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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173/200)

173화

그날 분량이 모두 팔려서 미처 사지 못한 사람들은 전부 이곳으로 몰렸다.

엄청난 크기의 객잔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자리가 만석이 되었다.

사람들이 찾는 것은 전부 한 가지였다.

“이, 이것이 그 유명한 천상공주(天上貢酒)란 말이지?”

“어디 공청석유가 들어간 술은 어떤지 맛을 보자!”

객잔의 사람들이 저마다 술을 입안으로 조금 넣고 맛을 음미했다.

“헉!”

“커헉! 이, 이게 뭐야!”

“미친! 이, 이런…….”

아직 술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먼저 맛을 본 사람들의 반응에 놀라 물었다.

“왜, 왜 그러시오? 맛이 이상하오?”

“무슨 맛이오? 그렇게 경악할 정도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는 사람들.

“저, 정말 이름 그대로요. 이, 이건 천상의 술이요. 인세에 다시없을 맛이오!”

“큰일이오. 앞으로 나는 다른 술은 입에도 못 댈 것 같소.”

“오늘부터 열심히 돈을 모아야겠소. 그래야 이 술을 계속 마실 테니.”

마신 이마다 극찬을 했다.

그 후로도 객잔에서는 탄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회주님, 대, 대박입니다.”

“그러게. 이게 꿈이나 생시냐?”

“아직 다른 물건들은 풀지도 않았습니다. 매일같이 이렇게 팔린다면…….”

“중원제일상단은 우리 차지겠지.”

환희에 찬 얼굴로 손님들을 바라보는 만보상회 사람들.

“자! 주군 덕에 큰 위기도 넘겼고 자본도 생겼으니 다음 사업을 진행하자.”

“네!”

의지를 불태우던 중에 천룡의 호출을 받은 백금만.

서둘러 천룡을 찾아가니 천룡이 백금만을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사실 천룡이 백금만을 부른 이유는 바로 천상공주 때문이었다.

천룡은 천상공주를 매일 만들 수 없었다.

그냥 한 번에 왕창 만들어서 알아서 가져가라 하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제갈군은 그런 천룡을 위해 한여름에도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있는 동굴을 찾았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진법을 설치했다.

그 안에 거대한 구덩이를 파고 술을 보관할 수 있도록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공사가 끝나고 천룡은 그곳에서 한 달간 술을 제조하며 지냈다.

제조가 모두 끝나고 완성된 동굴 속 술 보관함에 넣었는데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술로 이루어진 호수를 보는 듯했다.

“이정도 양이면 올해는 걱정 없이 팔겠지?”

“그, 그렇습니다. 주군. 이,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 할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더듬는 만보상회 회주 백금만이었다.

천룡은 그런 그의 등을 토닥이며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술 제조법이다. 고이 간직하고 이제부터 너희가 만들어라. 일 년 정도면 제조 과정을 익히는 데 충분하겠지.”

“네? 이, 이런 귀한 것을 어찌 소신에게 주시옵니까? 바, 받을 수 없습니다. 주군.”

“내 귀찮음을 너희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내가 미안해해야지. 어서 받거라. 팔 아프다.”

천룡의 말에 백금만은 감격에 겨워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간신히 마음을 진정하고 천룡이 넘겨주는 술 제조법을 받아 들었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영약들로 만들어지는 술이라 남들은 따라 하려 해도 못 따라 하는 술이다. 그래도 어지간한 재료들은 다 운가장에 있으니 그것으로 제조하면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천룡의 아낌없는 사랑을 느낀 백금만의 두 눈에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이제부터 자신의 생은 주군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했다.

***

한 달 동안 무림에 몰아친 천상공주의 열풍.

황금천주의 앞에 바로 그 주역이 놓여 있었다.

“이것이 그 구하기 힘들다는 천상공주란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하늘에 바친다는 술 이름처럼 정말로 인세에 없을 맛입니다.”

“너도 맛보았느냐?”

“네! 간 김에 그곳에서 파는 것을 마셔 봤습니다.”

맛에 대해선 따로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미 수하의 표정은 황홀함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수하의 표정이 저리 변한단 말인가.

호기심에 잔에 따라 마셨다.

꿀꺽-!

술은 만금천의 입술을 적시며 혀를 자극하고 목구멍을 통과했다.

그렇지만 만금천의 반응은 없었다.

