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돌아왔다-127화 (127/239)

#127화. Time to Reward(2)

“이상하지 않아?”

“뭐가요?”

“금별이야 자기네 드라마 확실하게 미는 거로 소문이 나 있지만, 그래도 이번엔 좀 과해. 평소보다 힘이 많이 실렸어.”

지나치게 도배되는 보도 자료, 포털 사이트의 첫 화면마다 보이는 주인공 얼굴, 매시간 TV에 등장하는 광고, 댓글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가십거리들, 도로를 오가는 버스 옆면에 붙은 큼지막한 광고까지. 관계자들은 금별기획의 파워를 잘 알면서도 이번엔 뭔가 다르다며 의문을 품었다.

“저도 느꼈어요. 이유가 뭘까요? 초반부터 이렇게까지 배팅하는 이유가요?”“음……. 드라마 스케일도 그렇고, 한국에서 확실히 입소문 만들어서 해외로 나가려는 거 아닐까?”“아, 그럴 확률이 높겠네요. 굳이 캐나다와 스위스를 오가며 촬영하는 거 보면요.”

첫 주부터 방송국은 떠들썩했다.

관계자들은 드라마의 빠른 상승보다 왜 금별기획이 이번에 특별히 더 힘을 싣는지가 궁금했다.

“어떻게 첫 주부터 음악이 도배가 되냐고요!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

새 앨범을 홍보해야 하는 매니저들은 방송국 복도에서 피디를 잡고 볼멘소리를 했다.

첫 주부터 라디오, TV를 가리지 않고 드라마 주제곡을 틀기 시작했다. 한두 번이야 소개 차원에서 그럴 수 있지만, 횟수가 너무 많았다.

“이거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에요? 이러다 역효과 날 수도 있어요. 눈살 찌푸리는 일은 서로 조심합시다.”

경쟁사에서 정중히 태클이 들어오기도 했다. 금별기획 때문에 자신들의 컨텐츠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떡할까요?”

“뭘 어떡해?”

“생각보다 반발이 심한데요?”“신경 쓸 거 없어. 처음부터 예상한 거잖아. 괜히 질투하는 거지. 자기들은 배팅 못 하니까.”

웬만한 태클은 차장급에서 다 방어했다. 그리고 그보다 윗선은 마케팅 이사가 담당했다.

―너무 잘나가려고 하시는 거 아닙니까?

“하하, 잘나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잘나가고 있습니다.”―하하, 그러시군요? 그런데 정말로 문화를 만들려고 그럽니까? 그러다 큰코다치시면 어쩌시려고요?

“하하, 왜 그러십니까? 큰 코가 어딨다고요.”―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왜 이렇게 초장부터 돈질을 하십니까?

“아이구, 무슨 그럼 위험한 말씀을? 돈질이라니요, 저희 직원들이 들으면 섭섭해합니다.”―…….

대꾸가 없는 틈을 타 한 번 더 맞받아쳤다.

“상무님처럼 고매하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거 같습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뛰어다닌 성과인데 그렇게 폄하하시다니요.”―…….

볼 수는 없었지만, 상무의 일그러진 표정이 그려졌다. 이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소 헷갈리는 말로 종지부를 찍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유명해져서 유명한 게 아니라 유명하게 만들어서 유명해지는 거라는 걸요.”

직원들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면서도 금별기획의 파워가 이 정도니까 까불지 말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경쟁사 상무는 말문이 막혀서 당황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열받아서 한마디 하려고 전화했다가 오히려 금별의 이사에게 한 방 먹어 버렸다.

“쯧쯧, 상무라는 사람이.”

마케팅 이사는 경쟁사 임원에 비해 여유가 넘쳤다.

행사할 수 있는 실력이나 자본이나 모두 한 수 위였다.

어찌 됐건 이사의 말에 모두가 궁금해하는 해답이 있었다.

처음부터 유명한 게 아니라 유명하게 만들어서 유명해진다는.

그리고 그게 지금이라는.

“뭘 걱정하세요? 저희를 믿으세요.”

여유는 이사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여러분은 좋은 작품만 만드세요. 그다음은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습관적으로 대박을 내는 집단의 사람들은 달랐다. 자신감이 넘쳤다. 자기들만의 확실한 철칙을 갖고 있었다.

말만 들어도 든든했다.

“역시 금별기획.”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금별의 자신감에 경의를 표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번 주도 시청률을 갱신했습니다.”

