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둘은 담무광의 이름을 부르면서 놀랐다.
몇십 년 전 젊은 그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담무광 그자의 아들인가?”
“그자의 아들이라면 더 좋지. 이놈의 사지를 찢어서 그놈에게 보내 주면 되니.”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무광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나를 찢어서 나에게 보낸다고?”
무광의 말에 둘의 눈이 크게 확장되었다.
“서, 설마!”
“바, 반로환동?”
그들의 반응에 무광은 그저 웃기만 했다.
“노, 노망이 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노망이라니. 도대체가 그딴 소문은 어디서 퍼진 거야? 나는 이렇게 팔팔하다 못해 젊어졌는데.”
“이, 이건 말도 안 된다! 어찌 너 같은 놈에게 이런…….”
뇌령마제와 멸검마제가 좌절한 눈빛으로 절규했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좀 착하게 살지 그랬어. 그랬으면 나처럼 이렇게 복을 받았을 거 아냐.”
“닥쳐라!”
뇌령마제와 멸검마제가 품속에서 단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재빨리 자신들의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 네놈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고 가겠다!”
“크윽! 지원을 나왔다가 네놈을 만나다니. 이렇게 된 이상 네놈의 팔이라도 떼어 가고 말겠다!”
환골탈태에 반로환동까지 한 고수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실행했다.
순식간에 눈이 붉어지고 온몸의 모공에서 붉은 수증기가 새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무광을 향해 달려 나갔다.
멸검마제의 검이 무광의 몸을 향했고, 뇌령마제의 뇌기가 무광의 머리를 향했다.
과거에 비해 그 힘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잠력을 격발시켜 주는 단약을 먹으니 그 이상의 힘이 뿜어 나왔다.
그 힘을 모조리 이 한 수에 몰아넣었다.
빠지지지직-!
콰콰콰쾅-!
공격과 동시에 정확하게 무광의 몸이 폭사했다.
“서, 설마.”
“저, 정말이냐? 우, 우리가 무황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무광.
그들의 눈에 확실하게 보였다.
폭사해서 산산이 조각나는 모습을.
“우리가!”
“해치웠다!”
둘은 마주 보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바라보았다.
끊임없이 잠력이 격발되고 있지만, 그것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무광을 잡았다는 사실만이 그들을 기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폭사했던 몸이 여기저기서 날아와 붙기 시작했다.
세상 처음 보는 현상에 둘은 경악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순식간에 몸을 복원하고 말을 하기 시작하는 무광.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 그래도 한때 나를 위기에 넣었던 자들이니 더는 고통스럽지 않게 끝내 주지.”
이들이 상대한 것은 무광의 무극분신강이었다.
“허허허. 미친…… 강기로 자신의 분신을 만들다니…….”
“예전에도 괴물이었지만…… 지금은 더한 괴물이 되었구나.”
허탈해하는 그들 앞에 진짜 무광이 나타났다.
잠시나마 자신들이 무광을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허탈함을 느끼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무광이 손을 들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잘 가시게.”
무광과 두 마제는 눈을 마주쳤다.
“끌끌끌,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네놈을 보고 가서 나쁘진 않았다.”
“이게 우리 운명이었을지도…….”
무광은 눈을 감으며 말했다.
“폭!”
콰쾅-!
무광의 분신이 폭발을 일으키며 두 마제를 순식간에 삼켰다.
엄청나게 강한 폭발력에 온 계곡이 진동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적들을 모두 정리하고 아이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준비하던 천명과 태성은 혼비백산했다.
“앗! 뭐, 뭐야! 대사형 사고 쳤네!”
“헉! 아이고! 대사형!”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 아이들을 최대한 멀리 대피시켜!”
“네! 애들아!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달려!”
다행히 무공을 수련하던 아이들이라 경공을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알아서 대피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폭발로 무너진 계곡에서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안심을 하고 바닥에 주저앉는 사람들이었다.
“후아! 산 채로 생매장당할 뻔했네.”
“그러게요. 그나저나 대사형이 저렇게 엄청난 기술을 쓸 정도로 강한 적이었을까요?”
“글쎄다. 사형이 오면 물어보자꾸나.”
둘이 그리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감정에 치우쳐서 그만. 너희들이 있는 걸 깜박했다.”
무광이었다.
“대사형! 아무리 그래도 잊을 게 따로 있지! 산 채로 매장당할 뻔했다고요!”
태성의 말에 무광이 연신 사과했다.
