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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169/200)

169화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의식을 진행했던 동굴이 있는 산 전체가 진동으로 울렸다.

“휴우! 이번에도 실패군.”

“이번엔 그 폭발력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소환된 자가 마계에서도 알아주는 강자였던 것 같다. 은마성의 몸으로도 버티질 못하다니.”

진동이 가라앉자 승려들이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시신은 최대한 찾아라. 우리를 위해 희생한 영혼이다.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어야 하니 최대한 찾아라.”

승려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서려 할 때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은마성이었다.

그런데 은마성의 표정이 이상했다.

“이곳은 어디인가?”

첫 물음이 이상했다.

이곳이 어디냐니?

말투도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눈에 흰자가 하나도 없었다.

온통 진한 검은색의 눈동자가 승려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 설마?”

승려가 무언가를 눈치챈 듯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으로 은마성을 가리켰다.

“크크큭. 나에게 감히 손가락질하다니.”

퍼억-!

손가락으로 가리킨 승려의 몸이 터져 나갔다.

“대답하거라. 이곳이 어디냐?”

“처, 천축이옵니다!”

“천축? 처음 듣는 곳인데?”

은마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서서히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피부색이고, 처음 보는 풍경이군.”

그러더니 가만히 눈을 감고 미간을 찡그렸다.

압도적인 마기를 풍기며 서 있는 은마성.

그곳의 승려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엄청난 공포에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눈을 뜬 은마성.

평범한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고맙군. 정말로 엄청난 기연이야.”

은마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괘, 괜찮습니까?”

“괜찮냐고? 하하하하하!”

“크으윽!”

은마성이 크게 웃자 주변에 있던 승려들이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최고다! 크크크크. 이런 힘이라니.”

이상했다.

분명히 방금 전에 모습을 드러냈던 자는 은마성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은마성 본인이었다.

은마성의 내면 안에 또 다른 자아가 들어선 것이다.

‘크크크, 당분간 네놈에게 자리를 양보하마. 나에게 이 세상을 구경시켜다오. 크크크. 나의 힘은 네가 양껏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두었다.’

또 다른 자아는 은마성에게 양보를 하며 자신은 당분간 이 세상을 구경하며 적응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모습을 감추었다.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힘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했다.

그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군자회…… 기다려라. 네놈들부터 정리해 주마. 크크크크.”

항상 자격지심을 갖게 했던 그들.

언젠가 힘이 생기면 저들부터 밟아 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담무광을 생각했다.

담무광에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설렘.

기분 좋은 미소가 새어 나왔다.

“기다려라. 너와의 대결은 가장 마지막이니.”

은마성이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자 수많은 승려들이 존경심을 표하며 엎드려 있었다.

승려들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은마성의 신형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

마진강의 앞에 태양궁의 궁주인 곽정이 부복하고 있었다.

“오행체 중에 셋을 찾았다고?”

“네! 그렇습니다. 주군!”

“오호, 정말로 고생이 많았구나. 그래. 나머지 둘은 아직 찾는 중이고?”

“하나는 의심이 가는 자가 있어 단목천이 직접 확인하러 갔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지금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 단목천이 확인하러 간 자가 정말로 오행체 중 하나라면 넷이나 찾은 게로군?”

“그렇습니다.”

“어디 어디 애들이더냐?”

“무당, 소림 그리고 운가장입니다.”

곽정의 보고에 마진강의 표정이 변했다.

“운가장?”

“네! 운가장입니다.”

“하하하, 그렇군. 그 녀석이 있는 장원이군.”

마진강의 반응에 곽정은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로 운가장의 운천룡이 그가 찾던 인물이 맞았다.

“저, 정말로 주군께서 찾아 계시던 그자가 맞습니까?”

곽정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자 마진강이 웃으며 말했다.

은마성을 대할 때와는 다른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왜? 궁금하더냐? 하긴 너희들에겐 말을 해 주지 않았구나.”

“아, 아닙니다. 소신이 주제넘게…….”

“아니다. 너희들도 알아야지. 내 진정한 수족들인데.”

마진강의 말에 곽정이 감격하고 있었다.

진정한 수족들.

이것만큼 그를 벅차게 하는 말이 없었다.

