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돌아왔다-195화 (195/239)

#195화. 박 대표가 더 좋아함

“왜 놀라세요? 오랜만에 봤는데 반갑지 않으세요?”“야, 너 진짜. 휴―”

박 대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너, 진짜 수철이 맞아?”

눈썹을 씰룩이며 얼굴을 들이댔다. 수철은 박 대표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박 대표는 얼굴을 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렇게 말도 없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면 반갑겠냐? 놀라지?”

말은 시큰둥하게 했지만, 수철의 깜짝 등장이 좋아서 배시시 웃음이 났다.

수철은 박 대표의 등을 떠밀었다.

“쌤, 사무실이 궁금해요. 얼른 보여 주세요.”

“녀석, 참.”

박 대표는 괜스레 눈을 한번 흘기고는 돌아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찰칵.

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자 박 대표는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철도 뒤따랐다.

“엄청 넓네요?”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니까. 누구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날 엄청 바쁘게 만드는 사람이 한 명 있거든.”

박 대표가 뱁새눈을 떴다. 수철은 그렇게 말하는 박 대표의 표정이 귀여웠다.

“하하. 그럼 음악 작업은 잘 못 하시겠네요?”“오래됐지. 요즘은 그냥 흔한 기획사 대표야. 네가 그만큼 많은 일을 시키고 있잖아?”

“죄송하네요.”

“하하, 녀석. 죄송하긴? 덕분에 돈도 많이 벌고 좋지. 이젠 어엿하게 잘나가는 기획사 대표니까.”

수철은 피식 웃으며 벽에 붙어 있는 앨범들을 구경했다. ‘디데이 뮤직’의 소속 아티스트 앨범이 옹기종기 다이아몬드처럼 붙어 있었다.

“준이 형은 앨범 또 나온 거 없어요?”

수철은 예전에 나온 하준의 앨범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지금 준비 중이야.”

박 대표는 소파에 앉으며 수철을 힐끔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요즘은 2년에 한 장씩 내는 게 정상이야. 너처럼 일 년에 두 장씩 내는 사람은 없어.”

박 대표의 말에 수철이 고개를 휙 돌렸다.

“쌤.”

“뭐.”

“세 장이에요.”

“세 장……?”

갸웃하더니 눈이 점점 커졌다.

“설마, 또 내려고?”

“네, 헤헤.”

“허허, 녀석.”

혀를 찼다.

“싫으세요?”

“싫은 게 아니라.”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수철은 사무실 전체를 휙 한번 둘러봤다.

“정말 넓네요. 금별기획보다 더 큰 거 같아요.”

감탄하며 박 대표와 마주 앉았다. 박 대표는 수철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얘기해 봐. 진짜 무슨 일이야? 이렇게 갑자기?”“무슨 일이긴요? 쌤이 보고 싶어서 왔죠.”

“…….”

“싫으세요?”

“싫다는 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의심의 눈초리를 날렸다.

“쌤도 보고 오랜만에 서울 공기도 쐴 겸해서 왔죠.”“하하, 녀석 팔자 좋네. 공기를 쐬러 국가를 옮겨 다니다니.”“팔자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요?”“……그래, 뭐. 좋은 게 좋은 거 맞지. 공기를 쐬러 12시간을 날아다니는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엄마 보려고 왔어요.”

수철이 툭 내뱉었다. 박 대표는 순간 멈칫하며 눈에 힘을 줬다.

“엄마……?”

“내일이 기일이거든요.”“……아! 벌써 그렇게 됐구나? 미안하다, 요즘 정신이 없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네.”

박 대표의 눈에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수철은 고개를 저었다.

“쌤이 왜요? 괜찮아요, 미안해하지 마세요.”“그래도 마음이 좀 그렇지. 네가 한국에 없을 땐 내가 좀 챙겼어야 하는데.”“정말 부담 갖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박 대표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꽃은 내가 사 줄 테니까. 가서 바꿔 드려.”“네, 그럴게요. 감사해요.”“그쪽에 지나갈 때마다 생각이 났었는데, 한번 들러 보지 못했어.”

박 대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읊조리며 자책했다. 수철은 분위기를 바꿨다.

