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화 (149/200)

149화

천룡의 말에 다들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때 지나가던 제갈군이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다들 표정들이 심각해 보이십니다.”

제갈군이 나타나자 다들 표정이 환해지며 제갈군에게 달려갔다.

“오! 우리 군사! 그래, 우리에겐 소와룡이 있었어!”

“어이쿠! 우리 군사 오셨는가.”

격하게 반겨 주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천룡을 바라보는 제갈군이었다.

천룡은 그런 제갈군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서찰을 보여 줬다.

“헉! 마교요? 아니……. 그 전설에 나오는 마교? 맞습니까?”

경악하는 제갈군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네 사람.

제갈군은 정신이 없었다.

상상도 못 했던 단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제가 여기에 와서 놀랄 일이 정말 끊이질 않네요. 이제 하다하다 마교라니요.”

“그만 놀라고 대책이나 말해 봐.”

“대책이요? 지금요?”

제갈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자, 네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기요. 그 대책이라는 건 상대를 알아야 나오는 거거든요. 저는 마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요? 아니, 오늘 첨 들었다고요. 책에서나 보던 단체를 갑자기 말씀하시고 대책을 말하라고 하시면…….”

제갈군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빠르게 말했다.

“마교에 대해 우리가 설명해 주면 되냐?”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그럼?”

“일단은 초청에 응하세요. 저도 같이 따라가서 봐야 대책이 나올 것 같아요.”

제갈군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는 네 사람이었다.

“하긴 알지도 못하는 것을 가지고 대책을 세우라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 어찌할까요?”

무광의 물음에 천룡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가자. 뭐 별일이야 있겠냐?”

“그래도…… 그 난리를 쳐 놓고 왔는데 정말로 괜찮을까요?”

“평생 한이었던 천형을 고쳐 주었는데……. 그리고 안 가면 어찌할 건데? 진짜로 걔들이 여기로 몰려온다고 생각해 봐. 감당할 수 있어?”

천룡의 말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제갈군이 천형이 무슨 소리냐고 묻자, 무광이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아! 그러니까 장주님께서 저들의 천형을 치료해 주셨군요. 이들은 그 은혜를 갚겠다고 이 난리고.”

“그렇지.”

“에이, 평생의 한을 고쳐 주었는데 그까짓 똥 밭이 문제겠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갈군의 말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는지 표정이 풀리는 네 사람이었다.

“그럼 이번에 같이 갈 사람들을 꾸며 봐. 준비되는 대로 빨리 다녀오자.”

“네, 알겠습니다.”

***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운 운가장 정문.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곤증이 밀려올 무렵, 하품하는 수문위사의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하아, 또인가? 이번엔 어딜까?”

한숨을 쉬며 동료에게 말하는 수문위사.

“그러게. 복장을 보니…… 화산이네.”

머리에 검은색 도관을 쓰고 하얀 무복을 입고 걸어오는 그들.

검에는 매화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화산이 여긴 웬일이지? 우리는 무가도 아닌데?”

“그러게? 자기네 영역이라 와 본 건가?”

“그런 거치곤…… 기세가 사나운데?”

그 말에 다시 보니 정말로 그랬다.

“뭐지? 마치 범죄자를 잡으러 가는 모습인데?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오는 듯하군.”

“흐흐, 그래 봐야 뭐 자기들이 어쩌겠나.”

“그건 그렇지.”

또다시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식으로 대화를 하는 두 사람.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바로 코앞까지 도착한 화산의 무인들.

“이곳이 운가장이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자가 포권을 하며 물어왔다.

역시 명문 정파답게 지금까지 와서 다짜고짜 반말로 얘기하던 놈들과는 질이 달랐다.

역시 정파라는 생각에 수문위사 역시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화산의 도사님들이시군요. 어쩐 일로 본 장에 방문하셨는지요?”

“저는 화산 매화단을 이끄는 수장 천화검(千化劍) 조우정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수상한 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장원을 살펴보아도 되겠습니까?”

말은 정중한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마에 핏줄이 살짝 솟은 수문위사.

“하하, 갑자기 오셔서 그런 말씀하시는 것은 좀 결례라고 생각이 드는데…… 도사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나름 정중하게 거절의 뜻을 보였다.

“지금 수상한 자를 숨기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어찌 해석해야 저리 들린단 말인가?

