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
-천하 삼세가 한 사람에게 부복했다!
-운가장이라는 곳이 곧 천하제일이라고 선포했다!
-운천룡이라는 자가 고금제일인이라 한다!
전 중원을 강타한 소식.
절대로 믿지 못할 거대한 충격이 온 중원을 휩쓸었다.
바로 운가장과 천룡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전부 그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이!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소리여? 농담하려거든 적당히 하게!”
“아니, 이 사람이? 진짜라니까? 삼황도 운천룡이라는 사람에게 부복했다지 않는가!”
“미친놈아! 내가 적당히 하라고 했지? 어디 농을 할 게 없어서 그런 허무맹랑한 소릴 해!”
어디를 가나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직접 본 사람들이 사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를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을 한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
어떤 사람은 분노한 사람에게 얻어맞기까지 했다.
말하는 사람들도 얘기하면서 믿기지 않는데, 듣는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예상치 못하게 전 중원에 큰 소란을 일으킨 천룡이었다.
어느 장원에 사람들이 모여서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흠, 운가장의 운천룡이라.”
“그자로군. 주군께서 찾으라 했던 인간.”
“아, 그렇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싶었더니.”
“주군께서 찾는 이유가 뭘까요? 이것을 미리 예견하신 걸까요?”
“글쎄다. 우리가 그분의 깊은 뜻을 어찌 알겠니.”
세 명의 남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군께서 생각하신 게 있으시니, 우리에게 그런 명령을 내리신 거겠지. 은마성이가 찾아서 주군께 보고를 드렸었다는군.”
“아, 은마성 그자가요? 아깝군요. 주군께 잘 보일 기회였는데.”
유독 한 사람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단목천.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 있는가?”
단목천이라 불린 남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안타까워서 그러네. 실은 나는 알고 있었네. 우리 쪽 애들한테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거든. 하필이면 그 이름을 까먹고 있었다니.”
“저런. 주군께 이쁨 받을 기회를 날렸구먼.”
“호호호, 단목 오라버니. 기운 차리셔요. 앞으로 또 기회가 있겠죠.”
“옥영, 너는 어째 단목천한테만 그리 친절한 거냐? 나에게도 좀 그렇게 해라.”
“흥! 곽 오라버니는 저 말고도 여자들이 많으시잖아요. 그 애들한테 가서 실컷 받으세요.”
옥영이라 불리는 여성은 단목천만 바라보며 얘길하고 있었다.
“사람을 찾는다니 생각이 난 건데, 너희 이화궁에서 찾는 그 사람은 찾았느냐?”
단목천이 옥영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며 물었다.
“아니요. 사실 사람의 혼이 다른 이에게 전이되어 환생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냥 대대로 내려져 오는 구전이니 하는 척이라도 하는 거죠.”
“그 사람을 찾는 이유가 전설 때문이지?”
“네, 이해를 못 하겠지만요. 얼마나 약해빠졌으면 한 사람에게 궁이 전멸을 당한 것인지. 한심해요.”
“크크크. 세상 사람들이 알까? 이화궁이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을?”
“흥! 모르면 저희야 좋죠! 언제든 중원의 뒤통수를 칠 수 있으니. 주군께서 허락만 하시면 당장이라도 나서서 저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어요.”
대답을 하는 그녀는 수백 년 전에 사라졌다고 알려진 이화신궁의 궁주였다.
본래 천축 쪽에 있던 문파였는데, 어느 날 중원으로 넘어와 자리를 잡은 문파였다.
중원의 아미파와 같이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문파였다.
마교와 더불어 한때 중원을 시끄럽게 했던 역사가 있는 문파였다.
“그러는 곽 오라버니의 태양궁도 부활한 것을 세상 사람들은 모르고 있잖아요.”
“크크크. 그렇지.”
태양궁.
이화신궁과 더불어 새외 오대마궁 중 한 곳이었다.
“그나저나 은마성이 놈이 과연 저들을 막을 수 있을까?”
“목숨 걸고 막을걸요? 안 그랬다간 주군의 분노가…….”
“소문이 사실이라면 막을 수 있는 전력이 아닐 텐데?”
“뭐, 그거야 그놈들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요. 저희는 저희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죠. 아시죠? 저희가 할 일. 더 늦었다가는 주군께서 어떤 행동을 하실지 몰라요.”
