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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136/200)

136화

은마성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자신을 군사라 말하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자네가 군사라고? 내가 아는 그 군사 방염?”

“하하하. 네, 맞습니다. 제 모습이 좀 많이 변했죠?”

군사의 말에 은마성이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찌 된 것이냐? 그 몸은 무엇이고, 그 힘은 또 무엇이냐?”

은마성의 물음에 군사가 웃으며 답했다.

“유마회혼대법.”

“그것이 무엇이냐?”

“죽은 자의 힘을 불러오는 것이지요. 성공할 확률이 1푼도 되지 않아 위험하긴 하지만……. 그 위험을 감내한 보람이 있군요.”

약간 건방져진 말투로 말하는 군사.

그것이 은마성의 심기를 건드렸다.

“살짝 거만해진 것 같은데?”

그러면서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이 정도 경고를 날리면 지금쯤 부복을 하고 덜덜 떨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웬걸.

“하하하, 힘이 생기니 살짝 그런 것이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

“교주님, 저도 이제 어엿한 교의 무력이 되었습니다. 전처럼 절 그리 대하시면 곤란하지요.”

“하하, 재밌네. 얼마나 강해졌는지 비무라도 해볼까?”

군사의 눈이 반짝였다.

누구보다 원하던 대답이었다.

“하하, 신이 어찌 감히.”

일단 한 번 튕겼다.

“아냐, 아냐. 한번 해보자.”

“하하, 그럼 소신은 명을 받들겠습니다.”

“좋아. 지금 당장 하지.”

은마성의 말에 군사는 입꼬리를 비틀며 자신이 얻은 마기를 방출했다.

“크크크, 교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힘 조절이 잘되질 않아서 말입니다.”

온몸에서 넘실거리는 거대한 마기.

이제 교주가 당황하며 장난이라고 말하길 기다렸다.

그런데.

“오, 마기가 참 멋지네. 우리 군사 정말 강해졌네.”

자기 생각과는 다른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전처럼 곧바로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걸 보니 교주도 나름대로 긴장하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퍼억-!

“커억!”

순식간에 목덜미를 잡힌 군사였다.

“우리 군사가 장난이 과하네.”

“끄윽! 끅!”

숨이 막혀 왔다.

군사는 자신이 내뿜을 수 있는 최대치의 마기를 뿜어냈다.

그런데 교주의 몸에서 미증유의 마기들이 흘러나왔다.

정말로 저 심연 깊은 곳에서 올라온 듯한 진한 마기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경지가 높아지고 나니 지금 교주의 몸에서 나오는 마기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게 된 것이다.

‘크윽. 내, 내가 무슨 짓을…… 겨우 천마대제로는 교주의 상대가 안 되는구나.’

파악-!

털썩-!

“쿨럭쿨럭!”

바닥에 널브러진 군사는 기침을 계속해 댔다.

그런 군사에게 은마성이 자세를 낮추며 눈을 마주쳤다.

온통 검은색으로 변한 눈동자.

“재롱으로 넘기는 것은 이번 한 번뿐이다.”

은마성의 말에 군사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마성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나가 보라는 소리다.

군사는 부복했다.

“요,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군사니까 봐준 거야. 다음부턴 국물도 없다.”

“추, 충!”

그리고 다급히 뒷걸음질을 치며 밖으로 나갔다.

군사가 사라진 후에 은마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저놈이 저런 짓을 꾸밀 줄이야. 그분께서 새로이 마기를 주지 않으셨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온몸을 부르르 떨며 다시 자리에 눕는 은마성이었다.

***

북경 자금성.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웅장한 궁궐에 천룡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룡의 모습이 보이자 관리들이 기겁하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하나같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천룡 일행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모두 똑같은 반응이었다.

내관들은 기절하는 자들까지 나왔다.

“나 참나. 누가 보면 내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

“허허허,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덕분에 황상께서 편안히 국정을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맞아요, 아버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조천생과 무광이 옆에서 위로했다.

천룡이 걷다가 금의위로 보이는 복장을 보고 손을 까닥였다.

“히익!”

화들짝 놀라는 금의위.

재빨리 달려와 부복을 하며 외쳤다.

“사, 상국 전하를 뵈옵니다!”

그런 금의위에게 말했다.

“가서 지휘사 오라 그래.”

“네? 네! 아, 알겠습니다.”

벌떡 일어나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가는 금의위였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들어가니 저 멀리 황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자신을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천룡과 제자들이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 부복하며 외쳤다.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그런 천룡을 재빨리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는 황제였다.

