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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1장 - 신입 1일차 중고 스트리머(1) (2/182)



〈 2화 〉1장 - 신입 1일차 중고 스트리머(1)

언젠가 아연씨에게매번 병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아연씨는 예전에는 분명 힘들었다고 말했다.
아픈 것도 아픈것이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는 자신 혼자 병실에 있는 시간이 너무 외로웠다고.
그런데  방송을 보기 시작한 이후에는 아픈 것도 참을 만하다고 느껴졌고, 외로움도 많이 줄어들었다면서내 덕분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말이 새하얀 거짓말이었음을 통감하고 있었다.

"아흑, 어우 시발!"

아마 아연씨의 병이라고 생각되는 것에서 비롯된 통증이 온몸을 훑고 있었다.
몸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고 덜덜 떨렸고, 마치 내 몸을 다지는 듯한 통증이 쏟아졌다.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한동안 지속되던 통증이 사그라들자,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면서 병실 침대에 걸터앉았다.
방금까지 느껴진 통증을 생각하면 욕이라도 쏟아내고 싶었지만, 이런 통증을 항상 참아온 아연씨를 생각하니까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한숨만 내쉬었다.

"진정되었을 때 상황을 파악해야겠지."

일단 여기는 병원이고, 내가 움직이고 있는 이 몸의 주인은 아연씨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연씨는 분명 죽었고, 내가 장례식까지 다녀온 상황이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아연씨가 죽지 않은 상황이라는건 확실했다. 문제는 아연씨는 어디로 가고 내가 아연씨의 몸을 차지하고 있냐는 거겠지.
그러니 이런 상황이 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생각해 보아야 했다.

'아까 방송에서 이상한 시청자를 만났지.'

내가 가진 재능에 맞는 세상에 간다면 다를  같냐고 물어봤었다.
그리고 내가 그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하니까 해보라고 답했었나?
그 직후에 정신을 잃고 깨어나니까 이곳이었다.

"해보라고?"

마치 자기가 그렇게 만들어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그것만 생각한다면 그 시청자가 이런 상황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네.
하지만  이상한 시청자가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면, 대체 뭘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인 거지?
아니,  이전에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거야?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걸 살펴보는 것이 답이겠네."

[이름: 신아연
잔여시간: 10,000
상태이상: 발작성 백색증(말기)
특성: 없음]

마치 게임의 상태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환각인가 싶었지만, 지금 상황이 매우 비현실적인 만큼 저것도 실재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만지면 움직일 수도 있고, 클릭하면 간단한 설명도 나오는 모양인데...."

[발작성 백색증(말기)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희귀병. 발병하는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평범한 국한성 백색증처럼 몸 일부에 백색증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전부지만, 이차 성징이 시작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경련과 발작이 자주 일어난다. 이때 진통제가 듣지 않으면 굉장히 고통스럽다.]

상태이상에 있던 병명을 클릭하자 자세한 정보가 나타났다.
아마도 이 병이 방금 내가 느낀 통증의 정체이자, 아연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병이겠지.

"아연씨 머리가 은발인 것도 이거 때문이었구나."

일단 병에 대해서는 대충 이해했다.
그럼, 저기 나와 있는 잔여시간은 또 뭐지? 잔여라는  보니까 뭔가 재화로 보이는데.

[도움말: 시간
일만 시간의 법칙 시스템에서 통용되는 재화로 특정 특성이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목표 메커니즘인 '방송'에서의 활동이나, 성좌의 후원을 통해 획득할  있습니다.]

"빙고."

예상했던 대로 시간은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재화가 맞았다.
성좌의 후원이라는 건  모르겠지만, 방송을 하면 획득할 수 있다는 건 확실했다.
그나저나 도움말이 있다는 건, 다른 것에 대한 설명도 있다는 소리겠지?

[도움말: 시스템
시스템: '일만 시간의 법칙'은 사용자가 가진 '시간'을 제대로 획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사용자는 매 월말이 되면 730시간을 시스템 사용료로 자동 지불합니다. 지불하지 못하면 사용자는 즉시 사망합니다.]

"음?"

마지막 줄에서 조금 당황했다. 730시간이면 지금 가지고 있는 시간으로는 1년 버티는 것이 한계다. 죽는다는 것은  그대로의 의미겠지.
즉, 매월 안정적으로 730시간 이상의 이익을 보지 못하면 죽는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었다.

"730시간이면, 대충 한 달이 730시간이잖아?"

방송한 시간만큼만 시간이 벌리는 건 아니겠네.
만약 방송 시간과 똑같은 양만 벌린다면 24시간 방송을 해야 한다는 소리니까.

"방송이라...."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방송을 포기하려고했는데, 갑자기 방송하지 못하면 죽는 상황에 몰리다니.

'마치 그만두지 말라고 강제하는 느낌이네....'

한숨을 쉬면서 계속 시스템을 뒤적거렸다.
분명 아까 설명에서 상점이라는 말을 봤던 것 같은데. 이쪽에 있으려나?

"찾았다."

[시간 상점
특성 뽑기: 1,000시간
특성 제거: 1,000시간
상태이상 해제(말기): 5,000시간
고급 특성 뽑기: 10,000시간
세계개변: 1,000,000시간]

"오우 쉣."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쌌다. 실제로 방송해서 모이는 시간을 봐야겠지만, 당장은 대부분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비싼 상품인 세계개변은 좀처럼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혹시나 해서 눌러봐도 여기는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뜻만 보면 소원권과 비슷한 느낌인데.'

만약 그런 상품이라면 확실히 목표로 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애초에 가격 때문에 불가능하긴 하겠지만.

"그나마 구매한다면 상태이상 해제인가?"

