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인생 공연
아시아에서 금별의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다. 이미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INTERSECTION’의 한국어 버전을 다시 꺼내 연일 분위기를 조성하며 수철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고, 한국어 버전을 부른 가수가 직접 아시아 각국의 방송에 등장해 그동안 한국과 호주에서 벌어진 공연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금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 방송사의 골든타임에 광고까지 내보냈다. 이 광고에서도 ‘INTERSECTION’의 가수가 등장해 수철의 공연을 홍보했다. 금별은 이번에도 막대한 자금을 풀어 공연뿐만이 아니라 앨범까지 싹쓸이 홍보 전략을 펼쳤다. 디데이 뮤직의 직원들조차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어찌 됐건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매진이군.”“쇼케이스부터 지금까지 10회 연속입니다.”
4월부터 시작된 아시아 투어는 도쿄돔을 시작으로 일본의 3개 도시,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의 3개 도시, 그리고 싱가포르, 홍콩, 대만,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까지 4개월 동안 쉬지 않고 내달렸다. 금별의 표현대로 꽉꽉 눌러 담은 셈이다.
공연 매진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고, 연일 아시아를 뒤흔드는 흥행 소식에 한국에서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가까운 아시아 국가로 넘어오면서 공연의 열기를 더 뜨겁게 했다.
이미 아시아에서 스타로 자리매김한 하린과 드라마 주제가로 인기를 끌었던 하준이 깜짝 등장하며 공연의 열기를 더 고조시켰고, 각 나라의 스타급 가수들이 잠깐이라도 우정 출연을 하겠다고 요청을 해 오며 있지도 않은 수철과의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시아에서는 아무것도 없이 수철만 덩그러니 혼자 무대에 있어도 열광할 분위기였다. 그만큼 수철을 갈구하는 함성이 뜨거웠다.
“수철은 무조건 먹힙니다.”
금별에서 아시아 공연 일정을 서둘러서 잡은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감정선이었다.
감정선?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언어와 역사는 달라도 아시아 사람들은 하나로 연결되는 감정선이 있었다. 그들은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호주사람들보다 더 빨리 받아들이고 더 깊이 공감했다.
“그 감정선이 흥행 코드예요. 우리 금별은 그걸 자극하는 거고요. 그러면 공연은 바로 대박으로 이어지죠. 보시듯이 말이에요.”
이 부장의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감정선을 자극받은 사람들이 좀비처럼 모여들어서 열정을 쏟아 냈고, 모든 공연은 흥행대박으로 이어졌다.
“이건 돈을 쓸어 담는 기분이네.”
그 정도였다.
용수철! 포에버!
용수철! 포에버!
한번 불붙은 열기는 멈출 줄 모르고 도미노처럼 아시아 전역으로 쭉 퍼져 나갔다. 수철이 방문하는 모든 도시가 들썩였다.
* * *
모든 공연이 대박 난 것은 아니었다. 딱 한 공연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손실이 났다.
그런데도 이 공연은 수철과 멤버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인생 공연이 되었다.
공연은 필리핀에서 벌어졌다.
“이거 난리 났네.”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일기예보에도 없던 폭우가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폭우가 두 시간 이상 계속되자 공연장은 물에 잠겼고, 무대에까지 물이 차오르며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단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기획한 에이전시에서는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엄청난 손실을 감내하기가 어려웠다.
공연장 밖에서는 일찌감치 티켓을 매진시킨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공연이 취소될 걸 알지만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에이전시 대표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모며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공연을 취소해야 할 상황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결정을 내리기 전, 마지막 담배를 물었다.
휴―
빗속을 향해 길게 연기를 내뿜고는 원망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멈출 기미가 안 보이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쏟아지는 비를 향해 다시 한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이 모습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직원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야죠.”“시간이 얼마나 남았지?”“공연까지 한 시간 남았습니다.”“밖에 상황은 어때?”“이미 절반은 포기하고 돌아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공연장 주위에 모여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요.”
지금까지 기다려 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공연 취소 소식을 빨리 알려야 하는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이니 이해는 하겠지. 막대한 손실은 내가 다 감수해야겠지만.’
중얼거리던 대표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공연 취소와 환불 결정을.
담배를 끈 대표는 직원과 관계자들, 그리고 레베카까지 불러 모았다.
“공연 취소 소식과 환불 방법을 알려 드리고 시스템 철수하세요. 그리고 한국에서 오신 출연진들은…….”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자 레베카는 관계자와 대화하고, 박 대표와 통화하고를 반복했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수철이 레베카와 잠시 대화하고는 대표 앞에 나섰다.
“잠시만요!”
“……?”
대표가 멀뚱히 쳐다봤다.
“다른 데 공연할 곳이 없나요?”
“다른 데요?”
“비만 피하면 될 거 같은데요.”“무슨 말씀인지……?”
대표는 수철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지 못했다.
“비를 피할 곳만 있으면 공연은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어떻게요? 장소도 없지만, 그런 곳이 있다고 해도 시스템도 없이 어떻게 공연을 하겠다는 말씀이시죠?”“어쿠스틱으로 하면 되죠.”