만금천의 눈엔 초점이 없었다.

“처, 천주님?”

수하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만금천.

“헉! 이, 이게 뭐야!”

정신을 차리고 경악을 하는 만금천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명주는 처음 맛보았다.”

수하는 이해가 된다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술병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그 모습에 만금천이 슬그머니 술병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 그만 나가 보라.”

수하는 엄청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물러났다.

마지막까지 미련을 못 버린 채로 말이다.

“휴우, 이거 정말 엄청나군.”

연신 입으로 들어가는 술.

마실 때마다 정말 천상의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순식간에 바닥을 보인 술병.

다 먹고 나니 이제야 현실이 보였다.

이런 엄청난 술을 어찌 이긴단 말인가.

자신마저 푹 빠져 정신없이 마셔 댔을 정도니.

“대단하군. 운가장의 장주. 왜 주군께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신 것인지 알겠군.”

눈빛이 변하는 만금천이었다.

“이런 술을 만드는 자를 이기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빈 술병을 보며 연신 탁자를 두드리는 만금천이었다.

“권력을 이용해야 하나? 아니면 만보상회 놈들을 포섭해야 하나?”

그의 고심이 점점 깊어져 가고 있었다.

***

대막 태양궁.

궁주 곽정은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알몸 상태로 반듯이 누워 태양 빛을 쬐고 있었다.

온몸으로 태양의 기운을 흡수하기 위함이었다.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으로 최대한의 기운을 흡수하는 곽정.

그런데 곽정의 심기를 거스르는 기운이 있었다.

무시하려 해도 미세하게 자신을 향해 쏘아져 오는 기세.

이건 분명히 자신을 노리고 보내는 기세였다.

‘어떤 버러지가 감히…….’

결국,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는 기세가 쏘아져 오는 방향으로 몸을 날리는 곽정이었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하루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을 방해받은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새까맣게 태워 죽여 주마.’

곽정이 도착한 곳에는 의외의 인물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바로 은마성이었다.

“너, 너는? 은마성?”

곽정의 물음에 은마성이 천천히 등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오. 그동안 잘 지내셨소?”

“네놈이 나에게 기파를 계속 쏘아 보낸 것이냐?”

으르렁거리며 사나운 목소리로 쏘아붙이는 곽정이었다.

항상 은마성을 자신의 아래로 생각했기에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기분이 나빴다.

언제나 자신들의 발밑에 있던 놈이 건방지게 자신을 불러내다니.

그런 곽정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은마성이었다.

“그렇소. 내가 쏘아 보냈소. 그대가 가장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 이 시간을 일부러 골라서 말이오.”

“네놈이 미쳤구나? 죽고 싶은 것이냐? 나는 같은 편이라 해도 내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다. 더욱이 그것이 내 발밑에서 버둥거리던 벌레 새끼라면…….”

벌레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거 같았다.

곽정의 말에 은마성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는 항상 그랬어. 나를 항상 하인 부리듯이 부렸지. 그저 조금 더 나은 신체로 그 사람의 선택을 받았을 뿐인데.”

“뭐?”

“그 사람에게 똑똑히 보여 주려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말이다. 그 전에 그 사람이 아끼는 너희들을 먼저 사냥해야겠지.”

은마성의 말에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곽정.

자신에게 일초지적도 안 되는 놈이 무슨 배짱으로 저런단 말인가.

“어디서 무언가를 익히고 기연을 얻었는지 모르겠다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거야 싸워 봐야 알지. 나는 보이는 것 같은데. 잠시 후 내 발밑에서 비굴하게 빌고 있는 네 모습이.”

“크크크. 나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면 축하한다. 성공했다. 네놈 소원대로 붙어 주지.”

곽정이 기세가 사납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초열(焦熱)의 기운이 사방팔방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태워 죽여 주마.”

화르르륵-!

불꽃인지 사람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타오르는 곽정이었다.

은마성은 그 모습에도 전혀 동요가 없었다.

그것이 곽정을 더욱 자극했다.

분노한 곽정이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공격에 들어갔다.

“으드득! 오냐. 언제까지 태연한지 보자꾸나!”

곽정이 은마성을 향해 돌진했다.

“염화폭(炎火爆)!”

화르르륵-!

더욱 커진 불꽃이 은마성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은마성의 눈이 새까맣게 변했다.

“크크크. 이런 재미난 상황은 내가 맡아야지.”