“쌤, 커피 한 잔 주세요. 쌤이 타 주시는 커피가 그리웠거든요. 사실은 그거 마시러 비싼 돈 주고 날아온 거예요.”

박 대표는 잠시 우울했던 표정을 지우고 피식 웃었다.

“하하, 녀석. 인터뷰 몇 번 하더니 아주 말발이 살아 있네.”

장난꾸러기 같은 수철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핫? 아이스?”

“핫이요.”

박 대표는 수철이 평소 좋아했던 스타일의 커피를 만들어 건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내밀며 다시 마주 앉았다.

“아까 앨범 한 장 더 할 거라는 말, 진심이야?”

“네.”

수철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툭 내뱉었다.

“저, 노래하려고요.”

“노래?”

박 대표는 커피잔을 들다가 멈칫했다. 또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건가 하고 쳐다봤다.

하지만 수철의 눈빛은 그게 아니었다.

“네가 노래를 하겠다고?”

“네.”

“정말?”

“네.”

박 대표는 들었던 잔을 내려놓고 수철을 빤히 바라봤다.

수철이 프랑스에서 전화해서 여행을 포기하고 급하게 호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박 대표는 뭔가 수철의 심경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었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다가.

혹시……. 노래?

설마, 아니겠지 하며 고개를 저었었다.

박 대표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레베카에게 수철이 스테파노의 공연에서 이상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전혜미 소프라노의 공연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조심스레 추측했었다. 물론 설마 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하지만 박 대표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자 얼굴이 조금씩 상기되었다.

그게 도대체 몇 년 전이지?

수철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다혜의 소개로 간 도어스 펍이 아니었다. 스쳐 지나갔지만, 정류장이었다.

비에 젖은 버스 정류장, 물방울이 떨어지는 곳에서 박 대표는 수철의 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때 수철이 냈던 소리는 귀를 번쩍 뜨이게 했고,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때…….

그때 수철은 자신을 눈치채자마자 말을 걸 틈도 없이 유령처럼 사라져 버렸었다. 어렵게 인연이 닿아서 다시 만났지만, 수철은 그 이후로 노래를 하지 않았다. 노래 얘기만 꺼내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고, 등을 돌려 버렸다. 수철에게 노래하는 게 금기였다면, 박 대표에겐 노래에 관해서 묻는 게 금기였다. 수철의 표정이 빠르게 어두워지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으니까.

그랬던 녀석이.

먼저 노래를 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박 대표의 머릿속에 노래와 관련한 지난 기억이 신기루처럼 지나갔다.

다시 흥분이 올라왔다. 언젠가는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알았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소파 위를 방방 뛰며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들썩이는 감정을 꾹 누르며 태연하게 물었다.

“이제 시작하려고?”

“네.”

“드디어 준비가 된 거야?”

“네.”

“오래 걸렸네?”

“조금요.”

박 대표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물었고, 수철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Radiate에 가사를 붙였어요. 편곡도 다시 했고요.”

“그래?”

박 대표는 Radiate가 수철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 그 곡에 가사를 붙이고 편곡을 다시 했다는 얘기는 제대로 불러 보겠다는 뜻이었다. 박 대표는 기대감에 다시 얼굴이 상기됐다.

수철은 끄덕였다.

“네, 악기도 새로 넣고 데모 삼아 노래도 불러 봤어요.”

박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그거 들어 볼 수 있어?”“나중에 제대로 녹음하고 나서 들려드릴게요. 지금은 그냥 제가 테스트하려고 만든 거라 듣기도 불편하고, 음질도 엉망이에요.”

수철이 다음을 얘기하자 박 대표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듣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강요할 수는 없었다.

“쩝, 언제쯤 들어 볼 수 있어?”

“3개월 후요.”

“3개월?”

“네.”

“계획이 다 섰다는 말이네?”

“네.”

수철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자신이 하려는 앨범에 관해 설명했다. 앨범을 어떤 음악으로 채울 거고, 가사와 곡 작업은 어떻게 할 건지, 그리고 팀은 어떻게 구성할 건지에 대해서도 자기의 생각을 다 얘기했다.

박 대표는 얘기를 들으면서 수철이 큰 벽을 넘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피해 왔던 것들과 마주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앨범이 수철의 진짜 첫 앨범이 되겠군.

