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0화 (140/200)

140화

천룡의 명에 장수는 도지휘사에 대해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평판이 좋았다.

“네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간 것은 아니지? 그동안의 정에 의한 칭찬이라거나.”

“추호도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명명백백히 사실만을 말했사옵니다.”

오들오들 떨며 대답하는 장수의 말에 천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룡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장수는 천룡을 잘 정돈된 전각으로 안내했다.

한편, 도지휘사는 자신의 방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 대장군. 여기까지 소신을 보러 와 주시다니요. 감개무량하옵니다.”

“허허, 이 사람. 자네와 내가 보통 사이인가? 그동안 잘 지냈는가?”

“네. 소신은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소문에 듣자 하니 역모가 있었다던데…… 사실이옵니까?”

도지휘사의 물음에 대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다네. 이왕야가 역모를 꾸미고 반란을 일으켰었지.”

“허, 그것이 정말입니까? 아니, 어찌……. 그래서 잘 진압하셨습니까? 대장군이 계셨으니 큰 문제 없이 진압되었겠지요.”

“하하, 이 사람. 얼굴에 금칠하는구먼. 흠흠,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역시! 대장군이십니다. 소신이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하하하, 어디 우리 도지휘사의 술 한잔 받아 볼까?”

서로 즐거워하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무슨 소란이냐! 지금 대장군께서 와 계신다. 조용히 하지 못하느냐!”

벌컥-!

도지휘사의 명에도 불구하고 방문을 확 열어 젖히는 병사였다.

“이,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네놈이 죽고 싶은 게로구나!”

“자, 장군! 크, 크, 큰일이옵니다!”

“뭐? 큰일? 무슨 큰일?”

“바, 밖에 사사사…….”

“밖에 사사사?”

도지휘사의 물음에도 한 번에 말을 못 하고 계속 더듬는 병사였다.

“답답하다! 어서 말하라!”

“사, 상국 전하께서 오셨습니다!”

“누구?”

“사, 상국 전하요!”

“상국? 전하?”

도지휘사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잠시 못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술상이 엎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와장창-!

쨍그랑-!

놀라서 그쪽을 바라보니 대장군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나 있었다.

대장군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보고를 한 병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정녕 사, 사실이더라? 너, 너희들이 잘못 안 것이 아니고?”

“화, 황룡 금패를 내보이셨습니다! 이것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본 틀림없는 사실이옵니다!”

“황룡 금패!”

황룡 금패라는 말에 도지휘사도 기억이 났는지 벌떡 일어났다.

현 황제가 가장 신임하는 인물.

이 나라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인물.

그런 자가 여기를 왜 왔단 말인가.

대장군은 그 당시 그곳에 있었으니, 잘 알 것으로 생각하고 물어보려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대장군이 보이질 않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미 문밖으로 달려 나가고 있는 대장군이 보였다.

그리고 처절한 목소리로 도지휘사에게 소리쳤다.

“그, 급하네! 어, 어서 뛰게!”

사색이 된 채로 정신없이 달려 나가는 대장군을 보며 도지휘사 역시 뒤따라 뛰어나갔다.

대장군의 뒤를 따라가며 도지휘사는 매우 놀라고 있었다.

‘아니…… 저 천하의 대장군이 두려운 눈빛을 보인다고? 어떤 인물이길래 저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단 말인가.’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가운데 열심히 뒤따라가는 도지휘사였다.

그 시각 천룡은 정천호가 안내한 전각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방 안에는 여러 장수가 꼿꼿이 몸을 바로 한 채로 서 있었다.

천룡이 장수들은 전부 집합시켰기 때문이었다.

“아직인가?”

천룡의 물음에 다들 긴장하며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정천호가 그들을 대신하여 답했다.

“도, 도지휘사께서 계신 곳이 여기서 거리가 좀 되는지라. 죄송합니다.”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고개를 꾸벅이는 장수가 안쓰러워 천룡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되었다. 네 잘못도 아닌데.”

그러면서 다시 차를 마시려고 잔을 들었을 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 누군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전각의 문을 통과한 그는 천룡의 발 앞에 엎드리며 외쳤다.

“신! 대장군 하후패! 사, 상국 전하를 뵈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엎드리며 자신을 밝히는 사람의 정체에 안에 있는 모든 장수가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정말로 자신들의 최고상관인 대장군이었다.

‘대, 대장군이 저리 극진하게 인사를 한다고? 황제에게조차 군례로 하는 양반이?’

‘미친, 맙소사!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저 대장군이 엎드리고 무릎을 꿇었어?’

‘남자가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것은 목을 베일 때뿐이라고 외치던 양반이…….’