“그는 내 친구다.”

“네?”

너무 놀라 반문을 하고만 곽정.

아차 싶었는지 재빨리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소, 소신이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요, 용서를…….”

그런 곽정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달래는 마진강.

“녀석 겁먹기는. 내가 너를 어찌한단 말이냐? 섭섭하구나?”

“아, 아닙니다. 소, 소신은 그저.”

“쯧쯧. 되었다. 아무튼, 계속 이야기하마. 그는 내 친구이자 내 호적수다. 크크크크. 나로 하여금 땅에 무릎을 닿게 한 유일한 인물이고, 내 입에서 졌다는 말이 나오게 한 유일한 사람이지. 크하하하하. 다시 생각해도 즐겁구나!”

즐거워하는 마진강과 달리 곽정은 경악하고 있었다.

자신이 느끼기에 마진강은 사람이 아니었다.

신이었다.

그의 강함은 그러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가 자신을 포함해 군자회 사람들에게 심어 준 특수한 능력.

그것은 신이 아니고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을 그리 생각하느냐?”

마진강의 물음에 곽정이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주, 주군께서 지셨다는 말씀에 너, 너무 놀라서.”

“일승일패다. 아직 진정한 승부가 남았어.”

“그렇습니까? 한데 그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시면서 왜 가지 않으시는지?”

곽정의 질문에 마진강이 답했다.

“행복해 보이더구나. 크크크.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더라. 그래서 조금 즐기도록 놔두고 싶었다.”

마진강의 말에 곽정은 그저 고개를 조아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한판 붙었었다. 크크크. 아직 자신의 진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강하더구나. 그와 부딪혔던 주먹이 아직도 욱신거리는 것을 보니.”

그리 말을 하고는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는 곽정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너희들이 힘을 좀 써야겠구나.”

“무엇을 말입니까?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언제가 좋을까……. 그래. 내년쯤 해서 그를 즐겁게 할 방안을 마련해 보아라.”

“즐겁게요?”

“그래. 그가 자극을 받아 더욱더 힘을 키울 수 있게 만들 방안. 그것을 위해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저희가 중원에 힘을 드러내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너희가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내라! 옳지! 그게 좋겠구나! 하하하하!”

“가, 감사합니다! 소신, 모든 것을 총동원해 주군을 즐겁게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냐! 부디 날 즐겁게 해다오! 하하하하하!”

“그럼 소신은 돌아가서 바로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애들에게도 전하고.”

“네! 알겠습니다!”

곽정이 나가든지 말든지 눈을 감고 즐거워하는 마진강이었다.

“술술 풀리는 것인가? 오행체도 순조롭게 찾고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천룡 그 친구와 제대로 다시 한번 붙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거지. 크크크, 즐겁구나, 즐거워.”

***

천룡의 수하가 된 만보상회(萬寶商會)의 회주 백금만이 제갈군을 만나고 있었다.

만보상회는 천룡표국을 만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덕분에 천하 십대 상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하지만 최근에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들의 성장을 경계한다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날이 갈수록 그 타격이 심해졌다.

덕분에 상회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금전도 금전인데 무엇보다 유통을 할 상품 자체가 귀해진 것이다.

자신들이 유통을 하는 상품들을 저쪽에서 훨씬 싼 가격에 풀어 놓기에 언제나 손해를 보고 팔고 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 저들이 함부로 가격을 내릴 수 없는 것들로 대처를 해 왔는데, 최근에는 그것마저 힘들어진 것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제갈군을 찾아 온 것이다.

제갈군은 천룡과 함께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장주님! 백금만 상회주가 찾아왔습니다.”

“아! 그래? 어서 들어오라고 해라.”

천룡의 허락과 함께 백금만이 안으로 들어섰다.

“주군! 불충한 소신이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부복을 하며 천룡에게 인사를 하는 백금만이었다.

“무슨 소리냐. 그래 무슨 일이더냐?”

천룡의 물음에 백금만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제갈군을 보며 말했다.

“군사께 도움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주군.”

“군사에게?”

천룡과 제갈군이 눈을 마주쳤다.

제갈군이 우선으로 얼굴을 가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신지요?”

그에 백금만이 그동안의 일들을 모두 제갈군에게 말했다.

