시켰다.
“잠시 택시만 잡아 주고 올게요.”
이 실장은 신이 난 얼굴로 인사하는 지우를 데리고 나갔다.
“저도 잠시 화장실 좀…….”
엔지니어도 화장실로 사라졌다.
셋만 남자 박 대표가 손을 비비며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그럼, 우린 음악 한 번만 더 들어 볼까?”
상기된 목소리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 * *
“오늘 오디션에서 화제가 됐던 그 사람 왔는데.”
엔지니어가 변기 앞에 서서 핸드폰에 귀를 붙이고 있다.
“그래, 최종전에 스스로 탈락한. 맞아, 맞아. 그 사람.”
수철이 얘기를 하고 있다.
“나 완전 숨 넘어갈 뻔했잖아. 기인이야, 기인. 음악 기인!”
믿기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그 세션맨들 있잖아, 그 사람들 정말 초라해 보이더라고. 완전 한심했어. 하하.”
껄껄 웃는 엔지니어의 목소리가 화장실을 울렸다.
“맞아, 잘난 척하다가 참교육 당한 꼴이지. 음악 좀 한다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더니 꼴좋다. 아마 한동안 얼굴을 못 들고 다닐걸? 하하!”
볼일을 다 보고도 화장실 안을 빙빙 돌며 계속 낄낄댔다.
* * *
녹음이 모두 끝나고 스케줄 확인차 모여 앉았다.
“보컬 녹음은 언제 가능할까요?”
이 실장이 묻자 엔지니어가 달력을 뒤적였다.
“이번 주는 일정이 빡빡해서 5일 후에 가능해요. 시간은 오후 2시부터 되고요.”“그럼 보컬 녹음 다음 날 바로 믹싱 가능할까요?”
수철이 끼어들며 물었다.
수철이 프로듀서인 만큼 마무리까지 할 생각에서다.
엔지니어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시간은 가능하지만 너무 무리 아닐까요? 보컬 녹음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요.”“보컬 녹음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수철은 확신하듯 말했다.
이 실장은 끼어들지 않았다.
수철이 하는 대로 따라갈 생각이었다.
“음.”
엔지니어는 선뜻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자신이 일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토튠도 해야 되고……. 박자 나간 것도 잡아야 하고…….”
웅얼거리다 수철과 눈이 마주쳤다.
“물론 박자 나간 건 없지만 그래도 한번 살펴보겠다는 거죠.”
엔지니어가 판단을 못 내리자 수철이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보컬 피치는 녹음할 때 제가 체크할게요. 그리고 박자는 틀린 게 없으니까, 잡을 게 없고요, 편집할 부분이 보이면 믹싱 하면서 바로 하면 될 거 같아요.”
그 말에 엔지니어는 마지못해 달력에 일정을 적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날 바로 하는 거로 잡을게요.”“시간은 아침으로 가능할까요?”
“네, 가능해요.”
엔지니어가 답하자 수철이 이 실장을 봤다.
그렇게 해도 되겠냐는 뜻이었다.
이 실장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을 모두 체크하고 드디어 녹음실을 나섰다.
“수고하셨습니다. 5일 후에 뵐게요.”“네,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녹음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모두 끝이 났다.
“대표님, 이 근처에 자주 가는 감자탕집이 있는데 식사하시고 들어가시죠?”
밖에 나오자 이 실장이 한잔하고 헤어지자고 붙잡았다.
“그럴까?”
박 대표가 수철과 다혜를 봤다.
모두 끄덕였다.
녹음이 끝나면 한잔하는 게 관례다.
* * *
―이모! 소주 한 병 더요!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감자탕집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다들 음악 하는 사람들일 거야. 근처에 녹음실과 합주실이 많거든.”
박 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모두 뮤지션처럼 보였다.
“수철 씨, 마스터링은 언제로 잡을까요?”
감자탕을 퍼서 한 그릇씩 나눠 주던 이 실장이 물었다.
“저는 빠를수록 좋아요.”“믹싱 다음 날도 괜찮아요?”“네, 전 괜찮아요.”
이 실장이 박 대표를 봤다.
“대표님은요?”
“나도 맞춰 볼게.”
박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스터링은 믹싱 다음 날로 잡아 보겠습니다.”“음원은 언제 풀 계획이야?”
뼈다귀를 집으며 박 대표가 물었다.
“음원 스케줄은 다 잡아 놨습니다.”
“벌써?”
“뜸 들일 거 뭐 있습니까?”“그래도 그렇지, 보컬 녹음도 안 했는데 음원 일정부터 잡는 사람이 어딨어?”“제가 좀 급하잖습니까.”
그 말에 박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언제?”
