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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179/200)

179화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할 말이다.

그런데 저쪽에서 그 소릴 하고 있으니 더 어이가 없는 대장 무사였다.

“얘는 놔두고 그냥 돌아가면 봐주고.”

결국, 대장 무사의 이성이 날아갔다.

“이, 이 새끼들이. 아주 죽여 달라고 비는구나. 오냐! 네 놈 사지를 모조리 잘라서 보는 앞에서 자근자근 밟아 주지.”

그 모습에 손문이 크게 당황하며 소리쳤다.

“지, 지금 뭐 하는 것이오! 이들은 당신들이 상대를 할 수 있는 자들이…….”

퍼퍼퍼퍽-!

쿵- 쿠쿵-!

털썩-!

사방에서 북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나무가 넘어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다 처리했습니다. 고 앞에 놈만 처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손문이 너무 놀라 사방을 둘러보니 자신과 함께 온 이들이 무인들을 모조리 제압한 것이다.

그것도 순식간에 말이다.

대장 무사 역시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고, 고수들이더냐!”

너무 놀라 허둥지둥 대며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에 천명이 웃으며 걸어 나갔다.

“응. 이제야 그걸 깨달았구나?”

천명의 말에 대장 무사가 경공을 펼쳐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퍼억-!

“커억!”

쿠당탕탕-!

움직이기도 전에 복부에 꽂힌 주먹에 볼썽사납게 날아갔다.

단 한 방에 속이 뒤집힌 대장 무사.

어찌나 눈이 커졌는지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너희들 정체가 뭐냐?”

무사가 묻자 주먹을 날린 태성이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그건 우리가 물을 말이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 알았지?”

“내,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대장 무사의 말에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정말로 궁금했다.

“오! 누군데?”

태성의 물음에 남자가 답했다.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단목세가의 무사다!”

무사의 말에 다들 엄청나게 실망한 눈빛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참 나, 아니 칠왕십제 중의 한 명이라고 해도 놀랄까 말까인데 단목세가의 무사? 꼴랑? 장난하냐?”

“이놈들! 나를 해하면 단목세가에서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너 알아? 우리가 누군지?”

“그, 그건.”

“봐 봐. 모르잖아. 그런데 어찌 복수하냐? 그리고 여기 우리밖에 없어. 네놈이 죽어도 알 사람이 없다 이거지.”

“아, 알 사람 있다! 우리가 이곳으로 파견된 것을 세가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래?”

태성이 턱을 매만지자, 살길이 나왔다는 생각에 몰아붙이는 무사였다.

“나, 나를 풀어 주고 저자를 우리에게 넘긴다며 조용히 물러가겠다.”

자신이 생각해도 괜찮은 협상이라 생각했다.

보아하니 아직 손문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자들 같았다.

그런 자를 위해 단목세가와 척을 지면서까지 지키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싫은데? 단목세가가 뭐라고. 그런 거에 겁먹을 줄 알았냐?”

“뭐, 뭐?”

천하 오대세가에는 들어가지 못해도 이 지역의 패자다.

그런데도 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애도 아니고 한 대 맞았다고 바로 뒷배를 말할 줄 몰랐네.”

그 말에 무사의 얼굴이 빨개졌다.

수치스러웠다.

그게 자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감정과 기억이었다.

한편,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손문은 놀란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 준다길래 아무것도 몰라서 한 얘긴 줄 알았다.

지금 보니 아무것도 몰라서 한 얘기가 아니라 정말로 강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맙소사! 정말로 강하잖아?’

순식간에 자신을 찾아온 무인들을 기절시킨 저 무력.

지금까지 자신을 돕겠다고 많은 무인이 나섰지만 이렇게 강한 무인들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저들이 저 많은 무인을 기절시키고 한 말이 그를 더욱더 놀라게 했다.

“대충 어디서 노리는지 알았으니 가자.”

“네.”

아무도 해치지 않았다.

자신이 알던 무인들이 맞는가?

당연히 저기에 기절한 자들을 모조리 도륙을 내고 증거를 없앨 줄 알았다.

자신을 쫓는 단목세가는 정말로 악독하고 강한 곳이었으니까.