즐거운 듯 연신 웃으며 자신에게 날아오던 불꽃을 아무렇지도 않게 맞았다.

무언가 성격이 변한 것 같은 은마성.

목소리 역시 달라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변했다.

‘이 느낌…… 주군이랑 비슷한데? 어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은마성을 녹여 버릴 듯이 타오르던 불길이 순식간에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크으으. 아주 맛있는 불길이네. 크크크크. 이런 곳에서 이런 멋진 기술을 보다니.”

곽정이 알고 있던 은마성이 아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곽정의 물음에 은마성이 대답했다.

“크크크크. 말해 줘도 모를걸? 이쪽 세상은 나도 처음이라.”

역시 짐작대로 은마성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은마성의 탈을 쓰고 세상에 나온 것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모든 감각이 어서 도망가라고 외치고 있었다.

“으드득! 나는 도망가지 않아!”

주먹을 피가 나도록 꽉 쥔 곽정이 크게 소리치며 은마성에게 달려들었다.

“크크크크. 좋아! 그런 자세 아주 좋아!”

잇몸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곽정을 맞이하는 은마성이었다.

퍼퍼펑-!

콰콰쾅-!

땅이 울리고 하늘엔 세상을 녹여 버릴 것 같은 불길이 가득했다.

끊임없이 공격에 공격을 계속했지만 은마성, 아니 은마성의 탈을 쓴 누군가에겐 전혀 소용이 없었다.

여유롭게 곽정의 모든 공격을 막아 내며 물었다.

“이쪽 세상에 너만 한 강자가 있다니. 크크크. 내가 있던 세상보다 재미난 세상이구나. 네가 이곳에서 가장 강한 자더냐?”

현재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평온한 말투였다.

사방이 터져 나가고 자신을 위협하는 뜨거운 불길이 끊임없이 몸을 뒤덮고 있음에도 그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곽정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주군 외엔 자신을 상대할 자가 세상에 없을 것이라 자부했는데 오늘 그것이 산산이 깨졌다.

“아니다! 나 같은 것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분이 계시다! 그분이라면 너 따위는 한 방에 사라지게 할 것이다!”

곽정이 악을 쓰며 외쳤다.

은마성의 탈을 쓴 무언가의 표정이 환해졌다.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크크크. 되었다. 들으면 재미가 없지. 내가 직접 찾겠다. 크크크. 이제 네놈은 필요 없겠지. 잠시나마 나를 즐겁게 해 주었으니 고통 없이 죽여 주지.”

“쉽게 죽을 것 같으냐!”

주변의 땅이 녹을 정도로 극한의 열기가 사방에 휘몰아쳤다.

“태양마광(太陽魔炚)!”

거대한 태양이 곽정의 머리 위에 생성되더니 은마성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곽정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든 최후의 초식이었다.

어찌나 뜨거운지 바닥이 고열로 인해 녹아내리고 있었다.

지글지글-!

“오호! 이건 좀 위험하구나.”

전혀 위험하지 않은 말투.

“죽어라!”

곽정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화구가 은마성을 향해 내리꽂혔다.

쿠우우우-!

태양마광이 대지와 부딪히며 땅을 녹이는 소리를 냈다.

쿠콰콰콰쾅-!

이윽고 거대한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그곳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켰다.

곽정이 거친 숨을 내쉬며 먼지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자신의 모든 힘을 쥐어짜서일까?

움직일 힘조차 없어 보였다.

그런 곽정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우! 대단하네. 직격으로 맞았으면 타격을 좀 받았겠는데?”

천천히 뒤를 돌아본 곽정의 눈에 은마성의 탈을 쓴 무언가가 능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내가 있던 세상에도 너만 한 강자는 드물었다. 크크크.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정말이야.”

은마성의 탈을 쓴 무언가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더 즐기고 싶지만…… 상태를 보아하니 그건 힘들 것 같고. 고생했다. 인제 그만 쉬어라.”

쩡-!

허무했다.

이렇게 죽으려고 그렇게 노력하고 고생을 한 것이 아닌데.

쿠당탕탕-!

공기의 파동이 일어날 정도의 타격을 받은 곽정이 지면을 구르며 날아갔다.

“호오! 그것을 견뎌 내? 가만? 어디서 많이 보던 능력인데?”

은마성(?)의 눈이 가느다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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