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제각각인 기운들이 요동치자 구멍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사방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마현이 빨려 들어갔다.
“아, 안 돼! 나는 안 갈 거야! 안 갈 거라고! 으아아아악!”
이곳에 미련이 남은 것인지 아니면 마진강과 같이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은 것인지 마현은 절규하며 빨려 들어갔다.
“이, 이게 뭐야! 아버지! 조심하세요!”
무광이 다급하게 외쳤다.
구멍에서 가장 가까운 이가 바로 천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천룡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버지?”
무광이 다급하게 불렀다.
“내가 들어가서 막아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이 세상을 삼키기 전엔 이 구멍이 닫히지 않을 것 같다.”
천룡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곳에 있는 모든 이가 당황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절대로 안 됩니다!”
무광을 비롯해 모든 이들이 외쳤다.
오행체들은 이미 탈진해서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
힘을 거두었음에도 구멍은 맹렬하게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정말로 이러다가 온 세상을 전부 흡수할 기세였다.
천룡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누구냐? 다녀오마.”
천룡은 자신의 기운을 최대한 끌어 올려 구멍의 기운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으로 그 기운들을 모조리 흡수하면서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천룡이 사라지자, 정말로 구멍의 힘이 약해지면서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했다.
“안 돼!”
무광이 다급하게 뛰어갔다.
천명과 태성 역시 다급하게 달려갔다.
그리고 작아지는 구멍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 모습에 조방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구멍 속으로 뛰어들었다.
조방까지 삼킨 구멍은 순식간에 사라지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고요함만을 남겼다.
그곳에 남은 사람들은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주, 주군께서…….”
“주군!”
상황 파악이 되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사라진 구멍이 있는 방향을 보며 울부짖었다.
“안 돼! 주군! 주군!”
울부짖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갈군만이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럴 때가 아니오! 무슨 방법을 찾아서라도 주군을 모시고 와야 하오!”
“무슨 수로 모시고 온단 말이오!”
“마현! 그자가 이 세상으로 온 방법이 있을 것이오! 그가 말했소! 이쪽 세상에서 자신을 소환했다고. 그러니 방법이 있을 것이오! 이제부터 모든 것을 동원해 그 방법을 찾으시오!”
제갈군의 외침에 다들 결연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 이렇게 허무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한 시라도 빨리 방법을 찾아야 했기에.
“그럼 어서 움직입시다!”
사람들은 서둘러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천룡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지도 어느새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세상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가연을 필두로 천룡을 찾기 위한 모임이 결성되었다.
운가장을 중심으로 그동안 천룡과 인연이 있던 모든 이들이 달라붙었다.
그러던 중에 밀교에서 방법을 찾은 그들은 그들을 닦달해서 차원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그들이 연 것은 지옥의 문이었다.
온갖 괴상한 생명체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고 온 중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온 중원이 힘을 합해 그들을 물리쳤고, 그들이 연 지옥의 문은 영원히 봉인시켜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 문에서 나온 무언가가 아직 세상에 죽지 않고 남아 있음을 말이다.
시간이 지나 세상이 다시 평화로워질 때쯤 알 수 없는 살인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살인 사건들은 점차 그 범위가 커지며 나중에는 마을 단위로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니던 것은 인간의 모습을 한 마물들이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이곳의 언어까지 습득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옥마교라 지칭했다.
그들은 강했다.
가장 약한 졸개들마저도 강했다.
그들이 빠르게 늘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엄청난 양의 새끼를 뿌려 대는 여왕의 존재였다.
엄청난 크기의 뱀 모양을 한 거대한 생명체가 생성하는 마인들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그들의 공격에 제일 먼저 마교가 당했다.
마교는 중원으로 후퇴를 했다.
중원은 곤륜파가 있는 곳에 무인들을 모으고 그들이 더는 중원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았다.
“헉헉! 삼차 방어선까지 뚫렸습니다! 검후님! 지원군이 필요합니다!”
“벌써? 이런!”
자신의 손톱을 깨물며 연신 지도를 바라보는 그녀였다.
아무리 보아도 방법이 없었다.
