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7화 (197/200)

197화

 * * *

황금천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마진강은 마현을 앉히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자, 이제 말해 봐. 도대체 왜 날 이곳으로 보낸 것인지.”

마진강의 물음에 마현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심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너 때문이다.”

“뭐? 나 때문이라고?”

“그렇다! 우리가 너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바로 너의 그 싸움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고!”

마현은 과거 생각에 열이 올랐는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하! 그게 변명이냐? 명색이 마왕이라는 것들이 겨우 그게 문제였다고? 그런 나약한 말을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냐?”

“겨우? ‘겨우’라고 했어? 네가 우리한테 한 짓을 생각해 봐! 그게 ‘겨우’라고? 하루가 멀다 않고 쳐들어와서 싸우자고 했잖아. 우리 중에 멀쩡한 놈이 없었어! 네가 언제 쳐들어와서 싸우자고 할지 항상 조마조마하며 지내야 했다! 나약하다고? 너로서나 나약하지! 다른 곳에 가면 공포의 대명사다!”

마현의 말에 마진강은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 얼굴로 물었다.

“너희는 마왕이다. 마계의 일곱 지역을 통치하는 마왕. 당연히 수련을 게을리 해선 안 되지. 나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수련? 그것도 상대가 되는 사람에게 통하는 말이다! 너는 우리가 전부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존재잖아! 툭하면 쳐들어와서 대련을 핑계로 두들겨 팼잖아! 오죽하면 마계에서 너를 대마왕이라고 부르겠냐!”

마현이 울분에 가득한 얼굴로 씩씩거리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다시 분통이 터졌나 보다.

“우리가 누누이 말했잖아! 심심하면 인간계로 눈을 돌려 보라고! 인간계로 통하는 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들어 주겠다고! 그런데 넌 뭐라고 그랬어.”

“흥! 그딴 약한 놈들 따위…….”

“그래! 그거다! 인간은 약하지 않다! 너 그거 편견이야! 과거에 선조들이 인간들과의 전쟁에서 지고 물러난 것을 모른단 말이야?”

“그딴 거 몰라! 그래도 인간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인간이 강하…… 어? 인정한다고? 정말? 왜? 갑자기?”

마현의 말에 마진강이 대답은 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인간에게 크게 데였냐? 하긴 네놈 부하라는 놈도 제법 하더라.”

“너는 모른다. 크크크.”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마진강이었다.

“그나저나 이곳에 소환이 되었다면 돌아가는 방법도 알겠지? 알고 있으니 소환에 응한 것 아닌가?”

마진강의 말에 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냐?”

“방법은 있는데 시간이 좀 걸려. 일단 마법진을 짜야 하고 그 마법진에 기운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지. 대략 이백 년쯤? 그 정도면 다시 돌아갈 힘이 충분히 축적되지.”

“뭐? 몇 년?”

“이백 년?”

“그렇게 오래?”

“에이, 이백 년이 뭐 오래야. 보통 인간계로 유희를 하러 가면 그 정도는 하고 오는구먼. 우리 수명에 비하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지.”

마현의 말에 마진강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너무 오래 걸려. 그냥 내가 하려는 방법으로 실행해야겠군.”

“방법이 있어?”

“그렇다. 이곳에서 열심히 찾았지.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다, 다시? 왜? 보아하니 이곳에서 자리도 잡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마현의 말에 마진강의 눈이 시커멓게 변했다.

그가 정말로 분노했을 때 나오는 현상이었다.

“몰라서 묻나?”

“아, 아니. 그냥 모르고 말래.”

마현이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말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 감정이 격해져서 눈앞의 상대가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지 까먹고 있었다.

“크크크. 너는 운이 좋다. 그나마 마계에서 나에게 잘해 줬고, 반강제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진짜인 것 같고 해서 내가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마진강의 몸에서 거대한 마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몇 대 맞는 거로는 안 끝나지.”

그 모습에 마현이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미친! 이곳에서 뭘 처먹었길래 더 강해졌냐? 다른 놈들 이제 죽었네.’

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때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궁금증이 생길 때 밖에서 나는 큰 소리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침입이다! 모두 정문 쪽으로 모여라!”

