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1장 - 신입 1일차 중고 스트리머(2) (3/182)



〈 3화 〉1장 - 신입 1일차 중고 스트리머(2)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군대에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까 적응이라는 걸 했었지.
다만  적응의 시간으로 일주일은 너무 짧았던 모양이다.

"아 진짜 겁나 안 빠지네."

이곳이 내가 살던 곳과 다른 세상인 것은 의외로 금방 적응할  있었다.
가상현실게임만 하지 않으면 크게 다른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상현실게임이 있다고는 해도, 일상적으로는 PC나 스마트폰을 더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내가 살아가던 세상과의 차이점을 많이 느끼지는 못했다.

'오히려 문제는 아연씨의 몸이지.'

약 30년간 남자로 살아오다가 갑자기 여자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속옷을 입고 벗는 방법은 최근까지도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휴, 드디어 빠졌네"

후크가 빠진 것을 확인한 순간 힘이 쭉 빠졌다.
이전에는 속옷을 벗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여자로 살아가는 건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씻을 때의 시선 처리도 난감하지.'

원래 알던 사람의 몸이라 그런지, 지금은 내가 쓰는 몸인데도 그런 것들에 대한 죄악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그것 외에도 피부가 예민해서 감각이 날카로운 것이나, 엎드려 누울 때 가슴이 눌리는  골치 아픈 것이 많이 있었다.

"아, 아아.... 안녕하세요. 아, 아아."

그리고 방송을 위해 듣기 좋은 목소리 톤을 연구하는 것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했다.
처음에는 기존 몸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자꾸 어색한 톤으로 말하는 문제가 있었다.

"어, 메일 왔네."

궁금했던 것을 해결하기 위해, 저번 주에 흥신소에 일을 맡겨 놓았던 것이 있었다.  답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요청하신 정보가 확인되어 연락드립니다. '류지한'님은 1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첨부 파일을 확인해 주십시오.]

"...뭐?"

이 세상에도 내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다면,  몸에 아연씨가 있을지도 몰라서 흥신소에 일을 맡겼다.
그런데 1년 전에 이미 죽었다고?

'설마 내 몸이 이 세상에는 없어서, 내가 아연씨의 몸에 들어온 거야?'

원래의 세상에서는 반대였다. 나는 살아있지만, 아연씨는 죽은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원래 비어 있어야 하는 아연씨의 몸에 내가 들어왔다?
확실히 그럴듯한 논리로는 이해할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다.

"후우, 시스템"

[이름: 신아연
잔여시간: 4,270
특성: 없음]

일주일 전, 내가  세상에 떨어진 이후부터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타의로 정해진 것이기는 해도, 다시 방송을 시작한다는 목표가 생겼으니까.
일단 병이 치료되었으니까 퇴원을 했다. 그리고 괜찮은 집을 하나 마련하고, 방송을 위한 설비까지 구매를 진행했다.

"아연씨의 통장 잔고가  넉넉해서 다행이야."

그리고 가상현실 게임을 위한 기기인 큐브를 구매했다.
방송용이라는 말을 하니까 가능하면 최상위 모델을 구매하라고 해서 그걸로 결정했었다.

"이제 한동안의 생활비 말고는 쪼들리겠는데."

그리고 지금 상황에 대해 알아보면서 몇 가지 추가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첫 번째로 방송 플랫폼인 스위치에 아연씨의아이디 자체는 있지만, 굵직한 활동 내용이 없어서 방송해도 누가 알아볼 걱정이 없다는것.
두 번째로는 아연씨가 큐브를 통한 가상현실게임을 해본 경험이 아예 없다는 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의해서 접속 이력을 확인했지만 백지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첫 방송 컨텐츠는 정해졌어'

가상현실을 처음 접하는뉴비.
예전에는 방송 컨텐츠로 나름 유명했었다고 한다. 확실히 첫 방송으로 써먹기 괜찮은 소재였다.
그리고 큐브온과 스위치의 분위기를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방송 시청에 사용했다.
다만 첫 방송의 컨텐츠를 살리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가상현실게임 방송은 피했다.