뒤에 따라오던 도지휘사 역시 경악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했지만 일단 대장군을 따라 옆에 부족하며 인사를 올렸다.

“시, 신 도지휘사 원상! 사, 상국 전하를 뵈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그리고 살짝 곁눈질로 천룡을 보았는데, 어렸다.

어려도 너무 어렸다.

자신은 그래도 중후한 중년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건 완전히 애송이였다.

‘뭐지? 저렇게 어리다고? 그런데 상국이라고?’

천룡의 얼굴을 보니 더욱 혼란스러웠다.

천하의 대장군이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있는 것도 놀랍고, 상국이라는 자가 저리 어린 것도 놀라웠다.

대장군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은 실제라는 소리였다.

그런 그를 더욱 경악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어? 네가 여기 왜 있어?”

대장군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반말을 하고 있었다.

현 황제조차 반 존대로 대장군을 대하는데 새파랗게 어린 상국이란 놈이 천하의 대장군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미친, 권력에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철부지였구나.’

도지휘사는 이제 대장군이 분노의 일갈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장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도지휘사는 눈을 감았다.

그런데 웬걸?

“그, 그게 여, 여기 이놈하고 친분이 있어서 얼굴도 볼 겸 해서 와, 왔습니다.”

“친분? 그래. 근데 너 남방으로 순행 갔다고 들었는데? 여기가 남방이냐? 응?”

천룡의 목소리가 나직해지자 대장군이 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하기 바빴다.

“나, 남방으로 가려다가 이쪽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를 받고 다급하게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아, 그래? 그 문제가…… 국경 수비군인가?”

“마, 맞습니다!”

일갈은커녕 쩔쩔매고 있었다.

“그렇군. 네가 여기 도지휘사냐?”

대장군의 말에 대꾸해 주고 도지휘사를 바라보는 천룡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조용히 대답하자 대장군이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버럭 소리를 쳤다.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그따위로 답을 하느냐! 큰 소리로 답하거라!”

“허억! 네, 네!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대장군의 호통에 군기가 바짝 든 도지휘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천룡은 그런 대장군의 행동에 고개를 저으며 다시 물었다.

“네가 여기 요녕성을 총괄하고 있다지?”

“네! 그렇습니다!”

“세금을 총괄하는 것도?”

“그, 그렇습니다. 각 현의 지현들이 알아서 세율대로 보내고 있습니다. 딱딱 맞춰서 보내고 있사옵니다. 한데 무슨 일로?”

“그래? 그럼 네 밑에 있는 지현들이 떼먹고 있다는 거군. 전부 이곳으로 집합시켜.”

“네?”

반문하는 도지휘사를 보며 천룡이 대장군에게 말했다.

“되묻네? 교육 제대로 안 할래? 나랑 면담할래?”

면담.

그 소리를 듣자마자 대장군이 경기를 일으키며 도지휘사를 노려보았다.

“다, 당장 말씀드리지 못해!”

“아, 알겠습니다! 지, 지금 당장 집합시키겠습니다!”

“1주일 준다.”

“네?”

천룡이 다시 대장군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인 대장군이 도지휘사를 노려보았다.

“히끅!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재빨리 밖으로 달려 나가는 도지휘사였다.

역시 사람을 다룰 때는 직접 건드리는 것보다 그 위 상관을 건드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 천룡이었다.

***

절벽 깊숙한 곳으로 이동한 무광과 사제들.

한참을 들어가니 넓은 공터가 나왔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깊숙한 곳이라 여기저기에 횃불들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넓은 공터에는 수많은 아이가 각자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한 곳에선 수많은 어린아이가 시뻘건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끄으윽!”

“으으으윽!”

그 속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다른 한 곳에선 아이들이 서로 주먹다짐을 하고 있었다.

퍼억-! 퍽-! 퍼퍽-!

사방에 피가 튀고 살려 달라는 절규가 들림에도 아이들은 독기를 품고 바닥에 누운 다른 아이들을 때리고 있었다.

다른 곳에선 검은 복면을 한 자들의 채찍에 맞으며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뭐, 뭐야. 여긴.”

“대충 보아하니…… 무슨 수련장 같은데요?”

“수련을 저렇게 한다고? 저게 무슨 수련이야? 애들 잡는 거지.”

그때 한 곳에서 엄청난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아악!”

그곳을 보니 검은 복면을 한 남자가 패배한 아이를 마구 밟고 있었다.

“이런 버러지 같은 놈이! 한 번을 못 이기다니! 그냥 죽어라! 죽어! 죽어서 천령강시의 재료나 되어라!”

그 모습에 눈에 불똥이 튄 무광이었다.

순식간에 아이를 밟는 남자의 곁으로 이동한 무광.

퍼억-!

“꾸에엑!”

콰당탕-!

