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1화 (171/200)

171화

천룡의 말에 각자 들어가 아무 무공서나 펼쳐 살펴보았다.

“컥! 이게 안 통한다고요? 이거 엄청난 상승 무공인데요?”

“이것도요!”

다들 난리가 났다.

“사부, 이걸 정말로 파시겠다고요? 다시 생각해 보세요. 난리가 날 것입니다!”

“음, 그런가?”

“네! 이곳에 있는 무공서는 이대로 보관하시죠. 정말로 큰일 납니다.”

“정 팔고 싶으시면 적당한 걸 추려서 파시는 게 좋겠어요.”

다들 반대하고 나서니 천룡도 더 권하진 않았다.

“그래. 알았다.”

천룡은 밖으로 나와 제이관과 삼관의 문을 열었다.

“이곳은 심법서와 의학서가 있지.”

“의학서는 관천이한테 주면 좋아하겠는데요?”

어찌 됐든 의학서를 제외한 심법서 역시 이곳에 두기로 했다.

그리고 대망의 제사관과 오관.

문이 열림과 동시에 다들 정신 나간 표정이 되었다.

엄청난 양의 보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이 너무 부셔서 인상을 찡그려야 할 정도로 그야말로 보물 천지였다.

그리고 육관과 칠관.

산처럼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황금들.

“마, 맙소사. 이, 이게 다 황금이라고?”

“중원 전부를 다 사도 남겠는데요?”

“돈으로 무림 정복도 가능하겠다.”

말도 안 되는 물량에 다들 기가 질려 버렸다.

너무도 엄청난 것을 봐서 그다음 전각들은 그냥저냥 보고 넘겼다.

그다음 전각엔 은이 산처럼 쌓여 있었지만 이미 엄청난 것을 봤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 것이다.

“자! 뭐를 가져갈까? 일단 황금과 은은 다 싣고, 영약도 다 챙겨.”

천룡의 말에 다들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갈군이 난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주군. 저희가 가져온 수레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 어쩌지?”

“시간을 들여서 조금씩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방법이 없을까?”

천룡의 말에 제갈군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태성에게 물었다.

“구룡방이 여기서 안 멀죠?”

“그렇지.”

“지원 요청을 좀 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하! 그러네. 우리 쪽 애들을 부르면 되겠구나. 사부! 제가 애들이랑 수레 잔뜩 끌고 오겠습니다.”

천룡은 그러라고 했고, 태성은 지원군을 데리러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이곳의 재물들을 수레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

깊은 산 속을 수백 대의 수레가 지나고 있었다.

힘겹게 움직이는 수레가 무게를 짐작하게 해 주었다.

선유동을 출발해서 운가장으로 향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라도 빨리 이동하기 위해 최대한 서둘렀음에도 생각보다 많이 이동하지 못했다.

이 엄청난 행렬은 곧 주변의 문파들에게 전해졌다.

상단이겠거니 하고 신경을 끄려 했다.

그런데 문파의 수하 중 하나가 우연히 그 행렬의 무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달려왔다.

“뭐라? 뭐가 들어 있다고?”

“화, 황금과 엄청난 양의 영약이라고 합니다!”

“황금과 엄청난 양의 영약이라고?”

“네! 그래서 저렇게 엄청난 행렬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사파의 오문육방 중 한 곳인 사연문이었다.

사연문주는 혀를 뱀같이 날름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먹을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가뜩이나 요즘 중원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엄청난 양의 황금과 영약이라잖냐! 야! 그것을 경호하는 무인들의 수준은?”

“초일류로 보였습니다.”

“몇 명이나 되더냐?”

“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거봐. 수가 많지 않다잖냐. 내가 봤을 때 저들은 위장을 한 거야. 무인들을 적당히 배치해서 별 볼 일 없는 물건을 운송하는 것처럼 말이지. 우리도 저 얘길 듣기 전까지 시큰둥했었잖아. 안 그래?”

사연문주는 잠시 턱을 쓰다듬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하자! 그냥 넘기기엔 그 안의 과실이 너무도 탐나는구나.”

“그곳은 혈호방 영역입니다.”

“형님한테는 내가 양해를 구하지. 총력전으로 갈 테니 모든 무인들을 준비시켜.”

“네!”

