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수십에 달하는 늑대 형상의 강기들이 장천을 향해 달려갔다.
장천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무궁천살강(無窮天殺强)!”
장천의 주먹에서 거대한 주먹 모양의 강기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늑대 형상의 강기들을 향해 날아갔다.
쩌쩌쩡-!
쿠콰콰쾅-!
강기끼리 부딪히자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환영마제가 재빨리 단전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내공을 끌어 올렸다.
“환영아수라(幻影阿修羅)!”
환영마제의 몸에서 거대한 아수라 형상이 튀어나왔다.
세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얼굴을 지닌 거대 아수라가 온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수라의 형상은 여섯 개의 팔을 교차하여 한 곳으로 모았다.
모은 손 앞에는 거대한 기운이 모이고 있었다.
고오오오오오-!
그 방향은 장천을 향하고 있었다.
“이것도 막아 봐라!”
쯔아아앙-!
모든 것을 꿰뚫어 버릴 것 같은 빛줄기가 장천을 향해 날아갔다.
어찌나 강한 기운을 머금었는지 빛줄기 주변으로 공기의 파동이 퍼져 나갔다.
장천은 처음으로 긴장한 얼굴로 한껏 모았던 내공을 자신의 주먹에 집중했다.
“무궁칠성파천강(無窮七星破天罡)!”
장천의 주먹에서도 붉은 빛의 빛줄기가 쏘아져 나갔다.
쩌정-! 쯔저정-!
두 빛줄기가 맞부딪히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둥글게, 둥글게 뭉치기 시작했다.
두 빛줄기가 모두 사라지고 공중에는 작은 광구(光球) 하나가 떠 있었다.
빙글빙글 돌던 광구가 번쩍 빛을 내며 폭발했다.
쿠콰콰콰쾅-!
환영마제가 날린 최후의 초식마저 막힌 것이다.
거대한 폭발로 인해 폭풍 같은 바람이 자신을 덮쳐 와도 환영마제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장천을 바라보았다.
명왕의 무공 수위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막상 직접 대면해 보니 헛소문이었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간절함이 생기니 강해지더군.”
“누군가를 지켜?”
“너는 모를 테지. 암튼 지금은 대화할 상황이 아니라서 말이지.”
슈욱-!
환영마제의 앞으로 순식간에 몸을 이동한 장천은 그에게 자신의 권을 날렸다.
“패천신권(敗天神拳)!”
뿌아악-!
“커억!”
장천의 권을 피하지 못하고 제대로 맞은 환영마제는 몸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털썩-!
운가장을 쳐들어온 한 명은 이렇게 정신을 잃었다.
다른 쪽에선 또 다른 십제들과 여월, 울지랑이 맞붙고 있었다.
암천제라 불리는 자는 암혼살왕이라 불리는 여월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둘 다 암살 쪽에 관한 무공이어서 그런지 기척조차 내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월이 피식하고 웃었다.
암천제가 발끈하며 말했다.
“비웃는 것이냐!”
“아니, 누군가가 생각이 나서 말이지. 그분이었다면 우리에게 분명히 호통을 치셨을 테니까.”
“뭐? 지금 그게 전투 중에 떠올릴 일이냐?”
어이가 없는 모습으로 여월을 바라보는 암천제.
“하하하, 웃기지? 이 상황에서 그게 생각이 나니.”
여월의 말에 암천제는 진지하게 임하려 했는데 자꾸 여월의 말이 걸렸다.
사람 궁금하게 만들고 이야기를 안 해 주니 집중이 안 되었다.
“그, 그래서 그분이라는 사람이 뭐라 호통을 치시는데?”
암천제가 조심스럽게 묻자, 여월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놈들아! 정신 사나워! 기척 좀 내면서 싸워! 이렇게 말씀하셨겠지.”
“그게…… 웃기냐?”
“자네가 그분들을 몰라서 그런 게지.”
여월은 암천제가 맘에 들었다.
자신과 같은 살수 계통인 데다가 막상 맞붙어 보니 나쁜 이 같지도 않았다.
“보아하니 이런 일을 할 사람 같진 않은데 이쯤하고 물러가면 더 이상 공격하지 않겠다. 나는 자네가 마음에 든다.”
여월의 말에 암천제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기분 좋은 말이었다.
자신이 맘에 든다는 말.
암천제 역시 여월이 맘에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싸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미 선금을 받아서 말이지.”
“돈에 얽매이는 성격은 아닌 거 같은데?”
“그렇긴 한데…… 나도 먹여 살려야 할 식구들이 있어서 말이다.”
“흠, 돈이라면 내가 좀 융통해 줄 수 있는데.”
