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마진강이 던진 두루마기를 펼친 천룡.
그 안에는 오행체에 대해 서술되어 있었다.
-하늘에서 제석천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지상에 내려올 때 제석천을 보좌할 이들 역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을 일컬어 오행체라 부른다. 화, 수, 목, 금, 토의 기운을 가진 이들은 제석천의 세상 정화를 돕기도 하지만 다른 쪽으론 제석천이 폭주를 할 경우 그를 천상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를 세상에선 잘못 알려져 오행체가 세상을 지키기 위해 내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행체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는 두루마기.
-제석천이 지니고 있는 하늘의 신물을 바닥에 두고, 각성한 오행체의 힘을 그 신물에 집중하면 천상으로 통하는 공간이 생긴다. 제석천 자체가 하늘의 몸이기 때문에 그에게 힘을 집중하면 그로 인해 생긴 공간으로 제석천이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것이 어디서 났지?”
“우길이라는 사람에게 얻었지.”
“우길?”
“크크. 자칭 선인이라던데 나도 잘 모르겠군. 아무튼, 그가 알려 준 방법에 따르면 내가 가진 고향의 물건에 오행체의 힘을 집중하면 돌아가는 공간이 열릴 것이라더군. 덕분에 나는 수백 년을 오행체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
“그랬군.”
“가기 전에 너와 승부를 내고 가야겠지.”
마진강이 기세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천룡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엄청나게 강해졌는데……. 괜찮겠나?”
그 말에 마진강이 엄청나게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역시! 자네는 최고야! 하하하, 내가 정말 자네 때문에 고향으로 갈까 말까를 고민했었지. 어차피 가 봐야 내 상대가 되는 놈들도 없는데 이곳에 뿌리를 박고 자네와 평생 이렇게 대결하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
“그거 좋은 생각이네. 고향으로 가서 해야 할 일이 뭐지?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이곳에 있어도 돼.”
천룡의 말에 마진강이 웃으며 말했다.
“크크크, 나도 그러고 싶지만 내 성격상 당하고는 못 살아서 말이지. 다시 오지 못한다 해도 일단은 가서 내 뒤통수를 친 놈들에게 복수해야겠어.”
그러면서 자신의 옆에 있는 마현을 잡아당겼다.
“이놈 몸 안에 있는 녀석도 그중 하나고.”
마진강이 으르렁거리며 노려보자 마현의 표정이 죽어 갔다.
“복수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크크크, 자네와 마지막 전투일세.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갈 것이야.”
“심하게 다쳐서 못 갈 수도 있는데?”
천룡의 말에 마진강이 다시 웃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고. 뭐 당장 못 가더라도 저놈들이 어디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면서 주변에 있는 오행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그런 걱정하지 말고 있는 힘을 다해라.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니까.”
“하하하, 알았네. 자네가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지.”
천룡이 뒷짐을 풀며 말했다.
“다들 최대한 멀리 떨어져. 이제부터 나는 전력을 다할 것이니.”
천룡의 말에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최대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시야에서 아이들이 사라지자 천룡이 자신의 기세를 개방했다.
화아아아악-!
천룡의 온몸에서 거대한 기세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강한지 천룡의 주변 풍경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현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로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로 마진강이 말한 대로 그의 호적수가 맞았다.
한편 마진강은 천룡의 모습에 매우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크크크, 역시 너는 절대로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어.”
“네가 원하던 힘이 이거였나?”
“그렇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하하하, 제석천이라 불리는 그 힘. 그 힘을 진정으로 느껴 보고 싶었다.”
“이제 실컷 느낄 수 있겠군. 그만 떠들고 시작하자.”
“크크크. 좋지!”
마진강이 손을 까닥거렸다.
“양보해 주니 먼저 가지.”
후웅-!
천룡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앙-!
마진강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천룡의 주먹을 가볍게 쳐 냈다.
천룡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 지으며 자신의 거리를 벌리며 진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만뢰!”
순식간에 모여든 구름에서 뇌전들이 뿌려졌다.