서둘러 나가는 수하를 보며 사연문주 역시 다급하게 혈호방으로 향했다.

***

사연문과 앙숙 관계로 있는 사도방.

사도방주는 한 가지 보고를 받고 있었다.

보고하는 자는 사도방에서 세작으로 침투시켰던 무인이다.

“그러니까 사연문에서 그 황금과 영약들을 가로챌 계획을 짜고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지금 모든 무인들이 그 준비로 분주합니다.”

“어느 정도나 되길래 그 난리냐?”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합니다. 소신도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탈취에 성공만 한다면 사연문의 세력은 오문육방 중에서 최상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것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황금?

많으면 좋다.

하지만 황금보다 관심을 끌게 한 것은 바로 사연문이 오문육방의 최상위 문파가 된다는 것.

쾅-!

“그건 안 되지! 안되고말고. 내 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 꼴을 못 보지.”

이를 갈면서 씩씩거리는 사도방주.

“우리도 준비해라!”

“네?”

“크크크. 그놈들이 탈취한 것을 우리가 다시 탈취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저놈들이 악행을 저질러서 우리가 벌을 주고 주인이 올 때까지 잠시 보관한 것이라 둘러대면 그만이고. 그도 아니면 우리가 먹던가. 크크크.”

광기에 어린 눈빛으로 웃는 사도방주를 보며 몸을 부르르 떠는 수하였다.

천룡의 선유동 이전 작전은 본의 아니게 사파의 오문육방을 뒤흔들게 된다.

***

천룡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황당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태성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얼굴이 벌게진 태성의 앞에 수백 명의 무인이 길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크하하하하. 겁을 먹은 것이냐? 대답들이 없느냐! 가진 것을 모두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

앙천광소하며 연신 떠들어 대는 인간.

바로 사연문주였다.

그 모습에 무광이 말했다.

“정파 놈들 정리해 놨더니 이번엔 사파냐?”

그리 말하고는 태성을 바라보았다.

태성의 얼굴이 민망함과 분노로 부들거리고 있었다.

간만에 태성을 향해 능글거리며 약 올렸다.

“크크. 뭐?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돼? 저거 봐라. 저러니 사파 소리 듣지.”

“사, 사형. 태성이 울겠습니다. 그만하시죠.”

“뭐가? 저놈 저거 정파 애들이 나댈 때 우릴 얼마나 갈궈 댔냐?”

“그렇긴 하지만…….”

태성의 귀엔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정파에서 하는 꼬락서니를 보며 놀려 댔던 지난날이 후회됐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구룡방의 무인들은 혀를 차며 사연방 사람들을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봤다.

“저놈들 지금 자신들의 앞에 있는 이가 지옥의 염왕인지 꿈에도 모르겠지?”

“어후, 저거 봐. 지 죽을 자린지 모르고 엄청나게 나댄다.”

“방주님, 엄청 열받으셨는데? 야 야, 최대한 뒤로 피해 있자. 불똥 튈라.”

구룡방 무사들이 태성의 모습에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자신들 때문에 겁에 질린 거라 착각한 사연문주는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이놈들! 너무 겁먹진 말고. 그 수레만 넘기면 곱게 보내준다니까 그러네.”

실실 웃으며 말하는 사연문주.

더는 참지 못하고 태성이 나서려 할 때, 어디선가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 아우! 우리가 왔네!”

모든 사람이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를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그곳엔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곰 같은 사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그 사내를 선두로 뒤에 수많은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그리고 천룡 일행의 주변을 빙 둘러쌌다.

“하하, 형님 오셨습니까? 이 아우가 준비 다 해 놓았습니다. 거저 주워 가시면 됩니다.”

“크하하하, 역시 나의 의제로고! 고마우이. 이 우형까지 챙겨 줘서.”

“하하하! 의형을 아우가 챙겨야지 누가 챙깁니까. 부담 갖지 말고 챙겨 가십시오.”

아주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크하하, 그래도 물건 주인들 얼굴은 좀 봐 둬야지. 훗날 불상사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말이야.”

“하하, 형님도 참. 제가 알아본 결과로는 특이한 인물은 없습니다. 그래도 정 형님이 원하신다면 둘러보십시오.”

사연문주가 의기양양하게 대답을 했다.