“하하, 상국. 이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지 않았소.”

“감사합니다. 폐하.”

“그래. 잘 지내시었소? 어찌 연락 한 통이 없는지…….”

“죄, 죄송하옵니다. 소신은 잘 지냈사옵니다.”

그동안 편지 한 통 없는 것이 내심 서운했었나 보다.

“다음부턴 꼬박꼬박 소식 전해 올리겠습니다.”

“하하, 알겠소. 꼭 전해 주셔야 하오. 안 그러면 내가 상국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갈지도 모르오.”

“하하…… 네.”

“자, 자. 먼 길 오느라 고생하시었소. 갑시다. 내 거나하게 차려 놓으라고 했으니 오늘은 배불리 먹고 마셔 봅시다.”

“망극하옵니다.”

“또, 또! 내가 그 말은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하하, 알겠습니다. 가시지요. 소신 배고프옵니다.”

“헉! 그러시오? 어, 어서 갑시다. 여봐라, 뭐 하느냐 상국을 모시지 않고!”

“네이!”

황제는 행복한 미소로 연신 천룡을 챙기며 자리를 옮겼다.

***

황제와 만찬을 즐기고 방으로 돌아오니 금의위의 수장 지휘사가 문 앞에 대기하고 서 있었다.

“신 지휘사 적운, 상국 전하를 뵈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아, 이런. 내가 불러 놓고 깜박했군. 미안하네.”

“아, 아닙니다. 신도 방금 왔습니다.”

“거짓말하지 말게. 미안한 것은 미안한 거지. 자, 자. 들어가세.”

“망극하옵니다. 전하.”

지휘사와 같이 방 안에 들어간 천룡은 그를 자리에 앉히고 식탁에 준비된 술병을 들었다.

“한 잔 받게나. 내 사과의 잔을 주겠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지휘사의 말에 천룡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성은이, 망극, 이런 말 하지 말게. 하아, 왜 폐하께서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지. 알겠군. 오글거려서 안 되겠어.”

“하하, 알겠습니다. 전하.”

지휘사에게 술을 따라 주고는 물었다.

“그래 황상께서 왜 국경을 순찰하려고 하시는 건가?”

“얼마 전에 황상께서 휴가를 온 국경수비대 장수를 위로하시겠다며 불렀사옵니다. 그리고 그자에게 고생이 많다며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장수가 자신은 다른 것은 필요 없고, 병력과 병참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병력과 병참?”

“네. 문제는 폐하께서 알고 계시기로는 국경수비군에 항상 최우선으로 병력과 병참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계셨지요. 보고도 그렇게 올라왔고요.”

“그런데 그 장수가 그 얘길 하니 의심을 하고 계신 거군.”

“네, 바로 그것입니다.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니 화도 나시고 또…….”

“또?”

“그 다른 장수들이 몰려와 황상께 그 장수의 말을 믿지 말라고 고했다고 합니다. 서로 협동을 해서 나라를 지켜도 부족할 판에 파벌을 만들어 서로 경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하셨습니다.”

“하아, 그들도 국경수비 쪽인가?”

“아닙니다. 그들은 제7군단의 장군들입니다.”

“7군단?”

“네. 이 나라의 북방을 지키는 정예 군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나라 최고의 군대지요.”

“그런 놈들이 한마디로 폐하께 하극상을 벌인 거라 이거지? 왜?”

천룡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변하자 지휘사가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아직 원나라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지라 저들은 북방에서 살다시피 한 자들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황궁 소식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대 폐하께서 승하하실 때 저들은 진군 중이었고, 전쟁을 끝내고 와서야 황제가 바뀐 사실을 전해 들었을 겁니다. 현 황제를 만난 적도 없고 현 황제에게 뭘 받은 적도 없으니 충성심이 있을 리 없지요.”

“아니, 군인이 그러면 어찌하나. 군인들에게 주군은 황상 아니신가?”

“그렇긴 하지만, 북방 쪽에서 전쟁하는 장군들은 상대적으로 충성심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들이 그곳에서 저리 하는 것은 단순히 전쟁이 좋아서거나 아니면 황제가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자들이 더 많으니까요. 전쟁에서 이길 때마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이 어마어마합니다. 그것이 저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지요.”

“그래서 지금 황상께서 명을 해도 저들은 시큰둥할 거라는 거야?”

“그, 그렇습니다. 솔직히 폐하께서 그들이 명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알 길도 없는데 저들이 따르겠습니까?”

