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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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군의 안내를 받아 장원 내부를 매의 눈으로 살피는 천화검.
특별하게 눈에 띄는 이상함은 보이지 않았다.
장원이라 하기엔 규모가 클 뿐, 사기가 느껴진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가는 무인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호오, 대단하군요.”
감탄하며 바라보는 그였다.
‘백날을 살펴봐라.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무황성에서 온 무인들이니.’
제갈군이 그리 생각을 하며 계속 안내를 했다.
사실 제갈군이 이리 당당하게 안내를 한 이유가 있었다.
천화검이 이곳에 온 이유를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광룡대를 누군가 봤겠지. 그것을 화산에 얘기한 것이고.’
의외로 샅샅이 안내해 준 덕에 장원 전체를 빠짐없이 살펴본 천화검.
천화검은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무림맹에서 심어 놓은 사람답게 내 뜻을 잘 알고 샅샅이 안내해 주는구나.’
흐뭇하게 제갈군을 바라보는 천화검이었다.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제갈세가의 소와룡을 어느 문파에 잠입시켰다는 소문.
뜬소문으로 치부했다.
잠입시키기엔 너무도 명성이 알려진 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곳에 와 보니 정말로 소와룡이 있지 않은가.
그 순간 생각했다.
무림맹에서도 이곳을 수상하게 여겨 소와룡을 심어 놓은 것이라고.
서로가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운가장을 돌아보고 있었다.
한편 운가장 정문에서는 매화단 말고 다른 손님이 접근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란에 수문위사와 매화단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쏠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시지요.”
“이놈이! 당장 따라오지 못하겠느냐!”
“아, 아버지! 정말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닥쳐라! 내 직접 확인을 할 것이야! 내 아들에게 무슨 수를 썼길래 이리 바보로 만들어 놓았는지!”
“수를 쓰긴 무슨 수를 썼다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정말로 멀쩡하다니까요! 그리고 정말로 가시면 안 됩니다! 제발, 아버지!”
아비로 보이는 노인이 씩씩거리고 있고, 아들로 보이는 자가 매달리며 말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손자로 보이는 사람이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조, 조부님! 정말로 가시면 안 됩니다. 아버지 말이 사실이라면 그곳은 절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
손자로 보이는 자까지 말리기 시작했다.
“이, 이! 닥쳐라! 무형지독을 한 움큼 처먹이기 전에!”
소란을 피우는 자들은 바로 당가의 사람들이었다.
말리는 두 사람을 떨쳐 내고 정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노인.
그러다가 매화단을 보고는 말했다.
“너희들은 뭐냐? 보아하니…… 화산 말코 놈들이군. 네놈들도 이곳에 볼일이 있느냐?”
“그렇소. 그리 말하는 그대는 누구시오. 대화산의 무인들임을 알고도 그딴 소릴 하다니!”
노인의 말에 발끈한 매화단원이 화를 내며 물었다.
“나? 왜? 한판 해보게? 나는 화산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노인이 매화단을 향해 손을 쓰려는 순간 당가주가 달려와 말렸다.
“아, 아버지! 안 됩니다! 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뭘 하긴! 존장을 보고도 예의를 제대로 표하지 않는 놈들 버릇을 좀 고쳐 주려는 거지.”
“버릇을 고치더라도 다른 곳에서 고치십시오. 저, 절대 이곳에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놈이? 진짜 이 아비 속을 언제까지 긁으려고 하는 것이냐!”
화산과 적이 되면 안 된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공격하면 안 된다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매화단 전체가 발끈했다.
저들이 하는 말은 명백히 자신들을 무시하는 처사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하신 그 말…… 그냥 넘기기 어렵겠소. 화산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그런 소리를 우리 앞에서 서슴지 않고 한단 말인가.”
매화단이 기세를 올리며 바라보자, 노인 역시 같이 기세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노인이 기세를 잔뜩 끌어 올리며 말했다.
“크크크크, 이놈들이?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더냐? 나는 화산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노인과 달리 매화단은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노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차차창-!
매화단원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노인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오호라! 내 앞에서 검을 뽑아? 허허허. 아들아, 내가 정말로 무림 생활을 오랫동안 안 한 모양이다. 내 앞에서 저리 당당하게 검을 뽑다니.”
그리 말하며 자기 아들을 바라보았는데 아들의 안색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이놈이? 설마, 저딴 놈들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냐?”
정작 아들은 다른 이유로 사색이 되었다.