“그 정도로 강한 적이었습니까?”
그 말에 무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과거였다. 나의 과거. 나도 모르게 과거 생각이 나서…… 최선을 다하고 말았다.”
무광의 말에 둘은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혈천교에 대한 공포심이 자신도 모르게 과한 힘을 쓰게 한 것이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두 마제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기억이 난 것이었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날의 밤을.
무광이 마음을 정리하도록 잠시간 동안 지켜본 천명과 태성.
시간이 지나고 말을 꺼냈다.
“이제 어찌할까요?”
태성의 물음에 무광이 말했다.
“일단 마을로 돌아가자. 아이들부터 그곳에 데려다주고 다시 이야기하자.”
무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절벽 밖으로 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
천룡이 요녕성에 온 지 1주일이 지났다.
“전하! 각 현의 지현들을 모두 집합시켰습니다.”
도지휘사의 말에 천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으로 나가니 각 현에서 온 지현들이 나란히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상국 전하 납시오!”
그 소리에 일제히 부복하며 외쳤다.
“천세! 천세! 천천세! 상국 전하를 뵈옵니다!”
천룡은 도지휘사가 준비한 의자에 앉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진천현 지현이 누구야?”
천룡의 말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진천현을 다스리고 있사옵니다.”
앞으로 나선 자를 유심히 바라보는 천룡.
“너 누구냐?”
그 말에 진천현의 현령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네? 소, 소신은 진천현 지현으로 저, 전하께서 나오라 하시길래…….”
“아닌데?”
천룡의 말에 더욱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 지현이었다.
“도지휘사, 저놈 잡아.”
천룡의 말에 재빨리 명령을 내리는 도지휘사였다.
“뭣들 하느냐! 전하의 명을 못 들었느냐! 어서 잡아라!”
도지휘사의 말에 병사들이 우르르 달려가 지현을 포박했다.
“크윽! 저, 전하, 왜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연유를 말해 주시옵소서!”
지현의 외침에 천룡이 물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다른 사람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냐? 그거 네 얼굴 아니잖아.”
천룡의 말에 다들 깜짝 놀라며 진천현의 지현을 바라보았다.
도지휘사 역시 깜짝 놀라며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저, 전하,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시옵니까! 어, 억울하옵니다. 신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기에 이런 누명을 씌우시는 겁니까?”
“그래? 그럼 확인해 보면 알겠네. 야! 거기 너.”
천룡이 한 명을 가리키자 병사가 부동자세를 하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충!”
“저놈 얼굴, 있는 힘껏 잡아당겨 봐.”
천룡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들오들 떨며 억울한 표정을 짓던 지현의 표정이 갑자기 돌변했다.
“어찌 알았지? 이 인피면구는 특수 제작되어 아무도 모를 텐데.”
그러면서 자신의 포박을 너무 쉽게 끊어 내며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얼굴을 뜯어냈다.
부우욱-!
“크으! 개운하군.”
마치 지금 이 상황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크크크. 알아도 모른 척하고 넘어갔으면 너를 포함해 여기 있는 모든 사람 목숨도 부지했을 텐데.”
남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천룡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네놈의 업보다.”
그러면서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 남자였다.
“히이익!”
“허헉!”
엄청난 살기와 함께 기의 돌풍이 그곳을 휩쓸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기겁하며 자빠졌다.
“저, 전하! 어, 엄청난 고수인 것 같습니다! 대, 대장군을 불러오겠습니다!”
도지휘사는 대장군을 불러오겠다며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갔다.
남자는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도지휘사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퉁-!
쇄애액-!
엄청난 속도로 도지휘사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가는 지풍.
이제 도지휘사의 머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나머지를 어찌 처리할까 고민하려는 찰나.
“이러면 안 되지.”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천룡이 도지휘사를 향해 날아간 지풍을 쳐 내며 웃고 있었다.
콰쾅-!
천룡이 쳐 낸 지풍이 담벼락에 적중되며 박살을 내었다.
“허헉!”
방금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도지휘사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리고 천룡을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천룡은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남자를 향해 걸어 나갔다.
“일단 착한 놈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겠다.”
“호오, 그걸 막아? 제법 한 수가 있었나?”
남자가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천룡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장난이 아닌 진지하게 천룡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한 수? 아닐걸?”
슈, 팍-!
“헉!”
순식간에 남자의 눈앞으로 이동한 천룡.
“네가 직접 세어 봐. 얼마나 많은 수가 있는지.”
