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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151/200)

151화

분노한 만독암제 당천군의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하지만 당벽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안 됩니다! 소자는 절대 허락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버님을 다치게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이 당천군을 더욱더 자극했다.

“뭐라? 너 지금 내가 저 조무래기한테 당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물론 명왕도 위험하긴 하지만 진짜는 안에 계신 분들입니다. 그러니 제발 그만하십시오. 그분들이 나오기 전에 그만하셔야 합니다.”

“닥쳐라. 어디서 이상한 것에 현혹이 되어 왔는지 모르겠다만, 일단 내 화산 말코들과 연합해서 저놈들부터 처리를 하고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자신을 말리는 당벽을 밀쳐 내며 매화단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당천군이었다.

당천군의 가세에 매화단의 기세가 올랐다.

하지만 아직 불리했다.

그때 또 다른 곳에서 여러 명의 남자가 다가왔다.

그들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서 많이 본 도복을 입고 있었다.

“무당?”

바로 무당의 현진과 무당검수, 그리고 진천이었다.

홀로 다른 복장을 한 사람은 조방이었다.

둘은 사이가 매우 친해져 이제는 거의 붙어 다니고 있었다.

거기에 같은 오행체라 그런지, 같이 수련을 하며 숙련도와 무공에 대한 모든 것들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그들은 수련하고 운가장으로 돌아오는 중에 운가장을 방문하러 내려온 현진과 마주쳤다.

그래서 같이 오는 길인데 저 멀리 운가장의 정문 쪽에 수많은 사람들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서둘러 다가와 보니 화산의 도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무당에 당황한 화산의 매화단과 천화검.

자신들의 영원한 맞수인 무당.

평소 같으면 무시를 했겠지만, 지금은 한 명이라도 아쉬울 판이었다.

왜 이곳에 저들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매화단이었다.

“무당의 도사시오?”

“그렇습니다. 저는 무당의 현진이라고 합니다.”

“현진? 무당일검!”

“그, 그렇다며 그 옆은 무당검수?”

무당의 정체를 안 사람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무당의 등장에 기세를 올리던 장천과 울지랑은 어느새 기세를 거두고 구경하고 있었다.

“덤빌 마음들이 없는 거 같은데요?”

“일단 기다려 보자. 안 덤비면 더 좋지. 괜히 이 앞에서 소란 피우다가 그분들 심기 건드리면…….”

“꿀꺽…… 그, 그렇죠?”

장천과 울지랑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대충 안 싸워도 넘어갈 분위기였다.

거기에 상황을 보니 화산 빼곤 다 우리 편이었다.

물론 당가는 조금 애매했지만.

현진은 천화검에게 현재 상황에 대해 들었다.

“우리 같이 힘을 합해 이 수상한 곳을 자세히 알아봅시다.”

천화검의 말에 현진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절대 그런 일에 끼어들지 않겠소!”

“네?”

“어디 감히 운가장을 그런 식으로 말을 한단 말이오! 당신들이 봤소? 운가장이 나쁜 짓 하는 것을?”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수상하니…….”

“수상? 뭐가 수상하단 말이오? 더는 운가장 앞에서 소란 피우는 것을 우리 무당이 용서치 않겠소!”

그러면서 현진과 무당검수들은 장천과 울지랑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상황이 안부를 묻기엔 조금 뭐한 상황이네요.”

“하하하, 자네들은 저기에 붙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그래야 합니까?”

“저기 다 무림맹 소속이거든.”

“하하하, 저희는 운가장 편입니다.”

현진의 말에 당벽이 달려와 말했다.

“저, 저희 당가도 운가장 편입니다. 정말입니다.”

당벽이 달려와 울먹거리며 말했다.

그런 당벽을 토닥여 주는 장천이었다.

“그럼요. 잘 알고 있지요. 사소한 오해가 있을 뿐 아니겠소?”

“크흑! 그, 그리 말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장천의 한마디에 눈물을 떨구는 당벽이었다.

그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당천군.

“너…… 너…… 지, 지금 뭐 하는 거냐?”

당벽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천화검 역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무당과 당가의 가주가 운가장에 붙었다.

누가 제발 이 상황에 관해 설명해 주었으면 했다.

당가, 무당, 화산은 무림맹 소속이다.

거기에 제갈군 역시 무림맹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자신들과 당천군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운가장을 옹호하고 있었다.