그 모습에 혈호방주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람들 면면을 유심히 보다가 한 곳에 딱 멈춰 섰다.

그곳엔 태성이 흉신악살 같은 얼굴로 혈호방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놈! 감히 누구에게 눈을 부릅뜨느냐!”

사연문주가 호통을 치자 혈호방주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억이 났다.

“컥! 저, 저…….”

“형님도 황당하십니까? 소제가 직접 가서 버릇을 고쳐 놓겠습니다!”

사연문주의 말에 혈호방주가 화들짝 놀라며 말렸다.

“헉! 아, 안 돼! 아, 아우! 그, 그러지 마시게.”

오들오들 떨면서 말리는 혈호방주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연문주였다.

“형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자, 자네 저, 정말 저기 저 사람을 모르는가?”

사연문주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혈호방주는 미칠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도망가면 안 쫓아올까? 아니지 이미 날 본 거 같은데?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야! 너 이리 와 봐.”

태성의 호출.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사연문주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저놈이 아직 세상 무서움을 몰라서 저러나 싶어 버럭 대려 할 때 자신의 옆에 있던 혈호방주가 미친 듯이 달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자신이 가진 모든 내공을 동원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하하, 형님도 참. 아무리 화가 나셔도 그렇지. 저렇게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시다니. 성격 여전하시네.”

혈호방주가 정말로 열받아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달려 나갔다고 생각하는 사연문주였다.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사연문주 입을 벌어지게 했다.

“부, 부르심에 혀, 혈호방주 대령했습니다!”

자신의 의형이 웬 청년 앞에 부복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저번에 맞은 게 다 잊혔나 보다? 세상에 나를 치러와? 미쳤냐? 어? 미쳤어?”

“아, 아닙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저, 저는 정말로 모르고 왔습니다!”

혈호방주는 손발이 닳도록 싹싹 빌었다.

“정말로 몰라서 왔어? 확실해?”

“그, 그렇습니다! 세, 세상에 구룡방주님의 물건을 털러 오는 미친놈이 어디에 있습니까! 저, 정말로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제가 이렇게 왔겠습니까?”

혈호방주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사연문주의 귀에 쏙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머리에서 받아들이지를 않고 있었다.

구룡방주.

자신의 의형이 지금 저 청년을 가리켜 구룡방주라고 했다.

자신이 아는 구룡방은 하나다.

그리고 그 구룡방주는 사황이다.

사황은 모든 사파의 지존이다.

사황 용태성.

“커헉!”

이제야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는지 눈앞의 사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붉은 머리였다.

“부, 붉은 머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그의 몸은 생존 본능이 발동되어 달려가고 있었다.

너무 놀라 내공을 사용하는 것도 까먹은 채로 정신없이 달렸다.

그리고 엎드리려고 하는데 태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옥의 염왕의 목소리처럼 냉기가 풀풀 풍기는 목소리였다.

“안 돼, 어딜 엎드리려고.”

알 수 없는 기운이 사연문주를 감싸며 엎드리지 못하게 방해했다.

자신의 몸인데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었다.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는 사연문주.

그 동공 앞으로 태성이 고개를 들이밀며 나직하게 말했다.

“너는 나랑 면담 좀 하자.”

싫다고 고개를 저으려고 했다.

그러나 몸은 주인의 그런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울상이 된 얼굴로 질질 끌려가는 사연문주를 바라보는 사람들.

혈호방주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그저 벌벌 떨고 있었다.

한편 자신의 문주가 질질 끌려가는데도 문도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누군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똑똑히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가만히 있는 것이 문주도 살고 자신들도 살길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조용하게 지나가길 바랐는데 그것은 큰 욕심이었을까?

구룡방의 무인들이 건들거리면서 사연문의 문도들과 혈호방의 무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엄청난 기세를 뿌리며 걸어오는 구룡방의 정예들.

과연 사파 최강의 문파다웠다.

여기 있는 사연문과 혈호방의 무인들이 다 덤벼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명불허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를 때 구룡방 무인들의 입이 열렸다.

“일단 전부 대가리 박아 봐. 간단하게 그거부터 시작하자.”

반항?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머리를 땅에 박는 사람들.

본격적으로 매타작을 하려 할 때 천룡이 말했다.

“정신 사납다.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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