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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화 (193/200)

193화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닌 남자의 등장에 단목천이 긴장했다.

삼황이 아닌데도 저 정도 기운을 가진 자라니.

“세상 사람들이 천마라 부르는 사람이지.”

“천마? 마교의 교주 천마?”

전혀 상상도 못 한 존재의 등장에 단목천이 살짝 당황했다.

“마, 마교가 여기서 왜 나와? 여기 진짜 뭐 하는 곳이야?”

단목천이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상상도 못 한 상대가 나타나자 자신도 모르게 물러선 것이었다.

“운가장과는 아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지. 네놈을 잡아서 장주님께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아야겠다.”

구양진이 기세를 올리며 단목천의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단목천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크크크, 운가장과 인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네놈의 명이 결정되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리 말하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하하, 만만하게 느껴지니 이러는 것이지.”

단목천의 말에 구양진이 더는 참지 못하고 공격을 시작했다.

“혼이 나 봐야 정신을 차리는 부류군. 내 친히 네놈의 입에서 잘못했다는 말이 나오게 해 주지!”

구양진의 양손에 검은 마기가 가득 찼다.

“천마흑룡장(天魔黑龍掌)!”

검은 마기로 이루어진 용의 형상이 단목천을 향해 날아갔다.

단목천이 자신의 애검을 꺼내 들며 말했다.

“크크크. 마기라…… 나도 마기에는 일가견이 좀 있지.”

우우웅-!

“만천흑월검(滿天黑月劍)!”

단목천의 검에서 구양진과 똑같은 마기가 뿌려졌다.

쿠콰콰쾅-!

두 기운이 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을 일으켰다.

구양진이 당황했다.

“마기를 쓴다고? 어찌?”

“마기가 너희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단목천이 자신의 검을 횡으로 그었다.

“만천단월검(滿天斷月劍)!”

잠시 당황했던 구양진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형의 기운에 다급하게 대응했다.

“천마강기!”

쩌엉-!

“크윽! 이놈!”

예상보다 강한 충격에 구양진의 입에서 침음성이 나왔다.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은 모든 마의 정점인 천마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마기에 있어서는 자신이 최강이어야 했다.

구양진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해졌다.

“오냐! 보여 주마! 진정한 마(魔)를!”

“진정한 마라고? 크크큭. 오글거리는 소리를 아주 잘도 떠드는구나. 그래. 어디 보여 봐라.”

단목천이 능글거리며 답하자 구양진의 온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천마멸천(天魔滅天)!”

천마신공의 최후 초식이 단목천을 향해 전개되었다.

예상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는지 단목천은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만천유성검(滿天流星劍!”

단목천 또한 자신의 최후 초식을 전개하였다.

쩌저저저정-!

쿠콰콰콰쾅-!

사방에 휘몰아치는 기의 폭풍이 주변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구양진의 천마멸천을 소멸시킨 만천유성검의 잔재가 구양진을 향해 날아갔다.

구양진은 재빨리 천마강기로 막으려 했다.

그때 단목천의 이마에서 무언가가 번쩍거렸다.

“큭! 모, 몸이!”

그 빛을 본 구양진의 몸이 아주 잠깐 동안 멈춘 것이다.

퍼퍼퍽-!

“커헉!”

아주 잠시간의 빈틈이었지만 결과는 엄청났다.

쿠당탕탕-!

결국, 단목천의 공격에 적중된 구양진은 운가장 쪽으로 날아갔다.

“쿨럭!”

피를 한 움큼 내뱉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구양진에게 손문이 재빨리 달려가 자신의 활인기로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구양진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단목천을 바라보았다.

“그, 그게 무슨 기술이냐? 네놈이지? 나를 잠시 동안 못 움직이게 한 것이.”

구양진의 말에 이게 무슨 소린지 몰라 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단목천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큭! 죽일 수 있었는데 그래도 천마쯤 되니 아주 찰나 동안만 멈추게 할 수 있구나.”

“정녕 네놈이 멈추게 한 것이 맞단 말이냐?”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무슨 말이오? 멈추게 하다니?”

“이상한 기술을 쓰고 있소. 무공은 아닌데 몸을 움직일 수 없었소.”