이미 싸우겠다는 마음과 운가장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제갈군이 나섰다.

“다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이러지 마시고 진정들 좀 하십시오.”

제갈군의 말에 당천군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려 했다.

그가 자신의 무공을 선보이려 자세를 잡고 있을 때였다.

“그만! 거기까지. 거기서 더 움직이면 정말로 혼난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무광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듯이 허공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허, 허공답보!”

화산의 무인들이 경악했다.

당천군은 기세를 올리며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남의 집 앞마당에서 이리 소란을 피우면 안 되지. 안 그래? 천군?”

자신의 이름을 동네 친구 부르듯이 부르자, 기분이 상한 당천군이 외쳤다.

“어린놈이 한 수 재간이 있다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죽고 싶은 것이냐?”

당천군의 말에 당벽이 사색이 된 채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이어 나온 당벽의 외침에 화산과 당천군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아, 아니 됩니다! 무, 무황 어르신! 아, 아버지가 지금 잘 모르셔서 실수하고 계십니다. 부디 저를 보아서라도 용서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 무황?”

“서, 설마…… 저, 정말로?”

“다, 당가주가 하는 말이니 사실이 아닐까요?”

당황하며 허둥지둥하는 매화단과 천화검.

특히 당천군은 얼음이 된 채로 자기 아들에게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뭐, 뭐라고?”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재차 확인했다.

“저분이 바로 무황이십니다! 반로환동을 해서 저리 어려지신 거고요.”

아들의 절규에 당천군은 얼이 빠졌다.

무당검수들 역시 포권을 하며 무광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정말로 무황이 맞았다.

당천군의 바로 앞까지 내려온 무광.

“간만이다? 잘 지냈냐?”

자신을 동네 친구처럼 불러서 화가 났는데…….

친구가 맞았다.

“그, 그래. 자, 자네도 잘 지냈지? 아, 아니, 잘 지낸 것 같군…….”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하는 당천군이었다.

말이 친구지, 붙으면 자신은 일초지적도 되지 않았다.

거기에 반로환동이라니.

반초지적도 안 될 것이다.

그냥 지금 친구 대접해 줄 때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운가장이란 곳에 무황이 있다고 하더니……. 진짜였네. 가만…… 그, 그럼 저놈이 한 말이 다 사실이라는 거잖아!’

분명히 당벽이 말했다.

운가장에는 삼황이 기거하고 있다고.

절대로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그 말을 누가 믿느냔 말이다.

그래서 이들이 사술을 부려 자신의 아들을 저 꼴로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당천군은 조용히 뒷걸음질 치며 무광에게서 최대한 물러났다.

그런 당천군을 잠시 제쳐 두고 화산의 무인들에게도 말을 거는 무광이었다.

“그래. 우리 집에 볼일들이 있으시다고?”

무광의 말에 화산의 무인들이 기겁하며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아, 아닙니다! 오, 오해십니다!”

“아니긴. 다 들었는데. 우리 집이 수상하네 마네 했잖아.”

“그, 그것은…… 저, 저희가 오해를…….”

“무슨 오해?”

“이, 이곳에 사파의 광룡대가 기거한다는 헛소문이…….”

“아, 그거.”

고개를 끄덕이던 무광.

“광룡대 나와라!”

갑자기 운가장을 향해 소리를 쳤다.

그러자 한 무리의 무인들이 우르르 나왔다.

“부르셨습니까!”

가장 선두에 선 자를 본 매화단의 누군가가 외쳤다.

“과. 광룡검(狂龍劍) 푸, 풍백! 저, 정말 광룡대다!”

그 말에 다시금 경악하며 바라보는 매화단과 천화검.

“사, 사실이었단 말인가? 어, 어찌 이곳에 그대들이 있는가?”

천화검이 부들거리며 말했다.

신성한 화산의 발아래 사특한 사파 무리가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는 무황이 있기에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무, 무황 어르신! 어르신은 중원을 지탱하시는 정의의 기준이십니다! 그, 그런데 어찌하여 저들과 어울리시는 겁니까?”

천화검이 무황에게 물었다.

무황의 대답은 간결했다.

“왜 같이 있냐고? 식구니까.”

“시, 식구라니? 그, 그게 무슨…….”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외치려는 찰나, 정문에서 젊은 남자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오늘은 손님들이 많이 왔구나. 일단 안으로 모셔라.”

