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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화 (196/200)

196화

마진강의 모습에 단목천과 만금충은 재빨리 엎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주, 주군을 뵈옵니다!”

“주군을 뵈옵니다!”

마진강은 그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놈들은 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 저놈은 또 왜 여기에 있고.”

마진강의 물음에 둘은 죄지은 표정으로 어버버 할 뿐이었다.

“그, 그것은…….”

“주, 주군. 그, 그것이…….”

그 모습이 수상했는지 마진강이 천천히 하강하면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뭐지? 나를 피하는 것 같은 이 행동은? 무언가 찔리는 짓을 한 것이로군. 그렇지?”

“아, 아닙니다.”

“저, 절대로 아닙니다!”

“되었다. 지금은 네놈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그리 말하고는 등을 돌려 은마성을 바라보았다.

“네놈도 오랜만이구나.”

마진강의 말에 은마성은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마진강을 바라보았다.

한때 자신의 전부였던 사람이다.

언제나 인정받기를 원했고, 저 입에서 칭찬이 나오길 원했었다.

그런데 이리 만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오냐. 네놈도 잘 지낸 모양이구나.”

“그렇습니다. 덕분에 강한 힘도 얻었지요.”

은마성의 말에 마진강이 고개를 끄덕이며 은마성을 바라보았다.

“그런 것 같군. 곽정의 권능을 흡수한 놈은 네 몸 안에 있는 그놈인가?”

마진강의 말에 은마성이 화들짝 놀랐다.

마현의 존재를 한 번에 알아낸 것이다.

“그, 그것을 어찌?”

은마성이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속에 있던 마현 역시 엄청나게 놀랐다.

-아니! 뭐야! 저 인간은? 뭐냐고!

‘나,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이 세계 최강자인 것은 확실하다.’

은마성이 다급하게 마진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 마현이 수긍한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런가? 그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군. 일단 네 놈의 힘으로 이기기 힘들다. 내가 나서겠다.

마현이 나서려 하자 은마성은 머뭇거렸다.

아직도 남아 있는 마진강에 대한 마음이 머뭇거리게 한 것이다.

-크크. 저자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내라. 저자를 내가 이기면 네가 이 세계 최강자가 되는 것이다. 그 후에 우리 둘이 이곳의 모든 음식을 섭렵하는 거다!

이 와중에도 농을 건네는 마현이었다.

그 말에 긴장이 좀 풀렸는지 피식 웃는 은마성이었다.

그 모습에 마진강이 말했다.

“강해지긴 했군. 담력이 말이야. 내 앞에서 그따위 미소를 짓다니.”

마진강의 말에 은마성이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인격이 당신을 상대할 것입니다. 부디 최선을 다하시길.”

“하하하, 뭐라?”

마진강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눈을 감는 은마성이었다.

다시 눈을 뜬 은마성의 동공은 온통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기괴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현의 등장이었다.

“크크크크, 역시 현신하는 것이 가장 기분이 좋군.”

잠시 숨을 크게 들이켜며 심호흡을 하는 마현이었다.

그러고는 마진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놈은 상대할 맛이 나겠군. 전에 곽정이라는 놈은 영 부실해서 재미가 없었거든.”

마현의 말에도 마진강은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는 듯 반응이 없었다.

“크크크, 겁을 먹은 것이냐? 그러면 실망인데?”

단목천과 만금충 역시 마진강이 움직임이 없자 당황했다.

“주, 주군.”

“괘, 괜찮으십니까?”

둘의 말에 그제야 반응을 하는 마진강이었다.

“어? 아! 어디선가 많이 느껴 본 기운이라.”

마진강의 말에 단목천과 만금충은 동시에 속으로 외쳤다.

‘주군요! 주군이 풍기는 기운하고 똑같다고요!’

속으로만 생각했다.

지금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짓을 하면 안 되었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진강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마진강을 향해 마현이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금방 편하게 해 주마! 크크크, 그리 겁먹지 않아도 된다.”

마현은 공중에 검은색 마기로 만든 창을 마진강에게 뿌렸다.

마진강은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오는 검은 창들을 피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맞아 버렸다.

“뭐야? 이렇게 싱겁다고? 이러면 안 되지! 기대했는데!”

