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화. 피날레(2)
갑자기 불이 꺼졌다.
관객을 향해 손을 내밀던 수철이 등을 돌리는 순간 무대는 갑자기 암전됐다.
수철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동자도 그대로 멈췄다.
잠시 후, 어디선가 구슬픈 태평소 가락이 흘러나왔다.
그때 무대 한편에 붉은 조명이 켜졌다.
그 자리엔 수철이 하얀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서 있었다.
아…….
사람들은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눈부신 수철의 모습에.
핀 조명 한줄기가 내려와 무대 중앙을 비췄다.
그곳엔 가야금이 주인을 기다리며 놓여 있었다.
조명 아래 서 있던 수철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수철은 마치 노을이 비치는 것같이 붉은 조명을 받으며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놓여 있는 가야금을 안고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광경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이런 모습은 한 번도 수철의 공연에서 보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두루마기에 가야금이라니.
수철은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오롯이 가야금만 내려다봤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지긋한 눈빛으로 현에 손을 올렸다.
이 모습은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오래전 수철의 모습과 겹쳐졌다.
수철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전생을 봤다.
그동안 끊어져 있던 모든 기억이 연결되며 전체를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전생을 통째로 다 본 것이다.
마치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조각나 있던 전생이 복원되는 느낌이었다.
그 속에서 수철은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만날 수 있었다.
비로소 전생과 현생이 분리됐다.
눈을 뜨고야 알았다, 꿈이라는 걸.
극장에 불이 켜지듯 눈이 떠졌다.
수철은 피날레 무대에서 그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진짜 ‘Radiate’를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띠잉, 뚜웅. 띠딩―!
잠시 숨을 고른 수철이 왼손으로 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튕기기 시작했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수철의 손가락은 한없이 가벼웠다. 나비가 날갯짓하듯 그 자태가 부드러웠다. 수철의 무릎에 길게 누워 있는 가야금은 수철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인네 같았다.
드넓은 스타디움에 숨죽이고 서 있는 관객들의 모습은 수백 년 전 마당에 모여 흠모의 눈빛으로 수철을 바라보던 그 사람들 같았다. 눈을 반짝이며 수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수철의 손끝에서 울리는 가야금 소리가 적막을 가르며 퍼져 나갔다.
천천히 수철의 입술이 열리면서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수백 년을 갇혀 있던 기억이 이제야 풀려나.
천 년을 멈추지 않았던 눈빛으로 나를 일으켜 세운다.
잔을 넘치게 채워 주소.
내가 다시 춤을 추겠으니.
얼쑤!
어디선가 장단 소리가 들렸다. 그때 핀 조명 한줄기가 무대 한편에 다시 떨어졌다.
전모를 쓴 한 여인이 장구를 메고 나타났다. 여인은 조명을 받으며 장구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종종걸음으로 수철에게 다가왔다.
수철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며 손에 쥔 장구의 열채와 궁글채를 흔들었다.
―천상을 향해 손을 뻗으면, 세상은 내 것이 되니…….
수철의 입에서 끊어질 듯 가늘게 소리가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그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세웠다. 6만여 명의 시선이 떨리듯이 움직이는 수철의 입에 집중되었다. 거대한 스타디움은 아무도 없는 듯 적막했다.
잠시 읊조리던 수철의 소리가 다시 커졌다.
―믿을 수 없을 거야.
천한 내 입에서 가장 고귀한 소리가 흘러.
와…….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수철의 소리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가야금의 선율도, 선율을 타고 흐르는 가사도 모두 아름다웠지만, 수철의 소리만은 못했다.
수철의 입에서 흘러나오지 않았다면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소리였다.
가야금을 타고 흐르는 소리는 이제 무엇이 가야금이고, 무엇이 수철의 소리인지 알 수 없게 됐다. 그저 아름답고 신비로울 뿐이었다.
아…….
관객들은 천상을 울리는 소리에 혼을 뺏겨서 넋을 잃고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모두 수철의 신비로운 소리에 점령당했다.
하지만 수철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한없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어.
그곳에 서 있는 날 봤어.
얼굴을 내밀었어.
수철의 입에서 뿌려지듯 흘러나온 소리는 사람들의 눈동자에 잠시 머물다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로 올라간 소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는 나그네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끝없이 퍼져 나갔다.
―난 광대였어.
난 광대야.
잠시 수철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툭 내뱉듯 마지막 가락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숨죽인 채 멈춰 있었다. 여전히 수철의 소리에 심취하고, 압도당해 있었다.
박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표는 수철의 전생으로 빨려 들어간 기분마저 들었다.
휴―
수철은 마지막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가야금을 내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짝짝!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하나둘 손뼉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박수 소리는 계속 커졌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철은 빙그레 웃더니 가야금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무대 한편으로 걸어가더니 헤드셋 마이크를 빼고 스탠드에 꽂힌 마이크를 뽑아 들었다.