“흐음, 금전도 금전인데 상품이 문제군요.”

“그렇습니다. 군사님! 제발 저 좀 도와주십시오!”

백금만이 애절하게 매달리자 제갈군이 난감한 얼굴을 하였다.

금전이야 당장 운가장에 있는 여윳돈을 융통해 주면 된다지만 상품은 아니다.

일단 정보를 모아야 했기에 장천을 부르려는 찰나 천룡이 끼어들었다.

“금전과 상품이라……. 그 비급이나 영약, 보검 이런 것도 상품으로 쳐주나?”

천룡의 말에 백금만이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군이 물었다.

“주군,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십니까?”

제갈군의 질문에 천룡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좀 가지고 있거든.”

“뭐를요?”

“무공 비급이랑 보검, 그리고 영약.”

“전 못 봤는데요? 그리고 조금 가지곤 안 됩니다.”

백금만이 물었다.

“주군, 군사님 말씀대로 조금 가지곤 안 됩니다.”

둘의 말에 천룡이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비급은 대략 오만 권 정도 있고…….”

“컥!”

“헉!”

오만 권이란다.

그게 조금인가?

이어지는 천룡의 폭탄 발언.

“보검이랑 명검, 기보 이런 거는 세어 보진 않았지만 대략 팔만 점?”

“…….”

제갈군과 백금만은 생각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조금과, 천룡이 알고 있는 조금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영약은 음…… 금방 금방 자라나니 거의 무제한? 혹시 공청석유는 잘 팔리나?”

공청석유가 잘 팔리냐니?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시는 것인가?

없어서 못 판다.

아니, 있어도 부르는 게 값이다.

두려웠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없어서 못 팔죠. 어, 얼마나 있는지 소신이 알 수 있을지…….”

백금만의 질문에 제갈군도 궁금한지 귀를 활짝 열고 집중했다.

“응. 웅덩이로 있어. 퍼내면 대략 백 동이는 나올걸?”

자신이 지금 뭘 들은 건가?

뭐가 백 동이?

술도 아니고 공청석유가 백 동이가 있단다.

지금 꿈을 꾸는 것인가?

불경스럽게도 천룡 앞에서 귀를 후비는 두 사람이었다.

“왜? 적나?”

“아니요!”

“아닙니다!”

동시에 외치는 두 사람.

이제 두려웠다.

천룡이 말하는 저 조금이라는 것이.

제갈군이 물었다.

“도, 도대체 그런 것들이 어디에 있는 겁니까? 소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는데요?”

현재 운가장의 살림은 제갈군이 전부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재산이 있다니.

제갈군이 다급하게 물었다.

“저, 정말로 그런 게 있습니까?”

천룡은 제갈군과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백금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응. 대신 좀 가야 해. 여기서 거리가 좀 되거든. 가져오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한데 그때까지 괜찮겠어?”

천룡의 말에 백금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올해까지는 버틸 여력이 됩니다!”

그 말에 천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이면 되니 충분하군. 알았다. 그 부분은 내가 해결해 주지.”

“저, 정말입니까?”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백금만을 토닥이며 말하는 천룡.

“그럼. 내가 너의 주군이다. 그 정도도 해결 못 해 줄까. 금력도 해결해 주지.”

“그, 금력까지요?”

“응! 일단 간단하게 황금 십만 관을 주지.”

“끄어어억!”

백금만이 가슴을 부여잡고 기절하려 했다.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십만 냥도 아니고 십만 관이란다.

황금 한 관이 금화로 백 냥이다.

십만 관이면 금화 천만 냥이었다.

그런데 일단이라고 하셨다.

그렇다는 얘기는…….

“나머진 일단 여기에 창고를 좀 짓고 나서 지원해 주지.”

무서웠다.

얼마만큼의 황금이 있는지 묻기가 너무도 무서웠다.

그래도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인지라 참지 못하고 물었다.

“주, 주군. 그것이 일단이면…… 전체적으로는 얼마나 있는 것입니까?”

백금만의 질문에 천룡이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고…….”

또 나왔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는 말이 이리도 무섭다니.

“대략 백만 관 이상? 나도 잘 모르겠다. 심심풀이로 세다가 지쳐서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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