“정말로 이렇게 두고 갑니까? 걱정이 되지 않으십니까? 단목세가는 정말로 강한 가문입니다.”

손문이 조심스레 얘길 하자 천룡이 웃으며 말했다.

“오라 그래. 얼마나 강한지 보면 알겠지.”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저런 당당함이 부러웠다.

손문은 그런 천룡을 잠시 바라보다가 쓰러져 있는 무인들에게 다가갔다.

그런 손문을 보며 천룡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가는 거야? 보복이라도 하려고?”

천룡의 말에 손문이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혹시라도 다친 사람이 있다면 치료를 하려고요.”

그 말 한마디에 천룡이 감동했다.

“너…… 정말 착하구나?”

“아닙니다. 그저 오지랖이지요.”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봐 온 사람 중에서 가장 좋은 놈 같다.”

생각해 보니 아까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이들을 지키려 하지 않았던가.

보면 볼수록 맘에 들었다.

천룡이 세상 인자한 미소로 손문을 바라보았다.

그런 천룡 옆으로 황제가 다가와 말했다.

“정말로 착한 청년이군요.”

“그렇습니다.”

“또, 또! 아우에게 자꾸 존대하십니까.”

“아, 미안.”

“아무튼, 마음 같아선 데려가서 키워 보고 싶은 청년입니다.”

황제의 말에 천룡도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손문은 바닥에 쓰러진 자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돌아왔다.

“다행히 크게 다친 이는 없군요. 이것으로 확실하게 알겠습니다. 은인분들도 좋은 분들이라는 것을요.”

손문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손문은 천룡을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같이 다니면서 처음으로 보는 환한 모습이었다.

***

천룡 일행은 절강성으로 입성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은 상단으로 위장하고 돌아다니고 있기에 검문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원래 이렇게 성에 들어갈 때마다 검문을 받아야 하는 거야?”

천룡의 질문에 백금만이 대답했다.

“네! 일단은 밀수품이나 가지고 들어가서는 안 될 물품은 단속해야 하니까요.”

“그렇군.”

백금만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황제와 천룡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만보상회 차례가 왔다.

백금만이 그들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건네고 있었다.

통행증과 상회등록증을 보여 주고 있었다.

“너희는 안 된다! 만보상회는 이 성에 출입 금지다!”

“아니, 이유라도 알려 주십시오!”

“닥쳐라! 치도곤을 내기 전에 어서 썩 꺼져라!”

요지부동이었다.

백금만은 결국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

천룡의 물음에 백금만이 상심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전에 말씀드렸지요? 이곳과 광동에선 저희 상회를 거부한다고.”

“이유가 무엇인데?”

“저도 그것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알면 이렇게 답답하지나 않지요.”

“흠, 장천.”

“네!”

“알아볼 수 있겠어?”

천룡의 말에 장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제가 금방 가서 알아 오겠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장천이었다.

그 모습에 손문은 놀랐다.

‘저자도 엄청난 고수였구나. 장주님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보면 볼수록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일단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어디든 가서 자리를 잡자.”

“네!”

결국, 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으로 이동해서 야영하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밤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잠이 든 깊은 밤.

누군가가 야영지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그 소리에 야영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눈을 떴다.

“소리가 갑옷 소린데요?”

무광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속닥였다.

“응, 아무래도 이상하다. 군이 상단을 치러 오다니.”

“어찌할까요?”

“일단 황상께서 신경을 쓰시지 않게 전부 제압해. 제일 대가리만 잡아 와.”

“네!”

천룡의 명에 운가장의 무인들이 은밀하게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사라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가오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무광이 겁에 잔뜩 질린 장수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이놈이 군대를 끌고 온 책임자랍니다.”

“그래?”

천룡은 황제가 잠들어 있는 막사를 잠시 바라봤다.

숨소리가 고른 것이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네.”

야영지에서 제법 거리가 멀어진 곳에 장수를 내려놓고 심문을 하기 시작했다.

“뭐냐? 뭔데 우리한테 접근하는 것이냐?”

“읍읍읍.”

천룡의 물음에 장수가 신음을 냈다.

“아! 아혈을 막아 두고 깜박했네요.”

무광이 장수의 아혈을 풀었다.

