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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132/200)

132화

조방의 선언에 모든 사람이 환호했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과 몰락했던 가문의 부활.

이것은 모든 사람을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환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 미친! 화, 화룡지체라니……. 이, 이게 말이 돼?”

당가의 소가주는 정신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저 병신이…… 화룡지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자신한테도 꼼짝 못 하고 당하던 병신이 아니던가.

그랬는데 그놈이 화룡지체란다.

“어, 어서 아버지께 알려야 해. 지금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리고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자신의 가문으로 떠나는 당명이었다.

당가뿐 아니라 황보세가와 하북팽가 역시 충격이었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천 하나로도 벅찰 판인데…… 그보다 더한 화룡지체라니…….”

황보강이 기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잇! 왜 나에겐 저런 행운이 오지 않는 거야!”

애꿎은 바닥만 자신의 도로 내려치는 팽욱.

그리고 이것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중들이 있었다.

“원각 스님,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그렇지. 오행체 중에 둘……. 아니, 나까지 셋인가? 이건 심각한 징조다. 주지 스님과 상담을 해야겠어.”

“맞습니다. 몇백 년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오행체가 벌써 셋이라니요. 이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조짐입니다.”

원각이라 불리는 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행체가 세상에 나오는 이유는 무언가 큰일이 벌어지니 그것에 대비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나도 아니고 셋이야. 세상이 멸망할 일이라도 오는 것인가?”

그리고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서 가자. 이렇게 지체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네!”

다급하게 그 자리를 떠나는 중들까지.

이렇게 모든 사람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신룡지회가 끝이 났다.

***

천룡 일행은 무당 장문인인 현허진인의 초대를 받아 장문인실에 모여 있었다.

처음에 천룡 일행을 만났을 때 현허진인은 깜짝 놀랐다.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자들에게 현진이 쩔쩔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내가 정리되어 현진이 다시 장난을 치는 건가 싶어 유심히 보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현진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그때 천룡은 쓰러져 있는 진천에게 다가가 하얀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것을 본 현허진인은 경악했다.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생명이 가득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모든 도인이 목표로 하는 경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상에 마실 나온 선인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고 이어지는 경악과 충격의 연속 속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는 있지만 믿기지 않았다.

한편 현진은 계속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현진이 눈치를 살피는 이유는 다름 아닌 천룡이 머무는 전각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천룡 일행이 짐을 가져오겠다며 나가길래 현진이 자신이 안내하겠다며 따라간 것이 화근이었다.

무당 최고의 손님으로 극진히 접대해도 부족할 판에 다 무너져 가는 폐가에 모신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당장 이곳으로 안내를 한 도인을 잡아 혼구멍을 내주겠다고 방방 뛰는 현진을 천룡이 만류했다.

그런 천룡에게 크게 감명을 한 현진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작은 찝찝함이 남아 있었기에 이렇게 눈치를 보며 앉아 있는 것이었다.

“먼저 저 아이를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 아이를 치유할 능력이 있음인데 어찌 머뭇거리겠습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천룡의 대답에 현허진인은 감탄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기(正氣)가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현진이 얘기한 것이 생각이 났다.

아주 중요한 손님이 올 것이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이건 중요한 정도가 아니었다.

현허 또한 천룡을 비롯한 삼황의 눈치를 살폈다.

천하가 완벽하게 속고 있었다.

‘허허, 뭐? 무황은 늙었고, 검황은 방랑벽이니 괜찮다고?’

그리고 태성을 보았다.

‘사황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자네들은 정말 큰 실수를 한 것 같군.’

진지하게 무림맹을 나와야 하나 고민하는 현허진인이었다.

그런 현허진인에게 천룡이 말했다.

“부쩍 피곤해 보이십니다. 하긴 오늘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으셨죠? 하하.”

“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희는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서 다 이해합니다.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시죠.”

천룡의 말에 차마 아니라고 말을 못 하는 현허진인이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이 너무도 복잡해, 솔직히 천룡 일행을 신경 쓰기도 힘들었다.

“그, 그럼 빈도가 오늘은 손님들께 결례를 좀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결례라니요. 말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저희가 결례죠. 그럼 저희는 이만 건너가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현허진인의 인사에 천룡 역시 정중히 답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천룡 일행이 모두 나가고 나자, 다리에 힘이 풀린 현허진인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허어, 내가 아직 공부가 덜 되었구나. 이리도 마음을 진정시키질 못하다니.”

그러면서 계속 도덕경(道德經)을 중얼거리는 현허진인이었다.

한편 현진의 안내를 받아 접객당으로 이동하는 천룡 일행.

무광이 현진을 보고 물었다.

“야, 우리 초대해 놓고 말 안 했냐? 너희 장문인이 저리 놀라는 거 보니 전혀 모르고 있던 눈치던데?”

무광의 말에 현진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분명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왜 저러시냐?”

“그, 그게. 제가 장난기가 좀 많아서…… 사고를 좀 많이 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엉뚱한 말을 하면 믿지를 않으셔서…….”

“뭐? 아니, 뭘 얼마나 했길래 자기 사제 말도 안 믿냐?”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는 현진이었다.

“되었다. 그나저나 아까 엄청나게 놀랐다. 세상에 천무지체라니.”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벌써 오행체 중에서 세 명이나 나왔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오행체가 등장하는 것은 그에 걸맞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는데…….”

무광과 천명의 대화에 현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행체 중에 셋이라니.

그럼 자신의 사질과 조방 외에 또 한 명이 더 있다는 얘기였다.

궁금했지만 저기에 낄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그저 묵묵히 듣는 수밖에 없었다.

“에이, 천무지체는 모르겠고, 화룡지체랑 빙령지체는 우리 아버지께서 만드신 거잖냐.”

“그렇긴 하지만.”