“……!”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던 대표의 눈이 번쩍 뜨였다.
“가능하겠습니까?”
“시도는 해 봐야죠. 가만히 앉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그리고 저렇게 비 맞으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수철에게 그런 그들의 모습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었다. 쫄딱 비를 맞고 기다리다가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장소만 찾아 주세요. 공연은 저와 멤버들이 알아서 할게요.”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대표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회의를 시작했다.
수철은 레베카와 멤버들과 잠시 상의한 뒤 박 대표에게 전화했다.
“다 들으셨죠?”
―그래, 어쩌겠어? 천재지변인데.
“쌤, 저는 그래도 공연을 해 볼 생각이에요.”―어떻게?
수철은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비를 피할 넓은 곳만 있으면 어쿠스틱으로라도 공연을 하겠다고. 기타 치면서 노래라도 부르겠다고 했다.
―하하, 그래.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봐.
박 대표는 방법이 있으면 해 보라고 했다.
“감사해요. 쌤. 돈은 제가 낼게요.”
팬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어서 우기다시피 하는 공연이니까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고 싶었다.
―하하, 녀석. 돈 걱정은 하지 마. 그동안 벌어 놓은 게 많아서 든든하니까, 몇 번 더 말아먹어도 돼.
“그래도요. 제 거 쓰세요.”―아니야, 내 거 쓸게.
“…….”
―급한 상황 아니야? 어서 담당자 바꿔 봐. 서둘러야지.
수철이 통화하는 동안, 공연 에이전시 대표와 직원, 관계자, 스탭까지. 마닐라를 아는 모든 사람이 모여서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아무 데나 넓은 장소를 찾아봐. 학교도 좋고, 강당도 좋고, 큰 회관 같은 곳도 좋아. 지붕이 있어서 비만 피할 수 있으면 돼.”
대표의 다급한 설명에 한 발짝 떨어져서 이야기를 듣던 젊은 스탭이 손을 들었다.
“그럼 창고도 괜찮나요?”
“창고?”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비만 피하면 된다면서요?”“응, 그래. 근데 빈 창고가 있을까?”
“네, 있어요.”
스탭의 본업은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관리하는 기사였다.
이 젊은 스탭의 말에 갑자기 모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대표는 서둘러서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대표님, 잠시 통화해 보시겠어요?”
수철은 바쁜 지시를 끝낸 에이전시 대표에게 전화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디데이 뮤직의 대표입니다.
박 대표는 에이전시 대표에게 수철의 뜻대로 공연을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부터 발생하는 비용은 디데이 뮤직에서 지불하고, 수익에 대해서도 쉐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도 출연료와 출연진의 비용 절반은 감수하겠다고.
에이전시 대표는 전화기를 귀에 붙인 채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 빨리 움직여!”
마음의 부담을 덜은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직원과 스탭들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창고는 공연장에서 20분 거리에 떨어진 항구에 있었다. 돈만 내면 사용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은 직원들 몇몇이 먼저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 사진과 함께 그곳의 상황을 알려 왔다.
―아무것도 없이 황량합니다. 정말 딱 비만 피할 수 있어요.
전기 시설도 열약해서 시스템을 배치하기 어렵고, 무대를 만들기도 어렵다고 했다. 공연한다고 해도 소리가 너무 울려서 불쾌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말도 했다.
공연하면 안 되는 온갖 이유를 갖다 붙였다.
에이전시 대표의 검은 눈썹 주위가 붉어졌다.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크기는 어때?”
―넓은 물류 창고여서 만 명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서야 하나의 긍정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어쨌든 대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밀어붙여야 했다.
소식을 들은 수철도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오케이, 고!”
대표의 호령이 떨어지자 직원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중들에게 급하게 이 사실을 알렸다.
―비가 쏟아지는 관계로 공연 장소를 변경하겠습니다!
홈페이지에도 바뀐 장소를 공지하고 문자로도 알렸다.
창고에서 하는 어쿠스틱 공연은 선택이고, 보지 않는 사람들과 이미 돌아간 사람들에게는 전액을 환불해 주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공연을 볼 사람들은 1시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 * *
수철과 멤버들은 악기를 챙겨서 대기실을 빠져나와 레베카가 준비한 차를 타고 창고로 향했다.
“대단한걸? 재밌겠어요.”
기대된다는 말이 아니었다. 멤버들의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될 게 분명해요.”
하지만 차에서 내려 창고를 본 멤버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창고는 말 그대로 창고였다. 주위엔 온통 컨테이너만 쌓여 있었고, 거대한 창고 안에는 어디선가 생선 비린내가 나는 거 같았다. 바닥엔 먼지도 수북이 쌓여 있었고.
쿵! 쿵!
심지어 발소리까지 울렸다. 그야말로 공연하기엔 최악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수철은 연신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의 눈엔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수철은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싱글벙글 웃고 다녔다.