“걔들은 무슨 배짱으로 그러는 거지? 다른 이들은 지금 황상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잖아.”

천룡의 물음에 지휘사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 그들은…… 사, 상국 전하를 모르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하옵니다.”

“나?”

“그, 그렇습니다. 지금 궁에 있는 대신들은 상국 전하의 위명을 잘 아는 자들입니다. 그러니 다들 상국 전하의 눈치를 보며 황상께 충성을 다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장군들은 아닙니다.”

“날 왜 모르지?”

“상국 전하께서 이곳에 계실 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들은 원의 잔당을 처리하러 북쪽으로 출정을 했던 터라…….”

“아항, 그래서 지금 저렇게 기어오르는 거구나? 대장군은?”

“대장군께서 아직 모르시옵니다.”

“왜? 그놈이 모르면 어떡해?”

“대장군은 지금 남방으로 순방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아직 현 상황을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하아, 일단 알았다. 내일 폐하와 이야기해 보고 다시 의논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 뒤로 자잘한 이야기를 하다가 지휘사를 돌려보낸 천룡.

“하아,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서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덕분에 이번엔 좀 오래 돌아다녀야 할 것 같구나.”

“하하,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간덩이들이 부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내일 교육하시려고요?”

태성의 말에 천룡이 이를 갈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황상을 설득하는 것이 먼저다. 가뜩이나 먼 거리를 다녀와야 하는데 황상까지 가면 더 복잡해진다. 못 가게 막아야 해.”

“설득되겠습니까? 말을 들어 보니 잔뜩 기대하고 있으신 모양인데.”

“안 돼! 그래도 무조건 말려야 한다. 차라리 내가 가서 상황을 보고 오겠다고 해야겠어.”

천룡의 말에 제자들은 심어로 대화하기 바빴다.

-이번은 요녕 쪽이구나.

-정말로 전 중원을 다 돌아다니시네요.

-딱히 여행 안 가도 되겠다. 이리 돌아다니시는데…….

-그러니까요. 그런데 요녕 쪽에 애들이 간 모용세가 있지 않아요?

-아, 맞네. 모용세가가 그쪽에 있구나. 애들 아직도 거기 있으려나?

-치료하는 동안은 있겠다고 했으니 아마 있을 겁니다.

-그럼 봐서 올 때는 같이 오면 되겠네.

-좋죠. 하하.

***

다음 날 아침.

천룡은 일어나자마자 황제를 만나러 이동했다.

“폐하! 상국 전하께서 문안 인사 오셨사옵니다.”

“오! 상국께서? 어서 뫼시어라.”

“네이~.”

드르륵-.

문이 열리고 옷을 갈아입던 황제가 환한 미소로 천룡을 반겨 주었다.

“하하하, 이거 상국께서 계시니 짐의 마음이 이리도 편할 수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폐하. 소신이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요.”

“하하하, 아닙니다. 아니에요. 상국께서는 언제든지 오셔도 환영입니다.”

의관이 모두 차려 입혀지고 황제는 그제야 천룡에게 걸어갔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어인 일입니까? 내가 보고 싶어서 오신 것은 아닐 테고?”

“아닙니다, 폐하. 소신은 그저 폐하를 뵈러…….”

“정말이오? 하하하. 빈말이라도 너무 기쁘오. 그러지 말고 아침이나 같이 듭시다. 여봐라!”

“네이-!”

“상국과 함께 조반을 먹을 것이니 준비하도록 하여라.”

“네이-!”

그러고 천룡 옆에 착 달라붙어서 천룡과 떨어질 생각을 않는 황제였다.

식사가 모두 차려지고 같이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데 황제가 자꾸 천룡에게 무언가를 주었다.

“이것도 드셔 보시오. 정말 맛있소.”

“하하, 이건 살이 많아 토실토실하구려. 상국이 드시오.”

“이것도, 저것도.”

쉴 새 없이 천룡에게 음식을 주는 황제였다.

얼마나 천룡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폐하의 은혜가 하늘 같사옵니다.”

“하하하하, 그러면 자주 좀 오십시오. 내가 상국이 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 줄 아시오?”

“죄송합니다. 폐하.”

“하하하, 아니오. 이렇게 와 준 것만으로도 짐은 아주 기쁘오. 하하.”

그렇게 환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마무리되었다.

“자, 이제 본론을 말해 보시오. 아침부터 짐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오?”

차를 마시며 천룡에게 묻는 황제였다.

“예. 폐하.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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