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119/200)

119화

수하의 보고에 반색하며 고개를 드는 군사였다.

“오! 드디어 나온 것인가? 하하하, 이로써 나의 오마신대(五魔神隊)가 모두 완성되었구나!”

그렇게 즐거워하다가 다시 침울해지는 군사였다.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었거늘…… 어찌하여……. 하아.”

군사는 머리를 짚었다.

비록 중원과 황궁을 뒤흔드는 것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무력은 모두 완성했다.

새롭게 다시 선출된 혈천교의 사대 호법인 사혈마제(四血魔帝)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다섯 개의 전투 부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원 정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군사였다.

이제 출전만 하면 되는데 가장 중요한 교주가 폐관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중원은 당분간 신경을 쓰지 말라는 전언과 함께 말이다.

“어찌한다…….”

자신의 앞에 부복한 수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중원 진출은 당분간 보류다. 그래, 애들 실전 훈련이나 시켜야겠군.”

군사는 그리 생각하고는 수하에게 말했다.

“일단 빙마신대에 전투 준비를 하라고 일러라. 실전을 하러 간다고 전하고.”

“네? 어디로 말입니까?”

“크크크. 중원만 신경을 쓰지 말라 하셨다. 그러니 중원만 아니면 되지 않느냐?”

“서, 설마. 북해?”

“그렇지. 우리의 빙공이 얼마나 강한지 한번 보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준비시켜서 출진까지 시켜. 명령은…… 그래. 가서 북해를 굴복시켜서 우리 교의 북해 지부로 만들라고 전해라.”

“네!”

수하가 뒷걸음질 치며 밖으로 나가자 군사가 웃으며 말했다.

“중원이 안 되면 주변부터 하나씩 점령하면 되는 것이지. 크크크. 중원만 아니면 된다고 하셨으니.”

너무도 오랜 시간을 참아 온 군사였다.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기에 중원을 제외한 새외를 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어디를 점령할 것인지 정하기 위해 지도를 펼치는 군사였다.

***

운가장의 담을 따라 누군가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운가장 담 전체를 돌아본 남자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우와, 일반 장원인데……. 진법까지 가미했네? 그런데 조금 어설프네. 구궁음양진(九宮陰陽陳)을 따라 만든 것 같은데……. 팔괘(八卦)의 위치가 살짝 틀어졌네. 이러면 제 위력을 발휘 못 하지.”

그리고 다시 반대로 돌기 시작했다.

“다 완성된 장원이 아닌가? 여기저기서 공사가 진행되는군. 저것 때문에 진법도 다시 만들어야 할 텐데.”

자신이라면 어떤 진법을 넣을까 생각하는 남자.

그는 바로 제갈군이었다.

집 안에만 있는 게 좀이 쑤셔 올 무렵, 딱 맞춰서 자신에게 일이 들어온 것이다.

마침 나가고 싶었는데 돈까지 얹어 주니 신이 나서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기 위해 운가장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직접 보러 오기까지 한 것이다.

“일단은 이곳 사람이 돼야겠지? 때마침 군사를 구한다니…… 크크. 정말 나는 운이 너무 좋은 거 아닌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운가장 정문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개 장원에서 군사가 왜 필요하지? 무가도 아니고…….”

그게 신기했다.

그래서 더욱더 흥미가 샘솟았다.

“막 숨겨진 흑막 이런 건가? 혈천교가 조만간 세상에 나온다더니 여기도 그런 건가?”

흥미 가득한 얼굴로 저 멀리 보이는 정문을 바라보는 제갈군이었다.

정문에 도착하자 그 앞에 있던 위사들이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어찌 오셨습니까?”

위사의 질문에 제갈군 역시 포권을 하며 말했다.

“하하, 네. 여기서 군사를 모집한다길래 이리 와 봤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쩌죠? 현재 장주님께서 출타 중이십니다.”

“그렇습니까? 언제쯤 오십니까?”

“그게 한 번 나가시면 기약이 없는지라. 멀리서 찾아오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정중하게 포권을 하는 위사였다.

그런 위사를 유심히 살펴보는 제갈군이었다.

‘헐, 뭐야? 정문을 지키는 자 경지가 저리 높다고?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문 위사로 있기엔 너무도 아까운 재능이었다.

제갈세가에 몸담았으면 저자는 최소 조장의 자리는 차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모를 일이군. 점점 더 흥미가 돋는데?’

“저, 소협?”

“아? 아! 이거 죄송합니다. 장원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잠시 정신을 놓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갈군이 사과를 하자 위사가 환하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하, 그렇죠? 자랑은 아니지만, 저희 운가장이 중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부심이 넘쳤다.

“아무튼, 현재 장주님이 안 계시니 다음에 다시 찾아오시겠습니까?”