“크크크크. 그거 듣던 중에 반가운 소리긴 한데. 자네가 융통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둘은 어느새 전투는 하지 않고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연신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나 필요한데?”
“나에게 의뢰를 한 자들은 황금 백 관을 약속했다.”
“황금 백 관?”
여월이 되묻자 고개를 끄덕이는 암천제였다.
여월은 저쪽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제갈천에게 전음을 보냈다.
-야, 우리가 개인적으로 융통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냐?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바쁜 와중에?
-아니, 여기 이놈이 맘에 들어서 말이다.
-네? 그래서 돈으로 꼬드기려고요?
-크크크. 가능하다면 그게 낫지 않겠냐?
-하아, 대단하시네요. 일단 당장 제 권한으로 융통할 수 있는 금액은 황금 만 관 정도입니다.
-만 관? 그거 다 질러도 되는 금액이냐?
-안 되죠! 이천 관까진 됩니다.
-알았다.
여월이 환한 미소로 암천제를 바라봤다.
“그 돈 돌려줘라. 내가 빌려주마.”
“뭐?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빌려준다고?”
“그래. 어차피 여기서 싸워 봐야 힘들어. 나도 간신히 상대하는데 우리 주군과 삼황께서 오시면 어찌하려고 그래.”
“그, 그건.”
“특히 삼황께서 너를 가만히 두실 것 같아? 너네 조직이랑? 절대로 가만 안 두실걸? 아마 멸문시킬지도. 자네도 알지? 혈천교를 멸문시킨 분들이 바로 그분들이라는 것을.”
암천제는 고민했다.
“어, 얼마나 빌려줄 수 있는데? 이, 이자는?”
“황금 이천 관. 이자는 나랑 친구가 되는 것.”
“화, 황금 이, 이천 관? 치, 친구?”
엄청난 금액에 경악을 했고, 뒤이어 나온 이자 대신 자기와 친구하자는 소리에 기쁜 마음이 올라왔다.
“어쩔 거야?”
“다, 당장 돌려준다! 친구.”
“크크크크. 그럼 우리 전투는 이걸로 끝?”
“그래도 갑자기 이렇게 마음을 바꿔서 저들을 공격하는 것은 좀…….”
암천제의 말에 여월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는 이제 적 아니다. 손님이다. 손님에게 이런 험한 일을 시키지 않는다. 친구, 자네는 저기 저곳에 가서 구경해.”
여월이 암천제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이동했다.
암천제가 멍한 표정으로 여월이 날아간 곳을 바라보다 미소 지으며 여월이 가리킨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구양진이 뒷짐을 지고 전투를 구경하고 있었다.
암천제가 조심스럽게 그 옆으로 가자 구양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투 중에 말로 적을 끌어들이다니 저놈도 물건이군그래.”
암천제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자 구양진이 말했다.
“저놈과 친구가 됐다면 우리도 인연이다. 통성명이나 하자.”
“누, 누구신데 초면에 이리 하대를 하시는 거요! 내가 이래 봬도…….”
“알아! 알아. 암천제잖아. 칠왕십제. 나는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 구양진이라고 한다. 나이는 네놈보다 훨씬 많이 먹었으니 그리 알고.”
“처, 천마라니요? 그, 그게 무슨?”
갑자기 튀어나온 천마라는 단어에 암천제가 화들짝 놀랐다.
무림 공적이 되어야 할 진짜가 여기에 있었다.
크게 당황하는 암천제를 보며 구양진이 말했다.
“겨우 이런 걸로 놀라고 그래. 앞으로 놀랄 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니, 그…….”
암천제가 다시 물어보려 할 때 뒤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콰콰콰쾅-!
후웅-!
뜨거운 바람이 둘이 있는 곳까지 불어왔다.
무슨 일인가 바라보니 누군가가 쏜 화살이 여기저기 떨어지며 벽력탄이 떨어진 것 같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자세히 보니 또다시 활에 수십 개의 화살을 채고 있었다.
쯔앙-!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수십 개의 화살.
수십 개의 화살이 하늘 위에서 두 개, 세 개, 여러 개로 갈라지면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후두두두둑-!
그 아래에 있는 운가장의 무인들이 크게 다칠 위기였다.
그때 거대한 화룡이 하늘 전체를 덮으며 그 화살들을 무효화하기 시작했고, 거대한 무신이 화살을 날린 자를 향해 거대한 기공포를 쏘았다.
쯔아앙-!
쿠콰콰쾅-!
화살을 날린 자는 재빨리 그곳을 벗어나 피했다.
피한 곳에는 한 명의 중이 달려들고 있었다.
“백보신권(百步神拳)!”
화살을 날린 자가 당황하며 황급히 피했다.