"시청자를 스수라는 식으로 부를지는 정말 상상도 못 했지"

솔직히 이걸 알고 나서 황당함에 웃음이 나왔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전 세상에서 내가 사용하던 방송 플랫폼과 거의 닮아 있었다.
시청자를 스위치 백수를 줄여서 스수로 부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이외의 부분도 내가일주일 만에 스수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하는  스수가 아니라 스트리머야.'

익숙하다고는 해도 조금씩 다른 점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제대로 캐치하지못하면 문제가 생길 터였다.
특히 이질감을 느꼈던 부분은 이상할 정도로 이전 세상에서 알던 스트리머들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신기하네...."

방송의 성질이 달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위치는 기존에 내가 사용하던 플랫폼과 아주  차이가 하나 있었으니까.
그건바로 큐브를 사용하는 가상현실게임의 유무였다.

[큐브게임 천연기념물의 첫 경험]

계속 고민하던 끝에  방송의 제목을 정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어그로를 끌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렇게 들어온 사람을 내 시청자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그래도 유입 자체가 안되면 아무리 방송이 재밌어도 의미가 없다.

"테스트 방송도 문제없고...."

다만 가상현실게임기인 큐브의 접속 이력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가상현실게임의 방송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최대한 설명 그대로 진행했다고 생각하지만,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얀별(ZN_prayer)'님의 채널]

처음에는 방송을 아연씨의 본명인 아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역시 그녀의 이름으로 방송을 하는 건 거부감이 있어서 '하얀별'이라는 방송용 이름을 새로 지었다.

[생방송 ON]

마이크를 켜고 사람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방송 화면에는 큐브 접속 이력과 채팅창을 띄워 놓았다.
지금 바로 멘트를 시작해도 되겠지만, 사람들이 좀 들어온 이후에 진행하는 것이 좋겠지.

ㅁㅇㅁㅇ 진짜 천연기념물이네

시청자 수가 1이 되었다. 심지어 친절하게 채팅까지 쳐주는 분이 첫 시청자라니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시청자 수가 몇 명 더 늘었다.

'꽤 느낌이 좋네.'

제목 어그로 때문이겠지만, 아예  방송인데  정도로 사람이 있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켜고 말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신입 스트리머 하얀별입니다.방제처럼 오늘 처음 가상현실게임을 하게 됩니다. 다만 정말로 큐브 만지는 것이 처음이라서 많이 버벅거릴  있어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목소리 좋은데
아직도 남은 천연기념물이 있다고?
- 첫 경험 ㅗㅜㅑ

"다들 환영합니다. 오늘 처음방송하는 하얀별입니다. 슬슬 큐브 접속 시도해 볼게요."

일단 화면에 '접속 시도 중'이라고적어 놓았다. 그 이후 컴퓨터와 연결된 큐브를 작동시킨 뒤에 옷을 벗었다.

'제발 문제없어라.'

큐브의 가상현실게임 접속에는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세미다이브로, 그냥 큐브에 눕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었다. 다만 접속 최대 유지 시간이 짧고, 최초 접속에는 사용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풀다이브, 큐브 내부에 전용 수액을 채워 놓고 알몸으로 들어가야 하는 방법이다. 이번에는 최초 접속이니 어쩔 수 없이 이걸 택해야 했다.

"으, 기분 나빠"

미묘하게 점도가 있는 수액이 발끝에 닿자 소름이 돋았다.
워낙 몸이 민감해서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것일지도 모르겠네.
큐브 안에서 몸을 눕히자, 문이 닫히더니 점점 노곤함이 몰려왔다.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자, 방금까지 느껴지던 수액의 감각이 사라졌다.

['ZN_prayer'님 큐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최초 접속자이므로 스캐닝 작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약관을 읽고 확인해주십시오.]