그런 생각을 했다.

“총 7곡을 넣을 건데, Radiate는 맨 마지막 곡으로 넣을 거예요.”“마지막 곡? 첫 곡이 아니고?”“사람들이 공감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어려워?”

박 대표는 갸웃했다. 자신이 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밀어붙이는 녀석이 한발 빼는 모습이 이상했다.

“너무 제 얘기를 하는 거라서 사람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듣기 좋게 바꿀 생각은 없거든요.”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담았지만, 사람들이 듣기에 불편할 수도 있으니 맨 마지막 곡으로 미뤄 놓겠다는 의도였다. 가사를 바꿀 생각은 없고.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수철의 얘기가 맞는 말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작곡가의 자전적인 곡은 맨 뒤에 넣는 게 맞다. 너무 수철의 얘기에 빠져 있다 보니까 그걸 깜빡했다.

수철은 계속해서 앨범에 담을 곡에 대해서 가사와 장르까지 설명했다. 그중에 절반은 예전에 만든 곡을 다시 재편곡할 거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미 수철의 머릿속에서는 앨범 한 장이 뚝딱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철의 설명을 다 들은 박 대표는 통쾌하게 웃었다.

“아, 시원하다, 시원해! 하하!”

한 번 더 크게 웃었다.

“내 속이 다 뻥 뚫리네, 하하!”

얼굴을 활짝 피며 연거푸 크게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럴 게 아니라 어디 가서 축배라도 들자.”

“축배요?”

“이런 기쁜 소식을 그냥 커피 한 잔으로 넘어갈 수는 없지! 게다가 오늘은 내가 소원 성취한 날인데 말이야.”

“소원 성취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알아? 노래 언제 할 거냐고 묻지도 못하고!”

“…….”

수철은 대꾸는 못 하고 울상을 짓는 박 대표를 멀뚱히 바라봤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분간이 안 되는 눈빛으로.

“오늘 같은 날이 언제 올지 정말 궁금했어. 그동안 참고 기다리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흑흑.”

“쌤, 왜 갑자기 안 어울리게 연기를…….”“암튼, 마음고생 좀 했다는 말이야. 난 너의 노래를 들어 본 유일한 사람이잖아? 내 주위에서는?”“흐흐, 아직도 그걸 기억하세요?”“그럼! 둡두뚜둡, 뚜둡…….”

박 대표는 예전 스캣을 하던 수철의 모습을 흉내 내려고 하다가 멈췄다. 노래가 쉽지 않았다.

“암튼 생생하게 기억해. 내가 그때를 잊을 순 없지.”“대단하시네요, 그걸 아직도 기억하시다니.”“자, 어서 일어나. 나가서 밥도 먹고 건배도 하자!”

* * *

“짠!”

박 대표는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한잔 쭉 들이켰다. 속이 다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여러 번 놀라네?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고, 노래하겠다고 선포해서 놀라고. 하하, 깜짝 이벤트 성공이네?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

박 대표는 환희에 찬 모습으로 다시 잔을 들었다.

“자, 짠 한 번 더. 짠!”

“짠!”

수철은 자신보다 더 기뻐하는 박 대표를 보며 잔을 부딪쳤다. 박 대표는 단숨에 잔을 다 비우고 입가에 거품을 닦았다.

“난 너처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

“자신의 얘기를 하려면, 아니, 작품을 제대로 완성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연결돼야지.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까지 말이야.”

“아…….”

“사람들이야 흥행이 목적이지만 넌 그게 아니잖아?”

그 말에 수철은 반발했다.

“왜 그러세요? 제가 만든 앨범은 다 히트 쳤잖아요? 쌤이 그렇게 얘기해 주셔 놓군.”“그러니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

“네?”

“좋아서 말이야. 너는 내가 주장한 것을 증명해 낸 산 증인이잖아?”

“그게 무슨……?”

“흥행을 쫓지 말고 작품을 쫓으란 말 말이야. 그러면 흥행은 알아서 따라온다고 내가 주야장천 떠들었잖아?”“아, 제가 쌤의 산 증인이었군요? 몰랐네요.”

수철은 팔짱을 끼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하하, 녀석. 찬물을 끼얹긴. 암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네, 잘 알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얘기니까요.”