“후퇴! 모든 병력은 사천까지 후퇴한다!”
“알겠습니다!”
전령이 나가자 유가연이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너무도 힘들었다.
그때 제갈군이 들어오며 말했다.
“사천 일대에 저들을 몰아넣을 거대한 진을 완성했습니다! 그쪽으로 그들을 유인하시죠!”
제갈군의 말에 유가연의 표정이 그제야 풀렸다.
“고마워요. 군사.”
“아닙니다! 주모님! 어서 가시죠!”
유가연은 제갈군을 따라 사천으로 이동했다.
사천에 거대한 진을 완성하고 그들을 기다리던 중원의 무인들.
이곳이 뚫리면 그때는 정말 대책이 없었다.
그런데 한 무인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달려왔다.
“크,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오?”
“저, 적들이…… 미, 밀교의 진법을 익혔습니다! 저들이 무언가를 소환하기 위해 진법을 깔고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고 있습니다!”
“미친!”
가뜩이나 지금 있는 놈들도 상대하기가 벅찬 마당에 또 다른 놈들까지 세상에 나온다면 절망이었다.
“막아야 한다! 칠왕십제분들과 오행체들 모두 부르시오! 전력을 다해 막아야 하오!”
“알겠습니다!”
제갈군과 유가연은 그들이 의식을 진행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피의 진이 그려져 있었다.
인간형의 마인들이 가부좌를 틀고 무언가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공격하라!”
쯔아아앙-!
수천의 무인들이 활을 날리고, 수천의 무인들이 검을 들고 뛰어 들어갔다.
저들이 무언가를 소환하기 전에 먼저 막아야 했다.
하지만 적들의 저항이 너무도 강했다.
이럴 것을 예상하고 적들 또한 자신들의 정예 중에서 정예들로 집결시킨 것이다.
“크크크크크, 인간 놈들. 애가 달았구나.”
시커먼 얼굴에 하얀 이가 연신 빛이 나는 마인이 그들 앞에 섰다.
“네놈은 누구냐!”
“지옥마교의 삼 호법이다.”
“괴물 놈들이 그런 구색까지 갖추었구나!”
“크하하하하, 괴물이라고? 크크크크. 너희들이 멸종하면 과연 누가 괴물일까? 우리일까? 아님, 얼마 남지 않은 너희들이 괴물일까?”
마인이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뭣들 보고 있어! 공격해!”
“우와와와!”
무인들의 공격에 마인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신형을 움직였다.
슈캉-!
마인이 휘두른 검에 수십 명이 갈려 나갔다.
푸하학-!
“으아아악!”
“커헉!”
즐거운 미소를 사람들을 죽여 나가는 마인들이었다.
칠왕십제가 가세해서 저들을 죽이고 있지만, 그들이 상대하기엔 너무도 많은 마인들이 있었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이 몰려오는 엄청난 수의 마인들.
“헉헉!”
지쳐 가는 사람들.
칠왕십제 역시 지쳐 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눈앞에는 수만에 달하는 마인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 이대로 중원은 끝인가?”
담선우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삼황급 무인인 유가연과 마교교주가 돕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도 많았고, 강한 마인들도 많았다.
그때 저들이 준비한 진에서 환한 빛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달려오던 마인들도, 그들을 혼신의 힘으로 막던 중원의 무인들도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빛은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리고 거대한 무언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크와와와왕!
엄청난 크기의 날개가 달린 도마뱀이었다.
거대한 산이 있는 듯한 크기의 도마뱀.
사람들은 경악했다.
살면서 처음 보는 엄청난 광경에 다들 집중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그 도마뱀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퍼져 나갔다.
얼마나 강한 기운인지 수만의 마인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무릎을 꿇었다.
중원의 무인들 역시 고통스러워했다.
“미, 미친! 이런 강함이라니!”
“도대체 뭘 소환한 거야! 지옥의 괴수라도 불러온 것인가?”
“미치겠군! 저들만으로도 지금 이 난린데 그것도 부족해서 저런 괴물이라니.”