그동안의 만뢰와 다른 점은 지상의 모든 곳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마진강에게 집중되어서 뿌려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뇌전들이 소용돌이처럼 뭉치더니 거대한 기둥처럼 변했다.
그렇게 생성된 거대한 뇌전의 기둥이 마진강을 덮쳤다.
“으그그그그!”
뇌전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마진강.
그의 입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크으윽! 퍼펙트배리어!”
마진강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거대한 보호막을 전개했다.
“후아! 대단하군! 예전의 만뢰를 생각하고 맞았는데 차원이 다르군.”
마진강이 자신의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비산되는 만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천룡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인가? 자네 세상의 기술이?”
천룡의 말에 마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무리 무공을 익힌다 해도 내 원래 기술은 능가하지 못하더군. 두 번의 싸움에선 중원의 무공을 사용했으니 이번은 내 진짜 기술로 상대해 주지.”
“좋네! 새로운 무공이라…… 기대되는군.”
“크크크크. 무공이 아니네. 마법이라는 공부일세.”
“마법?”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했나? 보여 주지.”
마진강이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라이트닝 레인!”
천룡이 사용했던 기술처럼 하늘에 거대한 뇌전이 형성되었다.
“너도 한번 맞아 봐라! 얼마나 아픈지!”
빠지지직-!
천룡을 향해서 뿌려지는 뇌전들.
그 모습에 천룡이 웃으며 말했다.
“흡결천신공(吸結天神功)!”
천룡의 머리 위로 검은 구체가 생성되더니 자신을 향해서 뿌려지는 뇌전들이 그 구체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건?”
마진강이 처음으로 당황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무공이었다.
“이익!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ning)!”
더 굵고 강한 뇌전이 천룡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천룡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검은 구체를 이기진 못하고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에 마진강이 버럭 화를 냈다.
“그만 빨아먹어! 그건 도대체 무슨 기술이냐?”
“깨달음의 산물이랄까?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을 무공으로 만든 거라고 하면 이해가 가려나?”
“세상을 포용? 그런 것치곤 생긴 게 우리 쪽인데?”
마진강의 말대로였다.
천룡이 사용하는 기술은 암흑 그 자체였다.
정말로 세상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았다.
“내공이든 마력이든 모두 다 빨아먹는다는 거지? 오냐! 그렇다면!”
마진강의 몸이 순식간에 이동하여 천룡의 앞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타격은 흡수하지 못하겠지!”
마진강의 주먹이 천룡의 얼굴을 향해 파공음을 내며 날아갔다.
보이지도 않는 재빠른 속도로 그것을 쳐 내며 마진강의 복부 쪽으로 자신의 무릎을 날리는 천룡이었다.
파파파파팍-!
순식간에 수십 합을 주고받은 둘이었다.
단순한 타격 공방이었음에도 주변의 모든 대지가 갈라지고 있었다.
쩌쩌쩍-!
쿠쿠쿵-!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맙소사! 저게 인간의 전투란 말이야?”
“주먹을 주고받을 뿐인데, 지형이 바뀌고 있어요.”
“부딪힐 때마다 오는 충격파는 어떻고요. 저 충격파만으로도 근처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네요.”
천룡이 없었다면 어찌할 뻔했을까.
중원은 그야말로 저자의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저런 힘을 가진 이를 어찌 인간이 막는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천룡에게 그 어떤 타격도 입히지 못한 마진강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한 대 맞고 시작했는데, 한 대도 못 때리니 정말 짜증이 나는군.”
“그러니 피했어야지. 그걸 미련하게 맞고 있었나.”
“크크. 그건 맞는 말이군. 이제부터 강하게 갈 것이네.”
마진강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솟아올랐다.
“디모닉 어스퀘이크(Demonic Earthquake)!”
쿠쿠쿠쿠쿠쿵-!
“설마 땅을 흡수하진 않겠지!”
땅을 향해 무언가를 외치자 온 대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쩌저쩍-!
사방에서 땅이 갈라지며 지면이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에 놀란 천룡이 재빨리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마진강이 웃으며 외쳤다.
“볼케이노 오브 데스(Volcano of Death)!”