“사술(邪術)인가?”

은백광의 말에 단목천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그래, 그렇지. 네놈들 눈에는 사술로 보이겠지. 알려 줘도 모를 것이다. 딱히 알려 줄 마음도 없고.”

그러면서 기세를 다시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일단 운가장이라는 곳을 폐허로 만들고 이야기하자꾸나.”

단목천의 말에 다들 최선을 다해 지키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상대는 삼황급 무인이었다.

거기에 이상한 기술까지 쓰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단목천의 손에서 거대한 광구가 피어올랐다.

저 새하얀 광구가 어디로 향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막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크크큭!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단목천의 손에서 떠난 광구가 운가장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장천과 울지랑, 여월이 광구를 막아 내기 위해 힘을 합쳐 내공을 방출했다.

빠지지직-!

세 사람의 힘이 담긴 내력으로도 광구가 날아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크으으윽! 아, 안 돼!”

“너, 너무 강하다!”

이를 악물고 힘을 내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을 무렵 구양진이 나섰다.

“천마일점강(天魔一點罡)!”

검은빛의 강기가 광구를 향해 날아왔다.

쩌엉-!

충돌과 함께 엄청난 소리가 들리며 광구는 다른 곳으로 튕겨 나갔다.

쿠와와와- 콰콰콰쾅-!

광구가 폭발하면서 불어오는 폭풍만으로도 운가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크으윽! 이런 엄청난 기운이라니!”

광구를 막기 위해 다급하게 힘을 끌어 올린 구양진은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무 급격하게 내력을 끌어 올리다 보니 기혈이 엉킨 것이다.

평상시의 그였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단목천과의 전투로 내상이 남아 있던 상태에서 단목천의 저 강한 힘을 막으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끌어 올리다 보니 무리가 간 것이다.

“쿨럭!”

각혈하며 고개를 숙이는 구양진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다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에 모든 시선이 단목천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크크큭! 설마 그게 막힐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웃으며 말하는 단목천의 손에는 아까보다 더 강력한 광구가 맺히고 있었다.

“어디 이것도 막아 봐라! 크크크, 이것을 막는다면 군소리 없이 오늘은 물러가 주지.”

단목천이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광구의 기운은 엄청났다.

다시금 단목천의 손에서 떠난 광구는 운가장을 향해 날아갔다.

다들 망연자실한 눈으로 운가장을 향해 날아가는 광구를 바라볼 뿐이었다.

“안 되지. 안 돼.”

모두가 손도 못 쓰고 허망하게 날아가는 광구를 바라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운가장을 향해 날아가던 광구는 어느새 공중에 멈춘 채로 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우리 애들을 저 지경으로 만든 것도 열받는데 집까지 부수려고?”

뒷짐을 진 채로 천천히 걸어오는 남자.

바로 천룡이었다.

능력을 각성하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느낀 것이 바로 운가장에 들이닥친 위험이었다.

오행체의 기운이 요동치는 것이 아주 생생하게 느껴진 것이다.

운가장에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한 천룡은 제자들에게 먼저 간다고 하고 다급하게 날아 온 것이었다.

다행히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도착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리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천룡의 등장에 좌절하던 수많은 사람의 표정이 일제히 환하게 펴졌다.

“주, 주군! 회, 회복하신 것입니까?”

장천의 물음에 천룡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보다 더 강해졌다. 그러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 감축드리옵니다! 주군!”

장천의 외침에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일제히 입을 모아 외쳤다.

“감축드리옵니다!”

그들의 뇌리에서 단목천과 침입자들은 머리에서 지워졌다.

한편, 단목천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었다.

단목천의 눈에는 보였다.

단목천은 천룡이 가진 말도 안 되는 거대한 기운을 느끼고 두려움에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저, 저게 사람이라고? 그, 그럴 리가 없다. 어, 어찌 인간이…….’

두려운 눈빛으로 뒷걸음질 치는 단목천이었다.

‘과, 과연 주군이 왜 호적수라 했는지 알 것 같구나. 내,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세상에 상대할 사람이 있고 피해야 할 사람이 있다.

천룡은 후자였다.