갑작스러운 무광의 등장과 검은 복면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광경에 그곳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무광에게 집중된 것이다.

“치, 침입자다! 밖에 경비하던 놈들은 어디 갔어!”

그들은 이미 모두 처리하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뭣들 해! 당장 처리해!”

“네!”

사방에서 검은 복면의 무리가 쏟아져 나왔다.

엄청난 기운을 한 몸에 받는 무광이 입술을 씰룩이며 말했다.

“크크큭! 이 기운. 이 압박. 정말 오랜만이구나! 네놈들! 혈천교구나!”

무광의 말에 다들 화들짝 놀라며 더욱 경계하기 시작했다.

“방금 그 말로 네놈이 살아 나갈 확률은 완전히 없어졌다.”

이들을 지휘하는 자로 보이는 붉은 복면의 남성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무광에 말했다.

그때.

“사형! 혼자만 그렇게 뛰어나가시면 어찌합니까?”

“맞아요. 저희도 좀 데려가요.”

무광의 곁으로 사뿐히 착지하는 두 사람.

천명과 태성까지 가세했다.

그 모습에 복면인이 웃으며 말했다.

“젊어서 객기를 부리는 것은 좋으나 이번은 상대를 잘못 골랐구나. 뭣들 쳐다보고 있어! 어서 처리해!”

남자의 말에 검은 복면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야. 이거였습니까? 예전에 사형이 혈천교에 포위되었을 때 느꼈던 기분이?”

“장난 아니네요. 이걸 혼자 버텼다고요? 역시 사형 대단하십니다.”

둘의 말에 무광이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내보였다.

어느새 가까이 접근한 복면 무리.

콰콰콰쾅-!

퍼퍼퍼퍽-!

“커어억!”

“크으으윽!”

콰다다당탕탕-!

콰쾅-!

단 한 수에 달려들던 복면인들이 사방으로 튕겨 날아갔다.

여기저기서 바닥에 쓰러진 채로 앓는 소리를 내는 그들.

그 모습을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붉은 복면인이 외쳤다.

“고수다! 모두 단약을 먹어라!”

그 말에 다들 품속에서 빨간색 단약을 꺼내어 삼켰다.

잠시 후, 하나같이 눈이 빨갛게 변하고 몸에서 붉은색의 수증기가 올라오는 복면인들.

“조심해! 저놈들 잠력을 격발시키는 단약을 삼켰다. 저거 골치 아프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잠력을 격발시켜요? 그거 선천지기를 갉아먹는 행동 아닙니까?”

“저놈들에게 아래 사람은 그저 소모품이야! 그런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

“미친놈들!”

복면인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다시 덤벼들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이놈들을 맡아라! 내가 저기 저 지시하는 놈을 잡겠다.”

“알겠습니다. 이놈들! 와라!”

퍼퍼퍼펑-!

잠력 격발을 사용한 복면인들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맙소사! 이렇게 강해진다고?”

경악하다가 자세히 보니 급격하게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는 복면인들이었다.

“미친놈들이! 사람의 생명을 소진해서 이런 공격을 하게 하다니!”

“태성아! 이들을 편하게 해 주자!”

“네! 천명 사형!”

둘은 급격하게 생기를 소멸해 가며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복면인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천하의 삼황 중 둘이 협력하는 공격이었다.

순식간에 짚단 쓰러지듯이 쓰러져 가는 복면인들.

죽어 가는 데도 오히려 그들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고, 고맙소.”

죽어 가면서 정신을 차린 한 사람이 둘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눈을 감았다.

“시발……. 이것도 그 고독 때문이겠죠?”

“독한 놈들. 저들은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 거지.”

한편 붉은 복면을 잡으러 간 무광은 그들과 대치를 하고 있었다.

“네놈들을 다시 보게 되다니…… 정말 감회가 새롭군.”

무광의 말에 붉은 복면을 한 두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우리는 널 처음 보는데? 우리를 안다고?”

“저 말을 믿나? 어서 해치우고 아랫놈들도 정리해야 하네!”

“그, 그렇지.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었군.”

둘의 말에 무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정확하게 알지. 멸검과 뇌령.”

“……!”

“……!”

무광의 말에 둘의 동공이 급격하게 커졌다.

“너, 너는 누구냐? 우리를 안다고? 너처럼 어린 놈은 보질 못…….”

말을 하다 말고 더욱 동공이 커지는 붉은 복면이었다.

“그, 그 모습…… 예전에 보았다. 우, 우리를 좌절에 빠지게 했던…….”

“그래도 알아봐 주는군. 하하.”

무광이 웃으며 말하자. 붉은 복면인들이 이가 부서지라 악다물고 말했다.

“담, 무,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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