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돌아왔다-220화 (220/239)

#220화. 그들도 한 명의 작곡가일 뿐

다른 사람들도 로렌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베토벤 특유의 빠른 소나타가 더 빨라지면서 청아한 소리로 물 흐르듯이 흐르자, 금세 사색이 되더니 음악이 끝날 무렵엔 꽁꽁 얼어붙은 채로 입만 벌리고 있었다.

동공이 빠질 만큼 눈을 크게 뜬 채로 멈춘 사람도 있었다.

이럴 수가!

그들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멜로디를 이어 가는 기이한 체험을 하고 있었다. 피아노 건반 위를 뛰놀듯이 돌아다니는 수철의 손가락을 통해서.

수철은 등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계속해서 흥미로운 얼굴로 변주를 시켜 나갔다.

하―!

다시 한번 음악이 바뀌자 로렌조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이런 사람은 만나 본 적이 없다. 아니, 실제로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직접 두 눈으로 보고도!

베토벤을 종교처럼 신봉하며 연주해 왔던 그다. 오직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평생을 바쳐 왔던 그다. 그런 늙은 지휘자의 영혼에 지지직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수철을 가장 잘 아는 스테파노도 이 순간만큼은 처음 수철을 봤을 때의 느낌으로 돌아와 있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던 음악의 성인들이다. 그런데 지금 수철의 연주가 그들의 음악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대체 용수철의 심연은 얼마나 깊은 걸까?

할 수만 있다면 한 번이라도 그곳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스테파노 또한 평생 음악을 위해 인생을 바쳐 왔다. 잠시라도 수철을 따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소리의 세계를 접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다. 그동안 잘 억제해 오던 늙은 음악가의 욕망이 다시 꿈틀댔다.

아니지!

하지만 스테파노는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금세 바로잡았다. 잘못하다간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그건 아무리 들여다봐도 자신이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 다른 곳이라는 걸 알기에.

짝짝짝!

연주가 끝나고 마에스트로들은 놀란 눈으로 손뼉을 부딪치며 혀를 내둘렀다.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정말 놀라워요, 스테파노가 말한 대로 진짜 엄청난 분이셨군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부탁했는데도 흔쾌히 좋은 연주를 들려줘서 너무 고마워요.”

거장들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그나마 차분하게 예의를 표했다.

로렌조도 상기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스테파노도 놀라움에 고개를 저으며 손뼉을 부딪쳤다.

……!

그때 갑자기 스테파노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수철의 소름 돋는 음 기억력,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그 놀라운 능력.

스테파노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수철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런데 자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2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

질문의 의도를 아는 수철은 대답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괜찮네, 말해 보게.”“낮에 강당에서 들었어요. 사실은 잠시 학교에 구경 갔었거든요.”

다른 말은 들리지 않았다. 강당에서 처음 들었다는 말만 들렸다.

소파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은 다리가 휘청거렸고, 앉아 있는 사람은 뒤로 자빠질 뻔했다.

수철의 말을 확인해 볼 엄두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로렌조가 나섰다.

별장의 주인인 머리가 희끗한 마에스트로를 봤다.

“자네, 여기 서재에 그 CD 있지 않나?”

“어떤……?”

“자네 학생 때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곡 말이야.”“아, 있긴 한데…….”

머리가 희끗한 마에스트로는 망설였다. 로렌조가 왜 이러는지 이유는 알지만, 그 곡은 자신에겐 흑역사 같은 곡이다.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곡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시선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마지못해 시디를 찾아서 꺼내 왔다.

수철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베토벤의 음악은 알아도 이 음악은 절대 알 수 없다.

스테파노는 로렌조가 의혹을 남기지 않으려고 저런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끝까지 수철을 검증하려는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스테파노의 시선과 상관없이, 호스트 마에스트로가 아마추어 시절 만든 피아노 곡이 흘러나왔다.

음악이 나오자 수철은 바로 따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앞부분만 조금 따라 치다가 금세 변주시키더니 그마저도 끝까지 하지 않고 멈춰 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수철은 고개를 저었다.

“재미없어요.”

재미없어?

갸웃하면서도 선뜻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기 때문이다.

곡을 만든 마에스트로만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스테파노가 사람들을 대표해서 점잖게 입을 열었다.

“그 곡은 수십 년도 전에 만든 음악이야. 곡을 평가해 보라는 얘기가 아니었다는 말이네.”“네, 알아요. 그런데 음악이 좀 불편해요.”“……어떤 부분이?”

“전부가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답답해요. 이렇게 할 필요가 없는데…….”

수철은 말끝을 흐리고는 다시 건반에 손을 얹었다.

“처음부터 좀 그러니까,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수철은 말하기가 무섭게 다시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원곡의 한 마디만 똑같이 치고, 뒷부분은 싹 다 바꿔 버렸다.

……!