“3주 후 목요일 낯 12시 정각이요. 모든 사이트에서 동시에 노출하기로 했습니다.”“대단하다, 대단해. 어쨌든 그건 잘 잡았네.”“여기저기 전화하느라 진땀 뺐습니다.”“제작자야 늘 그렇지 뭐.”
박 대표가 이 실장을 보며 끄덕였다.
그러자 이 실장이 잔을 들었다.
“자! 대표님, 한잔하시죠. 수철 씨, 다혜 씨도 같이 짠 한번 해요. 오늘 고생 많았어요. 먹고 싶은 만큼 더 드세요.”
이 실장이 소주 몇 잔에 힘이 솟는지 목에 힘이 들어갔다.
“캬―!”
박 대표가 소주를 들이켜고 이 실장의 빈 잔을 채우며 물었다.
“홍보는?”
“우선 몇 군데서 이슈 좀 띄우기로 했습니다.”
“바이럴?”
“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죠.”
“방송 쪽은?”
“몇 군데 열심히 손을 비비고 있습니다. 헤헤.”
이 실장이 자신의 처지를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내가 도와줄 거 있어?”“대표님이야 항상 많죠. 그런데 자꾸 부탁드리기가 염치없어서…….”“인제 와서? 작업실 쳐들어올 때는 언제고?”
박 대표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어떻게든 해 보려고 체면도 벗어던지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이 실장이 기특했다.
건배!
녹음실에서의 긴장이 풀리고 술이 몇 잔 들어가니까 사람들은 조금씩 피로가 몰려왔다.
마지막 잔을 따르던 이 실장이 한마디 했다.
“대표님은 물론이고 수철 씨, 그리고 다혜 씨까지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제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제작, 매니저 관련 일은 제가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그 말에 마지막 남은 뼈를 뒤적이던 다혜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시면 저희 이번에 하는 프로젝트…….”
“다혜야.”
박 대표가 말을 끊으며 눈치를 줬다.
“프로젝트라니, 무슨?”
이 실장이 풀린 눈으로 박 대표를 보며 물었다.
“별거 아니야. 지금은 이 실장 앨범에 집중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내가 얘기할게.”
말을 돌리며 박 대표가 잔을 들었다.
“자, 마지막 잔 건배하고, 오늘은 그만 가자.”
“건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짠!”
녹음을 무사히 마친 걸 자축하며 모두 마지막 잔을 들이켰다.
“대표님, 금방 계산하고 나갈 테니까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래.”
잠시 후, 계산하고 나온 이 실장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며 다가왔다.
봉투였다.
“제 성의니까 거절하지 말고 받아 주세요.”
박 대표에게 먼저 내밀었다.
“됐다니까 왜 자꾸 그래? 나중에 대박 나면 그때 받을게.”“돈 아닙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받아 주세요.”
“돈 아니면 뭔데?”
박 대표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상품권입니다. 백화점 상품권이요.”
박 대표와 수철이 자꾸 사례를 거절하자, 이 실장이 나름 고민을 해서 준비한 것이었다.
박 대표가 쳐다보고만 있자, 수철과 다혜에게도 내밀었다.
“이건 수철 씨 거고, 다혜 씨도 이거 하나 받으세요.”
“전 괜찮아요.”
수철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는데, 다혜가 옆에서 덥석 받았다.
“감사합니다!”
다혜가 기분 좋게 받자 이 실장이 빙그레 웃었다.
“수철 씨도 얼른 받으세요. 가장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데, 이것마저 안 받으면 정말 민망합니다.”
그 말에 박 대표가 옆에서 수철을 툭 쳤다.
“그래, 수철이 넌 받는 게 맞아. 너무 많은 일을 했잖아. 죽은 음악을 살렸으니까 그 정도는 받을 만해.”
박 대표의 말에 수철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 실장이 내민 봉투를 받았다.
“고맙습니다.”
이 실장은 박 대표에게 한 번 더 내밀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끝까지 거절했다.
“최대한 아껴서 홍보비에 보태. 난 나중에 받을 테니까.”
이 실장도 포기하고 봉투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럼 대표님은 나중에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하자.”
시간은 어느덧 새벽을 넘어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이 실장은 5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터덜터덜 걸어가며 봉투를 열어 보던 다혜의 입이 벌어졌다.
“와…… 쌤, 이거 보세요! 액수가 큰데요?”
10만 원권 세 장이었다.
박 대표가 수철을 봤다.
수철이 갸웃하며 봉투를 열었다.
수철의 눈이 커졌다.
“전 10장이 넘는데요?”
그 말에 박 대표가 혀를 찼다.
“녀석, 돈도 없으면서.”
한마디 툭 내뱉고는 다시 등을 돌렸다.
다혜가 따라붙으며 물었다.
“과연 쌤의 봉투엔 몇 장이 들어 있었을까요?”
박 대표는 대꾸 안 했다.
“늦었다. 어서 가자.”
집으로 향하는데 해가 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