드라마는 매주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눈 덮인 로키산맥이 자주 나와서 그런지 의외로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그건 신선한 게 아니라 선선한 거 아닌가?”

이제 배가 불렀는지 농담을 할 정도였다.

첫 방송을 앞두고 손에 땀을 쥐었던 기억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 * *

―예고편부터 빠졌음. 내 인생 최고 드라마가 될 조짐.

―저기 어느 나라야? 한국은 아닌 거 같은데.

―주연 배우들 너무 아름다워요. 연기랑 배경 모두 완벽해요!

―그런데 저거 배우들이 실제로 한 걸까? 대역이겠지?

―영상보다는 OST가 확 들어오지 않아? 플레이리스트에 넣으러 간다.

드라마가 시작되고 둘째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드라마와 더불어 주제곡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이 가수에게도 쏠렸다.

―목소리 조합이 환상이네요. 두 사람 목소리가 정말 잘 어울려요.

―와, 진짜 음색 미쳤다.

―하준 오빠 멋있어요.

―우리 하린이, 꽃길만 걷자!

예상했던 반응들이 쏟아지자 금별기획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보도 자료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하준과 하린을 남매처럼 보이게 영상물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어 올렸다.

―전혀 안 닮았네요?

―둘이 남매예요?

―아닌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홍보 방식이 짜증 난다며 악성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그 또한 이슈에 거름이 될 뿐이었다.

“금주의 1위 곡은…….”

후보에 오른 가수들은 긴장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축하드립니다! 하준과 하린의 ‘For Destiny’가 차지했습니다.”

주제곡은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드라마 시작 3주 만에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존엔 없던 기록이었다. 대단한 음악과 대단한 가수, 그 이전에 대단한 홍보력이 있었다. 그리고 한번 1위에 올라간 음악은 떨어질 줄 몰랐다. 여기서부터는 음악과 가수 덕분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하준과 하린은 방송에 등장해 기쁨의 눈물을 글썽였다.

“볼 것도 없어. 그냥 싹 다 1위야!”

홍 과장이 소리쳤다.

주제곡은 각종 음원 차트의 1위를 휩쓸었다.

하준과 하린은 하루아침에 눈떠 보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

“상황이 어때?”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최대치를 만들어 봐.”

“네, 알겠습니다.”

상황은 금별기획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됐다.

하준과 하린은 음악 프로그램과 공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루키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은 배제하고 음악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며 착실히 뮤지션의 이미지를 쌓아 갔다.

“단발성 가수가 아닌 예술성을 갖춘 가수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해. 그래야 생명력이 오래가지. 우리가 가요 순위 1위나 하자고 이렇게 판을 벌이는 건 아니잖아?”“네, 알겠습니다. 좀 더 신중히 진행하겠습니다.”

마케팅 이사는 특별히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을 집중하며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한 직원들까지 긴장할 정도였다.

하린이에게 드라마 주제곡은 하나의 경험에 불과하다. 이름을 알리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하린이의 목표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 시장이다.

“금별기획은 확실히 가수를 케어하는 차원이 다르네.”“아쉬울 게 없잖아. 뒷배가 든든하니까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제작자들은 금별기획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금별기획은 드라마와 주제곡에 대한 인기도가 안정세에 들어서자 2차 전략을 시작했다.

“이제 슬슬 하린이에게 포커스를 맞춰.”

“네, 알겠습니다.”

금별기획은 홍보 방향을 듀엣에서 하린이에게로 포커스를 옮기기 시작했다. 2차 전략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하린이 1집 앨범을 풀 준비를 하는 것이다.

“듀엣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선만 유지하면 돼. 시청자들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만 말이야.”

“네.”

시간이 갈수록 듀엣의 무게중심은 점점 하린이에게로 기울어졌다. 하준을 소외시킬 수는 없었지만, 이전처럼 활력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천천히 하린이에 대한 붐을 만들어 봐.”

“알겠습니다.”

금별기획의 의도대로 듀엣이 아니라 솔로로서의 이미지가 커지기 시작했고, 서서히 하린이 중심으로 붐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하린이의 1집 앨범이 시장에 등장했다. 당연히 금별의 압도적인 자금력으로 앨범은 연일 이슈를 만들어 냈다.

“반응이 어때?”

“예상대로입니다.”

“변수는?”

“아직은 없습니다. 저희가 나섰다는 소문에 모두 발매를 미루고 있습니다.”