퍼억-!
“커억!”
천룡의 주먹에 남자의 허리가 직각으로 꺾였다.
그리고.
“우웨엑!”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 냈다.
“중간에 토하면 치우기가 지랄 같거든. 이렇게 비우고 시작하는 게 깔끔해서 말이야.”
방금 한 방으로 정신이 혼미한 남자는 천룡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러나 남자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은 확실하게 보고, 똑똑히 들었다.
“자, 다 비웠으면 이제 시작하자. 일단 열 번 채울 거야. 그전엔 질문 안 할 거다.”
다들 저 열 번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퍼퍽-! 퍼퍼퍽-!
“끄에엑!”
빠각-!
“꾸엑!”
빠악-!
“커헉!”
털썩-!
게거품을 물고 흰자위를 띄운 채 기절한 남자.
“이제 한 번.”
그제야 모든 사람은 알았다.
처음에 말한 열 번의 의미를.
남자가 극한의 고통을 얼굴로 표현했기에 아픔은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되었다.
다들 그 모습에 엄청난 공포를 느끼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남자가 기절했다는 것이다.
기절한 사람은 깨어날 때까지 놔두니 더는 이 장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었다.
천룡의 손에서 하얀 광구가 맺히더니 남자의 몸에 그것을 넣었다.
순간 남자의 온몸이 하얗게 빛나며 공중으로 살짝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내려오면서 남자가 눈을 떴다.
“여, 여긴?”
일어나 두리번거리려는데 눈앞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커억!”
그 한 방에 기억이 났다.
조금 전까지 맞고 있었다는 사실을.
옆에서 그 모습을 생생히 지켜본 도지휘사를 포함한 모든 지현들의 눈에 극심한 공포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기절도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저렇게 때리고 알 수 없는 기술로 치료까지 하고 있었다.
치료하고 다시 패기 시작한 천룡을 보며 몇몇은 오줌을 지렸다.
“그, 그만!”
퍼퍽-!
“커헉! 제, 제발…….”
퍼퍼퍽-!
털썩-!
다시 기절한 남자.
“어라? 이번은 왜 이리 빨리 기절하지?”
그러더니 기절한 남자의 다리를 밟아 버리는 천룡.
빠각-!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도 미동도 하지 않는 남자.
“정말로 기절했네.”
‘아, 악마다.’
‘저자는 악마야.’
‘사람이면 저리 잔인할 리가 없다.’
공포 정치.
의도치 않게 그것을 하는 천룡이었다.
어느덧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 남자가 일어나 천룡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며 매달렸다.
“워, 원하시는 것을 말씀하십시오. 다 말하겠습니다. 흑흑. 제, 제발 그만……. 흑흑.”
천룡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한 번 남았는데.”
그 말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기겁을 하며 하나가 되어 말리기 시작했다.
“저, 전하! 그, 그만하면 되었사옵니다!”
“전하! 그, 그쯤 해도 될 것 같사옵니다!”
도지휘사도 달려와 매달리며 말리기 시작했다.
“전하. 여, 열 번은 너무 과한 벌이옵니다. 이쯤 하시는 것이…….”
맞는 사람도 고통스럽겠지만 보는 사람들 역시 엄청 고통스러웠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뇌리에 천룡이 강렬하게 새겨졌다.
특히 도지휘사는 깨달았다.
왜 대장군이 상국 전하의 말에 그리도 기겁하고, 꼼짝을 못 하였는지 말이다.
‘그분도 맞았었군.’
맞지 않아도 이미 천룡에 대한 두려움이 뼈에 새겨지고 있는데, 직접 맞은 당사자는 오죽할까.
저 봐라.
지금 싹싹 빌면서 이미 모든 것을 실토할 준비를 하는 남자를.
“그럼 일단 대답하는 걸 봐서 진행할까?”
천룡의 말에 다들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지현은 어디 있느냐?”
“주, 죽었습니다.”
“뭐? 네가 죽였어?”
“아, 아닙니다! 급사했습니다! 저, 정말 저 아닙니다!”
천룡이 의심을 눈길을 보내자 정말로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천룡을 바라보는 남자였다.
“그럼, 거기에 왜 네가 있어?”
“지, 지현으로 분장해서 그곳을 장악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누구에게?”
“그, 그건…….”
남자가 잠시 머뭇거리자 천룡이 다시 일어섰다.
“혀, 혈천교! 혈천교입니다! 저, 저는 혈천교 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