매우 정중하게 말을 하는 위사였다.

제갈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도시 쪽으로 향하는 제갈군이었다.

“좀 더 알아봐야겠어.”

그의 눈은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아이의 눈이었다.

***

북해빙궁의 한 접객실에서 술잔이 오가고 있었다.

“허허, 유엽, 이 사람 왜 이리 오래간만에 찾아왔나? 자주 좀 오지 않고.”

“예끼! 이 사람아. 거리를 생각해야지. 장백산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 줄 알고 그런 소릴 하는 건가?”

“껄껄. 반가워서 그러네. 반가워서!”

“허허허. 알지, 잘 알지.”

설풍선제 유엽과 북해빙궁의 장로였다.

두 사람은 술잔을 연거푸 들이켜며 간만의 회포를 즐겼다.

“그나저나 이곳에 손님들이 오지 않았나? 내 오다가 만난 사람들이 있는데.”

“손님? 최근에 온 손님이라면…… 아! 그분들? 자네도 아시는 분들인가?”

“사막에서 인연이 있었지. 그런데 그분들이라니?”

“허허, 그분들이 우리 소 궁주님을 구하지 않으셨는가. 정말 대단한 분이시지.”

“그것이 정말인가? 자네 소 궁주에게 드리려고 이렇게 빙정도 구해 왔건만.”

그러고는 빙정을 꺼내어 건넸다.

“허허허, 고맙네. 내 꼭 소 궁주께 전달해 드리겠네.”

“뭘 이 정도로. 그럼 그분들은 어디에 계시는가?”

“하하, 어디에 계시긴 지금 궁주님과 함께 한참 연회 중이시라네. 우리 빙궁에 가장 큰 손님이시네.”

“오오, 그런가? 허허. 내가 그런 분과 인연을 맺다니 정말 좋구먼.”

“우리 아가씨의 시아버님이라더군.”

“응?”

“그 장주라는 사람 말일세. 우리 여랑 아가씨의 시아버지시라고.”

“그, 그럴 리가 없네. 엄청…….”

“어려 보이신다고? 허허, 맞네. 그분이 엄청 어려 보이시긴 하지. 우리도 첨에 깜짝 놀랐지.”

유엽은 친우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는 자와 다른 자라고 생각했는데, 친우의 입에서 젊다는 소리가 나오니 놀란 것이다.

“어찌? 그 나이에 시아버지가 될 수 있는가? 나를 놀리는 건가?”

“어허! 이 사람. 만났다면서?”

“만났지. 내가 만난 사람이 운가장의 장주라면 맞네.”

“맞네. 바로 그분이시라네.”

“저, 정말인가? 어찌…….”

“듣고 놀라지 말게. 반로환동을 하신 고수셨더군. 허허.”

벌떡!

장로의 말에 유엽이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바, 반로환동? 그, 그게 정말인가?”

“이 사람 깜짝이야. 그래, 정말일세. 궁주께서 인정하시고 그리 말씀하셨으니 맞겠지.”

“그, 그러면 그, 그분 주변에 따라다니는 그 호위들은?”

“아! 그분들? 허허허. 이건 정말 놀랄 일인데…….”

“뭐, 뭔가? 그, 그분들이라니? 더 놀랄 일이 있는 건가?”

“그렇지. 이 소리에 우리 빙궁 사람들이 모두 경악을 하고 뒤집혔으니.”

“무엇인가? 말해 보게. 나 숨넘어가네!”

“그분들 역시 반로환동하신 고수들일세.”

“아, 아니, 무슨 반로환동이 그리 쉽게 되는 건가? 이 사람 저 사람 다 하게? 농이 지나지네! 말이 안 되네! 내가 만나 본 그들에게 느껴진 내공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네!”

“허어, 이 사람. 그분들이 중원 무림의 삼황일세!”

“뭐, 뭐? 자네 점점 농이 심하구먼! 장난이 지나치네!”

“아니! 이 사람이? 농이라니! 그분 중 한 분이 우리 여랑 아가씨의 남편일세! 어찌 모를 수가 있는가!”

오히려 장로가 더 화를 내며 버럭 대자, 유엽은 점차 안색이 시퍼레져 갔다.

“저, 정말인가? 저, 정말로 사, 삼황이시란 말인가?”

“그, 그러네. 자, 자네 왜 그러는가? 이보게!”

“저, 정말로…… 내, 내가 무슨 짓을? 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같은 말만 중얼거리는 유엽이었다.

“이 사람아! 정신을 차리게! 이거 참!”

정신이 나갔는지 멍하니 앉아 있는 유엽을 장로는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물을 가져와 자신의 냉기를 주입해 차갑게 만들어 유엽에게 먹였다.