마현이 버럭 화를 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일단 상대방의 힘을 보기 위해 가볍게 공격을 했는데 피하지도 않고 그것을 전부 맞은 것이다.

온몸을 꿰뚫렸으니 이제 곧 쓰러져서 숨을 거둘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진강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기괴하여 마현마저 움찔하게 했다.

“뭐, 뭐야? 미친 건가?”

마현의 말에 마진강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크크크크, 기억이 났다.”

마진강의 입이 열리면서 동시에 그의 몸에 박혀 있던 마기로 만든 창들이 소멸했다.

마진강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그의 구멍이 난 옷만이 그곳에 마현이 던진 마기의 창이 박혔었다는 것을 보여 줄 뿐이었다.

“내, 내 마기를 흡수한다고? 그, 그럴 리가! 내 마기는 이곳의 마기와 다른 마기다! 흡수할 리가 없어!”

마현이 크게 당황한 모습으로 외쳤다.

“크크크, 그렇지. 네놈의 마기를 이곳의 사람이라면 흡수할 수 없겠지. 하지만 나는 다르지.”

“뭐?”

“네놈과 같은 곳에서 왔으니까.”

“……!”

마현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위해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네, 네놈은 누구냐?”

“오랜만이구나. 나를 이곳으로 보내고 그동안 잘 지냈느냐? 크크크크, 정말로 보고 싶었다.”

마진강의 말에 마현의 동공이 점차 커져 갔다.

“마, 말도 안…… 돼. 그, 그가 여기에 있을 리 어, 없어…….”

마현의 표정이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점차 변해 갔다.

“있을 리 없다니? 너희가 보냈잖아. 네놈들 여섯 놈이 합심해서 나를! 이곳에.”

마진강이 마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말하자, 마현은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며 고개를 격렬하게 저었다.

“아, 아니야! 그, 그일 리가 없어! 네, 네놈은 그가 아니다!”

마현은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계속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말에 마현은 경악을 하며 도망가려 했다.

“뭘 그리 놀라워하는가. 라자르여.”

마진강의 입에서 나온 이상한 이름.

그 이름에 마현의 눈은 찢어질 듯이 커졌다.

“오랜만이다, 크크크크. 이곳에서 너를 만나니 더더욱 반갑구나.”

“아, 아니야! 이것은 현실이 아니야!”

마현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자신의 앞으로 이동한 마진강에게 막히고 말았다.

마현은 떨리는 동공으로 연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나는…….”

“크크크, 일단 좀 맞자. 내가 그동안 쌓인 게 많아서…….”

“자, 잠까…….”

퍼억-!

“커헉!”

“이 고통, 기억나지?”

고통스러워하는 마현의 귓가에 나직하게 소곤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너무 큰 고통에 반응이 없자 마진강이 말했다.

“기억이 안 난다고? 저런. 그럼 기억이 나도록 이제 시작하지.”

그 말에 마현이 고개를 흔들려고 했으나 늦었다.

마진강의 주먹이 수십 개의 잔상을 남기며, 마현의 온몸으로 꽂히면서 몸에 주먹 모양의 흔적을 남겼다.

퍼퍼퍼퍽-!

“꾸에에엑!”

한 방, 한 방이 극한의 고통을 불러오고 있었다.

마진강은 주먹을 휘두르며 계속 말을 했다.

“정말 반갑다. 크크크. 이곳에서 네놈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

퍼퍼퍽-!

“네놈도 나처럼 쫓겨 온 것이냐? 아니면…….”

털썩-!

“쿨럭쿨럭!”

바닥에 쓰러진 마현은 고통스럽게 꿈틀거리며 연신 피를 토했다.

마진강이 주먹을 멈춘 것은 그가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마현이 사라지고 은마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극한의 고통을 못 이기고 은마성의 영혼과 바꾼 것이다.

“숨었어? 하하하, 이거 참.”

마진강의 말에 은마성이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주, 주군. 부, 부디 용서를…….”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의 사람들과 단목천, 만금충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자신들이 어쩌지 못할 정도의 강자가 되어 나타난 은마성이었다.

그런 은마성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저, 절대로 주군을 떠나려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된다.

-마, 맞네. 자, 자네도 입을 조심하게.

둘이 전음을 주고받고 있을 때 마진강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들을 바라봤다.

