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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화 (184/200)

184화

만금충은 화들짝 놀라는 단목천을 보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었다.

“어때? 장난 아니지?”

“그렇군. 자네가 왜 고민을 하는지 알 것도 같네.”

“크크크. 가장 좋은 것은 그 비법을 빼앗는 것인데……. 그건 힘들겠지?”

만금충의 말에 단목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에게 줄 바엔 태우거나 없애 버리겠지.”

“그래서 고민이라는 것일세. 클클클.”

둘이 자잘한 대화를 하며 술자리를 이어 가고 있을 때 다급하게 수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쾅-!

“이게 무슨 짓이냐!”

“처, 천주님! 그, 급보입니다!”

“급보?”

급보라는 소리에 만금충이 단목천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수하의 손에 들려 있는 서신을 받아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 난리를 피우는지, 쯧쯧.”

혀를 차면서 서신을 펼친 만금충.

그의 안색이 서서히 변하더니 이내 경악을 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마, 말도 안 돼! 이, 이럴 수가!”

“무슨 일인가?”

단목천의 물음에 만금충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서신을 단목천에게 넘겨주었다.

넘겨받은 서신을 읽은 단목천 역시 경악을 하며 만금충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정말이란 말인가? 과, 곽정 그 친구가 죽다니? 태양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니?”

단목천의 말에 만금충이 수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이것이 사실이더냐?”

“네! 정보 교류를 위해 파견했던 정보원들에게 들어온 소식입니다!”

“그놈들은 어찌 살았고?”

“태양궁에 머물지 않고 다른 곳에 머물고 있어서 큰일은 피했다고 합니다.”

“그들을 데려오라!”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만금충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연락책들은 부복을 한 채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곽정이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상대방이 너무도 강한 자였습니다.”

“상대방이 누구였는지는 모르고?”

“거리가 너무 멀어서 잘 보지 못했습니다.”

“허……. 곽정이 일방적으로 당할 정도의 고수가 주군 말고 있나?”

만금충이 단목천을 바라보며 물었다.

단목천이 잠시 고심을 하더니 말했다.

“운가장의 장주. 주군께서 호적수라 하셨으니 그자라면…….”

단목천의 말에 만금충이 연락책들에게 물었다.

“그자의 기운이 어떠했는지 느껴졌더냐?”

그러자 연락책들이 일제히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네! 분명히 느꼈습니다! 심연 깊은 곳까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마기를!”

“뭐, 뭐? 마, 마기라고?”

만금충이 화들짝 놀랐다.

마기라니.

그러면 운천룡은 아니었다.

“마교의 교주인가?”

“멀리서 보아서 얼굴은 잘 모르겠지만, 머리카락이 은발이었습니다.”

“……!”

“……!”

은발의 머리카락에 마기를 쓰는 자라면 아는 자가 있었다.

은마성.

둘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겠지. 은마성은 절대로 곽정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어찌 장담하는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주군께서 은마성을 키워 우리를 사냥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자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것인가?”

“가정을 해 본 것이네. 그러지 않고서야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단목천의 말에 만금충은 앓는 소리를 내며 반박을 못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나갔네. 주군께서 우리에게 해코지할 일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일단 태양궁이 있던 곳으로 가 보세. 그리고 간 김에 주군을 뵙고 이 사태를 어찌할 것인지 들어 보세.”

“그러세. 당장 준비해라. 태양궁이 있는 대막으로 갈 것이니.”

“네! 알겠습니다!”

단목천의 말에 수긍한 후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하들이 나간 뒤에도 둘은 말없이 조용히 서로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불안한 눈빛으로.

***

담무광과 운가장의 무인들을 대동한 군사들이 단목세가로 들이닥쳤다.

“뭐, 뭐냐!”

“단목세가의 가주는 나와서 황명을 받고 죄를 모두 고하라!”

“화, 황명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닥치거라! 힘이 있다고 그 힘을 바른 곳에 쓰지 않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것으로 사용했으니 응당 벌을 받아야지! 뭣들 하느냐! 단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포박하라!”

“그런 억지가 어디 있소! 비상을 울려라! 적이다!”

“적이라니? 지금 우리를 보고 하는 소리인가?”

장수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상종을 울리는 단목세가였다.

비상종 소리에 사방에서 무인들이 몰려나오며 관군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엄청난 수의 무인들이 관군과 대치를 하고 있었다.