“뭘 걱정하냐. 설마, 아버지가 감당하지 못할 위기라도 온다는 말이냐?”

무광의 말에 천룡을 바라보는 천명이었다.

솔직히 천룡이 막지 못하는 위기를 생각해 봤다.

그건 재앙이었다.

천룡이 막지 못하는데 세상 누가 그것을 막는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다.

“하하, 제가 너무 예민했었나 봅니다.”

“그래그래. 너 요새 좀 예민해. 오늘은 푹 쉬어.”

“네. 사형.”

한편 현진은 대화에서 엄청난 말을 들었다.

‘헉! 비, 빙령지체라고? 그, 그리고 뭐를 해? 뭘 만들어?’

두 귀로 들었음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설 속에 신체들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들과 있으면 항상 이랬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이 항상 벌어졌다.

‘그래. 신경 쓰지 말자. 나랑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그리 생각하니 맘이 편해졌다.

어서 안내해 주고 들어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현진이었다.

***

모용혜는 오늘 본 광경을 잊을 수 없었다.

어제 들었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오늘 본 조방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거기에 그 엄청나게 강한 무위.

가슴이 떨렸다.

특히 마지막에 조방의 몸에서 화룡이 솟구칠 때는 알 수 없는 격한 감동까지 일었다.

아직도 그때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 남자에게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병환으로 몸져눕지 않으셨던가.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그때 혼자 있는 모용혜에게 조방이 다가왔다.

“무엇을 그리 생각하고 계십니까?”

조방의 물음에 모용혜가 슬픈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집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서요.”

“아, 편찮으시다고 하셨죠.”

조방의 말에 모용혜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조방에게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맞다! 천공의선과 아는 사이라고 하셨죠!”

“그렇죠.”

“저 좀 도와주세요.”

“네! 말씀만 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천공의선 좀 소개시켜 주세요! 그분이라면 아버지를 치료하실 수 있을지도 몰라요.”

간절하게 자신의 손을 잡으며 울먹이는 그녀를 보며 조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나름대로 친분이 있으니 그분께 직접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그분께 저도 같이 갔으면 해요.”

“네?”

“안 되나요? 소개만 해 주세요. 부탁은 제가 할게요. 제발요.”

조방은 난감했다.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차마 모용혜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조방이 말했다.

“일단 제 주군께 허락을 받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알겠어요.”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천룡이 있는 전각으로 향하는 조방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환한 모습의 조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용 소저, 주군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더욱이 혹시 모르니 자신도 힘을 보태시겠다고 합니다.”

“저,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하하.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저희 주군은 신이십니다. 그러니 믿으십시오. 가주님은 쾌차하셔서 일어나실 겁니다.”

천룡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보였다.

모용혜는 그런 조방을 보며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대단한 믿음이구나. 천룡이라는 분은 정말 좋으신 분인가 보다. 이분에게 이런 충성심을 얻으시다니.’

“감사해요. 정말…….”

울먹이는 그녀를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 조방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풀숲을 헤치고 나타났다.

깜짝 놀란 조방이 경계를 하며 말했다.

“누구요!”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남자.

바로 진천이었다.

“접니다. 진천.”

“아! 진천 소협이셨군요.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기척 없이 온 제가 죄송합니다.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

진천이 모용혜와 조방을 번갈아 보며 머뭇거렸다.

그러자 모용혜가 웃으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전 이만 들어가 쉴게요. 얘기 나누세요.”

모용혜가 사라지자 진천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해 왔다.

“큼. 그, 부탁이 있어서 왔소.”

“부탁요?”

조방의 반문에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나와…… 친구가 되어 주지 않겠소?”

“네?”

뜬금없는 부탁에 조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러자 진천이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사실 나는 친구가 없소. 평생을 여기 무당에서만 살아와서 더욱더 그렇소. 아직 세상 경험도 없고, 무공 외에는 아는 것이 없소. 하지만…… 그대와 친구가 되고 싶소.”

진천의 말에 조방은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자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나누며 세상을 살아 보고 싶었다.

그때는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조방이 옛 생각에 잠시 머뭇거리자 진천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미, 미안하오. 갑작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해서. 오늘 일은 못 들은 것으로 해 주시오.”

조방의 행동이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생각한 진천은 재빠르게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그때.

“가긴 어디를 가나. 친구가 되었으면 술 한잔해야지.”

조방의 반말에 진천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진천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친구끼리는 존대를 하는 게 아닐세. 싫은가?”

조방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로 해야지. 친구.”

“아, 알았네.”

감격한 듯한 표정을 보이는 진천의 손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자, 가세! 내 다른 친우들도 소개해 줄 테니.”

“고, 고맙네.”

그 말에 조방이 말했다.

“친구끼리 고마운 거 없네. 아시겠나?”

“알겠네.”

그리고 조방에게 이끌려 이동하는 진천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그토록 원하던 꿈을 하나 이루었기에.

이동하는 중에 조방이 물었다.

“아니, 그런데 여태까지 친구도 안 사귀고 뭐 했는가?”

조방의 물음에 진천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천무지체일세.”

“알지.”

조방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자네는 모르는군. 오행체에 대해 전혀 몰라.”

“무슨 소린가?”

“오행체로 태어난 자는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네.”

“아니, 왜?”

“노리는 사람이 많거든…… 제자든, 아니면 미래의 적을 제거하는 목적이든.”

진천의 말을 들으니 맞는 말 같았다.

“축복받은 신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닐세. 나 같은 고아라면 더욱더 위험하지. 다행히 나는 현재 사부님을 만나 이렇게 무사할 수 있었네.”

조방은 이동하면서 진천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셨는지 사부님께선 나를 강호에 단 한 번도 내보내신 적이 없다네. 너무 위험하다고 하시더군.”

“무엇이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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