바로 이곳에서 천룡에게 맞았던 기억.
그때의 공포와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
“네 이놈! 당가주라는 놈이 그리 심약해서 되겠느냐!”
결국, 노인의 입에서 호통이 나왔다.
노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매화단을 놀라게 했다.
당가주라니.
당가주의 아버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저 노인은…….
“서, 설마! 만독암제(萬毒暗帝)?”
누군가의 말에 매화단 전체가 경악했다.
이제야 저 노인의 정체를 안 것이다.
왜 화산을 두려워하지 않는지도 말이다.
만독암제(萬毒暗帝) 당천군(唐天君).
칠왕십제 중에서도 가장 기피하는 인물.
성격이 불같고, 타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
단지 독을 잘 사용해서 저 칭호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무공도 정말 강했다.
“내가 네놈들 친구냐? 별호를 그렇게 막 부르게?”
다시 매화단으로 시선을 옮기는 당천군이었다.
자식 보랴 매화단 보랴 바빴다.
한편 수문위사들은 지금 상황을 정말 재밌게 보고 있었다.
남의 집 앞에서 먼 지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의 미래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매화단과 당천군이 서로 기세를 올리며 대립하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가? 와! 사람이 많은데?”
“왠지 한바탕할 분위기인데요?”
“크크,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지. 뭣들 하시나? 한판 할 거면 빨리하지?”
갑자기 등장한 또 다른 인물들.
매화단과 당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쪽으로 쏠렸다.
“허허허허, 이것들은 또 뭐야? 죽고 싶은 거냐?”
당천군이 어이없어 하며 말하자, 도끼를 들고 있던 남자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내가 누구냐고? 그리 궁금해하니 알려 주지! 나는 패천부왕 울지랑이다!”
자신에 관해 물으니 신나서 대답하는 자는 바로 장강수로채주 울지랑이었다.
“자, 장강수로채주!”
매화단에서 누군가가 또 크게 외쳤다.
“허허, 여기가 만남의 광장인가? 중원에 이름 있는 놈들은 다 모이는구나? 사파 따위가 여기에서 뭘 주워 먹겠다고 기어 올라왔느냐?”
당천군의 말에 매화단이 고개를 끄덕이며 울지랑을 바라보았다.
군사는 울지랑이 천룡에 대해 말하기 전에 막으려고 했다.
“하하하, 이곳이 바로 나의 주군께서 기거하고 계시는 곳이다! 이제 알았느냐? 그러니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있다가 가거라.”
말리기엔 늦었다.
“뭐, 뭐라고? 칠왕십제에게 주군이 있다니?”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당가주 당벽은 다른 부분에서 놀랐다.
“헉! 패, 패천부왕도 장주님의 수하였단 말인가?”
당벽의 말에 당천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도? 아니……. 그럼 다른 누군가도 여기 장주의 수하란 말이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곳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고요. 아버지, 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어서 돌아가시지요.”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하는 당벽을 보며 이제는 화가 나기보다 호기심이 더 커진 당천군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니 아들이 한 말이 아주 거짓은 아닌 모양이었다.
‘패천부왕을 수하로 들일 정도의 강자라.’
만나 보고 싶었다.
자신 역시 무인이었기에 호승심이 샘솟았다.
반면 매화단은 일제히 검의 방향을 장강수로채주 쪽으로 돌렸다.
당가는 엄밀히 따지면 정파이기 때문에 시늉만 냈지만, 장강수로채는 다르다.
자신들 기준으로 저들은 사파였다.
“이,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왔단 말이오! 우리와 해보겠다는 뜻이오?”
매화단의 외침에 울지랑이 귀를 후비며 말했다.
“아! 거 새끼들 목소리 겁나 크네. 방금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나의 주군이 살고 계신 곳이라고. 네놈들이야말로 왜 여기에 와서 행패냐?”
“그, 그렇다는 얘기는 이곳 주인도 당신과 같은 사파란 말이오?”
“뭐? 아니,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데? 그리고 나 개과천선했어. 이제 사파 아냐.”
그 말을 누가 믿는단 말인가.
“이곳은 화산의 영역이오! 당신은 지금 화산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오!”
매화단의 말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울지랑.
“이곳이 너네 땅이냐? 명색이 정파라는 놈들이 영역이나 정해 놓고 패악질이나 하고 다니는 꼴이라니. 설마, 여기도 만만해 보여서 돈 뜯으러 온 거 아니냐?”