관군을 지휘하는 장수가 그 모습을 보고 엄포를 놓았다.

“이것이 무슨 짓이냐? 감히 일개 세가 주제에 황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이것은 역모다!”

하지만 장수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단목세가였다.

오히려 당당하게 위협을 하고 있었다.

“흥! 우리는 무림세가요! 관과 무림은 불가침이라는 것을 잊었소? 당신들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소이다!”

“뭐라? 너는 누구냐?”

“나는 단목세가를 총괄하는 총관이오! 우리를 더 핍박한다면 부득이하게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바이오.”

장수가 뭐라 한마디 하려 할 때 그곳에 있는 모든 이의 귓속을 파고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경고? 하하하. 지랄들 하네.”

무광이 사람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뭐, 뭐? 지, 지랄? 지금 네놈이 한 말이더냐?”

딱 봐도 어린 것이 자신에게 지랄이라고 하니 단목세가의 총관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 미친놈이네. 이거. 감히 황명을 거부해?”

“허! 네놈이 지금 황명을 믿고 기고만장하는가 본데, 아가야. 검에는 눈이 없단다.”

“검에는 눈이 없지. 그걸 모르는 인간도 있냐? 아! 넌 몰랐나 보다? 미안.”

“미친 것이냐? 저 뒤의 관군들이 너를 지켜 줄 거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개소리 그만 짖고 얌전히 포박을 받아라. 그러면 몸 성하게 끌고 가겠다. 나도 경고하는 거야, 경고. 경고는 뭔 뜻인지 알지?”

무광이 깐죽거리며 단목세가의 총관의 신경을 계속 건드렸다.

“오냐! 그렇게 죽고 싶다면 들어주마! 이들을 모두 참하라! 뒷일은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

총관의 명에 단목세가의 무인들의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천천히 걸어 나오는 무인들에게 무광이 말했다.

“어라? 마기랑 혈기가 살짝 섞여 있네? 뭐야? 너희들? 혈천교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냐? 모두 멈춰라. 거기서 움직이면 진짜 혼난다.”

무광의 말에 총관이 깜짝 놀랐다.

힘 하나 없을 것 같은 서생 놈이 어찌 그것을 안단 말인가.

총관은 무광을 관에서 나온 관리로 착각하고 있었다.

당황한 총관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네놈…… 뭐냐?”

총관의 말에 무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한때 중원 제일인이라 불렸던 사람.”

“뭐?”

무광과 총관의 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목세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관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엄청난 기세로 달려드는 수많은 무인들.

관군들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 앞으로 천명과 태성, 장천과 울지랑, 그리고 조방과 진천이 나란히 서서 달려오는 단목세가의 무인들을 맞았다.

그리고 일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퍼퍼퍼퍼퍽-!

“크허헉!”

“으아악!”

털썩-! 털썩-!

“뭐야? 약골들 천지네.”

“뭔 깡으로 대든 거야? 난 또 황명까지 거부하며 덤비길래 뭐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수수깡도 이것보다 강할 것 같은데요?”

단목세가의 무인들을 비꼬면서 장난치듯 쓰러뜨리고 있는 괴물들.

총관의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뭐, 뭐야! 관군이 이리 강하다고? 마, 말도 안 된다!’

이들의 정체를 알 리 없는 총관은 경악하며 단목세가의 무사들이 짚단 쓰러지듯이 쓰러지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단목세가의 무인들이 강하다 해도 이들에겐 상대가 될 수 없었는데, 그걸 알 리가 없으니 저리 경악하는 것이었다.

단목세가의 무인들이 순식간에 제압을 당해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점혈까지 당했기에 아무런 소리도 못 내고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모두 포박해!”

뒤에 있던 관군들이 그제야 우르르 나와 바닥에 쓰러진 자들을 하나하나 포박하기 시작했다.

총관은 경악한 얼굴로 그 모든 것을 지켜봤다.

“마, 말도 안 돼. 다, 단목세가의 정예가…….”

총관의 중얼거림에 무광이 다시 깐죽거렸다.

“정예? 아, 요새 정예라는 단어가 내가 아는 정예랑 좀 다른가? 약한 애들한테 붙이는 단어인가? 우리 애들 땀도 안 흘렸네.”

