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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화 (195/200)

195화

천룡이 조용히 광주라는 단어를 중얼거리자 무광이 물었다.

“어쩌실 거예요? 광주까지 쫓아가실 건지. 가신다고 하면 준비하고요.”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잡아, 말아?”

천룡의 질문에 셋은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당연히 잡아야죠! 하마터면 집을 날릴 뻔했는데! 거기에 우리 애들 다친 것에 대한 대가도 받아야죠!”

“맞습니다! 어휴, 진짜 그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합니다.”

“우리가 없는 틈을 노려서 올 정도면 정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겁니다. 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잡아야 할 이유가 있네요.”

“뭐?”

“황명을 이행하셔야죠. 황명!”

“아…….”

태성의 말에 천룡이 깜박했다는 표정으로 태성을 바라봤다.

“맞네! 아버지, 잡으러 가는 거로 결정이 난 것 같습니다. 나가서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들이니.”

“거기다가 이상한 술법까지 쓴다면서요. 사부, 어서 서두르시죠.”

세 사람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천룡을 재촉했다.

“그래. 일단은 황명도 있고, 궁금한 점도 있고 하니 잡으러 가자. 준비해라.”

“네!”

 * * *

광동성 광주 외곽에 거대한 전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황금천의 본거지였다.

그 앞에 은마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인가?

마현의 질문에 은마성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크크크, 맞군. 자! 그럼 이제 힘을 좀 써 볼까?

마현의 말에 은마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엔 내 힘으로 직접 하고 싶다.’

-오호! 크크크, 좋아. 그거 재밌겠다.

마현의 말에 대꾸 없이 황금천의 정문만을 응시하는 은마성이었다.

잠시 문 쪽을 바라보던 은마성은 자신의 주먹에 내공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주먹을 문 쪽으로 내질렀다.

퓨웅-!

콰쾅-!

은마성이 내지른 주먹에 단단해 보이던 문이 산산이 조각나며 박살이 났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서자,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한 무인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고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냐! 네놈은 누구냐!”

한 무사의 외침에 은마성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이곳 주인에게 볼일이 있는 사람. 그만 짖고 주인이나 데려와.”

자신들을 개에 비유하는 은마성의 말에 발끈한 무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곱게 말을 하진 않겠다는 것이군.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고 우리가 겁을 먹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만 떠들고 잡아!”

옆에 있던 무사의 말에 검을 뽑아 든 황금천의 무사들이 일제히 은마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은마성의 곁으로 제일 먼저 달려온 세 명의 무사가 은마성의 몸 주위를 포위하며 검을 찔러 갔다.

까가강-!

몸 안으로 파고들어야 할 검들이 무언가에 막힌 듯 쇳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헉!”

다급하게 검을 회수하고 다시 공격에 들어가려는 찰나에 은마성의 손이 세 명을 스치고 지나갔다.

퍼퍼퍽-!

뒤늦게 들려오는 타격 소리가 그들의 마지막을 알렸다.

쿠당탕탕-!

보이지 않는 속도로 제일 먼저 덤벼 들어간 세 명을 쳐 낸 은마성은 이윽고 몸을 날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수많은 무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막아! 적은 강하다! 방심하지 말고 전력으로 공격해라!”

은마성을 막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모든 내공을 끌어내 집중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은마성이 누구인가?

한때 전 무림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혈천교의 교주다.

이런 조무래기들이 아무리 힘을 합한다 해도 애초에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적들의 공격은 은마성에게 그 어떤 타격도 입히지 못했고 무사들 사이로 뛰어든 은마성의 살육이 시작되었다.

“야랑천격권(夜狼千擊拳)!”

은마성의 몸에서 수백 개의 손이 사방으로 뻗쳐 나가며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무인들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그것으로 인해 그곳에 있는 무인들의 피가 하늘 높이 솟구쳤고, 다시 땅으로 떨어지며 피의 비가 내렸다.

“만금충! 나와라!”

황금천의 마당을 시체 밭으로 만들고 사자후로 만금충을 부르는 은마성이었다.