그 말에 박 대표가 갸웃했다.

“내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어?”“저 말고 다혜한테요.”

“하하.”

“하하.”

* * *

“쌤, 여기서 헤어질게요.”

수철은 술집에서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는 박 대표를 말렸다.

“아니야, 호텔까지 같이 갈게.”“내일 아침부터 바쁘시잖아요. 오늘은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

“…….”

박 대표는 멀뚱히 수철을 보다가 다시 수철을 끌고 인도로 올라왔다.

“다혜도 안 만나 보고 갈 거야?”“다음에 왔을 때 만날게요. 이번엔 왔다 갔다는 것은 비밀로 해 주세요. 알면 섭섭해할 테니까요.”“그래, 알았어. 다혜도 너 보러 호주에 가고 싶어 하는데, 시간을 못 만들어서 안타까워해. 라디오 고정을 맡고 있으니까.”“나중에 오면 되죠, 뭐.”“이러다 다혜랑 나랑 호주 한번 못 가 보고 네가 먼저 들어오는 거 아냐?”“하하, 나중에라도 같이 가서 가이드해 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수철이 미소로 바라보자 박 대표는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틀만 더 있다가 가는 게 어때?”“이틀 있으면 뭐 좋은 일 있어요?”“좋은 일이 아니라 아쉬워서 그러지. 이렇게 휙 왔다가 휙 가는 경우가 어딨어?”

“죄송해요. 헤헤.”

수철은 미안해하며 박 대표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박 대표는 수철에게 안긴 채 눈을 마주쳤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내일은 내가 아침부터 관계자 만나고 미팅하느라 바쁘지만, 내일만 지나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오랜만에 야외에 나가서 바비큐도 하고, 바람도 쐬면 좋잖아? 다혜랑 준이도 부르고.”“나중에요. 얼른 가서 할 일이 있어요. 그리고 노래 녹음은 한국에서 할 거니까 그때 캠핑 한번 가요.”

수철은 아쉬워하는 박 대표의 등을 쓰다듬었다.

“너, 내가 회사 대표로서 말하는데, 이렇게 불쑥 어딜 다니더라도 얘기는 꼭 하고 다녀야 해. 지금 이렇게 하는 거 계약 위반이야.”“네! 대표님. 다음부터는 미리 꼭! 얘기하겠습니다!”

박 대표의 엄포에 수철은 장난스레 받아넘겼다. 박 대표는 눈을 흘겼다.

“안 되겠다, 너한테 얼른 매니저 한 명 붙여야겠다.”

* * *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박 대표는 수철을 그냥 보내는 게 아쉬웠는지 다음 날 호텔로 차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 팀장입니다. 이렇게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오늘 수철을 봉안당과 공항까지 에스코트하는 것은 민 팀장이 맡았다. 둘의 첫 만남이 봉안당으로 가는 차 안이 됐다.

“네, 반갑습니다. 저도 만나게 돼서 영광이에요. 쌤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수철도 반가움을 표했다. 둘은 같은 회사 소속이라며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박 대표 얘기를 하며 시시덕대기도 했다.

“이거, 대표님께서 드리라고…….”

봉안당에 도착하자 민 팀장이 꽃다발을 내밀었다.

“네, 다녀올게요.”

수철은 꽃다발을 받아 들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향했다.

“저 왔어요.”

수철은 오랜만에 보는 부모님 사진 앞에서 갑자기 존댓말이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철은 손수건으로 작은 액자의 유리를 닦고 미니 꽃다발을 바꿔 붙였다. 그리고 한동안 부모님의 사진을 바라봤다.

“또 올게요. 앞으로는 자주 볼 수 있을 거예요.”

봉안당을 벗어나는 수철의 발걸음은 지난번처럼 무겁지 않았다. 앞으로는 자주 올 거라는 생각에.

“날씨 좋네.”

파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차에 올랐다.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 * *

―Good morning. Ladies and Gentlemen.

시드니에 도착한 수철은 집에 짐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한국은 덥고, 호주는 춥다.

음…….

옷을 바꿔 입은 수철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한번 비춰 보고는 작은 가방을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

“Airport, please.”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엔 국제선이 아니라 국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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