수철의 움직임에 맞춰 오케스트라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타악기가 아니라 현악기였다. 스테파노의 양옆으로 포진해있던 현악기의 활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활을 잡은 연주자들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음악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스테파노의 지휘봉이 힘차게 휘둘러졌다. 그러자 이번엔 목관 악기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이 점점 소리를 키워갔다. 스테파노의 시선이 목관악기 뒤편에 앉아 있는 금관악기로 향하자 그들도 곧바로 소리를 뿜어냈다. 트럼펫, 트럼본, 호른의 굵은 소리가 다른 악기들과 어우러지며 무대 위를 가득 채웠다.
맨 뒤에 서 있는 타악기 연주자들은 곧 휘몰아칠 사운드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점점 격렬하고 웅장해졌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수철은 스탠드를 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인 채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악기 소리는 물론이고 6만 명이 내쉬는 숨소리까지.
쿠궁!
멜로디 악기들의 사운드가 고조되자 드디어 타악기들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쿠궁!
반복되는 그 소리에 수철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
순간 사람들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수철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어 있었다. 화면에 나타난 수철의 눈빛은 폭발할 듯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수철이 그 눈빛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세상을 떠돌며 춤을 춰!
완벽한 자유를 위해 노래를 불러!
수철의 눈에 힘이 들어가며 소리는 점점 커졌다. 부드러웠던 소리는 두꺼워졌고, 가벼웠던 선율은 강렬한 리듬과 함께 랩처럼 변하더니 곧 스캣과 뒤섞였다.
―타오르는 내 손을 너에게 건네!
듭둡! 두둡! 뚜비르밥―!
맞잡은 너의 손에 불길이 전해져!
다바디야! 슈비드와! 뚜둡뚜! 따바라바밥―!
수철의 소리에 맞춰 음악은 점점 빨라지고 격렬해졌다. 거칠고 찢어질 듯한 이언의 기타 소리가 오케스트라 속으로 파고들었고, 다혜의 신디사이저가 공격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쏘아댔다.
마커스의 베이스가 탄탄하게 뒤를 받치며 음악은 빠르게 절정으로 치솟았다.
―네가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어!
우린 처음부터 연결되어 있었어!!
쿵!!
…….
수철의 소리가 절정에 달하자 ‘쿵’ 소리와 함께 모든 소리가 동시에 멈췄다.
무대 위의 연주자들도 동작을 멈췄다.
관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꿀꺽 침을 삼켰다.
적막이 흘렀다.
그러다 작은 소리가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둥.
두두둥.
두두두두둥!
작게 시작한 북소리는 점점 커지며 우렁찬 소리가 되었다.
둥! 두둥! 둥!둥!둥!
‘ASN’이나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북을 두드리며 등장했다.
수십 명이 거대한 북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꽤괭! 꽤괘괭! 꽹꽤괘괭!
곧이어 꽹과리 소리와 함께 사물놀이패가 나타났다. 탈을 쓴 사람들은 징을 두드리며 등장했다.
둥둥! 두둥!
건장한 사내들이 두드리는 큰북 소리는 더 커졌다. 그들의 울림이 드넓은 공연장을 흔들었다.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마이크를 잡은 수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눈빛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아니!
스크린에 나타난 수철의 모습에 수철을 잘 아는 사람들조차 놀란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수철의 부릅뜬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금세라도 불탈 것 같았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 대표도 놀랐다.
무대 위의 수철은 그동안 박 대표가 알던 수철이 아니었다. 또 다른 수철이 튀어나와 있었다.
사람들의 놀란 눈이 더 커질수록 수철의 눈동자는 더 불타오르고 있었다.
수철이 내뿜는 건 오래전 갇혀 버린 끼였다.
전생에 끊어져 버린 끼의 몸부림이 이제야 터져 나오고 있었다. 수철의 눈빛은 그 끼의 눈빛이었다.
박 대표의 머릿속으로 수철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둥두두둥! 둥! 둥둥!
북소리는 마치 수철의 끼를 다 끌어내려는 듯 더 크게 울렸다. 수철은 북소리에 맞춰 들썩이기 시작했다. 몇백 년 전 그 광대의 몸짓이었다.
화려한 조명은 수철을 따라 극도로 요동쳤고 무대 옆으로 터지는 불꽃은 마구 솟구쳐 올랐다.
―눈을 감지 못해 사라질 수 없었어!
수철의 소리가 북소리를 뚫고 나왔다.
―빛을 발할 거야!
내 안에 그것이 다시 눈 뜨고 있어!
심장 밖으로 발을 내놓고 있어!
둥두두둥! 둥두두둥!
북소리와 함께 스테파노의 지휘봉이 격렬하게 움직였다. 오케스트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운드를 극대화했고, ‘ASN’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사물놀이패들은 타악기를 가격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이제 내 목숨을 지켜 줘!