마진강이 자신들을 쳐다보자 재빨리 입을 다물고 부동자세로 섰다.

“허어, 나를 버리고 도망가려 했어? 정말?”

마진강의 말에 둘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자신도 모르는 표정이 나온다더니 사실이었다.

“표정을 보니 맞군.”

마진강의 말에 둘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아, 아닙니다! 주, 주군! 오해십니다!”

“저, 정말로 아닙니다! 주군!”

둘의 말에 마진강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이따가 얘기하자. 그리고 조용히 입 닥치고 있어라. 자꾸 신경 쓰이게 전음도 보내지 말고. 다 들리니까.”

“헙!”

전음이 들린다는 말에 둘의 표정은 점점 죽어 갔다.

자신들의 말을 들은 것이 확실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마진강은 다시 시선을 은마성에게 돌렸다.

“어찌 된 일인지 자세히 말해라.”

나직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절대적인 힘은 은마성이 거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그게…… 혀, 혈천교가 무너지고 살길을 찾아 밀교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은마성의 입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마진강은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리로 오게 된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은마성의 말에 마진강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서 그놈이 네 안으로 들어갔다? 밀교 놈들이 그놈을 소환했고?”

“그, 그렇습니다!”

“소환한 이유가 제석천이라는 자를 세상에 불러오기 위함이라 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은마성의 말에 마진강은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웃으며 말했다.

“크크크크. 멍청한 놈들. 자기들이 찾는 제석천은 이미 세상에 내려와 있거늘. 크크크. 아무튼, 재미난 이야기네. 이쪽 세상에서도 다른 세상의 존재를 소환할 능력이 있다는 소리니까.”

마진강은 쪼그려 앉으며 바닥에 있는 은마성과 눈을 마주쳤다.

“그래. 그동안 고생했다. 네놈은 이제 푹 쉬어라.”

“네?”

은마성의 반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머리를 잡았다.

“어차피 네 안에 있는 놈에게 머지않아 흡수될 것이다. 그러면 너는 영원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지. 그전에 편하게 해 주지.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주, 주군! 그, 그게 무슨!”

은마성이 마진강의 손을 뿌리치려 그의 손목을 잡았지만, 손을 뿌리치기엔 은마성은 너무 약했다.

“끄아아아악!”

은마성의 입에서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괴성이 흘러나왔다.

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온몸에 땀이 흐르고 자신들이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고생했다. 마성아, 쉬어라.”

푸슉-!

무언가 바람이 새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며 은마성의 몸이 흐물흐물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런 은마성의 몸을 보며 중얼거리는 마진강.

“인제 그만 나오지? 그 몸 안에 있는 영혼은 너 하나니까. 지금 나오지 않으면 아주 소멸시켜 버린다?”

마진강의 말에 마현이 다급하게 은마성의 몸을 장악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나, 나왔어! 나왔다고! 그, 그러니 제발…….”

마현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싹싹 빌었다.

‘미친! 하필이면 이 자식이 있는 세상으로 소환이 되다니! 재수도 없지! 빌어먹을!’

연신 속으로 욕을 하며 겉으로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마현이었다.

“다른 놈들은? 너 혼자 온 거냐?”

“나 혼자다! 나 혼자 왔어! 다른 놈들은 그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마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는 마진강이었다.

“일단은 여기가 어수선하니 정리를 좀 하고 대화를 나누자.”

“그, 그래. 이제 그만 때, 때릴 거지?”

“크크크. 그래도 잘못한 것은 알고 있나 보다?”

“나, 나는 너희들 중에 힘이 가장 약하다. 나머지 애들의 강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 동조한 거다. 저, 정말이다.”

“그건 차차 얘기하자니까? 자꾸 두 번 말하게 할래?”

마진강이 정색을 하며 말하자, 마현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마현을 뒤로하고 단목천과 만금충을 불렀다.

“네놈들에 대한 죄는 나중에 묻겠다. 일단 내가 쉴 곳을 마련하라.”

“추, 충!”

“충!”

마진강의 말에 둘은 서둘러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만금충의 안내를 받아 마현을 데리고 이동하는 마진강이었다.

그 뒤를 단목천과 만금충이 축 처진 채로 졸졸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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