가격이 비싸기는 했지만, 다른 해결 방법이 없었다.
특히 조금 전에 아연씨의 장례식을 다녀왔기 때문에 더 마음에 걸렸다.

'역시 이건 사야겠네.'

앞으로 방송을 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자칫 고민하다가 시기를 놓쳐서 죽는 건 사양이었다.

[상점에서 '상태이상 해제(말기)'를 5,000시간으로 구매하시겠습니까?]

"그래."

[상태이상: '발작성 백색증(말기)'이 사라집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스템의 정보가 바뀌었다. 잔여시간은 5,000이 되었고, 상태이상란은 사라졌다.

"현실감이 없네...."

이제 남은  특성 정도였다. 일단  예상으로는 게임에서의 스킬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랜덤 스킬 뽑기라니, 악랄하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특성을클릭하자 이번에도 도움말이 나타났다.
그리고 도움말의 내용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움말: 특성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들을 의미합니다.
능력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과 희귀도를 고려하여 최소 F에서 최대 S의 등급을 가지게 됩니다.]

"진짜 게임이냐고."

특별한 능력이 정확히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상식적인 초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재능이랑 비슷한 의미라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그렇다면 그걸 뽑기라는 형태라고는 해도 선천적이 아닌 방법으로 얻을  있다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였다.

"1천 시간이라."

랜덤 뽑기를 돌려볼까 고민했지만, 지금 당장 급한 것도 아닌데 남은 시간을 사용하는 건 조금 위험해 보였다.

"일단 이건 방송을 해보고 생각해야겠네."

시간을 벌어들이는 기준을 파악한 이후에 구매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혹시 한 달에 730시간을 벌어들이는 것이 한동안 어렵다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거였으니까.

'그냥  몸이면 모르겠는데, 이건 아연씨의 몸이야.'

지금 상황을 잘 모르겠지만, 만약 이 몸을 아연씨에게 돌려줄 가능성도 생각해야 했다. 아직은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

"결론은 방송을 해야 한다는 건가?"

시스템을 전부 살폈지만 나를 이곳으로 보낸 사람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방송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명백해 보였다.

'일단 아연씨는 방송을  적이 없으니까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되겠네.'

그럼 이제 초반에 어떤 컨텐츠로 시작을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그냥 방송을 켠다고 해서 사람들이 보러올 리가 없었으니까.
솔직히 가장 나에게 익숙한  타로 방송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타로 방송을 하는 건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역시 가장 무난한 건 게임인데...."

문제는 내가 그렇게 게임에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물론 아연씨의 몸이니까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그걸 굴리는 주체가 나인 이상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컨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에 이제까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잖아?'

눈앞에 떠다니는 시스템에 정신을 팔린 나머지, 일반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다.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하필 병실에는 시계만 있고 달력이 없었다. 휴대폰은 어디에 있지?

"이건가?"

처음 보는 모델이었다. 뭐, 애초에 나는 요즘 모델은 잘 모르니까 어쩔 수 없겠지.
조작 방식 자체는 똑같아서 휴대폰을 켜서 날짜를 확인했다.
2020년 3월 28일. 내가 정신을 잃은 것이 2020년 3월 27일이니까바로다음 날이었다.
그럼 내가 정신을 잃은 것을 고려하면 날짜는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중이라는 소리였다.

'혹시 내가 과거로  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

이번에는 휴대폰으로 방송 앱을 켜보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방송 앱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 이상한데? 아연씨 휴대폰에 이게 없을 수가 있나?

"...어라?"

그래서 방송 앱을 설치하려는데 앱스토어가 없었다.
당황한 마음에 휴대폰을 뒤져보다가, 비슷한 모양인 큐브스토어라는 앱을 실행했다.
디자인도 이름도 다르지만,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앱을 내려받는 곳이었다.

"진짜 이상한데,  휴대폰...."

심지어 앱 이름을 검색해도 해당 앱이 나오지 않았다. 순간 나쁜 직감이 들어서 인터넷을 켜서 같은 이름을 검색해봤다.
결과를 보는 순간 등줄기에서 소름이 돋았다.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 사이트를 더 검색했지만 모두 검색 결과는 내가 아는 것과 달랐다.
심지어는 검색에 사용한 검색엔진도 내가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마치 내가 살아온 곳과는 동떨어진 다른 세상 같았다.

"아니, 이쯤되면 확실한데?"

방금까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떨리는 마음으로 검색어에 '인터넷 방송'부터 넣어보기 시작했다.
여기에도 위키 사이트는 존재하는  위키 사이트가 하나 나왔다.

"새싹 위키라."

이름은 다르지만 대충 느낌은 내가 아는 위키 사이트와 비슷했다.
새싹 위키의 인터넷 방송 문서를 열람하자 여러 방송 플랫폼이 정리된 내용이 출력되었다.

'큐브온, 이게 유툽 비슷한 거구나. 그럼  스위치라는 곳은....'

게임 방송 전문 플랫폼으로 시작, 가상현실게임의 방송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방향을 택한 덕분에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흥행했다.

"가상현실게임? VR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가상현실게임이라는 단어를 클릭해서 나온 문서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했다.
 세상에서의 가상현실게임은 내가 아는 형태의 상식선의 VR게임이 아니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미래형 게임이었다.
오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니.... 심지어 그런 게임들이 나온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나 있었다.

'이 정도면 내가 아는 거랑은 완전 다른 세상이잖아?'

그럼 내가 알고 있었던 정보나 경험들이 의미가 있긴 한가? 아니 그걸 넘어서 내가 일상생활을 하는  괜찮으려나?
내 머리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두통이 밀려왔다.

"아니, 실화야?"

졸지에 게임이나 방송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뉴비가 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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