“지금 과하시다고. 생각 안 드십니까? 남의 장원에 와서 이리 무례하게 말씀을 하시다니요.”

“제가 언제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정중하게 요청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수상한 자를 보았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니 잠시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협조 바란다고.”

정상적인 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놈들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지역의 패자 아닌가.

수문위사는 정중하게 다시 말했다.

“일단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군요. 저희 장주님께 먼저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아 오겠습니다.”

조우정은 그러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역시 정파라는 말은 취소다! 이 싸가지야. 누가 보면 네가 주인인 줄 알겠다.’

속으로 그리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는 수문위사였다.

잠시 후.

천룡에게 보고하는 수문위사.

“뭐? 화산에서 찾아왔다고?”

“네! 다짜고짜 장원을 수색해도 되냐고 묻고 있습니다.”

수문위사의 말에 무광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버럭 댔다.

“뭐? 이거 미친놈들 아냐? 자기들이 뭔데 남의 장원을 수색하네 마네 하는 거야? 아버지, 제가 가서 다 교육할까요?”

“사부님! 그런 건 제가 전문입니다. 제가 교육해서 얌전하게 만들어 데리고 오겠습니다.”

다들 서로 자신들이 나가서 혼내고 오겠다고 나섰다.

천룡이 손을 들어 조용히 시키고 제갈군에게 물었다.

“네 의견은 어떠냐?”

천룡의 물음에 제갈군이 수문위사에게 그들의 수장이 누구냐고 물었다.

“아! 천화검……. 그자라면 좀 까다로운데요.”

“왜? 정파라며? 같은 정파니까 네가 나가서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같은 무림맹 가입 문파잖아.”

“아니요. 그자는 자신의 문파의 명만 듣는 자입니다. 화산에서 이곳이 의심스럽다고 조사하라고 명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실행하려 할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럼 강제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거네?”

천룡의 물음에 제갈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는 천룡에게 제갈군이 말했다.

“일단 소신이 나가서 잘 말해 보겠습니다.”

제갈군의 말에 천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군이 수문위사를 따라 나가자, 천룡이 제자들에게 말했다.

“별일 없겠지?”

천룡의 말에 제자들은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왜?”

“그, 글쎄요. 일단…… 준비를 해 놓을까요?”

“뭔 준비?”

“화산 쳐들어갈 준비요…….”

“…….”

“하지 말까요?”

“……혹시 모르니 그냥 대화하러 갈 준비만 해 놔라.”

“네.”

한편 밖으로 나온 제갈군은 천화검을 만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 운가장의 관리를 맡은 제갈세가의 제갈군이라고 합니다.”

제갈군이 자신을 소개하자, 다들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특히 천화검은 그게 사실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하, 정말입니다. 가문을 속였다가는 뻔히 들통이 날 것인데 어찌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제갈군의 말에 그제야 표정을 풀고는 포권을 하며 말하는 천화검이었다.

“아, 제가 큰 실례를 했습니다. 저는 화산 매화단을 이끄는 수장 천화검 조우정이라고 합니다. 제갈군이라 하시면 소와룡 제갈군이 맞는지요?”

“네. 제가 바로 그 소와룡 제갈군입니다.”

“천하에서 명성이 자자하신 소와룡을 만나 뵙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제갈군을 대하는 데에 조금의 무례함도 보이지 않았다.

아까 수문위사를 상대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수문위사는 그것을 보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쳇, 이래서 가문과 명성이 중요하다고 하는구나.’

“아까 저분께도 말씀드렸지만, 이곳에 수상한 자들이 목격되었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장원을 한 번만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그럼 나머지 분들은 이곳에 계시고, 천화검 님만 저와 같이 장원을 둘러보시겠습니까?”

제갈군의 말에 천화검도 그 이상은 우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보든 장원을 살펴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천화검은 제갈군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고 남은 화산의 매화단은 주변을 경계하며 그곳에 서 있었다.

***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고원.

수많은 산양이 무리 지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는 곳.

그곳에 있는 천막 안에서 백발 머리의 젊은 남자가 두루마리 서신을 펼쳐 읽고 있었다.

그 앞에 부복한 검은 두건을 쓴 남자는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하고 있었다.

“흐음.”

백발 남자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나자 부복한 남자가 움찔했다.

“그러니까…… 마교를 장악해라?”

“그, 그렇습니다. 제, 제가 전달받은 사안도 바로 그것이옵니다.”