“푸하! 사, 살려 주십시오! 저,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이렇게 무공이 고강한 강호인들인 줄 알았다면 절대로 오지 않았을 겁니다.”

입이 열리자마자 정신없이 내뱉는 말들.

얼마나 고통스럽게 맞고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왜 우리를 치려고 했냐고.”

“절강성 도지휘사의 명입니다. 이곳에 불순한 무리가 있으니 모두 잡아 오라는 명입니다. 정말입니다. 해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불순? 우리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명령이 그렇게 내려왔기에 온 것입니다.”

“그래? 우리가 누군지 알면 너 깜짝 놀랄 건데.”

“네?”

“너희가 지금 얼마나 엄청난 짓을 했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거라고.”

장수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단순한 무인들이 아닌가?’

“절강성 도지휘사에 대해 읊어 봐.”

“네! 절강성 도지휘사는…….”

장수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줄줄이 말했다.

무광이 옆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을 보며 초인적인 힘으로 모든 기억을 짜내고 있었다.

“……입니다. 소, 소인이 아는 것은 이게 전부입니다! 정말입니다!”

장수의 말에 의하면 천하에 둘도 없는 개새끼였다.

고을마다 할당된 세금을 두 배로 걷어 내고,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자는 이런 식으로 잡아가 벌을 내렸단다.

또한, 지방 유지들에게 뇌물을 받아 그들의 뒤를 봐주었으며,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해 자신의 장원을 짓게 하고 개인적인 행사에 동원했단다.

말을 듣지 않으며 가차 없이 벌을 내렸다고 한다.

“이런 개새끼를 봤나.”

천룡이 분노해서 말했다.

“아주 지랄이란 지랄은 다 하고 있구나.”

분노한 천룡.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고개를 젓는 장수.

“너네 도지휘사가 그렇게 못된 놈이면 혹시 그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느냐?”

“네? 그, 그게 무슨? 도대체 누, 누구시길래 증거를 말씀하시고 이러시는 건지.”

자신의 정체에 관해 묻더니 뜬금없이 도지휘사의 비리에 관해 물었다.

어리둥절한 장수에게 다가가 천룡은 조용히 품속에서 황룡금패를 꺼냈다.

“이게 황룡금패라는 거야. 들어 봤어?”

‘황룡금패?’

장수는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하며 갸웃거리다가 경악을 했다.

“커헉! 사, 사사사, 상국 저, 전하?”

장수의 말에 천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지금 이 나라의 상국을 치러 온 거야. 황상께서 황명을 내리셨지. 나를 대할 때는 자신을 대하듯 하라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장수는 사색이 된 채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저, 전하! 저,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아니긴 이렇게 우르르 몰려오고서는 발뺌하는 거야?”

“소, 소신은 저, 정말로 모르고…….”

장수의 말에 천룡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가 알든 모르든 그건 중요치 않아. 중요한 것은 너는 지금 역모를 했다는 거야.”

천룡의 말에 장수가 사색이 된 채로 재빨리 엎드리며 빌었다.

“소, 소신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전하! 토,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손발이 닳도록 비는 장수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기회를 줄까?”

천룡의 말에 장수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네! 부디 자비를…….”

“좋아! 그럼 우리가 조만간 도지휘사를 보러 갈 테니 그때까지 그놈이 저지른 비리와 폭정에 대한 증거를 모아 놓도록. 알겠느냐?”

장수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이 일은 절대 비밀로 해야 하고. 알겠지?”

“네! 신의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

그런 장수에게 천룡은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만약 우리가 간 것을 도지휘사가 알고 있다. 그러면 네놈부터 잡을 거다. 잡아서…….”

천룡이 손을 들어 못을 긋는 시늉을 했다.

“너뿐 아니라 너의 구족이 이리될 것이야.”

“시, 신. 반드시 사, 상국 전하의 명을 이행할 것이옵니다!”

“그래, 명을 제대로 이행하면 내 너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지.”

“마, 망극하옵니다. 전하!”

“어서 가 봐. 이러다가 해가 뜨겠다.”

“충!”

장수는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해가 뜨기 전에 성에 도착해서 모든 것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장수를 보낸 천룡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일단 근처 현으로 이동하자. 정보를 좀 얻어야 할 것 같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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