갑작스러운 사자후에 다른 곳에서 짐을 싸고 있던 무인들이 우르르 정문 쪽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야! 적의 침입인가?”

“뭐, 뭐야!”

우르르 모여든 무인들은 광장이 피로 뒤덮여 있는 것을 목격하고 놀란 얼굴로 멈춰 섰다.

그리고 범인으로 보이는 은마성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은마성은 모든 이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음에도 무덤덤하게 자신이 찾는 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자신을 반겨 주었다.

“이게 누구야? 패배하고 도망간 은마성이 아닌가?”

그 말에 은마성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단목천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대도 이곳에 있었던가?”

“하하하! 그대? 그대라……. 많이 컸구나. 예전에는 내 앞에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놈이.”

“기억이 잘못되었나 보군. 그대와 나의 실력 차이는 미비했다. 단지 그대의 특이한 기술 때문에 좀 더 강할 뿐이지.”

은마성의 말에 단목천의 이마에서 핏줄이 솟아났다.

“네 말은 내가 쓰는 기술 때문에 조금 더 강하다는 것이냐? 네놈보다?”

“과거엔 그랬지. 지금은 아니다.”

“하하하, 그렇군.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군.”

단목천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자신의 신형을 은마성의 앞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보자고.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말이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은마성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단목천이었다.

은마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후웅-!

허공을 가르는 주먹에서 풍압이 일어나 주변을 먼지로 뒤덮었다.

“여전하군. 그 비겁한 공격은.”

과거 은마성은 단목천과 싸운 적이 있었다.

마진강이 저들만 싸고도는 것에 자신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자극했었다.

그에 단목천이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기습으로 공격하며 은마성을 쓰러뜨렸다.

은마성이 이건 무효라고 외쳤지만, 단목천이 비열하게 웃으며 방심하고 있던 네놈이 잘못이라며 쓰러진 자신을 마구 밟은 적이 있었다.

그때를 잠시 상기한 은마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단목천을 바라보았다.

“크크크, 네놈의 변명이야말로 여전하구나. 그래, 이번엔 피했으니 억울하지 않겠지?”

단목천의 말에 은마성의 미소가 점점 짙어지며 답했다.

“그래. 이제 내가 널 밟은 차례니까 억울한 것은 없지.”

“뭐?”

슈아앙-!

퍼억-!

“커억!”

사라지듯이 순식간에 이동한 은마성의 주먹이 단목천의 복부에 꽂혔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단목천의 눈엔 불신이 가득했다.

단목천은 허리가 앞으로 완전히 꺾긴 채 은마성의 무릎을 자신의 안면에 허용했다.

빠악-!

푸학-! 쿠당탕-!

피를 뿜으며 뒤로 넘어간 단목천.

재빨리 일어나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런 단목천의 뒤로 만금충이 보였다.

은마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크크, 두 놈 다 이곳에 있었구나.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수고를 덜었군.”

은마성의 말에 만금충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우리를 찾아다녀? 무슨 이유로?”

만금충의 말에 은마성이 말했다.

“크크크크, 내 목표가 네놈들. 군자회를 세상에서 없애는 것이다. 네놈들이 사라지면 내가 네놈들보다 더 쓸모 있는 자였다는 것이 증명이 될 테니 말이다.”

은마성의 말에 단목천이 말했다.

“건방지군. 잠시 방심해서 일격을 허용했지만, 그걸로 우리를 이길 거라고 착각을 하면 곤란하지.”

“거기에 우린 둘이다.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힘들지. 군자회가 그리 만만해 보이더냐?”

만금충까지 가세하며 동조하자 은마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하하하! 만만하지. 곽정과 태양궁도 세상에서 지웠는데 그보다 약한 네놈들 따위야 당연히 만만해야지.”

은마성의 말에 둘은 화들짝 놀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뭐, 뭐라고!”

“마, 말도 안 돼! 네, 네놈이?”

그런 둘을 뒤로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말을 하는 은마성이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태양궁이 멸문한 것을 알고 도망가려 했나 보군. 크크크, 겁쟁이들.”

단목천과 만금충은 지금 은마성이 말한 것으로 깨달았다.