“마교라……. 그 전에…… 마교가 존재하긴 하냐?”

“네! 알아본 바로는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세력이 생각보다 크고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오호, 생각보다 크고 강하다?”

“그, 그렇습니다.”

“그래? 하하하하. 그건 재밌겠구나. 마침 무료했는데 잘됐다. 너도 같이 가는 것이냐?”

“그, 그렇습니다. 제가 안내를 맡았습니다. 뇌령마군 님.”

혈천교 신 사대호법 뇌령마군 사마중달.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뇌령마군이었다.

사마중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드넓은 풍경을 바라보며 사자후를 날렸다.

“모두 집합!”

우웅- 우우웅-!

“크으윽!”

부복하고 있던 두건의 남자가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아, 맞다. 너 있었지? 미안.”

뇌령마군의 사과에 두건 남자는 사색이 되어 엎드렸다.

“아, 아닙니다! 소, 소신이 약한 것이 잘못입니다. 부, 부디 소신을 벌하여 주십시오.”

온몸을 덜덜 떨면서 엎드린 남자를 보며 사마중달의 눈이 반달로 휘었다.

“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왔구나? 하하하, 좋아. 그런 자세 아주 좋아. 용서하지.”

“가, 감사합니다.”

뇌령마군(雷令魔君).

그는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특이한 성격을 지닌 자였다.

지금처럼 나긋나긋하게 말하다가도 살짝이라도 기분이 나빠지면 잔인하게 변하는 성격.

그것을 알기에 두건 남자가 이리도 덜덜 떨면서 몸을 사리는 것이다.

잠시 후.

사방에서 가죽옷을 입은 무인들이 달려와 사마중달의 앞에 서기 시작했다.

그 수가 수천은 되어 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선두에 있던 남자가 물었다.

“일.”

단 한마디에 전부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던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일요? 드디어! 중원을 먹으러 가는 겁니까?”

남자의 말에 사마중달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일은 일인데 중원 침공은 아니고, 마교를 접수하러 간다.”

사마중달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기, 마교요?”

“응. 마교.”

“그러니까 저희 혈천교 전에 존재하던 그 최강의 세력이라는 마교요?”

“응, 그 마교.”

“그게 정말로 존재하는 거였습니까?”

“그렇다고 하네? 왜, 겁나냐?”

어리둥절하다가 갑자기 환하게 표정이 바뀌는 그들.

“겁나다니요? 좀이 쑤셔서 죽을 맛이었는데. 뭐가 됐든 한때 최강이었다는 말 아닙니까? 크하하하. 가서 신나게 날뛰면 되는 겁니까?”

남자의 물음에 사마중달은 안내를 맡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사마중달의 시선에 두건 남자가 재빨리 설명했다.

“아, 아닙니다. 마교를 휘하에 넣으라는 명이셨습니다. 반드시 휘하에 넣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아니…… 왜? 어차피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은 애들인데…… 가서 몰살시켜도 세상은 모를 거 아니야.”

“구, 군사께서 천마의 힘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꼭 포섭하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아…… 군사께서?”

그 말에 사마중달도 물었다.

“그게 정말이야? 군사께서 천마의 힘을 얻으셨다고?”

“네! 그렇습니다.”

“이야, 그 양반 맨날 자기에게 힘만 있었다면 하면서 징징거리더니 결국 소원 성취했네.”

사마중달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을 했다.

짝-!

“자! 애들아, 군사님이 원하신단다. 천마신교 따다 군사께 선물로 드리자.”

“좋습니다! 하하하.”

“자, 그럼 시간 끌 필요 있나? 바로 출발하지.”

그런 그를 말리는 두건 남자였다.

“안 됩니다. 지금 이대로 가시면 어찌합니까? 계획도 세우고 준비도 하셔야지요.”

“준비? 우리를 못 믿는 건가?”

눈이 가느다랗게 변하며 두건 남자를 노려보았다.

“군사님께서 작전을 짜 주셨습니다. 그러니 부디…….”

군사라는 소리에 그제야 표정을 풀고는 두건 남자의 등을 팡팡 치며 말했다.

“하하하,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알겠네. 일단 성으로 가서 작전도 짜고 준비를 해 보세.”

사마중달이 동의를 하며 자신이 머무는 성으로 이동을 하자,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따라가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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