옆에서 뭐라 하든 말든 이미 정신이 나간 총관의 귀에는 그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모습에 무광이 비웃으며 말했다.

“너희 가주는? 이놈 저놈 다 몰려나오는데 너희 가주는 안 보인다? 도망갔나?”

그제야 반응을 하는 총관이었다.

총관이 이를 악다물고 외쳤다.

“닥쳐라! 가주께선 지금 자리에 안 계신다! 그분이 계셨다면 네놈들 따위는 한 수에 쓸어 버리셨을 것이다!”

총관의 외침에 무광이 귀를 후비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일단 한숨 자라.”

“뭐?”

퍼억-!

“컥!”

털썩-!

무광이 휘두른 손날에 뒷목을 가격당한 단목세가의 총관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야! 이놈도 옮겨!”

무광은 기절한 총관의 몸에 포박을 하고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며 천명과 태성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가주는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요. 좀 시시하네요. 이 지역 패자라길래 기대하고 왔더니.”

태성의 말에 무광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 우리 애들 구성을 봐라. 이 지역 패자가 아니라 통틀어서 우리를 막을 세력이 있는지. 저 대단하다는 혈천교도 반나절을 못 버티고 전멸했어.”

“사형의 말을 들으니 저희 정말 엄청나게 무시무시하네요.”

다들 자랑스러운 얼굴로 텅 비어 가는 단목세가를 바라보았다.

***

단목천과 만금충은 여기저기 박살이 난 태양궁을 보고 있었다.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바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마기다.”

“그렇군. 희미하게 남은 것도 아니고 아주 당당하게 남겨 두고 갔다.”

단목천이 눈을 감고 마기를 느끼며 얘기했다.

“이 마기…… 어디서 많이 느껴 보지 않았나?”

“주군의 향기가 나는군…….”

만금충의 답에 단목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찌 생각하나? 주군께서 곽정을 벌하신 걸까?”

“그럴 리 없네. 우리 중에서 유독 이뻐한 이가 곽정일세.”

“크큭. 그분께서 이뻐하시는 것이 있었나? 그저 그분의 심심함을 풀어 줄 도구 중 하나이지 않은가.”

단목천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하자 만금충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만류했다.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마, 말조심하시게.”

그런 만금충을 바라보며 단목천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 뭘 조심한다는 말인가? 이것을 보게! 이 엄청난 광경을 보란 말일세! 이것이 보통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은마성? 하하하하. 그 버러지가 이런 힘을 가졌다고? 그걸 지금 믿으라고?”

“진정하시게.”

점점 언성이 올라가며 폭주할 기미가 보이자 만금충이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말렸다.

그런 만금충을 바라보며 단목천이 슬픈 얼굴로 말했다.

“진정? 하하하. 진정이라 했나? 우리도 똑같네. 다음은 우리 차례일 수도 있네.”

“무슨 말인가.”

“오행체. 그것을 다 찾으면 과연 우리를 살려 두실까?”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런 상상은 하지 말게!”

“자네도 주군의 성정을 알지 않은가! 그분께는 감정이 없네! 절대적인 악. 그것이 바로 그분의 정체지.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

만금충은 대답하지 못했다.

은연중에 단목천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자회가 마진강을 따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포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들을 파리 죽이듯이 죽일 수 있는 절대 강자이자 신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마진강이었다.

지금 이곳 태양궁도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엄청난 짓을 할 수 있는 자는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태양궁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단 한 사람이 태양궁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단시간에 소멸시켰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을까?

그들의 뇌리에 오로지 한 명뿐이었다.

“나는 살아야겠네. 자네는 어찌할 것인가?”

“어, 어찌하다니? 주, 주군께 안 가 본단 말인가?”

만금충의 말에 단목천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자네 미쳤나? 내가 지금까지 한 이야길 어디로 들은 것인가? 여길 보고 주군께 가서 이것이 무슨 일이냐고 따져 묻기라고 하자는 얘긴가?”

“그,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는가. 주군이 아닌 다른 자가…….”

“답답하군! 정말! 에잇! 자네 알아서 하게! 나는 일단 돌아가겠네!”

만금충을 뒤로 하고 단목천이 성큼성큼 남쪽을 향해 걸어갔다.

이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알 리 없었다.

이 사건으로 군자회가 마진강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된다.

“같이 가세!”

만금충이 결심을 한 듯 단목천을 서둘러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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