옥영의 말에 다들 몸서리를 쳤다.
“어찌 됐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자고. 오행체가 세상에 나왔으니 그들을 어찌 잡아야 할지 의논하자고.”
“오행체 중에 셋은 찾았다. 화룡지체, 천무지체 그리고 금강지체.”
“세 놈 모두 까다로운 구석에 숨어 있군.”
“크크크. 그래서 더 재밌지 않은가? 뭐 여차하면 그냥 주군께 위치만 알려 드려도 될 일이다.”
“하긴 그러면 주군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그분이라면 손쉬운 일일 테니.”
“나머지 둘은 아직 행방이 묘연한가?”
“아니. 한 놈은 지금 이름을 서서히 날리고 있더군. 곧 잡으러 갈 거야.”
그 후로도 그들은 한참을 진중하게 대화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다.
***
다급하게 마진강이 있는 호수로 달려온 은마성.
은마성은 조심스럽게 마진강이 지내고 있는 호수 가장자리의 전각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마진강이 문을 열고 나와 반겨 주었다.
“또 무슨 일이냐? 요새 자주 오는구나?”
마진강이 모습을 드러내자 은마성이 다급하게 부복을 하며 말했다.
“주, 주군! 중원에서 무인들이…… 아니, 운천룡이라는 자가 혈천교를 향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어, 어찌할까요?”
은마성의 보고에 마진강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 천룡 그 친구가?”
“네! 그, 그렇습니다.”
은마성이 가져온 소식은 뜻밖의 내용이었다.
“그 친구가 온다고…… 흐음, 이건 생각 밖의 상황인데…….”
턱을 쓰다듬으며 한참을 생각하던 마진강.
“너희들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 내라.”
“네?”
“전력을 다해서 그를 상대해라. 그것이 너희가 해야 할 일이다. 알겠느냐?”
“주, 죽여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은마성의 말에 마진강이 잠시 멍하니 있더니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하! 뭐, 뭐라? 하하하하.”
“크윽!”
마진강의 웃음에 은마성이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마진강.
그러다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아니지. 생각해 보니 내 친우인데 너 같은 놈에게 맡기는 건 경우가 아니지.”
곰곰이 생각하는 마진강.
아무리 생각해도 천룡을 이놈에게 맡기는 건 말이 안 됐다.
그것보다 자신의 친우를 은마성 같은 허접한 놈에게 맡기려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천룡은 내가 맡겠다.”
“네?”
“너 따위는 일 초식도 버티지 못할 것인데 안 될 일이지. 크크크. 간만에 그 녀석과 손을 섞어 보겠군.”
연신 즐거운 듯 웃음을 지어 보이는 마진강.
“그래. 나와 손을 섞어 보면 예전의 기억이 더 빨리 돌아올지도 몰라. 충격요법! 하하하, 그래! 그거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꼬.”
마진강이 연신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다.
그 모습에 은마성이 물었다.
“직접 처리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 말에 마진강의 표정이 굳었다.
“처리? 하하. 나는 어서 빨리 그가 기억을 찾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진정한 그의 힘을 각성할 테니. 그 전엔 싸울 맘이 없다.”
“하오나 지금 말씀하신 것이…….”
“아니지. 싸움이 아니다. 충격요법이라 하지 않았느냐? 그 녀석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자는 세상에 나 하나뿐이다.”
은마성은 더 묻지 않았다.
마진강의 몸에서 나온 진한 마기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흥분하고 있었다.
“암튼 운천룡은 내가 맡을 테니 너는 나머지를 맡아라. 크크크.”
“충!”
마진강이 웃으며 손을 휘휘 젓자, 은마성이 고개를 숙이고 다시 교로 돌아갔다.
혈천교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던 마진강.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인가? 크크크크. 다시 한번…… 싸울 수 있는 것인가? 그때의 그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인가?”
점점 환희에 찬 표정으로 바뀌는 마진강이었다.
“어서 그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지.”
***
혈천교를 향해 이동 중인 천룡.
연신 귀를 후비고 있었다.
“아버지, 아까부터 계속 귀를 후비시는데, 어디 안 좋으십니까?”