“닥치시오! 지금 우리 화산을 모욕하는 것이오?”
“내가 언제 너희를 모욕했어? 사실이 그렇다는 거지.”
당장이라도 울지랑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멈춰라!”
밖에서 소란이 이는 소리에 달려온 천화검이었다.
“무슨 일인가?”
매화단이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한편 같이 따라온 제갈군은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했다.
당가는 왜 여기 있으며, 장강수로채주는 또 왜 여기 있단 말인가?
거기에 화산까지.
‘뭐, 뭐지? 이거 한바탕 난리가 나는 거 아냐?’
일단 장원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커다란 소란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왜 이들이 여기 모여서 이런단 말인가?
제갈군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접점이 보이질 않았다.
그때 저 멀리서 장천이 무언가를 양손에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장천을 향해 손을 들려는 찰나, 패천부왕이 먼저 반기며 달려가고 있었다.
“장천 형님!”
“오, 아우 왔는가?”
그러더니 당벽을 보며 말했다.
“당벽 가주님도 오셨소.”
장천의 말에 당벽이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명왕.”
당벽의 입에서 명왕이라는 별호가 나오자 또다시 술렁이는 장내였다.
“지, 지금 이곳에 칠왕십제 중에 세 명이 모여 있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본 파에 알려야 하는 거 아닐까요?”
“패천부왕에 명왕이라니…… 필시 화산을 노리고 저 둘이 연합을 한 것일 것이다.”
“그, 그럼 우리는 당가와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고 당가를 보니 당가 사람들도 당황하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며, 명왕이라니! 네가 여기에 왜 있느냐!”
당천군이 놀란 목소리로 말하자, 명왕이 웃으며 답했다.
“하하, 이게 누구십니까? 만독암제 어르신이 아니십니까?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서, 설마, 너도 이 장원에 머무는 것이냐?”
“잘 알고 계시는군요. 가주께서 말씀해 주셨습니까?”
“너, 너도 이곳 장주의 수하냐?”
당천군의 물음에 장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얼…….”
기가 막혔다.
자신과 같은 칠왕십제 중 둘이 한 장원의 장주의 수하란다.
이곳에 있는 장주는 중원 최강이라도 된단 말인가?
매화단은 장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악을 하고 있었다.
천하의 명왕에게 주인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화산 역사상 가장 큰 위기였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로 제갈군의 존재였다.
제갈세가의 소와룡이 있는 곳이다.
머리가 아파 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은 없었던 것 같았다.
“어, 어찌합니까?”
수하 중 하나가 물어왔다.
“그, 그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명왕의 손에 들려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헉! 개, 개방.”
명왕의 손에는 기절한 거지가 들려 있었다.
“이놈들이 담벼락을 넘어오길래 수상해서 일단 잡았소.”
“그들은 개방이오! 당장 풀어 주시오!”
“개방이면 남의 집 담을 넘어도 되는가? 그게 어느 나라 법도인가?”
“이, 이유가 있었을 것이오. 그대들이 얼마나 수상하면 개방이 그리 행동을 했겠소.”
“수상? 지금 수상하다고 했나?”
명왕의 기세가 바뀌었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명왕의 기운.
그곳의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매우 놀랐다.
‘마, 맙소사. 과연 명왕이라 불릴 만하구나.’
당천군이 감탄했다.
‘이, 이게 명왕! 어, 엄청나구나!’
매화단이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명왕의 기운에 대항하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 대응하기 시작했다.
“형님 저도 돕겠습니다! 괘씸한 놈들! 감히 주군이 사시는 곳을 의심하다니.”
패천부왕이 가세하여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패천부왕은 칠왕십제 중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인물.
아니, 간신히 걸쳤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런데 소문과 달리 패천부왕 역시 경지가 절대 낮지 않았다.
“이, 이게 패천부왕이라고? 소, 소문과 다르다!”
매화단의 외침에 패천부왕의 이마에 힘줄이 생겼다.
“나에 대한 소문이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오늘 확실하게 알려 주지. 내가 어떤 인물인지.”
매화단은 다급하게 당천군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도, 도와주십시오!”
매화단의 요청에 당천군이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자 당벽이 다급하게 말하며 말렸다.
“저, 절대로 끼어들어선 안 됩니다! 절대로! 아시겠습니까?”
“이, 이놈이? 저리 안 비켜? 명색이 정파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인 우리 당가가 이런 일을 피한단 말이냐! 네가 그러고도 대당가의 가주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