“빙백신장(氷白神掌)!”
하얀 털옷을 입은 청년이 피하는 방향을 향해 빙공을 날렸다.
“이익! 애송이들이 감히!”
남자는 재빨리 활시위에 자신의 발을 걸었다.
“궁신탄영(弓身彈影)!”
자기 자신을 화살처럼 걸어 쏘아서 위기를 모면하는 남자였다.
“천하의 천궁뇌제께서 후기지수를 피해 도망을 가시다니요. 천하가 웃을 일입니다!”
조방이 큰 소리로 외치자, 천궁뇌제라 불린 남자의 이마에 혈관이 튀어 나왔다.
“건방진 애송이들이! 다 죽여 주마!”
공중에 뜬 채로 빈 활의 시위를 크게 당기는 천궁뇌제였다.
“파천황뢰궁(破天慌雷弓)!”
거대한 뇌전의 화살이 조방, 진천, 은천상, 원각을 향해 쏘아졌다.
네 사람은 각기 자신들의 기운을 끌어모아 천궁뇌제의 파천황뢰궁에 대응했다.
오행체 중에 넷이 힘을 합치자 그 기운은 상상을 초월했다.
왜 세상에 위기가 오면 이들을 내려 보낸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천궁뇌제가 당황한 모습으로 외쳤다.
“뭐, 뭐야! 이런 말도 안 되는 내공이라니!”
그러거나 말거나 넷은 힘을 합쳐 각기 자신의 기운을 모아 방출했다.
네 가지 색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파천황뢰궁과 부딪혔다.
파천황뢰궁은 순식간에 파쇄되고 기세가 전혀 줄지 않은 사색의 기운은 천궁뇌제를 향해 날아갔다.
천궁뇌제가 다급하게 피했다.
그러나 완벽히 피하지 못하고 내상을 입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콰쾅-!
지면에 떨어진 천궁뇌제는 기절했다.
그 모습에 네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비록 수로 밀어 붙였지만 칠왕십제의 일인을 잡은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두 명이었다.
두 명 역시 힘을 다하고 천천히 쓰러지고 있었다.
“후아, 어찌어찌 대충 정리가 되어 가는 거 같은데?”
장내는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자들만 정리하면 되었다.
“저들만 정리하면 되겠네.”
장천이 남은 무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거대한 기운이 장천을 덮쳤다.
쿠콰쾅-!
“크아악!”
장천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뒤쪽으로 날아갔다.
콰당탕탕-!
“크으윽!”
내상을 심하게 입었는지 입에서 연신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월이 공격을 한 남자에게 덤벼들었다.
“비겁한 놈이!”
여월이 달려들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비겁? 비겁이라고? 하하하, 내가 없을 때 우리 세가를 박살을 내놓은 놈들이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쩌엉-!
“푸헉!”
남자는 단목천이었다.
단목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여월을 가볍게 날려 버렸다.
콰당탕-!
여월 역시 구석까지 날아가며 피를 토했다.
“쿨럭!”
그때 누군가가 여월의 등에 손을 올리며 기운을 불어넣었다.
익숙한 기운에 여월은 혹시 천룡이 온 것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손문이 미소를 지으며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금방 괜찮아지실 겁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고맙네.”
여월이 고마움을 표하자 손문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한편 그 모습을 보던 단목천이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다 모여 있었구나. 오행체 놈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었다.
자신의 주군인 마진강이 저들을 왜 찾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 저들을 이용해서 마진강과 협상을 해야 했다.
전에는 그저 찾으라 하니 찾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자신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한 놈들이었다.
“얌전히 내 말을 따른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단목천의 엄포에 오행체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 모습에 기분이 상할 법도 한데 단목천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크크크크. 아직 내 무서움을 모르니 그리 행동하는 것이겠지.”
단목천이 오행체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 할 때 차가운 기운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쩌엉-!
쩌저적-!
막았음에도 신체 일부를 순식간에 얼려 버리는 엄청난 빙공.
바로 은백광의 빙백신장이었다.
“북해빙궁도 이곳에 있었던가? 뭐 하는 곳이지?”
단목천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 갔다.
자꾸 벌레들이 여기저기서 기어 나와 자신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은백광을 향해 죽일 기세로 장력을 방출하는 단목천이었다.
“너는 죽어라!”
너울거리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손바닥 모양의 강기가 은백광을 향해 날아갔다.
기운의 크기를 보았을 때 은백광이 막기는 힘들었다.
쩌정-!
콰쾅-!
그런데 누군가가 난입하며 단목천의 장풍을 튕겨 내었다.
단목천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방해한 자를 노려보았다.
“그대는 또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