“젠장! 또?”

“이번엔 또 누구래! 얼마 전의 그 괴물 같은 놈들은 아니겠지?”

“그런 괴물들이 흔한 줄 알아?”

마진강이 다 듣고 있는 것을 알 리 없는 무사들이 투덜거리며 달려가고 있었다.

“크크, 나가자. 아무래도 재미난 일이 벌어진 것 같구나.”

마진강의 말에 마현도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한 무리의 무인들을 황금천의 무인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단목천과 만금충 역시 기세를 끌어 올리며 일전을 준비하다가 마진강을 발견했다.

곧바로 기세를 거두고 마진강의 앞으로 달려와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그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한 곳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마진강의 눈에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천룡이 온 것이다.

천룡 역시 마진강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 있던 마현은 천룡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지 흥분한 채로 말했다.

“내가 나서도 될까? 저놈들 나름 재밌겠는데?”

싸울 생각에 신나 하는 모습을 보고, 마진강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놈이 왜 나를 피해 다녔냐?”

그 말에 마현이 시무룩해하며 말했다.

“난 내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좋아하는 거야. 질 게 뻔한 싸움 말고.”

“그렇군. 그럼 한번 나서 봐라. 크크.”

“정말? 크크크, 알았다. 너는 이곳에서 쉬어라. 내가 깔끔하게 처리하고 오마.”

“기대하지, 크크.”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마현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마진강이었다.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수상하게 생각했다면 앞으로 벌어진 재앙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애석하게도 마현은 그러지 못했다.

마진강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천룡을 향해 몸을 날리는 마현이었다.

“크크크크! 내 공격을 받아라!”

마현은 거대한 마기를 끌어 올린 뒤에 천룡을 향해 날렸다.

마기로 만들어진 검은색 창들이 일제히 천룡을 향해 날아가자 무광이 앞으로 나서서 그것들을 모조리 쳐 냈다.

푸파파파팡-!

“오호?”

그 모습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무광을 바라보는 마현이었다.

“이놈이! 살려 줬더니 은혜를 이따위로 갚느냐!”

무광의 말에 마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 말인가? 나를 아는가?”

“은마성! 무슨 소리냐!”

무광의 말에 마현이 웃으며 말했다.

“아, 은마성 그놈은 세상에 없다. 나는 마현이다. 크크크. 네놈도 좀 하는구나.”

“뭔 개소리야? 내 눈앞에 있는데 세상에 없다니!”

“설명하자면 길다. 그냥 너도 그놈 따라 보내 줄 테니 가서 물어보거라!”

후웅-!

마현의 몸에서 거대한 마기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무광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이 아는 은마성의 기운이 아니었다.

“크크크. 모두 다 죽…….”

퍼억-!

말을 하다 말고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복부의 충격에 마현이 놀란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미소를 짓고 있는 천룡이 있었다.

“반가운 친구가 앞에 있어서 말이야. 너랑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

“끄으윽! 이, 인간이…… 어찌 이런……. 쿨럭!”

검은색 피를 한 움큼 각혈하며 뒤로 날아가는 마현이었다.

쿠당탕탕-!

“크윽! 비겁하게 기습을 하다니.”

마현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천룡을 노려보았다.

다시금 덤비려 할 때 마진강이 나섰다.

“그만.”

“뭘 그만이야! 나 맞은 거 안 보여? 피까지 흘렸다고!”

씩씩거리며 마진강의 말을 무시하고 공격을 개시하려 했다.

“거기서 한 발만 더 나서면 나랑 싸우겠다는 소리로 간주하지.”

그 말에 얼음이 된 듯이 순식간에 뛰쳐나가던 자세 그대로 멈춰 버린 마현이었다.

“네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러니 닥치고 가만히 좀 있어.”

“뭐라고? 이, 인간인데? 내가 이길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크크크. 나도 이기지 못한 인간인데 네놈이?”

마진강의 말에 마현은 정말로 경악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제일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거, 거짓말…… 그,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고?”

마진강이 답변을 하려 할 때 천룡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에 있었네? 걔들은 다 네 부하?”