수철이 전개하기 무섭게 모두가 눈을 번쩍 떴다. 아까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꿈틀거리며 눈앞에 나타났다. 멜로디가 탱글탱글해지며 선명하게 곡선을 그렸다.

이럴 수가!

나지막이 탄성이 흘러나왔다. 수철이 계속해서 리듬을 나누어 놓자 선율 사이에 굴곡이 생기더니 그 사이로 시원한 시냇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표정이 그랬다. 귀가 시원해지는 표정,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한 건 뭐였지?

음악을 만든 장본인은 그런 생각이 스쳤다.

평면이었던 자신의 음악에 입체감이 붙더니 멜로디가 튀어나와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수철이 자신의 곡을 대청소하는 기분도 들었다. 먼지를 털고, 거품 칠을 하고 닦아 내니 막혔던 숨통이 다시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불편한 감정보다는 카타르시스를 먼저 느꼈다.

몇몇은 역사의 현장에서 금세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릴 듯한 얼굴로 서 있었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 안색이 창백했다. 간신히 허벅지의 힘으로 버티고 서서 가느다란 숨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로렌조는 오늘 수철과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정말 수철이 천재 중의 천재일지, 어떻게 단 한 번 만에 그게 가능할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리고 지금 두 차례나 눈앞에서 확인했다. 두 번의 연주만으로 그를 베토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또 다른 베토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면서 수철이 대중음악을 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고귀한 재능을 클래식에 써야 한다는 꼰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물론 그에겐 선택권이 없다.

잠시 숨을 돌린 마에스트로들은 서로 쳐다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마치 비공식 신기록이라도 접한 표정으로.

누군가는 녹음으로 남기지 못한 걸 안타까워했다.

“역시 대단한 재능을 가졌군요. 훌륭한 연주 잘 들었어요. 그리고 오늘 내가 불편하게 했다면 사과할게요. 궁금한 건 도저히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하하.”

로렌조는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고 수철의 놀라운 재능을 받아들였다.

다른 마에스트로들도 결례를 사과했다. 로렌조의 무례에 동조한 결례를.

“마치 비밀의 문을 연 듯한 기분이네요.”

“…….”

“어찌 됐건 음악 하는 늙은이들의 짓궂은 장난 정도로 이해해 주신다면 좋겠어요.”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호스트 마에스트로는 결례에 제대로 사과하려는 듯 수철을 자신의 서재 안쪽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내 보물 창고예요. 스웨덴에 올 때마다 사 모은 거죠.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하나 골라봐요, 선물로 드리고 싶으니까요.”

“와―!”

정작 수철은 이곳에서 입이 벌어졌다.

이미 멸종되었다고 들은 스피커에, 나팔꽃 축음기,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를 소형 주크박스, 모차르트가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의 도자기 인형, 그리고 갖가지 전통악기들.

정말 보물 창고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이거 어때요?”

수철이 입을 다물지 못하자, 호스트 마에스트로는 유리 벽에 소중하게 전시되어 있던 물건을 집어 들었다.

아코디언을 닮은 포켓 워치였다. 줄이 달려 있어서 허리춤에 매달 수 있는 유럽의 고전 시계.

유리 커버를 여니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눈에도 희귀하고 비싼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저한테 주셔도 돼요? 마에스트로께도 소중한 물건 같은데요? 엄청 비싸 보이기도 하고요.”“수철 씨가 받아 준다면 오히려 나한테도 영광이죠.”

그는 미소를 보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수철의 입이 더 벌어졌다.

* * *

수철이 마에스트로의 서재를 구경하며 눈이 휘둥그레져 있는 사이, 로렌조는 아까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는 듯 소파에 앉아 있는 스테파노에게 다가갔다.

스테파노가 인기척에 돌아보자 입을 열었다.

“아까는 미안했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괜찮네, 잊어버리게.”

스테파노도 같은 미소를 보이며 머리를 저었다.

로렌조는 소파에 나란히 앉으며 말을 이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나?”

“……?”

“우리가 언제 용수철 같은 천재와 이렇게 모여서 같이 대화를 나눠 볼 수 있겠냐는 말일세. 그를 이 자리에 초대할 때 자네도 이 정도는 예상했던 일 아닌가? 우리가 같이 식사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자네도 처음부터 알았잖는가?”

“…….”

로렌조의 물음에 스테파노도 대답하지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니까.

* * *

“한국에도 훌륭한 음악가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아쉽군요.”

식사를 마친 마에스트로들은 그간의 어색함을 풀고 친목을 다지려는 듯 수철을 중심으로 삥 둘러앉았다. 누구는 와인 잔을, 누구는 찻잔을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유럽의 음악가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군요.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분들을요.”“훌륭하다고 생각하죠.”

그때 로렌조가 끼어들었다.

“수철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분들을요?”

로렌조는 문득 수철이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 질문에 다른 마에스트로들도 눈을 반짝였다. 현재의 천재는 과거의 천재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다.