놀라움은 계속 이어졌다.

젊은 남자의 말에 천하의 무황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단어가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네! 아버지.”

이게 무슨 소린가?

무황에게 아버지라니?

그럼 저자도 엄청난 고수에 반로환동을 했다는 말인가?

놀라고 있는 화산 사람들은 무당이, 턱이 빠지라 입을 벌리고 있는 당천군은 당벽이 각각 맡아서 운가장 안으로 안내를 했다.

***

천룡은 자신의 집에 온 손님들을 아주 극진히 대하며 저녁에 초대를 했다.

그런 천룡의 정성이 통했는지 화산의 무인들 역시 저녁 초대에 응했다.

그래도 여기는 적진이라는 마음으로 여전히 경계는 계속하고 있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 음식이 나오자, 천룡이 일어나서 포권을 하며 말했다.

“자, 자, 이렇게 모인 것도 인연이니 일단 다들 맛있게 식사를 합시다.”

천룡의 말에 장천과 울지랑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주군!”

그 말에 천화검과 매화단의 무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주군이라니?

칠왕십제 중에 두 명이 주군이라 부르는 남자.

화산의 무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천룡에게 쏠렸다.

무황이 아닌 다른 이가 주군이라 불리고 있었다.

당연히 무황이 이들의 주군인 줄 알고 있었는데.

장천과 울지랑은 이미 소개를 했기에 사람들에게 따로 소개를 하지 않았다.

장천 옆에 있는 자에게 모든 시선이 갔다.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여월이었다.

“여월이라고 합니다. 별호는 암혼살왕이라 불렸지요.”

“아, 암혼살왕!”

당천군과 화산의 무인들이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저, 정녕 암혼살왕이 맞으시오?”

천화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칠왕십제 중에 무려 네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 여기 뭐야? 뭐 하는 곳이야?’

천화검이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저, 호, 혹시 사, 살왕께서도 이곳에…….”

천화검의 질문의 의도를 눈치챈 여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소. 여기 장주님을 주군으로 모시고 있소.”

“…….”

이쯤 되니 운가장의 장주가 대단스럽게 보였다.

아니, 중원 최강의 단체가 여기 있었다.

점점 더 의심이 갔다.

이자가 수하로 부리는 사람들이 전부 사파 무리였다.

하지만 무작정 의심을 할 수도 없는 것이 천룡의 옆에 눈을 부라리며 주시하고 있는 무황이 있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거기에 군사로 제갈세가의 소와룡이 있었고, 식객으로 무당의 미래라 불리는 천무지체가 있었다.

무엇보다 장주가 천하의 무황 아버지고, 칠왕십제의 주인이었다.

당무군은 아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천화검과 매화단은 자신들을 이곳으로 보낸 장문인을 원망했다.

차이도 어느 정도 나야 대들기라도 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눈치를 보며 힐끔거리고 있는데, 무당의 현진의 입에서 또 다시 놀라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하하, 암혼살왕까지 장주님의 수하였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검황 어르신과 사황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자리에 안 보이시는데…….”

“아, 걔들 잠시 본가에 갔다.”

“아, 그렇군요.”

현진의 말에 화산의 무인들과 당천군의 눈이 찢어지기 일보직전까지 커졌다.

무황만으로도 이미 이곳은 넘볼 수 없는 곳인데, 검황과 사황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무황이 왜 광풍대를 식구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말로만 식구가 아니라 정말로 한 식구였던 것이다.

당천군이야 당벽이 이미 말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기에 금방 수긍을 하였지만, 천화검과 매화단은 아니었다.

‘여기가…… 호굴(虎窟)이었구나. 우리가 호굴에 걸어 들어왔어.’

자신도 모르게 앞에 있는 술을 홀짝거리며 계속 눈치를 보려는데.

“커헉!”

천화검이 이상한 비명과 함께 화들짝 놀랐다.

그 소리에 다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천화검을 바라보았다.

“음식에 무슨 문제라도?”

천룡의 말에 천화검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수, 술이 너무 너무 맛있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은 술이 혀끝에 닿자 청량함과 함께 오감을 깨웠다.

딱 한 모금.

한 모금을 마셨을 뿐인데도 몸이 반응을 한 것이다.

“이, 이게 무엇입니까? 정말로 술이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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