같이 타올라 세상을 밝혀!
우린 처음부터 하나였어!
너는 나였고 나는 너였어―!
수철은 전생에서 내뿜지 못했던 소리를 다 쏟아내고 있었다. 박 대표는 수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수철의 몸이 활활 불타고 있는 게 보였다.
와―!!
갑자기 수철이 점프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빼곡하게 공연장을 매운 6만 명의 관객이 소리를 지르며 수철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운동장이 크게 울렸다.
수철은 마이크를 내밀어 관객이 열광하는 소리를 들었다. 두 팔을 벌려 그들이 내뿜는 열기를 들이마셨다.
사람들은 수철에게 에너지를 더 전해 주려는 듯 더 높이 점프하며 팔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와―! 와―!
스타디움은 관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수철은 두 팔을 벌려 관객의 함성을 다 빨아들이고는 더욱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타악기가 만들어 내는 거대한 소리에 몸을 맡겼다.
제자리에서 크게 빙글 돌고는 고개를 숙였다 치켜들었다.
하늘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날 막을 수 없다고!!
날 가두려 하지 말라고―!!!
수철의 매섭고 날카로운 소리가 어두운 하늘을 갈랐다.
헉!
소리치던 관객들은 너무 놀라 갑자기 멈춰 섰다. 숨을 멈춘 채 팔을 쭉 뻗고 있는 수철을 바라봤다.
관객들이 놀란 건 수철의 날카로운 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수철이 소리 지르는 순간 관객들은 뭔가를 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뭔가 불꽃처럼 튀어나와 무대를 휘젓고 사라졌다.
사람들은 꿈을 꾸는 듯 멍했다.
6만 명이 모두 신비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박 대표는 오랫동안 수철을 지켜보면서 궁금했던 게 있었다.
끼가 어디서 오는지.
오늘에서야 그걸 알았다. 온몸으로 느꼈다. 끼는 수철의 또 다른 자아였다. 그 자아가 내뿜는 에너지는 실로 거대했다.
박 대표의 얼굴이 불에 덴 듯 벌게졌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던 끼가 용트림하듯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에.
―보여 줄 수 없었어.
하늘을 향해 소리치던 수철은 두 손으로 마이크를 감싸 잡았다.
―어제까진 그랬어.
목소리는 다시 차분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고 가늘어졌다.
눈빛도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잠시 힘든 여정을 겪은 듯 눈동자는 촉촉해져 있었다.
―보여 주면 금방 사라질 가난한 사랑이라서, 보여 주지 못하고 발만 굴렀어.
온종일 눈만 감고 있었어.
내 가난한 사랑에 떠난 엄마를 만나러…….
마지막 가사를 부르던 수철의 노래가 흐느끼듯 흔들렸다.
멀리 관객석에서 수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두 명의 엄마가 보였다.
수철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를 악물며 울컥하는 감정을 억눌렀다.
떨리는 미소를 머금고 수철도 그곳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는 환한 미소로 끄덕였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치는 수철의 모습이 거대한 스크린에 비쳤다.
관객들은 또 울컥했다.
잠시 마음을 추스른 수철이 낮은 소리로 멘트를 했다.
“방금 들으신 곡은 끼와 흥에 대한 완결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제목은 ‘광대, 발광하다.’입니다. 이름 없이 사라져 간 광대들에게 이 곡을 바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영혼들에게 이 음악을 보냅니다.”
짝! 짝!
사람들은 느린 박자로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느리게 치던 손뼉은 박수 치는 걸 까먹고 있던 사람들이 가세하면서 점점 빨라지고 거대해졌다.
짝짝짝!!
와―! 와―!
공연장 안은 순식간에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뒤늦게 감정에서 빠져나온 관객들은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힘든 여정을 마친 수철을 응원하는 함성이었다.
박 대표는 노래 한 곡이 한편의 단막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서둘러 시간을 확인했다.
……!
박 대표는 순간 소름 돋는 표정이 되었다.
수철의 진짜 ‘Radiate’는 그동안 발표한 두 ‘Radiate’를 합쳐 놓은 시간, 정확히 22분 50초였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수철은 그 시간 동안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22분 50초나 노래하다니.
관객의 열기와 달리 박 대표는 한기가 올라왔다.
무대 위의 수철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열광하는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철은 이 분위기로 공연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 번 더 갈까요?
―네!
―준비됐습니까!
―네!!
―고―!!
소리치며 다시 하늘로 팔을 쭉 뻗어 올렸다.
와―!!!
관객들의 함성이 운동장을 뒤흔들었다.
* * *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 같네.
다음 날 박 대표의 기분이 그랬다.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부스스한 모습을 보고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몇 번 가다듬었다.
그럼에도 혼이 빠져나간 듯이 멍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날씨 조오타!
수영장의 해먹에 걸터앉아 멀리 떠 가는 뭉게구름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