“강해! 엄청나게 강하다고! 이제 끝이야! 중원은 끝이라고!”
압도적인 힘을 내뿜는 괴생명체를 보며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절망했다.
이제 정말로 희망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들의 귀에 환청이 들려왔다.
“그만해라. 사람들이 놀라지 않느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유가연이었다.
유가연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
“이 무슨 난리인지. 간만에 고향에 오니 난리구먼.”
운가장의 사람들이 반응했다.
오매불망 기다린 목소리.
다시 한번 듣기를 희망했던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거대한 도마뱀의 머리 위에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안력을 높여 그를 보았다.
유가연이 제일 먼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가가!”
그제야 사람들은 그것이 환청도 아니었고, 환영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거대한 도마뱀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은 색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천룡이었다.
천룡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잘 있었어? 우리 가연이 몰골이 말이 아니네?”
그 말과 동시에 천룡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혔다.
그 뒤로 무광과 천명, 태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놈들이 적인 것 같다. 일단 이곳을 정리하자.”
“알겠습니다!”
천룡의 명령에 제자들은 일제히 마인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감히 우리 애들을 괴롭혔겠다! 이놈들!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무광이 몸을 날리며 외쳤다.
천명과 태성 역시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쿠콰콰콰쾅-!
위력이 달랐다.
저 세 명이 공격을 시작하자 엄청난 수의 마인들이 쓸려 나갔다.
파죽지세였다.
그 광경에 그곳에 있는 중원인들은 환호했다.
희망이었다.
이제는 더는 좌절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중원의 최강자.
고금제일인이 있었다.
운천룡, 그가 다시 중원으로 돌아왔다.
“천하무적!”
“운가장!”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하나 되어 외쳤다.
그리고 사기가 충전하여 마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와! 삼황을 도와 마인들을 쓸어 버리자!”
“우리의 뒤에는 고금제일인이신 운가장주님이 계신다!”
“공격!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사기가 잔뜩 오른 무인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인들을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천룡은 어느 한 방향을 바라보더니 자신의 손에 거대한 구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본 곳을 향해 그것을 날렸다.
잠시 후, 엄청난 폭발이 저 멀리에서 일어났다.
쿠와와와왕-!
거대한 바람 폭풍이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날아왔다.
후방에서 몰려오던 마인들을 모조리 증발시켜 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천룡이 모습을 감췄다.
다시 나타난 그의 손에는 거대한 뱀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바로 저들의 여왕이었다.
그 모습과 동시에 마인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역시 이것이 저것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었네.”
천룡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뱀의 머리를 소멸시켜 버렸다.
파앗-!
그리고 천천히 하강해서 유가연과 운가장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천룡을 바라보았다.
천룡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나…… 다녀왔어.”
천룡의 말에 유가연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에 안겼다.
운가장의 사람들은 저마다 대성통곡을 하며 천룡 앞에 부복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곳에 있던 모든 무인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외쳤다.
“천하무적(天下無敵)! 운가장(雲家莊)!”
“장주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먹구름 가득했던 하늘에 해가 비추기 시작했다.
운천룡의 귀환을 하늘도 환영하듯이 말이다.
《천하무적(天下無敵) 운가장(雲家莊)》 마칩니다
후기입니다. 그동안 천하무적 운가장을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운천룡입니다.
오늘 8월 19일을 마지막으로 천하무적 운가장이 완결을 하였습니다.
사실 좀 더 길게 끌고 가려했으나 저의 부족함에 한계를 느끼고 이렇게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피아라는 사이트를 처음 알고 나서 다른 이들의 글만 읽다가 나도 도전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소설이라 부족함 투성이었음에도 응원해주시고 재밌게 봐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힘들고 지칠때마다 저에게 힘을 주신 분들은 바로 독자님들이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서막 포함해서 총 200화까지 연재를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모두 제글을 봐주신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부족한 제 작품을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독자님들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다음번엔 더 재밌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큰 행운이 깃들길 바라겠습니다.
코로나가 다시 퍼지고 있는 이때 독자님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천하무적 운가장을 읽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다시 뵐 그날까지 안녕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