갈라진 땅 사이에서 시뻘건 용암들이 천룡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모양새가 마치 거대한 붉은 뱀처럼 보였다.
수백 마리의 붉은 뱀이 천룡을 놓칠세라 쫓아가는 모양이었다.
천룡이 다급하게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마진강은 그런 천룡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하늘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윈드 퍼니쉬먼트(Wind Punishment).”
자신이 피하는 방향으로 무언가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왔다.
지면은 울렁거리고 있었고, 자신을 쫓아오는 시뻘건 용암들과 하늘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들.
“무상천강기(無上天罡氣)!”
천룡 역시 강기로 자신의 몸을 둘러싸며 마진강의 공격을 막았다.
쩌저저저쩡-!
강기막을 두드리는 용암과 바람의 칼날들이 엄청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힘에 천룡이 혀를 내둘렀다.
“우와!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군.”
그런 천룡의 모습에 마진강이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이번 대결에서 처음으로 천룡을 당황하게 한 것이다.
“크크크, 처음이다. 네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은.”
“그랬나? 대단하군. 솔직히 당황스러웠네.”
천룡의 인정에 마진강의 웃음이 더욱더 짙어졌다.
지상은 어느새 안정을 되찾고 요동치던 것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러지 말고 각자 최후의 초식으로 승부를 보세. 이러다간 끝이 없겠어.”
“그러지. 좋은 생각이야!”
둘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기운을 끌어 올렸다.
“메테오 스톰(Metheo Storm)!”
마진강이 무언가를 하긴 했는데 아무런 현상이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에 천룡은 경악했다.
하늘에서 운석들이 비처럼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미친! 뭐야!”
천룡의 입에서 처음으로 거친 말이 나왔다.
“크하하하! 내가 가진 기술 중에 가장 파괴력이 큰 기술이다.”
이건 파괴력이고 자시고 이 지역이 통째로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일섬폭광무(一殲爆光武)!”
천룡이 하늘을 향해 수십 개의 빛줄기를 쏘아 보냈다.
하늘의 운석에 초집중하고 있을 때 마진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집중하게 둘 것 같으냐?”
마진강이 손을 위아래로 겹치며 용의 입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자 손안에서 붉은 광채가 뿜어 나왔다.
“이것도 막아 봐라! 데스 브레스(Death Breath)!”
용의 입 모양을 한 손이 활짝 벌려지며 천룡을 향해 거대한 빛줄기가 쏘아졌다.
천룡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운석들을 막다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기운에 고개를 돌렸다.
그때 천룡의 몸에서 또 다른 천룡이 튀어나왔다.
무극분신강이었다.
천룡의 분신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빛줄기를 그대로 갈라 버렸다.
그리고 마진강을 향해 돌진했다.
마진강은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천룡의 분신이 마진강의 코앞까지 온 것이다.
“이익!”
마진강이 천룡의 분신을 밀어내려 할 때 분신이 거대한 빛을 뿜어냈다.
쯔앙-!
기괴한 소리와 함께 분신이 폭발했다.
쿠오오오오-!
분신이 폭발한 곳에선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이 피어올랐다.
이윽고 공기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지며 파동이 지나간 곳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반경 수십 장에 달하는 공간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 안에 마진강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천룡은 땅으로 떨어지던 운석들을 모조리 갈라 버리고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크크큭. 내가 졌네. 역시 자네는 강해. 사실 난 알고 있었지. 자네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약할 때 이런 공격을 하지 그랬나.”
천룡의 말에 마진강이 웃으며 말했다.
“미쳤나? 그것은 전투가 아니야. 자네는 내가 인정한 내 진정한 라이벌일세.”
“라이벌?”
“아아, 호적수란 말일세.”
“아, 그렇군. 자네는 가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사용하는군.”
“크크. 미안하군. 암튼 오랫동안 기다려 온 순간이었지. 사실 나는 내가 살던 세상에서 최강자일세. 그곳에서 나는 대마왕이라 불렸지.”
“천마와 같은 건가?”
“음, 뭐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내가 사는 곳은 그곳 사람들이 마계라 부르네. 인간계는 따로 있지.”
“마선 같은 거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