로렌조의 야심 찬 질문에 수철은 툭 내뱉듯이 대답했다.

“음, 저는 좀 과장됐다고 생각해요.”

과장?!

흐뭇한 미소로 대화하던 사람들이 멈칫하더니 다시 얼굴이 굳었다.

“……하, 하. 하하하.”

“허, 허. 허허허.”

황당한 눈으로 서로 쳐다보다 헛웃음이 뚝뚝 끊어져서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누가 그들에게 그런 표현을 썼지?

과장됐다니?

들어 본 적이 없는 단어다. 그들을 평가하는 어떤 문구에도 들어간 적이 없는 단어다. 무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스테파노만이 차분함을 유지한 채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 주겠나?”

수철은 마에스트로들의 표정을 한번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물론 그분들이 훌륭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건 다른 음악가들에 비해서 과장된 거 같다는 거예요.”

몇몇은 수철의 얼굴을 주시했고, 몇몇은 불쾌한 표정으로 눈썹을 실룩거렸다. 하지만 수철은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는 클래식을 배우면서 서양 음악사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이 마치 음악의 영웅인 거처럼 배우거든요.”

맞는 말 아닌가?

몇몇이 표정이 그랬다.

“원래 만날 수 없는 음악가들은 과대 포장되는 거잖아요?

“…….”

“우리나라에도 정말 훌륭한 음악가들이 많았어요.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음악가들도 많고요.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그런 재능을 가진 음악가도 많았죠.”

그런 재능이라니.

거장들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무시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감탄의 대상이지 비평의 대상이 아니다.

아까 무례함에 대한 복수인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스테파노는 달랐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철에게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한 명의 작곡가일 뿐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차이라면 환경이 좋지 않았고, 혹은 역사가 인정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누구라고 이름을 댈 순 없지만, 곳곳에 대단한 음악가들이 많았어요. 기생, 광대 등등의 이름으로 사라진 음악가들이요.”

스테파노만이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프로젝트를 같이하면서 광대와 기생에 대해서 수철에게 들은 적이 있다.

“윤이상이라는 이름은 아시죠?”

수철은 사람들이 알 만한 이름을 꺼냈다.

윤이상이라는 이름에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반면에 스테파노는 갸웃했다.

“그분은 독일인 아니었나?”“원래는 한국분이세요.”

“아, 어쩐지.”

외모가 독일인 같지 않았다는 뜻이다.

스테파노는 윤이상 선생을 만나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수철의 말에 즉각 동의했다.

“그분도 훌륭한 작곡가셨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신 분이 맞아.”“네, 그리고 저는 마일스 데이비스도 20세기 모차르트고, 베토벤이라고 생각해요.”

그 말에도 스테파노는 동의했다.

“그래, 내가 재즈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마일스 그분도 천재라는 말에는 동의해. 엄청난 분이셨지. 대단한 사람이었어.”

스테파노는 과거를 떠올리고는 연거푸 칭찬하며 혀를 내둘렀다.

재즈를 클래식보다 한 단계 낮춰 생각하는 다른 마에스트로들도 그 말에는 모두 동의하는 눈빛이었다.

수철은 마치 이런 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계속 말을 이었다.

“알려진 음악가들보다 그렇지 못한 음악가 중에 재능이 뛰어난 분들이 더 많았다고 생각해요. 단지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죠. 아시잖아요? 음악에 빠져 있으면 세상엔 관심 없다는 걸요. 그래서 조용히 사라져 간 음악가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따지면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행복한 분들이죠.”

수철의 말에 끄덕이던 사람들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행복했다는 말에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런……!

몇몇은 한마디 하려고 입술을 씰룩였다.

그들의 기억 속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비운의 천재다. 예술혼을 불태우다 보니 편안한 죽음도 없었다.

하지만 후손들이 훌륭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희생해 줘서 사람들은 그들을 성인처럼 기억한다. 행복할 수 없었던 음악의 성인.

수철은 사람들의 표정을 읽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그분들은 후손들이 음악을 듣고, 존경을 표하잖아요. 그게 음악가에는 가장 행복한 일 아닌가요?”

“……!”

“그런데 그렇게 인정받지 못하고 죽어간 분들이 많아요. 음악도 사라지고, 기억도 못 하고. 그러니까 모차르트와 베토벤, 그분들은 정말 행복한 분들이죠. 이렇게 사랑하고 닮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사실 수철의 눈엔 그들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 수철이 클래식에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다. 누구나 자기 음악을 드러내야 하는데 타인의 작품을 해석하고 닮아 가는 데 인생을 소모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제2의 모차르트, 제2의 베토벤. 그건 참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때부터 그들의 곡을 연주하며 평생 그렇게 그들의 그림자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슬펐다.

자유롭게 네 것을 하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음악은 종착역이 아니라 자기를 소리로 표현하는 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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