금별기획이 적극 하린의 앨범을 밀어 대자 다른 기획사들은 눈치를 보며 하나둘씩 뒤로 빠졌다. 앨범 발매를 뒤로 미뤘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정확한 타점으로 발매된 하린의 앨범은 발매 첫날부터 10위권에 진입했다. 사전 작업을 해 놓은 것이 효과적이었다.

“잘 돌아가지?”

“네,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마케팅 이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반짝이는 크리스털 안경 사이로 성취감에 찬 눈빛이 보였다.

* * *

이 실장도 끼어들 타이밍만을 노리고 있었다.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서 발 빠르게 프로젝트 앨범을 시장에 풀었다.

“3주 차에 푼다고 하지 않았어?”“상황을 보니 그렇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어서요.”

드라마가 빠르게 인기를 끌고 상황이 급격하게 진전되자 계획보다 일주일 앞당겨 풀었다.

“이 앨범의 가수가 ‘사랑은 익스트림’ 주제곡 ‘For Destiny’를 부른 바로 그 가수입니다. 아시죠? 하준이요. 하린이랑 듀엣을 한 그 가수.”

이 실장은 매니저를 데리고 방송국을 돌기 시작했다. 이제 매니저에게 맡겨도 되는데 아직은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피디를 만나서 앨범을 전했다.

“피디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지금 가장 핫한 가수입니다. 모든 차트를 휩쓸고 있죠.”

피디에게 내미는 홍보 시디엔 자신감이 차 있었다. 지난번 지우 앨범을 홍보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하준은 이미 잘나가는 가수기 때문이다.

하린의 앨범이 발매되고 빠르게 인기가 치솟자 이 실장도 발맞춰 홍보 멘트를 바꿨다.

“역시 하린은 하준과 듀엣을 할 정도로 훌륭한 가수예요.”“앞뒤가 바뀐 거 아닌가요?”“큼! 어쨌든, 지난번 박진용 프로듀서가 한 말 기억하시죠?”

“어떤 말이요?”

“하준과 하린을 신이 내린 듀엣이라고 극찬했잖습니까? 그때 같은 자리에 계셨으면서.”

“아, 그랬나요?”

금별기획에서 하린의 이미지를 하준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할 때, 이 실장은 오히려 하준을 하린과 환상의 호흡을 맞췄던 가수라고 떠들고 다녔다. 금별기획의 홍보력에 편승한 것이다. 드라마와 하린이, 양쪽에 다 올라탔다.

“그러다 찍히지 않겠어? 금별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박 대표는 이 실장이 너무 막 나가는 거 같아서 우려했다.

“괜찮습니다. 말만 그렇게 하고 다니지, 보도 자료에는 하준과 하린의 연결 고리에 비중이 없습니다.”

이 실장은 작가를 동원해 프로젝트 앨범의 음악에 관한 부분을 집중 조명했다. 박 대표의 충고대로 3인 3색의 색깔에 비중을 뒀다. 다혜의 타이틀 곡을 중심으로 대중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골라서 보도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금별기획에 편승하며 잔머리를 쓴다는 인상에서 벗어났다.

“영리한 거야, 노련한 거야?”“어느 쪽인 거 같으세요?”

박 대표는 날로 발전하는 이 실장의 언변에 감탄했다.

이제는 매니저 티를 벗고 어엿한 제작자의 느낌이 났다.

“그런데 대표님, 이번에 좀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

“네, 제가 방송국을 돌기도 전에 먼저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이 실장이 방송국을 돌기도 전에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대로 밀지도 않았는데, 방송 3사에서 알아서 음악을 틀어 준 것이다.

“하하. 별일이네. 착각한 거 아냐?”

박 대표는 헛웃음을 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약속하고 안 틀어 줄 수는 있어도 말하기도 전에 미리 틀어 준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본다.

“아닙니다. 느낌이 하도 이상해서 날짜와 라디오 선곡표까지 다 확인했습니다.”“그래……? 어떻게 그런 일이?”

박 대표는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이 실장을 바라봤다. 이 실장도 같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박 대표는 정신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다시 물었다.

“방송국에 앨범을 넣었을 거 아냐?”“네, 심의를 받으면서 도서관에 3장씩 넣었죠.”“그럼 피디가 우연히 발견하고 그냥 한번 틀어 준 거 아냐? 신인들 앨범은 간혹 그런 경우도 있잖아?”“한 번이 아니니까 그렇죠.”

그 말에 박 대표의 동공이 커졌다. 이 실장을 빤히 보며 천천히 물었다.

“……몇 번이나 나왔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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