“자! 냉수 마시고 정신을 차리시게!”

꿀꺽꿀꺽!

차가운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오자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온 유엽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자신의 친우를 바라보며 울먹였다.

“이보게…….”

“그래그래. 괜찮네. 우리도 다 그렇게 겪었네.”

“그, 그게 아니야. 나, 나는…….”

“무슨 소린가?”

“나, 나는 그분들에게…….”

“그분들에게?”

“내 제자가 되라고 말했단 말일세…….”

“헉!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심지어…… 자네들 같은 신체와 내 무공이 결합하면 중원 제일인도 될 수 있다고…….”

“미, 미쳤나? 주, 중원 제일인이라니? 진정 그랬단 말인가?”

장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유엽이었다.

“허, 어쩌다…….”

그러다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나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유엽이었다.

“또 뭔가? 다른 무언가가 또 생각났는가?”

“아, 아니……. 내…… 제자.”

“응? 자네 제자가 왜?”

“내, 제자가…… 그분들에게 진정한 무공이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고…….”

“…….”

“갔네. 그분들에게 갔어…….”

“무슨…… 아니, 안 말리고 뭐 했는가?”

“무공을 보여 주면…… 나에게 올 줄 알고…….”

그러더니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장로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마, 말려야 해! 나, 나 좀 안내해 주게! 어서! 급해!”

“그, 그래! 어, 어서 가세!”

상황이 급박했다.

자신의 제자가 삼황에게 가기 전에 막아야 했다.

둘은 자신들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방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

“쟤 지금 뭐라는 거냐?”

“그러게요? 여기가 날이 추워서 헛것이 들리나 봐요.”

무광과 천명, 그리고 태성이 유엽의 제자와 대치를 하고 있었다.

“이놈들! 내가 진정한 무공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 주겠다! 네놈들이 사내라면 당장 나와라!”

어이가 없었다.

이제 절정에 간신히 발을 걸친 놈이 누구에게 무공을 경험하게 해 주겠다고 저리 당당하게 외치는 것인가.

“어쩌실 거예요? 상대하실 거예요?”

“야야, 온 무림에 웃음거리 될 일 있냐?”

“그래도…… 사람들의 시선 집중이 다 되고 있는데요?”

“아 씨, 미치겠네.”

그렇게 난감해하고 있는데 저 멀리 두 노인이 흰 수염을 휘날리며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유엽과 빙궁의 장로였다.

“멈추어라!”

내공까지 쏟아부어 자신의 제자에게 소리치는 유엽이었다.

유엽은 사부가 나타나자 더욱 기세가 등등하여 소리쳤다.

“하하하, 이놈들! 겁쟁이들이구나!”

그 소리가 유엽의 귓가를 때렸다.

“너희 같은 겁쟁이들에게 이 몸이 무림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친히 알려 주겠다! 나와라!”

또다시 들려오는 제자의 망발.

오늘따라 왜 이리 경공이 느리게 느껴지는지 답답했다.

“하하하, 너무 무서운 나머지 몸이 굳…….”

퍼억!

“꾸에엑!”

털썩!

유엽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장력을 날렸다.

그 장력을 맞고 제자가 혼절했다.

하지만 제자는 뒷전이었고 재빨리 삼황의 앞에 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요, 용서해 주십시오. 애가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니 제발 인정을 베푸셔서 용서해 주십시오!”

그 옆에 빙궁의 장로까지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었다.

“저 역시 같이 용서를 비옵니다. 부디 선처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자신의 친우를 위해 기꺼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괜찮소. 일어나시오.”

“요,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용서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일이오. 그러니 일어나시오.”

무광의 말에 표정이 풀리며 일어나는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를 제자로 삼으려고?”

그 말에 다시 안색이 시퍼렇게 죽는 유엽이었다.

“하하하. 농이오. 농.”

그러면서 유엽의 등을 팡팡 두드리는 무광이었다.

“자, 자, 이런 답답한 소리 그만하고 가서 술이나 합시다.”

“가, 감사합니다.”

유엽은 기절한 제자를 등에 업고 무광 일행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술잔이 몇 번 오가고 난 뒤에 유엽이 물었다.

“저, 정말로 반로환동을 하셨습니까?”

“허허, 그렇다네.”

“그, 그러면 장주님께서는 어떤 분이십니까?”

“내 아버님이시네.”

“네?”

천명이 말했다.

“내 사부님이시고.”

태성이 안주를 입안 가득 넣고 말했다.

“울 사부!”

삼황의 사부님이면 도대체 나이가 얼마란 말인가?

“저, 정말로 제가 대단하신 분을 만난 거였군요.”

“하하하, 그렇지. 우리 아버지야말로 고금 무적 제일인이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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