“무대는 없어도 통기타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진짜 딱 그렇게 됐네? 하하.”
루카스는 수철의 옆에서 몇 번 고개를 젓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수철의 말대로 딱 그런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우선 저쪽에 자리를 잡죠.”
수철이 제일 먼저 악기를 챙겨서 움직였다.
대기실이 없으니까 멤버들은 한쪽 구석에 악기를 내려놓고, 스탭들이 준비해 놓은 간이의자에 모여 앉았다. 레베카는 빠르게 뜨거운 차를 준비해서 내밀었고 멤버들은 차를 마시며 돌아가는 상황을 관망했다.
멤버들과 달리 레베카는 바쁘게 움직였다. 출연진의 컨디션을 체크한 레베카는 곧바로 스탭들을 불러 모았다.
“제가 얘기하는 순서대로 움직여 주세요!”
박 대표는 에이전시 대표와 통화하며 레베카에게 전권을 일임했다. 레베카는 유능한 에이전트로서 공연 기획 경험이 많기에 위기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그걸 아는 박 대표는 에이전시 대표에게 레베카를 전폭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 다섯 분은 비를 맞은 관중을 위해 수건을 준비해 주세요.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근처 마트에 있는 걸 다 긁어 오세요.”
“네.”
레베카의 얘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다섯 명의 스탭들은 차로 향했다.
“그리고 이쪽의 열 분은 따스한 음료를 준비해 주세요.”
“…….”
아까 스탭들과 달리 이 스탭들은 레베카의 얘기를 듣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다.
많은 관중이 돌아갔다고 해도 남은 사람이 적어도 수천 명은 될 텐데,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섰다.
레베카는 이들에게 설명할 시간도 아까웠다. 이곳 지리도 모르는 레베카는 사람들을 향해 다시 빠르게 지시했다.
“온수통 30개 준비하시고요! 코코아, 커피, 꿀차 같은 것을 만 명분 정도 준비해 주세요! 남으면 반품할 수 있는지 조건도 확인하시고요. 당연히 컵도 준비하셔야 해요! 휴지도 준비하시고요, 자, 어서 서두르세요! 한시가 급합니다!”
그제야 열 명은 돌아서서 각자의 역할 분담을 한 후 빠르게 흩어졌다.
레베카의 지휘는 계속됐다. 창고 한쪽 편에 자리를 만들고 전기를 끌어와서 온수를 끓일 준비를 했고,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해 급하게 구급차와 의료진도 요청했다. 그리고 기본 세팅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을 모아서 마스크를 쓰고 창고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관중의 동선을 고려해 급한 곳들만 우선 물을 뿌리고, 빗자루로 쓸기 시작했다.
“레베카 정말 대단해. 대표님 같아.”
멤버들은 레베카가 빠르고 단호하게 상황을 이끄는 모습에 감탄했다.
레베카의 눈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수철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수철도 가만있지 않았다. 괜찮다고 극구 말리는데도 멤버들과 함께 연출팀의 일손을 도왔다. 창고에 쌓여 있던 술 상자를 바닥에 내려 펼쳐 놓고, 스탭들이 인근에서 구해 온 나무 판때기를 상자 위에 덮었다. 그 결과 울렁거리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공연할 수 있는 조금 높은 무대가 만들어졌다.
음향팀도 전기를 끌어와 기본 마이크를 세팅하고 작은 스피커를 몇 개 세팅했다. 무대 위에 드럼과 신디사이저를 올려놓으니 그럴듯한 무대가 완성되었다.
작은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이 완성됐다.
“버스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되자 에이전시에서는 20대의 버스를 준비해 관객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관중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하하, 저기 봐.”
“아니,”
관중들이 창고에 들어오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탁자 위에 놓인 마스크를 쓰더니 스탭들과 같이 물을 뿌리며 창고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빗자루질하는 이들의 얼굴엔 공연을 꼭 보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팬들을 위해 공연을 꼭 열겠다는 수철의 의지보다 더한 의지가 엿보였다.
어느덧 마지막 버스가 도착하고 창고에 모인 사람들은 3천 명이 조금 넘었다. 처음에 비해 반의반도 안 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소중한 관중들이었다.
사람들은 스탭들이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뒤섞여서 누가 스탭이고 누가 관중인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스탭과 관중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됐다.
젖은 옷과 머리를 털어내고는 서로 손을 내밀어 스탭들이 끌어모은 플라스틱 의자를 같이 배열하고, 차를 만들어서 나누어 주며 서로를 다독였다.
의자는 절반밖에 안 됐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서 무대를 바라봤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 둔 채로.
* * *
“마간당 가비(Maganding gabi)”
공연은 수철의 필리핀 인사말로 시작됐다.
아직도 비에 젖은 팬들을 향해 수철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수철의 인사만으로도 사람들은 그동안의 고생은 잊어버리고 구아뽀(Guapo, 잘생겼다)라며 탄성을 내뱉었다.
수철은 가슴에 손을 올리며 여기까지 와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팬들은 벌써부터 눈시울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