무광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요새 들어 계속 귀가 가렵네. 뭐지? 나중에 돌아가면 관천이한테 진료 좀 받아 봐야겠어.”
“꼭 그러셔야 합니다.”
“오냐. 알았다.”
“그나저나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천룡의 물음에 뒤에서 겁에 잔뜩 질린 채 따라오던 혈마신대의 대주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조,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그, 그런데 전 여기서 그냥 돌아가면 안 됩니까?”
“뭐?”
“가면 다른 건 모르겠고 저부터 죽이려고 할 겁니다. 그러니 제발 저 좀 그냥 놔주시면 안 됩니까?”
눈물까지 흘리며 호소하는 대주.
그런 대주의 뒤통수를 치며 말하는 무광이었다.
빠악-!
“우리한테 먼저 죽을래? 앙?”
“커헉! 그, 그건…….”
뒤통수를 문지르며 울먹이는 대주였다.
천룡이 그 모습을 보고 주변을 보자 제자들과 수하들을 제외한 포로들.
그러니까 혈천교 사람들은 극심한 공포심에 사로잡힌 채 동공이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천룡이 말했다.
“무공을 폐해도 된다고 하면 풀어 주겠다. 아니면 끝까지 따라가고.”
그 말이 더 잔인했다.
무공을 폐하고 이 넓은 사막을 빠져나가라니.
“그, 그냥 따라가겠습니다.”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낫지 사막을 헤매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죽고 싶진 않았다.
아니, 이 사람들이랑 힘을 합쳐서 싸우는 게 오히려 더 살 확률이 높았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보면 이자들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저 앞에 이 무리의 우두머리인 천룡의 무력은 직접 당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이제 슬슬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한 무리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네.”
천룡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하자, 모든 사람이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집중해서 보니 저 멀리서 진득한 살기를 머금은 무리가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혈마신대의 대주가 외쳤다.
“저 느낌은…… 저를 제외한 오마신대의 병력입니다!”
대주의 말에 무광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주 격한 환영이군. 크크크.”
무광 역시 소매를 걷어붙이며 전투를 준비하려 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손을 쓰지 못했다.
천룡이 나선 것이다.
“내가 처리하마.”
“네? 아버지가요?”
“괜히 너희들이 싸우다가 눈먼 칼에 잘못 맞으면 어쩌냐? 그냥 내가 하련다.”
“아버지…….”
“사부님.”
“사부.”
여기까지 와서 심심하게 있을 수 없다고 말하려는 찰나 이미 저 멀리 날아가는 천룡이었다.
“하아, 아버지도 참. 성미가 정말 급하시네.”
“그러게요.”
“저희 걱정해서 저러는 것이죠. 전에 마교 교주가 이 자식한테 당할 뻔한 것 때문에 더 그러신 것 같아요.”
태성이 혈마신대의 대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놈이야 전투 경험이 없어서 당황한 거지. 나였다면 그전에 끝냈다.”
무광의 말에 다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룡이 날아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지켜봐야 한다.
스승님의 위대한 모습을.
한편 자신들의 앞에 떡하니 나타난 천룡을 본 오마신대.
“저건 뭐냐? 치ㅤㅇㅝㅅ!”
멈춰 서서 질문을 하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
가로막고 있는 것은 모조리 도륙하고 부수며 나아가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명령이 떨어지자 엄청난 기세가 천룡을 덮쳤다.
그와 동시에 천룡을 향해 수백 개가 넘는 강기들이 날아왔다.
천룡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기들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천룡의 손길에 수백의 강기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까가 가가 강-!
투콰콰콰콰-!
사방팔방으로 튕겨 나간 강기들이 땅속을 뚫고 들어갔다.
쿠콰콰쾅-!
땅속으로 스며든 강기들이 일제히 폭발하며 대지를 뒤흔들었다.
자신들이 날린 강기는 천룡에게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그 모습에 달려오던 오마신대가 긴장을 하며 외쳤다.
“뭐, 뭐야! 보통 놈이 아니었다! 모두 전투대형으로 헤쳐모여!”
“빙마신대! 동쪽을 맡아라! 우리 화마신대가 남쪽을 맡겠다!”
“환마신대는 결계를 펼쳐서 저자를 현혹하라! 궁마신대는 저자의 도주로를 완벽 차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