천룡의 말에 마진강이 마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 미안하군. 자네를 앞에 두고 다른 곳에 정신을 팔다니.”

“괜찮아. 친구끼리 뭐 그 정도는 이해해야지.”

“하하하, 그렇군. 우린 친구였지.”

“그래도 제법 강하네. 나는 기절시킬 요량으로 주먹을 날린 건데. 그걸 버티고 반격까지 하려 하다니.”

“크크크, 그렇지. 제법 강하지.”

마진강의 말에 마현의 눈은 찢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에다가 자신밖에 모르는 저 이기적인 놈에게 친구라니.

거기에 그 친구가 마족도 아니고 인간이었다.

“미, 미친! 이, 이걸 믿으라고?”

마현뿐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경악을 한 채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하지만 마현처럼 경악하는 소리는 내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입을 막은 채 참고 있었다.

“저자는 왜 우리는 못 알아보지?”

천룡이 마현을 바라보며 묻자, 마진강이 답했다.

“다른 이의 영혼이 몸을 잠식했다고 하면 믿을까?”

마진강의 말에 무광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은마성을 자신의 호적수로 여겼는데, 마진강의 말뜻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가 저자의 몸을 차지했다고? 그게…… 가능하군.”

천룡은 믿지 않으려다가 유가연의 경우를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두면 영원히 고통 속에 살아야 했기에 내가 편히 보내 주었다. 내 부하이기도 했고.”

마진강의 말을 들은 천룡은 앞에서 부르르 떠는 무광을 잠시 토닥인 후에 앞으로 나섰다.

일단은 이곳에 온 목적부터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천룡은 단목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친구를 좀 데려가야 하는데 허락해 주겠나?”

“무슨 일인가?”

“아, 황명이라서. 내가 이래 봬도 이 나라 상국이거든.”

천룡의 말에 마진강은 잠시 단목천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주, 주군!”

단목천의 외침에 마진강이 웃으며 말했다.

“왜? 너희는 날 버리려 했는데 나는 그러면 안 되느냐?”

“그, 그것은…….”

천룡은 단목천에게 순식간에 달려가, 그의 점혈을 짚은 후에 재웠다.

“그것이 여기 온 볼일의 전부인가?”

기절한 단목천을 무광에게 넘기고는 마진강을 바라보았다.

“이게 목적이었는데……. 자네를 보니 목적을 바꾸어야겠군.”

천룡이 기세를 풀었다.

고오오오-!

아주 조금 개방을 했음에도 마현은 그 기운을 느끼곤 경악을 했다.

“이, 인간이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인간이?”

마현의 말대로 마진강 역시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크크. 대단하지? 내 갈증을 해소해 줄 인간이다.”

마진강의 말에 마현이 그럴 수 있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진강 역시 흥분되는 마음을 드러내며 마기를 개방하려 했다.

그때 천룡이 기세를 풀며 말했다.

“싸우기 전에 널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은데, 가겠나?”

“뭐?”

“왠지…… 이게 마지막 싸움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 자네를 내 집에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네.”

천룡의 말에 마진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크크크. 처음이네, 친구의 초청은.”

마진강의 말에 천룡 역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천룡의 초청에 운가장에 온 마진강은 자신을 노려보는 다섯 명을 보았다.

그들은 오행체였다.

마진강은 운가장에 모여 있는 오행체를 보며 웃었다.

“어디에 있나 했더니 여기에 다 모여 있었구나.”

마진강이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이들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오행체를 원하는 눈빛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긴장을 하며 경계를 했다.

그 모습에 마진강이 부드러운 미소로 말했다.

“너무 겁먹지 말아라. 너희들을 어찌할 마음은 없으니.”

마진강의 말에 천룡이 물었다.

“저 아이들이 왜 필요한 거지?”

“내 고향으로 가기 위해선 저들이 필요하다.”

“고향?”

“응. 나도 고향이 있다.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어.”

“이 아이들이 너를 고향으로 보내 줄 수 있다고?”

천룡의 물음에 마진강이 무언가를 던지며 말했다.

“거기에 자세히 적혀 있다. 그거 얻는다고 정말 고생 많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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