- 오 나온다
- 와 진짜 뉴비네
최초 스캐닝ㅋㅋㅋㅋ

"지금  나오나요? 처음이라 혼란스럽네요. 오, 채팅창이 이렇게 나오는구나."

다행히 셋팅에 큰 문제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시야 한 편에 채팅창도 제대로 보이고, 미리 설정한 스위치 방송 UI도 제대로 동작했다.

 나옴
- ? 다른 방송도 안봤음?
- 약관 동의 ㄱㄱ
- 예전에는 자주 보던 컨텐츠였는데
- 틀딱들 큐브 2주 압수

"방송을 보면 유사 뉴비잖아요. 저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요. 약관이, 아 이렇게 조작하는 거구나."

[신체 데이터를 수집 중입니다.]
[완료했습니다. 데이터를 불러옵니다.]

"...어? 뭐야 미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주위의 광경이 바뀌더니 거울이 나타나서 나를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울에서는 현실의 몸과 똑같은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 야발은 안나왔네ㄲㅂ
- ㅗㅜㅑ
- 여신님 강림ㅗㅜㅑ
- ㅗㅜㅑ개쩔어
- 염색인가? 와 근데 진짜 여신인데
- 한국인 맞음?
보라색 눈ㄷㄷ

"아니, 어.... 죄송합니다.  당황해서요. 어차피 얼굴을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나오니까...."

- ㄱㅊ 다 이해함
- 오히려 그 반응을 즐기려는 변태들인데
- 스수들 지금 다 클립 따러감ㅋㅋ

결국 이런 것이 다 컨텐츠라고 생각해서 스포를 피하긴 했다.
그래도 주의하긴해야 했던 것이, 만약 내가 얼굴 공개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이거 앞으로는 조금 조심해야겠는데.

"이게 기본 모델링 설정이구나."

다수의 큐브 게임에서 기본 모델링을 자주 사용한다고 듣긴 했다.
물론 그게 이런 방식으로 생성되는지는 몰랐지만.

절대 그대로 해
- 여기서 손볼게 있나?
- ㄹㅇ루다가
- 이미 여신인데

"음, 이거 나중에도 수정 가능하다고 적혀있으니까 스킵할게요."

말 잘 듣는 스트리머가 되어야지.
지금 나는 뉴비니까 이렇게 하나씩 알려주는 것을 따라가는 모습이 스수들이 보기에 만족감이 크다. 원래 뉴비를 보는 고인물의 마음가짐이 그런 것이니까.
그 이후에는 큐브에 대한 간단한 튜토리얼이 이어졌다.
큐브의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는 기본적인 방법과 가상현실에서 몸을 움직이는 연습 정도였다.

"그럼 이제 대망의게임 결정입니다. 제가 준비한 게 있으면 좋겠지만, 오늘 컨셉을 너무 씨게 잡아서 아는 게임이 하나도 없어요. 채팅으로 추천해주시면 언급 많은 걸로 진행하겠습니다."

- 블엠?
영전ㄱㄱ
아니 심플월드지 나쁜 것들아
- 이건 솔직히 블엠 해야한다
- 뉴비 국률은 블엠이지
- 다들 인성하고는

"블엠이 뭐죠? 블러드엠페러? 이게 제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강을 건너지 마
절.대.블.엠.해.
- 에반데ㅋㅋㅋㅋ

"...어, 일단 설치해볼게요. 큐브스토어에 있죠?"

결제하고 설치하는 데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기다리면서 게임 소개를 보니 액션 RPG 계열로 보였다.

"이게 그렇게 어렵나요? 리뷰가 완전히 테러당했는데?"

- 어려운 것도 어려운건데ㅋㅋ
제작자가 걍 또라이임
- ㄹㅇ상상도 못한거로 엿먹여
- 이걸 뉴비한테 추천하는 인성들 하고는

"일단 해보겠습니다. 이거 방송 카테고리 바꿔야 하나요?"