정말로 은마성이 태양궁과 곽정을 없앤 장본인이라는 것을.

“저, 정말 네놈이? 어찌?”

단목천이 부들거리며 은마성을 가리키며 물었다.

“어찌라니? 당연히 내가 더 강하니 그런 것이 아닌가. 주군께서 항상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약육강식이라고.”

주군이라는 말에 둘은 더 당황했다.

지금까지 마진강이 범인이라 생각하고 자신들은 도망을 치려 한 것인데 커다란 오판이었다.

자신들의 주군인 마진강은 전혀 관계가 없었다.

‘마, 맙소사, 우리가 무슨 짓을…….’

‘주, 주군을 끝까지 믿었어야 했는데…….’

둘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표정을 보아하니 너희들도 나처럼 주군을 의심했구나. 하하하하하, 이거 동병상련이란 게 이런 것이군.”

은마성의 말에 뜨끔한 둘은 오히려 더욱 역정을 내었다.

“아니다! 네놈을 잡아서 주군에게 올리겠다!”

“나도 돕겠다! 지금은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니까!”

만금충의 말에 단목천 역시 평소와 다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은마성의 한 수에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권능으로 저놈을 옭아맬 테니 네가 최후 초식으로 공격해!

단목천의 전음에 만금충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가진 모든 내공을 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그 모습에 은마성이 피식 웃었다.

“그래. 너희들이 할 수 있는 발버둥은 다 해 보아라.”

은마성의 말에 단목천이 발끈하며 이마의 눈을 개방했다.

“건방진! 일단 제압하고 나서 두고 보자!”

지잉-! 번쩍-!

단목천의 이마에서 눈이 부신 빛이 은마성을 휩쓸고 지나갔다.

“지금이다! 공격해!”

단목천의 말에 만금충이 양손을 펼치며 은마성을 향해 자신의 최후 초식을 쏟아부었다.

“수라멸절(修羅滅絶)!”

거대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데도 무덤덤하게 서 있는 은마성을 바라본 단목천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권능이 통한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이제 잠시 후면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며 자신들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리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 살아 있는 것을 후회하게 해 주겠다!”

단목천이 광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쿠콰콰콰쾅-!

만금충의 수라멸절이 은마성을 덮치고, 그 충격파로 황금천의 수많은 무사가 날아갔다.

“크아아악!”

“으헉!”

쿠르르르르-!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전각이 무너져 내렸다.

충격파만으로도 이런 후폭풍을 일으킬 정도의 공격이었다.

“헉헉! 내, 내가 너무 온 힘을 다했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면 고, 곤란한데.”

만금충이 숨을 몰아쉬며 은마성이 있던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다. 다시 당당히 주군을 맞이할 수 있겠어.”

“도망을 안 가도 되니 그게 더 좋군.”

“크크, 곽정 그 친구 복수도 했으니 편안히 저승으로 가겠지.”

둘은 당연히 은마성이 자신들의 협공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여유만만하게 대화를 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 여유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 아직 안 죽었는데?”

단목천과 만금충이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은마성이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 어찌? 부, 분명히 내 기술에 걸렸었는데?”

단목천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은마성이 더욱더 환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권능을 말하는 것이냐? 안타깝군. 나에게 그것은 통하지 않는다.”

은마성의 말에 단목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그럴 리가 없다! 그, 그분이 주신 능력을 너, 너 따위가…….”

“너는 그분이 아니니까. 제대로 사용을 못 하는 것이지. 말이 길었군. 이제 그만 끝내자.”

은마성은 자신의 마기를 활짝 개방하며 온 세상에 뿌렸다.

막대한 기운의 마기를 느낀 둘은 그제야 확실하게 느꼈다.

“이, 이건! 태, 태양궁에 남아 있던…….”

“마, 맙소사! 저, 정말로 저놈이 범인이었던가. 그, 그보다 어찌 이런 마기를!”

마치 마진강을 목전에 둔 듯한 거대한 마기에 둘은 전의를 상실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 그들의 귀에 희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이거 참. 반가운 얼굴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구나.”

그곳에 모든 이들의 귀에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공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마진강이 환하게 웃으며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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