자신은 절대로 상대할 수 없는 초강자였다.

‘저런 자와 싸우라고? 그래서…… 자극하라고?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역시 우리를 전부 처단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군!’

단목천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작은 희망마저도 버려 버렸다.

생각을 마친 그는 재빨리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 가려고? 이 난리를 피워 놓고?”

당황한 단목천이 고개를 돌려 보니 천룡이 무서운 얼굴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이익! 삼안속박(三眼束縛)!”

단목천의 이마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조, 조심하십시오! 이상한 기술을 쓰는 놈입니다!”

구양진의 말에 천룡이 웃으며 말했다.

“이상하다고? 이 빛 때문인가?”

순식간에 단목천의 앞으로 이동한 천룡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빛이 나는 곳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콕-!

“끄아아아악!”

전혀 예상도 못 했던 행동에 제삼의 눈을 찔린 단목천은 이마를 감싸고 데굴데굴 굴렀다.

설마 그곳을 찌를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어라? 진짜 눈이었어? 미안하게…….”

말은 미안하다고 하는데 말투는 전혀 아니었다.

천룡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한 가지만 떠올랐다.

‘저건…… 알고 그러신 거다.’

‘알고 그러신 거네.’

‘저거 알고 계셨네.’

힘을 되찾고 다시 돌아온 천룡은 전과 달리 짓궂은 모습이 나왔다.

“이놈은 내가 맡을 테니 너희들은 저기 애들 처리해라.”

“네! 알겠습니다!”

천룡의 말에 사기충천한 운가장의 무인들은 환하게 웃으며 단목천이 데려온 무사들을 공격했다.

천룡은 데굴데굴 구르는 단목천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말했다.

“너…… 마진강 수하구나? 진강이가 보냈니?”

천룡의 말에 단목천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마를 감싼 채 두려운 눈빛으로 천룡을 바라봤다.

자신의 권능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아주 잠시간이라도 멈추게만 한다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

눈앞의 남자는 정말 강했다.

단목천은 마진강이 자신들에게 내린 명령을 상기하고는 그것을 써먹었다.

“그, 그렇습니다! 주, 주군께서 당신을 즐겁게 해 주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나를 즐겁게 하라고?”

“그렇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극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명령을 받아 이곳에 온 것입니다.”

단목천의 말이 거짓인지 유심히 바라보는 천룡이었다.

그의 말은 모두 진실이었기에 천룡은 눈치를 챌 수 없었다.

“진짜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천룡.

단목천은 그저 눈치만 살피며 속으로 간절히 빌고 있었다.

‘제발, 믿어라. 믿어!’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천룡이 말했다.

“사실인 거 같군. 그래도 우리 애들을 저리 만든 것은 용서할 수 없지.”

“네? 저, 저는…….”

단목천이 변명을 하려 했지만 늦었다.

따악-!

“끄아아아악!”

아까 찔렸던 삼안에 엄청난 충격이 재차 가해졌다.

천룡이 딱밤을 날린 것이다.

“끄아아악!”

다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엄살은. 이제 시작인데.”

잔인했다.

예전보다 더 잔인해졌다.

-주, 주군께서 저런 말투를 쓰셨던가?

-아니……. 무언가 변하신 것 같군.

사람들은 저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계속해서 단목천을 때리기 위해 접근을 하려 할 때, 갑자기 자신의 수하들의 눈빛이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응? 뭐지? 이 이질감은?’

천룡이 고개를 돌리자 운가장의 수하들이 자신을 향해 덤비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이지를 상실한 것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에 다들 깜짝 놀라 허둥댔다.

다른 이들도 아닌 운가장의 무인들이 천룡을 향해 돌진한 것이다.

천룡 역시 깜짝 놀라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무인들이 다치지 않게 제압했다.

한눈에 보아도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에 조심했다.

“뭐, 뭐야?”

자신의 수하들을 제압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단목천이 사라지고 없었다.

천룡이 재빨리 사방으로 기운을 퍼트려 사라진 단목천을 추적했지만,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이놈들 이상한 기술을 쓰네?”

천룡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방금 단목천이 쓰러져 있던 곳을 연신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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