ㄴㄴ 큐브모드는 자동으로 바뀜
- 첫 큐브겜이 블엠이라니
- 블엠함? ㅗㅜㅑ

게임을 시작하자, 주위가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바닥이 피로 흥건해졌다. 아니 이거 연출  매운맛인데?
피로 만들어진 나비가 날아다니고, 피로 꽃이 피는 등 예쁘지만 무서운 연출이 계속되었다.
정신을 차리자 인트로가 끝났는지 메인메뉴가 보였다.

"어우...."

매운맛에 정신 못차리네
ㄹㅇ나저거 첨에 공포겜인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진짜 예쁜 연출임
- 예쁜건ㅇㅈ

일단 게임 메뉴에서 시작하기를 눌렀다.
불러오기 탭이 있는 것을 보면 저장 기능이 있는 게임 같았다.  굳이 바로 엔딩을 볼 필요는 없으니까 이런 쪽이 좋지.

"시작점은 평범하네요?"

벽에 무기가 진열되어 있고, 한쪽에는 통로로 보이는 것이 뚫려 있었다.
이거 설명이 전혀 없는 불친절한 게임이네. 물론 기초적인 것들은 시청자들이 알아서 훈수해주겠지만,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 ㅇㅇ그냥 여기서 무기 고르고 나가면 됨
- 대검가즈아
- 도끼 하쉴?
- 한손검에 방패가 무난한데
- 도끼는 좀;

"음, 창은 어떤가요."

- ㄱㅊ음
- 창도 괜찮지
- 일단 리치가 길어서 편하긴 함
- 어차피 죽어서 다시 올거니까 암거나

"그럼 창으로 할게요."

가상현실인 만큼 엄청 가까이에서 싸우는 것이 좀 불안했다.
진짜로 죽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어도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무서웠으니까.
방을 나가자  통로가 이어졌다. 가끔 붉은 보석이 길을 밝히는 모습이 좀 으스스했다.
꽤 걸었다고 생각하던 차에 갑자기 인영이 튀어나왔다.

"아 깜짝이야!"

좀 놀라긴 했지만, 날아오는 것이 무기라는 것을 깨닫고 타이밍을 맞춰 창을 휘둘렀다.
이렇게 해서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챙!
불똥이 튀는 이펙트와 함께 몹이 밀려났다. 튕겨내기, 일반적으로는 패링이라고 부르는 방어 방법이었다.

"어우."

다만 컴퓨터 게임에서는 이게 그냥 클릭이지만, 여기서는 직접 휘두른다는 점이 많이 달랐다.

- 어캐했누
- 뉴비가 1트에 패링을 한다고?
-  미친ㅋㅋㅋㅋ
- 이걸?

"아니, 제가 큐브에서는 뉴비지만, 액션 RPG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니거든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도 조금 놀라고 있었다.
물론 내가 패링을 하는 게임은 많이 해보긴 했지만, 큐브에서는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해서 느낌이나 타이밍이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이걸 한 번에 성공한다고?
성공적으로 패링을 터트린 덕에 첫 몹은 쉽게 쓰러트렸다.
다만 지금 느끼는 체감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런지 벌써 피로감이 몰려왔다. 특히 뭔가를 벤다는 감각이 영 찝찝했다.

"할만한데?"

발언
- 경력 있는 신입ㅋㅋ
- ㅋㅋㅋㅋㅋㅋ
다른 겜이면 그렇겠지
- 하지만 이건 블러드 엠페러다

채팅을 읽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다음 몹이 등장했다.
역시나 검을 들고 달려들어서 타이밍을 맞춰 창을 휘둘렀다.
적절하게 휘두른 창이 검을 튕겨.... 아니, 튕겨내기는커녕 창이 검에 잘려 나갔다.
당연히 대비하지 못한 나는 그 검에 그대로 절명했다.

"으아악!"

- ㅋㅋㅋㅋ
비명 ㅗㅜㅑ
- 진짜 이거 생각한 새끼 악마야
 뉴비를 괴롭히느냐
- 갓겜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게임이야?




 

0